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 왔건만/오동춘(굄돌)

임은 왔건만/오동춘(굄돌)

오동춘 기자
입력 1994-08-02 00:00
업데이트 199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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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여 못살겠소 임그리워 못살겠소

임 떠난 그날부터 겪는 이 설움이라

임이여 어서 오소서 기다리다 애타오」

위 시조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감옥에서 옥살이 하던 외솔 최현배박사가 옥중에서도 나라를 생각하며 읊은 「임생각」중의 셋째수이다.잃은 조국의 새빛을 기다리는 나라사랑의 시정신이 뜨겁게 느껴진다.만해 한용운도 「님의 침묵」에서

「님은 갔습니다.아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라고 시의 첫머리에 뜨겁게 읊고 있다.

외솔과 만해가 몹시 기다리던 이 임은 누가 떠나게 했는가? 매국노 이완용인가? 아니면 악랄한 일제이던가? 아니다.도산 안창호는 우리나라를 일제로부터 망하게 한 책임자는 나 자신이라고 못박았다.나 자신이란 경술국치를 당하던 당시의 2천만 동포를 뜻하는 것이다.겨레가 똑똑하지 못하여 사랑하는 임(나라)를 잃었던 것이다.

이 잃은 임을 되찾기 위해 외솔은 우리 국어사랑 나라사랑의 횃불이 되고,만해는 우리나라가 민주 자주 독립국임을 세계에 알리는 3·1운동의 횃불이 되었던 것이다.내가 죽어 통일된다면 기꺼이 죽겠다던 도산은 미국에서 흥사단을 조직하여 무실 역행 충의 용감의 4대정신으로 잃은 임을 되찾으려다 끝내 순국의 거룩한 삶을 마쳤다.

우리 애국지사들이 목숨 바쳐 찾던 임은 원자탄 두 알의 하늘 심판으로 일제의 무조건 항복과 함께 뜨거운 8월에 돌아온 것이다.아,임 맞은 감격도 잠깐이요,임은 다시 허리병을 만나 반세기나 심히 앓고 있다.

임의 허리병은 우리 책임이다.8월의 국치일,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외솔·만해·도산의 애국 애족정신을 우리는 깊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우리 임의 깊은 허리병이 이 8월에 낫도록 우리 뜨겁게 기도하자.<시인·외솔회 사무국장>
1994-08-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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