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에 웃고 울고(박갑천 칼럼)

동명이인에 웃고 울고(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입력 1994-06-18 00:00
업데이트 199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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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나오는 사람 가운데 자신과 성명 석자가 똑 같은 경우가 있다.아나운서·탤런트·가수·운동선수·언론인·학자·정치인…등등.그럴 때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은 남달라진다.하다못해 일일연속극 등장인물의 성명과만 같아도 전개되는 얘기의 귀추에 무심할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마음이라고 하겠다.

같은 분야 종사자끼리도 성명이 같아 섞갈리게 하는 경우는 물론 있다.얼마전 한신문의 연예면에도 그런 사례가 거론되고 있었다.탤런트 최민수와 가수 최민수,탤런트 이창훈과 개그맨 이창훈,남자 탤런트 오현경과 여자 탤런트 오현경…등등.

이는 연예계만의 얘기일 수 없다.88서울올림픽 때「호세 가르시아」라는 성명은 멕시코 권투선수등 4명이나 되었다.이번 15회 미국 월드컵축구에도「곤살레스」라는 성만 14명이 되어 화제로 된듯하다.국내로 좁혀봐도 그렇다.지지난해 농구잔치 때는 대웅제약의 박진에 외환은행의 박진,국민은행의 김희진에 보증기금의 김희진등 동명이인 9쌍이 코트를 누빈 일도 있다.

동명이인이 있고보면 헷갈리는 일이 안생길 수 없는 것이 세상사.87년 도널드 O.크램이라는 영국 청소부가 느닷없이 노벨화학상 수상통고를 받은 것도 그것이다.그해 수상자 도널드 J.크램과 혼동한 때문이었다.하기야 영악하고 똑똑한 명부의 사자도 그런 잘못은 저지른다.재넘잇골 돌이를 잡아오라는 염라대왕의 명을 잘못듣고 재밑골 돌이를 잡아들이지 않던가.

같은 성명의 사람이 하나같이 선인일수만은 없다.「영자의 전성시대」라 했던가,전화번호부에 나오는「김영자」씨만도 3천명을 바라보는 터에 그많은「영자씨」가운데 반사회적인 일에 관여하는 경우가 어찌 없다 하겠는가.그래서 사정바람이 한창 불때도 성명 석자 같음으로 해서 엉뚱한 피해를 본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었다.

『유치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긴 웬일이야?』따위 말만의 피해로 그치는건 그래도 낫다.법망에 걸려들어 법의 심판을 받는 일까지 생겨나니 문제다.얼마전 폭력범으로 몰려 재판을 받고서야 풀려난 이찬수씨의 경우도 그것이다.폭력범과 성명이 같은「죄」로 해서 받은 곤욕이 너무크잖은가.앞으로라 해서 이런 일이 없으란법없다는그대목이생각돼야할바다.

같은 성명 많다는 것은 당사자나 사회로 보아 좋은 현상은 아니다.하지만 지금과 같이 항렬 따라 한자로 짓는 성명 석자로는 선택의 여지가 적어 동명이인 줄이기는 어렵게 돼있다.토박이말과 한글로 세음절 네음절이 되게 짓는 방법이 더 일반화해야겠다.
1994-06-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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