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봉합… 물밑 당권경쟁/민주,이기택 과도체제 유지 안팎

불안한 봉합… 물밑 당권경쟁/민주,이기택 과도체제 유지 안팎

이도운 기자
입력 1992-12-23 00:00
업데이트 199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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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후임 섣불리 거론땐 파멸 우려/신민계 뚜렷한 주자없어 “시간벌기”

민주당이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기택대표체제를 유지키로 한 것은 예상되는 당권경쟁을 일시적으로 유보,「봉합」했다는 점에서 불안정한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 당헌규정에 따라 김대중전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신민계 몫의 후임을 따로 선출하지 않고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이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협의하며 당을 운영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대통령선거에서 완패한 직후 후임자를 거론할 경우 당권싸움으로 비치게 돼 자칫 돌이키기 어려운 파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또다른 이유는 김상현·김원기·정대철·조세형등 신민계 최고위원사이에 막상 뚜렷하게 부각되는 「주자」가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신민계의 「시간벌기」와 이대표의 「기선잡기」가 맞아떨어져 일시적인 이대표의 과도체제가 성립된 것이다.

따라서 지도부개편이 논의되는 3월의 전당대회까지는 신민계 중진들 사이에 제휴를 하면서물밑에서는 치열한 각축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기택대표체제는 곳곳에 도사린 암초때문에 내년 3월의 전당대회까지 가는데도 매우 어려운 항해가 될것 같다.

이대표는 당내 소수계파인 민주계의 수장으로 대의원 비율에서도 6대4정도로 밀리는 형편이어서 신민계는 물론 민주계까지도 이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대표는 김전대표로부터 선거기간동안 몇차례 후계자로서의 암시를 받기는 했으나 바로 이같은 점때문에 신민계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상현·김령배·김원기·조세형·정대철 최고위원등 신민계 중진들은 이대표를 과도체제의 간판으로 걸어놓고 전당대회 이후의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신민계에서 공동대표의 후임을 선출하지 않은 것은 과도체제의 공동대표가 얻을 수 있는 기득권을 놓고 각자의 속셈과 이해가 달라 의견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도 보고 있다.

어쨌든 차기 당수를 겨냥한 각 계파 중진들의 당권싸움은 당권주자가운데 한사람이면서도 당을 원만하게이끌어야할 두가지 짐을 한꺼번에 떠맡은 이대표에게는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은 김전대표가 매달 3억∼4억원씩 조달해온 당운영비를 마련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민계최고위원들은 『이대표가 당대표를 맡고 있는 한 당연히 부담을 져야하며 이를 회피한다면 대표자리는 물론 차기당권경쟁에 나설 자격도 없다』고 까지 공세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표는 이때문에 당초 김전대표 후임을 신민계에서 즉시 이어주길 바랬고 당운영의 부담을 줄이면서 당권경쟁을 준비한다는 복안까지 갖고 있었다.

이대표가 21일 동교동자택으로 김전대표를 방문,후임자 지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신민·민주계와는 별도로 민주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평민연·민련등 재야입당파 의원들의 개혁요구도 큰 변수이다.

이들은 김전대표의 은퇴를 계기로 세대교체를 강하게 요구할 태세이다.

이와함께 민자·국민당의 영입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당은 민주당과의 연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인함으로써 합당가능성을 일단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당세의 확장을 위해 힘의 공백상태가 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영입을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도운기자>
1992-12-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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