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외언내언)

금통위(외언내언)

입력 1994-10-04 00:00
업데이트 199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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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의 최고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를 가리켜 금융계는 「3S」로 풀이한다.어떤 안건이 있어 위원들이 모이면 서로 미소(smile)로 인사를 나누고 안건설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침묵(silence)으로 일관하다가 마침내는 졸려서 잠이 든다(sleep)는 매우 해학적인 내용이다.금통위의 존재가 그만큼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금통위의 법률상 파워는 엄청나다.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인 재할인및 지급준비율조정,공개시장조작,금리조정등 통화금융에 관한한 모든 최종적인 결정권을 거머쥐고 있다.또 은행감독원을 관장,금융기관업무를 지시 감독하고 한국은행의 임직원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예산과 결산의 승인권도 갖고 있다.금통위가 「금융대법원」「금융각의」등으로도 불리는 까닭은 이러한 법률적 권한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앞서 말한 「3S」와 함께 「통과위」의 별칭도 갖고 있다.의장인 재무부장관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재무부측에서 검토 결정한 안건내용이 그대로 통과되는 데서 연유한 것이다.이번정기국회 국정감사자료에서도 금통위 회의시간이 평균 13분18초,의안심의시간은 4분36초인 것으로 드러났다.또 올들어 회의에 회부된 52건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것이다.

이번 뿐 아니라 지난 50년 금통위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부결된 안건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만장일치로 의결됨으로써 이 기구는 사실상 정부시책을 추인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적잖은 역대 한은총재들이 중앙은행독립을 주장하면서 금통위의장직도 총재가 맡아야 금융자율화와 금융산업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역설해왔다.그러나 지금까지 통화신용정책을 주도해온 재무당국의 반박논리도 만만치 않아 이 해묵은 논란은 쉽게 그치지않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 같다.

1994-10-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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