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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박테리아」 소동/박건승 생활과학부기자(오늘의 눈)

「괴박테리아」 소동/박건승 생활과학부기자(오늘의 눈)

박건승 기자
입력 1994-05-31 00:00
업데이트 199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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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박테리아 소동」과 관련,보사부와 의료계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자 가뜩이나 불안해 하던 국민들을 깊은 혼돈의 수렁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한 쪽은 국내의 괴사성 근막염 사례가 유럽의 괴박테리아에 의한 괴질과 무관한 것이라고 강변한 반면,다른 쪽에선 대동소이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당초부터 「괴박테리아」는 실존하지 않았다.연쇄구균이 있었고 이의 악성변종만이 존재했다.결과적으로 유럽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괴질도,국내에서 생긴 괴사성 근막염의 주범도 모두 연쇄구균의 악성변종일 뿐이었다.다시 말해 연쇄구균의 변종들이 갖는 독소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괴질」의 원인균및 발생기전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진상을 보다 정확히 밝히려는 노력없이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보사당국 처사는 결코 합당해 보이지 않았다.물론 보건책임자로서 국민의 불안을 극소화하려는 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다만소동 직후 곧바로 『아니다』보다 찬찬히 정확한 정보를 알렸다면 국민은 혼돈까지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병은 알려야 낫고 알아야 예방할수 있다』는 극히 상식적인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번 「박테리아 소동」은 세균성 질환에 둔감해진 현대인에 대한 일종의 「옐로우 카드」성 색채를 띠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인류는 66년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자 세균성 질환이 완전 정복된 것으로 생각했다.페니실린이 폐렴과 매독을,스트렙토마이신은 결핵을 진압하면서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했다.그러나 이에 대한 맹신은 곧 남용으로 이어져 최근들어 내성을 가진 「슈퍼세균」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폐렴구균의 70%,포도상구균의 98%가 각각 페니실린에 이미 내성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영특한 작은 악마」 세균은 이번 사건에서 보듯 내성뿐 아니라 곧잘 생존전략의 하나로 변종을 양산,치료를 어렵게 함으로써 인류는 다시 딜레마에 처해 있다.이번 소동을 교훈 삼아 세균성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일깨우지 않으면 안된다.더구나 국내 항생제의존율이 외국 보다 두배이상 높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내성균및 변종균의 문제는 결코 남의 일만일수 없는 노릇이다.

1994-05-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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