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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운영 방향/전문가 대담(문민정부 후반기 과제:1)

국정 운영 방향/전문가 대담(문민정부 후반기 과제:1)

최평길, 김석준 기자
입력 1995-08-23 00:00
업데이트 199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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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책」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당정에 자율권… 역할분담 확실히/통일대비 「한국판 마셜플랜」 준비할때/개혁주체 민간 확대… 국가적 통합 필요/정경개혁 바탕 「삶의 질」 높이는 개혁을/세대교체는 20∼30대 목소리 수용이 관건

김영삼 대통령은 지난 93년 2월25일 취임한 이후 공직자 재산공개,군 사조직 척결,금융실명제 실시,정치개혁 입법 등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해왔다.김대통령의 이러한 개혁작업은 구시대의 질곡을 타파하기 원하는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지만,그 추진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김대통령이 임기 절반을 맞은 시점에서 연세대 최평길 교수(행정학)와 이화여대 김석준 교수(정치학)의 대담을 통해 지난 2년반 동안의 개혁을 평가하고,남은 임기동안 김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개혁의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김석준 교수=김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새정권의 정당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듯 합니다.그 때문에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페어플레이를 했으며,취임이후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한 것이죠.취임이후 시작된 개혁은 지난 30년간 권위주의 정권아래서의 부정부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적 측면의 개혁과 인적청산을 위한 사정활동을 병행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최평길 교수=개혁은 그 청사진과 이념·역사의식,그리고 비전 등을 체계적으로 짚어 줘야 합니다.각각의 개별적인 평가보다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총체적인 의미를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예컨대 「하나회」 제거는 특정 세력의 축출이 아닌 남북통일과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군의 전력을 증강하고 군내부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금융실명제 또한 금융실명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개혁의 큰 틀에서 이뤄진 생활혁신으로 봐야 하지요.그런데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겨 국민들이 개혁조치들을 하나의 사건적 성격으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김교수=기본적으로 김대통령은 정권 출범당시 개혁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갖고 있었습니다.그러나 일반적인 업무와 달라 개혁의 경우에는 청사진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특히 30년기득권층이 개혁을 와해하려는 상황에서 청사진을 밝히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그렇다 하더라도 개혁이 무엇을 지향하고,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밝혔어야 하는데,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깜짝쇼 처럼 진행시켰죠.그러다보니 마치 장기적인 비전이 결여된 것으로 비쳤습니다.

▲최교수=개혁은 행정부와 국회,국민과의 협조하에 이뤄져야 합니다.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면 기득권 층이 새로 창출된 정권으로부터 종종 보복적 차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그러나 국민과의 합의하에 이뤄지는 개혁이라면 「보복적 차원」은 불식돼야 하지요.

그런 관점에서 문민정부 초기의 「형이상학적」 의식개혁이 「가시적이고 생산적인」 정책개혁으로 전환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앞으로 개혁은 집행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참여를 거쳐야 하며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감적 개혁」을 일궈야 합니다.

▲김교수=개혁의 주체와 내용,추진방식등 세가지가 아쉬웠던 점입니다.먼저초기에 소수에 의한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그리고 개혁의 내용이 원칙 보다는 표적사정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개혁이 어려웠던 것은 30년 기득권 세력이 『개혁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낫다』는 정서를 갖고 그들이 가진 정보와 통치기술을 동원,조직적인 방해를 했기 때문입니다.관료들은 개인의 이익차원도 있지만,성장을 추구하던 그동안의 정책과 새정부의 분배와 평등을 추구하는 정책사이에서 가치관의 갈등을 느낀 것 같습니다.이 때문에 개혁이 국민전체로 확산되지 못한 것입니다.물론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탄생한 정권이 기반을 확립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남미의 경우 다시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하는 나라도 있지 않습니까.그래도 우리나라는 이제 쿠데타를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문민의 기반이 확립됐습니다.

▲최교수=집권 후반기의 개혁추진 방향과 관련,대통령은 철저한 역사의식을 갖고 시대적 성향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좌파와 보수파의 구분이 뚜렷합니다.현 정권은 좌파나 우파로부터의 지지가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따라서 진보적 좌파와 온건 보수파를 껴안을 수 있는 광의의 중도우파를 표방하는 것이 개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와 차기 대통령이 맡을 일도 「개혁의 유산」으로 남겨둬야 하며 개혁추진 차원에서의 관리능력도 따져봐야 하지요.야당조직을 이끈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정관리능력 면에서는 일단 프로라고 인정합니다.그렇지만 기업계나 학계·언론계등의 관리력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개혁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필요하지만 하부 조직에 어느 정도 책임을 위임하는게 낫지요.대통령은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역할로도 충분합니다.

또 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개혁정책이 제도적으로 수행돼야 합니다.이를 위해 청와대 비서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제대로 소화,집행주체인 내각에 정확히 전달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대통령의 정책 아이디어를 맹목적으로집행하는 기관이 아닌,올바른 방향으로 물꼬를 터주는 길잡이 역할도 중요합니다.

▲김교수=지금까지는 대통령이 능동적으로 개혁작업을 추진해왔지만,이제는 야당지도자와 기업을 상대로 수동적인 대응작업도 해야할 것입니다.김대통령은 이미 정주영·이건희씨 면담,대폭사면등을 통해 통치스타일을 바꾸는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앞으로 정부는 경제 분야는 기업에 맡기고,필요하면 지원만하는 식의 정책을 펴야 합니다.정부가 초기에 대기업들에 강경하게 나간 것은 4,5,6공화국을 거치면서 재벌들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정권까지 장악하려는데 대해 아픈 교훈을 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 됩니다.

또 정부와 민자당에 대해서는 스스로 각자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자율권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최근 민자당내의 개혁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김대중·김종필씨의 전면등장으로 정치가 지역패권으로 흐르는 데서 연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따라서 국민이나 언론도 대통령과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공정한 비판을 가해야 김대통령의 민자당에 대한장악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최교수=개혁은 복고주의적인 폐단을 없애주는 「개선적」 의미도 있지만 이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는 「정책적」 개혁이 바람직 합니다.또 혼자 개혁을 한다는 생각보다 실현성 있는 개혁이라면 주체세력에 관계없이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아울러 개혁이 어느 정도 추진됐고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점검하는 절차도 빠뜨려서는 안됩니다.「개혁은 정책」이라는 인식하에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김교수=개혁의 주체가 공공기관으로부터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돼야 할 것입니다.문제는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을 정부가 막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큰 줄기로 보면 정치개혁입법과 금융·부동산실명제의 실시로 정치·경제개혁의 기초는 다져졌습니다.이제는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의 개혁이,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국민이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차원의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최교수=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통합」이 중요합니다.예컨대 북한에 쌀을제공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쳤는지,어떤 절차를 밟아 어떤 방법으로 제공하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개혁을 당리당략이나 정파에 이용해서도 안되며 통일에 대비한 「한국판 마셜플랜」도 준비할 때이지요.이와함께 정치·경제개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믿의 질을 높이는 환경개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교수=대북정책도 민간기업,사회단체 등에 역할분담을 해줘야 합니다.정부는 통일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우리민족의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책략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최교수=개혁이 반드시 조직과 예산의 감축을 의미한다고 봐서는 안되지요.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조직을 더욱 확대하고 예산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그러나 군의 경우 기존 재원으로 21세기의 강력한 군을 만들 여지가 충분합니다.한마디로 양적으로는 축소지향적이지만 질적으로는 한단계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김교수=이제 20,30대가 우리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이들도 정치등 각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이를 국가가 수용해야 합니다.제도와 사람은 같이 가는 것입니다.제도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쇄신도 이뤄져야 합니다.세대교체,신진대사는 20,30대의 수용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정리=이도운·백문일 기자>
1995-08-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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