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대로인가… 중도포기인가… /북「위안부연대회의」불참 선언 언저리

각본대로인가… 중도포기인가… /북「위안부연대회의」불참 선언 언저리

입력 1995-02-27 00:00
업데이트 1995-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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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부 불허 예상한 선전공세 빗나가/접촉창구 넓히면 체제동요 부작용 우려

북한이 당초 참석키로 한 「제3차 일본군위안부문제 아시아 연대회의」에 불참,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은 지난 20일 우리측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측에 27일부터 3월1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이 회의에 대표단 7명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그러나 대표단의 판문점 통과예정시간을 불과 2시간30여분 앞두고 중앙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통일원 등 당국은 북한의 이같은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대해 두 갈래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북한이 처음부터 참석할 뜻이 없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해 참석을 중도포기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정부측은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즉 북측은 우리측이 참석을 불허할 줄 알고 다만 공세적 선전용으로 참석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재야단체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의 접촉을 정부가 거부하면 이를 우리측 민간과 당국을 분열시키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속셈이었다는 얘기다.

이 해석은 정부가 북측의 회의 참석제의를 선뜻 수용하면서 정부명의로 신변보장을 약속한 데 대해 북측이 『신변안전보장각서가 적십자사 것이 아닌 우리 정부가 발행한 방문증명서』라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과 함께 불참선언을 한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당초 회의에 참석하려 했다가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는 북측이 일본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종군위안부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함으로써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배상금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로 이번 아시아연대회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시점에서 괜스레 남북간의 접촉창구를 확대할 경우 체제유지에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을 하고 참석을 번복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북측은 우리측 재야나 민간과의 접촉확대를 통해 우리 내부를 교란하려는 통일전선전술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반면 정통성 있는 문민정부 출범이후 그러한 이간전술을 펴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들 스스로의 체제동요라는 역기능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북한은 당분간 남북관계개선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앞둔 북한으로선 체제유지가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서는 의도적인 대남 긴장고취가 필요한 것이다.<구본영 기자>
1995-02-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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