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개편”맞물려 파문 증폭 조짐/여당서 제기된 내각인책론 안팎

“당정 개편”맞물려 파문 증폭 조짐/여당서 제기된 내각인책론 안팎

한종태 기자
입력 1993-12-14 00:00
업데이트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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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부처」 비판속 체중실린 공개발언/“연내냐”·“새해초냐” 물갈이 시기 촉각

민자당의 황명수사무총장이 13일 매우 중요한 발언을 했다.황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까지 하도록 만든 사람은 자진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쌀시장 개방에 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측에 있다』고 쌀관련 각료의 「최소한 도덕적 책임」,즉 인책사퇴를 촉구했다.

○책임 통감해야

황총장은 나아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쌀문제를 끄집어내지 말자고 건의한 사람이 있다면 역시 책임을 통감해야한다』면서 『빤히 내다보이는데도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하게끔 만든 사람도 양심적으로 자진해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쌀시장 개방협상이 끝나면 당정에 물갈이가 뒤따를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가 갈수록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김영삼대통령은 『현재로서는 개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당장은 개각불가」라는 뜻을 밝히고있다.개각과 관련된 어떠한 의중도 내비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터져나온 황총장의 발언은 자연히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대통령의 뜻과는 상관없이 집권당 사무총장이 구체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심한듯 말문

그래선지 황총장도 이같은 발언을 하면서 상당히 체중을 실은 것 같다.

그는 『쌀개방과 관련해 대통령보좌진에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내 『좋은 지적』이라며 작심한듯 말문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물론 황총장이 한 말의 내용은 새로운게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 특히 민자당내에서도 쌀개방을 막지 못한 정부의 관련부처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청와대의 경제및 통상외교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잇따랐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했다.황총장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그것이 여권 실력자의 첫 공개발언이라는 점이다.

황총장이 UR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택한 것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또한 인책범위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황총장이 성층권과의 교감아래 이런 얘기를 했는지이다.

○눈치내각 질타

그러나 대통령의 신임도나 당내 위상등 주변 정황을 종합해볼 때 그럴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

또 개각을 한다면 당에도 불똥이 튈 수 밖에 없고 황총장도 당연히 그 대상이라는 것을 그자신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황총장은 쌀개방과 같은 엄청난 현안이 터졌음에도 불구,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눈치만 살피는 내각에 각성을 촉구할 필요를 느꼈고 그 「총대」를 스스로 멘 것으로 관측통들은 해석한다.

이를테면 황총장 특유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개인플레이」라는 것이다.

어떻든 집권당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인책을 촉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정개편의 필요론은 앞으로 상당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황총장의 발언이 당정개편과 관련한 김대통령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당정개편은 연내냐,연초냐 하는 시기의 선택만 남았다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관측이다.<한종태기자>
1993-1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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