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대리신고」 악용한 범죄 급증

「혼인 대리신고」 악용한 범죄 급증

입력 1992-04-06 00:00
업데이트 199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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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몰래 호적에… 선의의 피해자 속출/치정사건 일으켜 금품갈취/구애거절 보복… 빚받는데 악용/작년 부산 62건·전주 23건… 제도개선 시급

대리신고가 가능한 현행 혼인신고제도의 맹점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지난해 7월이후 민원서류 발급이 간소화되면서 혼인신고때 첨부해야하는 호적초본을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게되자 이를 악용하는 범죄행위가 최근들어 전국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혼인신고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범죄행위 가운데는 채권채무관계나 구혼 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때 상대편을 골탕먹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가 하면 심지어는 치정사건을 일으켜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5일 부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혼인신고로 인해 혼인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모두 62건으로 이는 90년보다 10건이 늘어난 것이며 전주지방법원의 경우는 지난90년에 7건이던 혼인무효확인청구소송이 지난해엔 23건이나 접수됐으며 올들어서는 3월말 현재 8건이 접수됐다.또대구·대전·수원지역의 경우도 한해에 보통 20여건의 혼인무효확인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허위혼인신고로 인한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 중구 광복동 신모씨(23·여)는 지난달 7일 최모씨(30·회사원)와 결혼한뒤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떼다가 자신이 박모씨(32)와 이미 혼인신고가 돼 있는 사실이 밝혀져 확인해본 결과 고등학교때부터 자신을 짝사랑해오던 박씨가 지난90년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신씨는 이때문에 현재 남편과 이혼해야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전주지검에 사문서위조및 공정증서 부실기재혐의로 입건된 채경선씨(36·전주시 덕진구 우아동)는 지난해 8월 길모씨(54·건축업)에게 돈 1천5백만원을 빌려주었다가 이를 받지못하자 길씨의 두자녀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의 아들등과 각각 결혼한것처럼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들통이 났다.

지난 1일 서울 서대문 경찰서에 적발된 강복임씨(44·여)와 이해창씨(56)의 공갈협박사건의 경우는 허위혼인신고를 한 뒤 부부로 위장,강씨가 문모씨(39)를 유혹,정을 통한뒤 강씨와 이씨가 함께 문씨를 협박,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이같이 허위혼인신고가 늘고 있는 것은 현행 호적법상 혼인신고 절차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해당 남녀의 혼인신고서와 호적초본을 남자 본적지 군·구청에 제출만 하면 혼인이 성립되도록되어 있는 데다 호적초본의 경우 본인이거나 위임받은 사람이 아니면 발급 받을 수 없는 주민등록등·초본과는 달리 누구든지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피해자들이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고 혼인무효소송을 내 승소했을 경우에도 호적부에는 「혼인무효」로 기재되어 피해자들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가해자를 고소하는것 조차 꺼려하고 있어 이같은 범죄행위의 근절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혼인신고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혼인무효판결시 호적부에서 혼인신고사실을 완전 삭제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전국종합=사회3부>
1992-04-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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