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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허망한 잔치놀음(사설)

김일성의 허망한 잔치놀음(사설)

입력 1992-04-15 00:00
업데이트 199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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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오늘로 80회 생일을 맞는다.북한당국은 「민족최대의 명절」인 이날을 경축하기위해 3천6백여명의 외국손님들을 불러들여 「지상최대의 쇼」를 펼치는가하면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그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맹렬히 떠들어대고 있다.노동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김일성의 생일보다 「더 큰 경사,더 뜻깊은 명절은 없다」고 주장하고 「전체당원과 근로자들은 4월의 명절을 더한층 빛내기 위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신념화·생활화하자」고 역설했다.북한당국은 「4월의 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13일 김일성에게 「대원솔」의 칭호를 헌상,경축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북녘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을 지켜보면서 80회생일을 맞는 김일성의 감회가 어떤가를 들어보고 싶다.해방직후 소련군장교로 북한에 들어와 무자비한 숙청으로 권력을 장악했고 적화통일을 위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저질렀으며 인민은 굶주리고 있는데도 핵무기개발을 서두르고 10억달러가 넘는 잔칫상을 벌리는 이런 일이 아직도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전세계는 그저 어이없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권력승계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지,이로인한 권력층의 갈등은 어떻게 수습할지,핵문제는 어떻게 처리할지,파탄위기에 놓인 경제는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그가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북한의 참담한 실상을 생각하면 아무리 강심장인 그도 착잡한 느낌을 떨칠수가 없을 것이다.

김일성은 지난 2월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때 정원식국무총리를 만난자리에서 『과거는 묻지 말자』고 했다.옳은 말이다.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 토대위에서 현재나 미래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그가 저지른 죄과에 대해서는 민족과 역사앞에 참회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김일성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우리는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해줄 것을 바라면서 다음 몇가지를 다시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우선 핵무기개발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핵안전협정」을 비준·발효시킨 이상 후속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빠른 시일안에 받아야 한다.이와함께 남북상호사찰도 수용해야 한다.이것만이 민족과 역사앞에 또다시 죄를 짓지 않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명심해야 한다.이산가족의 설움을 덜어주는 일도 핵문제 못지않는 민족의 절실한 염원이다.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왕래가 북쪽의 사정 때문에 어렵다면 판문점에서라도 만나게 해야하고 서로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해야 한다.이는 1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만든 장본인으로 민족앞에 속죄하는 의미에서도 마땅히 해결해야할 현안이다.김일성이 결단을 내려야할 또 하나의 대목은 대남전선전략의 포기이다.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 발효된 이후에도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대남비방과 중상을 계속하고 있다.이웃 우방인 중국마저 개방·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만이 「주체」라는 낡은 틀속에 갇혀 웅크리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이제라도 허망한 주체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김일성의올바른 선택을 촉구하면서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고뇌에 찬 선택이겠지만 이것은 그가 민족과 역사앞에 속죄해야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살아생전에 그가 해야할 책무임을 당부해둔다.
1992-04-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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