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승용차와 부산민심/정종석 경제부차장(오늘의 눈)

삼성승용차와 부산민심/정종석 경제부차장(오늘의 눈)

정종석 기자
입력 1994-05-17 00:00
업데이트 199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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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괄괄하다.무뚝뚝하면서도 불같은 면도 있다.

유신말기 부마항쟁의 불길을 댕긴 것도 이 지역 사람들이다.그 이전의 4·19혁명이나 6·10항쟁 전후의 격변기에도 부산은 항상 진원지가 됐었다.그만큼 다혈질이고,뭔가 못마땅한 일에는 참지 못하는 성향이다.

이런 부산사람들이 요즘 꾹 참는 문제가 있다.바로 삼성승용차의 부산진출 문제이다.정부는 삼성승용차의 부산진출 사업계획이 산업정책이나 업종전문화 취지에 비춰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제동을 걸 움직임이다.여기에 부산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자기주장을 너무 강하게 하면 부산이 낳은 김영삼대통령이 정치적인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고,가만 있자니 부산경제의 회생기미가 아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주말 경제총수인 정재석 부총리가 부산에서 가진 상공인들과의 대화는 단순히 간담회가 아니라,삼성승용차의 진출허용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흡사 청문회같은 「험악한」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부산사람들은 지난 73년 유신 이후 자기들이 정치적 이유로 고도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기계공업의 꽃인 승용차산업이 부산에 진출하면 침체된 지역경제가 기지개를 켜게 될 것이다.부산에는 정치적 사연과 경제적 사활이 얽힌 심각한 현안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정부총리가 부산에서 부산경제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성격이 짙은 답변이다.비록 삼성승용차에 대한 확실한 언질은 없었지만 부산경제에의 특별배려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부산출신 대통령이 하기 힘든 일을,호남출신 부총리가 총대를 멘 셈이다.이같은 방안이 발표되자 부산사람들은 『정부총리에게 명예시민증을 만들어 주자』는 등 칭송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나 「부산 특별대우」는 자칫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시비를 낳기 쉽다는 점이다.어떻게 하는 것이 경제정책에 정치논리를 배제하고,객관성을 확보하며,부산도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인지를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 봤으면 싶다.
1994-05-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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