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해(외언내언)

쥐의 해(외언내언)

반영환 기자
입력 1996-01-01 00:00
업데이트 1996-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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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하고 민첩하기로 쥐를 따를 동물이 없을 것이다.「쥐새끼 같은 놈」하면 간특한 사람을 칭하고 「얼굴에 쥐가 기어다닌다」는 약삭빠른 사람의 대명사다.그런가 하면 왜소함과 은밀함이 쥐의 특성으로 입에 오르내린다.「쥐꼬리」는 가난한 샐러리맨들의 월급봉투로,「쥐의 간」은 작은 것의 상징으로 통한다.적막속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쥐 죽은듯 조용하다」란 말도 생긴 것이다.

지구상에 쥐가 탄생한 것은 3천6백만년 전이라니 기껏해야 3백만년밖에 안된 인간에 비해 족보가 훨씬 유장하다.남극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세계전역에 분포돼 있으며 종류도 1천8백종이나 된다.쥐의 번식성은 포유류중 으뜸.집쥐나 들쥐의 경우 한번에 6∼9마리씩 1년에 6∼7회나 새끼를 낳는다.그래서 옛날부터 쥐는 다산의 상징으로 돼있다.

쥐는 음식을 훔쳐먹고 곡식을 축내며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그런가 하면 실험용 흰쥐는 인간을 위해 대신 죽어간다.생태학적으로 쥐가 인간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

쥐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생쥐를 친근하게 여겼다.용모의 앙증스러움과 귀여움때문일 것이다.전세계 어린이를 즐겁게 해주는 미키마우스 만화의 주인공은 생쥐.월트 디즈니가 젊은시절 오갈데 없어 창고에서 잠을 잤는데 이때 생쥐와 함께 생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셰익스피어도 햄릿에서 『뺨 꼬집혀라.귀여운 생쥐라고 부르게 하라』라고 여인을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쥐를 점잖게 서생원이라고 불렀다.쥐에 대한 최고의 예우인 셈이다.이솝 우화에선 생쥐가 목숨을 구해준 사자의 묶인 밧줄을 끊어 보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쥐에게는 놀라운 신통력이 있다.지진을 미리 알아차리고 달아나며,파선하는 배에서 도망쳐 나온다.현대과학이 풀지 못하는 신비다.새해는 병자년,쥐 해다.생쥐의 기민함과 부지런함,그리고 재앙을 예측해 미리 대피하는 지혜를 배울만하다.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쥐의 해,독자 여러분 복많이 받으소서.<번영환논설고문>
1996-01-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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