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위 외면한 북의 속셈/김원홍 사회2부차장(오늘의 눈)

정전위 외면한 북의 속셈/김원홍 사회2부차장(오늘의 눈)

김원홍 기자
입력 1992-05-30 00:00
업데이트 199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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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상오11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담장에는 유엔군측 수석대표 황원탁소장이 대표단과 함께 공산군측 대표단이 나타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15분이 지나는 동안 그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회담장주변에는 1년3개월만에 열릴 군정위 본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1백여명의 유엔군측 보도진들이 모여 있었으나 공산군측 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자 실망스러운 표정들이었다.

53년 7월 27일 휴전이후 4백59차례가 열렸던 군정위의 기능이 정지되고 대화와 교류 협력에서 다시 냉전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군정위 본회담은 휴전협정위반사항을 토의하기 위해 유엔군측이나 공산군측이 판문점 일직장교단을 통해 회담개최를 제의하면 제의를 받은쪽이 회담날짜를 수정제의함에 따라 개최되어 왔다.그러나 휴전이후 처음으로 공산군측은 이번 유엔군측의 회담제의를 철저히 묵살,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유엔군관계자들은 공산군측이 지난해 3월25일 임명한 군정위의 유엔군측 수석대표 황원탁소장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본회담의 안건이 북한의 무장침투조 남파사건이기 때문에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으나 정작 회의가 열리지 않자 착잡한 표정이었다.

겉으로는 평화공세를 펴면서 속으로는 무력적화통일야욕을 버리지 않는 공산군측과 앞으로 어떻게 정전협정을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듯 대표단들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판문점 자유의 집 기자회견장에는 지난 22일 중부전선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국군수색대에 의해 사살된 북한의 무장침투조가 소지했던 M16소총과 권총·수류탄 등이 전시되어 휴전협정위반의 확실한 증거가 되고 있었다.

황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도적인 처사로 북한침투자 3명의 시체를 가족들에게 넘겨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안에는 순백의 아카시아 꽃이 주렁주렁 늘어져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고 있었으나 북한군의 무장침투는 평화와 신록을 모독하는 도발행위로 밖에는 납득할 수 없었다.
1992-05-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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