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비리­도로 파헤치기 “함수”(특파원 코너)

불 비리­도로 파헤치기 “함수”(특파원 코너)

박정현 기자
입력 1994-11-03 00:00
업데이트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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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앞두고 흠집내기­선심쓰기” 풀이

요즘 파리 시내 곳곳에는 때아닌 도로공사가 한창이다.도로 한칸을 가로막는 공사는 여름철에 벌이는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유독 궂은 겨울비가 내리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례적인 공사는 도로의 자체 문제보다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취로사업의 성격이 짙다.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최대의 이슈로 실업난 해결이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파헤쳐진 도로는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도로공사로 파헤쳐진 거리와 거의 비슷하게 프랑스 정치권의 부패상도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다.

별장구입을 둘러싼 부정행위와 소속 공화당의 불법 자금조달 혐의로 얼마전 사임한 제라르 롱게 전산업장관은 이번주부터 사법부로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그러나 그의 혐의가 구속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롱게장관에 앞서 알랭 카리뇽 전체신장관은 5공화국 들어 현직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그가 부정혐의에 연루됐다는 사실보다는 상상도 못했던 현직장관 구속 1호라는 점에서 프랑스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부정행위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중앙정치인뿐 아니라 지방의 유명 정치인도 마찬가지다.리용시장이자 보수 정치인인 미셀 느와르씨는 자신의 사위 피에르 보통씨의 파산을 둘러싼 부정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고 투롱시장을 지낸 모리스 아렉스씨는 구속중이다.

이런 정치부패상이 터지자 58%의 프랑스 국민들은 「정치인은 곧 부패」라는 등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전례없이 많은 정치인의 구속이나 조사를 놓고 「5공화국의 정치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에게는 이런 상황들이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그는 얼마전 우파내의 경쟁자인 자크 시락 파리시장을 「당에 피신해 있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신사」라고 불리는 발라뒤르 총리는 「극언」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배경에는 롱게 전장관과 카리뇽 전장관이 우파내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두개의 축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가의 정설이다.

다시말해 프랑스의 정치권이 정작 심하게 부패되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지지그룹을 와해하고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어떤 측에 의해 이들이 구속 또는 조사를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는데서 비롯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도로공사나 정치부패 공방에서 나타나는 간접적인 선거전 양상은 내년초부터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간헐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정계 소식통들은 내다본다.<파리=박정현특파원>
1994-11-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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