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없는 TV드라마/최미애 충북여성 민우회 공동대표(굄돌)

주제 없는 TV드라마/최미애 충북여성 민우회 공동대표(굄돌)

최미애 기자
입력 1995-09-18 00:00
업데이트 1995-09-18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요즘은 「연속극」이 많아도 너무 많다.연속극의 줄거리도 그 내용이 그 내용이어서 나중에는 어떤게 어떤건지 도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게다가 드라마의 수준도 기대이하로 너무 낮은 것이어서 TV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특히 여성의 입장이나 어머니의 입장에서 TV를 보자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 화가 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아들의 연인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그것도 별볼일 없는 집안의 딸이라든가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방송작가들은 어머니를 약속이나 한듯 며느리를 통해서 신분상승을 꾀하거나 과시욕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여자로 그려내고 있었는데,대개는 작가 자신이 여성의식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그러나 어쨌든 그 드라마는 명백히 성차별적 여성비하를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발생은 보다 더 근본적인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TV드라마에는 소재는 있는데 주제가 없다.작품의 주제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이다.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무엇이 주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밑도 끝도 없는 진부한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만 있다.

마치 주부를 회한도 반성도 없는 영원한 삶의 객체로 묶어두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다 보니 『그렇다』라고 변명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한심한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는 것은 작가가 문제의식도,주제의식도 없이 단지 그려낼 현실만 생각하고 있기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이런 비난을 면하려면 작가는 드라마를 쓰기전에 무엇이 문제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자신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1995-09-18 13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