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해제/자립형 사립고(21세기 신 교육:4)

평준화 해제/자립형 사립고(21세기 신 교육:4)

손성진, 박현갑 기자
입력 1995-06-05 00:00
업데이트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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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발·등록금 책정 자율로/1차 생활기록부 전형… 2차 추첨/지원범위 주소지내 시·도로 제안

자립형 사립고교에 자체적인 학생 선발권을 주겠다는 5·31 교육개혁안은 일반 공·사립고의 「선지원 후추첨」 방식의 평준화 개선안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선지원 후추첨 방식은 학생에게 1·2·3·4지망의 순서로 진학 희망 고등학교를 지원하게 한 뒤 추첨 배정함으로써 학생에게 학교선택권을 주려는 것이지만 평준화의 단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는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학군 안에서 한두개의 고교에 지망생이 집중적으로 몰리면 탈락자가 많이 나올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입학방식이 전형이 아닌 추첨이므로 우수한 학생이 좋은 학교에 간다는 보장은 더욱 없다.학교측의 학생선택권도 전혀 없다.

여기에다 사립고는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뒤 독자적인 학생선발권을 잃어 설립의 취지와 교육운영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건학이념이 뚜렷하고 재정지원 없이 운영할수 있는 학교에 학생을 선발할 권한을 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자립을 선언하는 고교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단된다.

재정지원의 중단으로 부족한 재원은 재단의 전입금과 등록금 인상 등으로 보충할 수 있다.

등록금의 자율책정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자립형 고교는 교육청의 고교 등록금 책정과 관계 없이 등록금을 올려받을 수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이런 전제 아래에서 일반고교의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 아닌 자율적인 학생선발권을 갖는다.

교육개혁안이 제시한 학생선발 방식은 전형과 추첨의 절충식이다.지원자 가운데 정원의 1.5배를 종합생활기록부 등으로 뽑아 추첨으로 3분의 1을 탈락시키고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1.5배를 뽑는데 시험을 칠 수는 없다.▲종합생활기록부+면접 ▲종합생활기록부+실기시험 ▲종합생활기록부+면접+실기시험의 3가지 방식을 채택하게 돼 있다.

자립형 사립고의 지원 범위는 주소지의 시·도 안에 있는 고교로 제한하고 있다.가령 인천에 사는 중학생은 인천에 있는 자립형 고교에 지원해야지 서울의 자립사학에 입학하려면 주소를 옮겨야 한다.

이런 형태의 자립형 사립고가 개혁안에서 제시되자 전국에서 「자립하겠다」고 나선 사립고교가 잇따르고 있다.대부분은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대기업이 출자한 고교들이다.

서울에서는 현대그룹의 현대고,삼성그룹의 중동고,태광산업의 세화여고,롯데관광의 미림여고,서울농약의 성보고 등이 있다.

이들 학교 가운데는 학교재단의 전입금이 많아 이미 정부의 재정보조를 전혀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부산에서도 동아고 동래여고 대영고 광명고 등 5∼6개 학교가 자립형으로 바꿀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교육청 관내에서는 한진그룹의 인하대사대부고와 인천항운노조의 인항고,가톨릭 재단의 방문여고 등 5∼6개 학교가 거론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감의 재량으로 98년부터 시행할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첫해부터 도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교육개혁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립형 사립고가 생기면 자녀를 보내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이 61.7%나 됐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 방안은 학생의학교선택권을 다양화 하고 재정지원액을 일반고교로 돌릴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등록금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책정,학부모들의 부담이 무거워진다는 점이 우선으로 꼽힌다.지금 한해 92만원 가량인 일반 공·사립고의 등록금을 2∼3배 올리면 1백80만∼2백70만원까지 이르러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 된다.

따라서 학력이 뛰어나더라도 등록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 재단에서 충분한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고교는 논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교장과 교사의 초빙제가 시행되면 이런 학교들은 높은 임금을 주고 훌륭한 교사들을 많이 데려다 수업의 질을 높임으로써 지난날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른바 「일류학교」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등록금 액수에 의해 입학을 제한받게 됨으로써 자립형 사립고는 부유층을 위한 「귀족학교」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선발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정원의 1.5배를 뽑아 추첨하는 절충식은 좋은 성적을 얻고도 탈락하는 모순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은 교육감들이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다.<손성진 기자>

◎기대반·우려반의 기부금 제도/공정성 확보되면 열악한 재정 해결­기대/반강제성·치맛바람등 부작용 클듯­우려

일선 초중고교가 직접 학부모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한 교육개혁조치의 내용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일선학교의 취약한 재정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는 기대와 모금과 운용 과정에서 비리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일선학교가 한동안 찬조금으로 불렸던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게 처음 제도화한 것은 지난 83년이었다.그러나 모금과정에서 일부 학교가 직·간접적으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내도록 강요하고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착복하는 등의 부조리가 잇따라 지난 92년 9월 규정을 고쳐 학교가 직접 걷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뒤 두번의 제도 개선으로 공공 단체나 기업이 학교를 방문해 찬조금을 전달하려 할 때는 학교가 직접 받도록 하고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모금 방식이 약간 완화되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 말고는 학부모들로부터 직접 모금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돼오다 이번 교육개혁으로 3년만에 다시 부활하게 된 셈이다.

기부금제도는 「자발적」이라는 조건 아래에서는 부족한 학교 재정을 보충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사립 초·중·고교의 재정자립도는 50%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전국 각급 사립학교의 재정자립도도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그나마 해가 갈수록 자립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부금 모금의 허용은 종합생활기록부제의 시행과 함께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학부모들을 강요,24억원의 기부금을 거둬 학교 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착복해 물의를 빚었던 서울 상문고 사건은 기부금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비리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일선학교의 교장들과 학부모들은 재정지원의 측면에서 기부금제도를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운영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복고 박병호(60)교장은 『무엇보다 적법하고 공정하게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기부금제도가 잘 활용되면 학교가 지역문화발전의 센터로 자리잡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고 장병환(62)교장은 『대부분의 학교가 예산부족 등으로 교실의 개·보수 등을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학부모에 부담을 주는 반강제적인 기부금은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손성진·박현갑 기자>
1995-06-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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