한강 밤섬 오리알 도둑 극성

한강 밤섬 오리알 도둑 극성

박용현 기자
입력 1996-03-14 00:00
업데이트 1996-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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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통에 효험” 소설에 마구잡이 거둬가

한강의 야생오리 서식지인 밤섬에 「밤손님」이 들끓는다.신경통 등에 좋다는 속설에 현혹돼 오리알을 노리는 몰지각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둠을 틈타 모터를 단 고무보트로 숨어들어가 마구잡이로 오리알을 거둬간다.모래밭이나 진흙 속에 사는 민물장어 새끼도 수난을 겪는다.

본격적인 산란기가 시작되는 오는 15일쯤부터는 오리알 도둑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감시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넓이 15만3천㎡의 밤섬에는 매과의 맹금류인 황조롱이를 비롯,청둥오리·흰쭉지·비오리 등 20종의 철새와 원앙 등 27종의 텃새가 살고 있다.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이다.

지난 겨울에는 한강 시민공원에 철새 전망대를 세워 6천여명의 시민들이 탐조회를 가질만큼 도심 속의 야생조류 서식지로 소중한 곳이다.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강관리사업소의 상주 직원이 하루 한차례씩 순찰을 돌지만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사법권이 없어 단속에 걸린 이들이 되레 『무슨 권한으로 참견하느냐』며 큰 소리를 치기 일쑤다.

한강 남쪽 둔치에 설치된 관리소에서는 섬의 북쪽이 보이지 않아 낮에도 오리알 사냥이 자행된다.지난 해 장마 때 수풀이 쓸려가 오리알들이 쉽게 눈에 띄는 점도 걱정거리다.

당국은 15일부터 밤섬 출입을 일체 금지하기로 했다.다음 달 초부터 단속 공무원에게 조수보호원증을 발급,권한도 강화한다.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은 새 알을 훔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밤섬을 지키는 김기현씨(38)는 『오리알 도둑이 극성을 부려 휴일에도 감시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단속보다 시민들의 자연보호 의식』이라고 말했다.<박용현 기자>
1996-03-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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