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증후군」 앓는 러시아/류민 모스크바 특파원(오늘의 눈)

「체첸 증후군」 앓는 러시아/류민 모스크바 특파원(오늘의 눈)

유민 기자
입력 1995-10-19 00:00
업데이트 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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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내전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러시아와 체첸공화국간 최근에 맺어놓은 「군사합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양측은 지난 7월30일 체첸반군의 무장해제와 러시아군의 철수를 동시에 이행하기로 했다.

전쟁터는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전쟁터에서 돌아온 내전 참여자들이 러시아에서 사회문제화돼 골치를 썩이고 있다.이른바 「체첸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내전에 참여하고 돌아온 병사 상당수가 살인·방화등을 일삼으며 사회부적응아로서 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일부 병사는 이름 모를 두통이나 혹은 정신착란증세에 시달려 병원을 찾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군 내부적으로는 도덕적으로 부당한 상급자의 명령에 불복,처벌과 불명예를 무릅쓰고 부대를 이탈하는 자도 속출하고 있다.이 파장은 러시아 전국에서 병역기피자를 양산하는 현상까지 빚고 있다.

체첸전쟁터에 아들을 보낸 부모는 국경일 기념식장마다 『내 아들을 돌려내라』며 연일 시위를 벌인다.16일 이타르 타스통신은 체첸에서 6개월을 근무한 19세의 한 하사관이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기지에서 술에 취해 민간인 4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사건이 체첸증후군 때문인 것같다고 지적했다.단 수개월간의 체첸근무중 「인종청소」등 못볼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자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회적 히스테리가 주원인이었으리라.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옐친대통령의 올례그 로보프 체첸특사가 「차스피크(피크 타임)」라는 한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와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죄를 저질러왔다』며 체첸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비인간적인 행동이 있었음을 시인했다.로보프의 시인은 늦긴 하였으나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체첸증후군」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것으론 안된다는 점이다.비인간적인 잔학행위를 명령했거나 주도한 자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처벌해야 한다.이에 관련됐다면 고위층도 면책 없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조사과정에서 내무·국방부 고위층의 「마각」이 드러나면 저항세력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하지만 체첸증후군을 치유하고 종국적으로 양측 평화공존의 터를 마련하려면 「집안 청소」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다.

1995-10-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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