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도 「나」아닌 「너」일 뿐이다(박갑천 칼럼)

측근도 「나」아닌 「너」일 뿐이다(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입력 1995-11-13 00:00
업데이트 1995-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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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글자 한글에 뜻글자같은 가닥도 있다.「남」과 「님」을 보자.깨쏟아지던 가시버시도 등만 돌리면 남이라지 않던가.그러므로 여기서의 점하나는 「이해의 엇갈림」에다 「성격 안맞음」까지를 표상하고 있지않은가.

「여」와 「야」는 한자보다 더 그럴듯하게 여야관계를 나타낸다.정권(ㅇ)을 울안에서 버티는 꼴이 「여」라면 정권을 향해 울을 밖에서 밀고있는 꼴이 「야」같아 보인다.이와 비슷한게 「나」와 「너」.「ㄴ」이라는 이해관계를 놓고 나와 너는 울의 안팎에서 맞서있는 듯하다.「너」는 「나」보다 이해관계에 가까이 있으면서 나의 다가섬을 막고있는 꼴 아닌가.

전직대통령의 돈갈퀴질 사건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 측근.일부측근은 서먹해진 관계같이 비치기도 한다.이현상은 아무리 측근이라도 「나」는 나고「너」는 너라 함을 말해준다.이해가 엇갈리면 「님」이 「남」되듯 맞서게 돼있는게 인간관계.측근일수록 틀어지면 보통의 「나·너」보다 더 험악해진다.잘잘못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재규가 대통령을 쏘듯이 브루투스도 시저(카이사르)를 찌른다.다만 시저가 『브루투스,너마저도!』하고 외쳤다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서 극적효과를 노린 것일뿐 플루타코스(플루타크)「영웅전」에는 없는 대사다.시저는 한때 브루투스의 어머니 세르빌리아와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브루투스가 제아들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하지만 시저가 생각한 측근 브루투스는 시저를 「너」로 여겼을 뿐이다.

이와같은 인생의 기미를 알아차리고 처신한 사람이 월나라 범여였다.그는 20년동안 갖은 어려움 이겨내면서 월왕 구천을 도와 숙적 오를 멸망시킨 측근중의 측근이었다.하건만 개선하자 사직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구천과는 어려움은 함께 할수 있어도 기쁨은 함께할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측근이란 「남」이 될때 네뚜리로 쳐지면서 토사구팽 되기도 하는것.한고조와 한신의 관계가 그랬던것 아닌가.

측근의 등돌림은 보비리 대통령을 더욱 몹쓸 모습으로 곤두박이친다.자기욕심 챙겨 몽태치면서 측근에게는 궤지기 노느몫도 아까워한 결과 아니겠느냐는데서.그때문에 그전임자와 그측근의 관계가 더러 미화되어 표현되기도 한다.하지만 잘못을 두둔하는 「사적인 의리」가 공적인 가치판단 기준으로 돼서는 안된다.어쨌거나 염량세태속에서 측근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만은 생각해보게 한다.
1995-11-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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