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위험」속에 사는 수사관(마약을 추방하자:6)

24시간 「위험」속에 사는 수사관(마약을 추방하자:6)

성종수 기자
입력 1994-06-07 00:00
업데이트 199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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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 검거과정서 부상 당하기 일쑤/“퇴치 선봉” 자부심 하나로 격무 이겨내

서울지검 마약전담반의 김홍근수사관(58)은 자신을 『마약수사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눈을 뜨면 마약수사로 일과를 시작한지 32년,이제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서울지검의 마약사범 소탕현장에는 언제나 그가 있다.

김수사관은 국제마약조직 K파의 동향을 파악한지 3개월여만인 지난해 봄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대만산 히로뽕을 대량으로 들여와 국내 및 하와이·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밀매하고 있다는 제보였다.제조책에서 말단투약사범까지 15단계에 이르는 밀매조직망의 덜미를 잡기위해 정보원만도 10여명을 투입해 온 터였다.

경기도 용인에서 한참 외진 낡은 창고건물.범인들과 히로뽕 거래를 하기로 한 곳이다.시계는 자정 5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근의 마약사범들은 과거보다 지능화돼 있어 야간에만 거래를 하며 장소도 수사망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도망하기 쉬운 한적한 곳을 택한다.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수사관을 비롯한 수사대는 창고에서 50여m 떨어진 숲속에 진을 치고 있었다.접선 시각인 자정무렵 거래상으로 가장한 정보원이 돈가방을 들고 창고 앞에 도착했다.정보원은 이어 담뱃불을 붙였다.어둠속에서 담뱃불이 두번 반짝였다.접선이 됐다는 신호다.김수사관 일행은 덮칠 준비를 갖췄다.범인들은 그랜저승용차를 탄채 주위를 살피고는 돈가방을 확인했다.순간,정보원은 피우던 담배를 내던졌다.덮치라는 신호다.수사대의 봉고차와 승용차는 일제히 현장으로 달렸다.범인들은 전속력으로 달아났다.10여분간의 추격전끝에 범인들의 차량은 논두렁에 처박혔고 마약밀매범 4명이 검거됐다.그러나 범인들과 난투극을 벌이는 과정에서 2명의 수사관이 부상했다.

다음날 김수사관은 검거실적을 올린 기쁨을 맛볼 겨를도 없이 또다시 마약사범 검거를 위한 「공작」,즉 정보수집활동에 들어갔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반의 인원은 19명.이들 모두가 김수사관처럼 마약퇴치에 젊음과 정열을 바치고 있다.

K파 검거시에 쓴 고전적인 방법 이외에 매번 다양한 수사및 검거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마약조직들이 그만큼 약삭빨라졌기 때문이다.

마약수사반은 다른 부서에 비해 야근이 많다.범행이 대부분 밤에 이뤄지는 탓이다.

마약수사관의 24시는 그래서 어느 한순간도 위험에서 제외돼있지 않다.마약 중독자들은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힘과 폭력성을 갖고 있다.힘으로 맞부딪칠때 수사관 3명의 힘을 발산한다고 말한다.때문에 마약사범을 검거하면서 부상을 당하는 것은 다반사다.부상의 정도가 작기만을 바랄 따름이다.김수사관도 갈비뼈·발목·무릎 등 성한 곳이 없다.이들은 외롭다는 말을 곧잘 내뱉는다.

30여년간 마약수사를 해오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이문우씨는 『어느 음식점에서 억세게 대항하는 히로뽕 중독자를 혼자서 붙잡는데 그 많은 손님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때는 직업에 대한 회의도 느꼈다』며 『마약퇴치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부심 하나로 힘겨움과 외로움을 삭인다.이 땅에서 마약을 퇴치하는데 선봉에 서고 있다는 자부심과 신념.이들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입을 모은다.<성종수기자>
1994-06-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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