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는 병아리 보며 “발동동”/서해안일대 정전

얼어죽는 병아리 보며 “발동동”/서해안일대 정전

입력 1994-02-13 00:00
업데이트 199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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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앞둔 토마토·고추 쓰레기로/전기펌프 못돌려 급수난까지/한전선 “천재로 보상불가” 주장

7백리 서해안지역 주민들은 폭설을 동반한 강추위에다 최악의 정전사고까지 겹쳐 유난히 고통스럽고 추운 설 연휴를 보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부모형제들은 정담을 나누기보다는 방한복을 끼워입고 추위와 싸워야 했으며 얼어붙은 특수시설 농작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떼죽음을 당한 병아리와 양어장 물고기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이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사고주체가 뚜렸치 않아 한전측과 농민들 사이에 피해보상을 놓고 한차례 실랑이가 예상된다.

○…설날인 10일 상오 4시에 이어 11일하오 두차례에 걸쳐 16여시간동안 정전사태가 빚어진 전북 김제군 용진면 예촌리일대에서는 조찬술씨(41·축산업)의 새끼돼지 40여마리와 이웃마을 이재천씨(47·용진면 장신리)의 병아리 2천여마리가 한꺼번에 동사.고창군 대산면 성남리 김순성씨(42·면사무소직원)의 비닐하우스 6백여평에서 자라던 고추가 순식간에 얼어죽기도.

○…충남지역에서 농작물과 가축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서천군 마서면의 윤배희씨(40)는 『6백평의 비닐하우스에 토마토를 심어 3월중순쯤 3천여만원어치의 수확을 앞두고 있었으나 전기로 가동되는 기름보일러가 멈춰 모두 얼어죽었다』며 한숨.예고도 없는 이번 정전이 설날 새벽에 양초를 구하는라 북새통을 떠는가하면 정전사태가 10여시간씩 계속되는 바람에 전기모터를 이용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해당지역 주민들은 단수사태까지 겹쳐 세수도 제대로 못한채 차례를 지내는등 극심한 불편을 겪기도.

○…전남 영암군 삼호면 용당리 박영종씨(43)의 민물장어 양어장에서는 이번 정전사고로 산소공급기가 작동치 않아 민물장어 4백여마리가 폐사되는 재산피해를 냈다.박씨는 12일 이같은 사실을 한전측에 알리고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한전측으로부터 염분성분의 눈이 내려 빚어진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보상해줄 수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긴 한숨.

○…한전사상 유례가 없는 광역정전사고에 따른 피해보상을 문제를 놓고 한전측과 농가및 농림수산부측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보여 귀추가 주목.

한전측은 「염분성분의 강설에 의해 빚어졌기 때문에 천재」라며 「낙뢰나 폭설로인한 전선절단등으로 인한 정전사태에 준거해 한전측의 피해보상의무가 없다」고 공식입장을 표명.이에대해 농가와 농수산부측은 「풍수해대책법에 따르면 정전사고에서 비롯된 농작물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마땅히 한전측에서 피해를 전액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농수산부 관계자는 『더구나 정전뒤 사고의 피해복구가 즉각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한전측의 피해보상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김앙섭·최치봉·조승용기자>
1994-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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