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으로 전락한 생명/마구잡이 체외인공수정 파문

상품으로 전락한 생명/마구잡이 체외인공수정 파문

이석우 기자
입력 1993-01-22 00:00
업데이트 199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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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높다” 개업의들 불임시술 성업/법·윤리 사각… 병력검사 등 대책시급

경희의료원이 지난7년동안 정자제공자에 대한 기초적인 건강·병력검사도 하지않고 인공수정시술을 해온것은 그간 국내의료계가 소중한 생명을 얼마나 편의에 따라 소홀히 다뤄왔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경희의료원처럼 국내 다른대학병원및 일반병원들도 인공수정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자제공자의 성병·간염검사 및 병력검사등도 하지않고 불임시술관계자의 주변사람들을 통해 제공자를 선택,주먹구구식으로 특별한 절차없이 정자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단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이 상술에 밀려난 셈이라는 비판이 높다.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만 1년 평균 2백여건의 비부부간의 인공수정이 시술돼 오고 있는등 비부부간 인공수정이 보편화되고 있는데도 이에대한 규제법규등이 아직 마련돼 있지 못한 실정이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따라 남자쪽 결함으로 인한 불임여성들에게 타인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해주는 비부부간 인공수정방식은 이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한 법적·제도적 규제·안전장치마련없이는 관행으로 굳어진 「생명조작」 의료행태는 고쳐지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임시술은 의료보험이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의료단가가 높아 개업의들이 이를 선호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어 개인병원단위에서 크게 성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B형간염,매독등 각종 질병과 유전병이 정자를 통해 전이·유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자 제공자에 대한 건강검사등 기초검사없는 인공수정의 보편화는 AIDS 감염은 물론 기형아·유전병발생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또 경희의료원의 경우 정자제공자의 인적사항,수정과정 등이 기록돼 있지않고 동일인의 정자가 여러명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여 동일인의 정자가 자매등 가까운 혈연관계의 불임여성들에게 제공됐을 경우 사회윤리적인 면에서 뿐아니라 우생학적으로도 가계혼란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의료계와 관련경희대의대 학생등은 경희의료원측의 자체 특별감사를 바탕으로 한 발표를 크게 환영하고 있으나 이 발표의 배경에 대해선 적지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특히 경희대의대 학생회측은 『의료원측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관행이 되다시피한 인공수정방법상 미비점 등을 사유로 책임자인 서병희교수(43·산부인과)를 지난12일자로 파면조처한 것은 지난해초 교수평의회분회설치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총장직선제운동등 학내민주화운동으로 재단측과 마찰을 빚어온 서교수를 밀어내려는 시도에서 나온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연대산부인과교실의 송찬호교수는 『인공수정은 불임부부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의료계의 신뢰회복과 윤리적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혈액및 성병검사의무화 등을 규정한 관련법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이석우기자>
1993-01-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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