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계파벽」… 그런대로 「신진대사」/뚜껑열린 여야 지역구공천

두터운 「계파벽」… 그런대로 「신진대사」/뚜껑열린 여야 지역구공천

황진선, 김경홍 기자
입력 1992-02-02 00:00
업데이트 1992-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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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취약지 호남에 거물급 대거 포진/경제인등 전문직 인사 다수 진출

여당의 공천작업이 1일 큰 잡음없이 마무리됐다.이번 공천은 민자당내 민정·민주·공화 3계파의 이해를 비교적 충실히 반영,현실을 중요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각 계파 소속의원등은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질이 떨어지는 현역의원들을 신진인사로 대폭 교체했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측면에서 도덕성과 참신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공천에서 새로운 인물이 선임된 곳은 2백37개 지구당 가운데 24.8%인 58곳으로 역대총선에서의 교체율 40%안팎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탈당의원을 제외한 현역의원 교체율은 1백59명 가운데 24명으로 약15%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우리 정치가 그만큼 안정돼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민자당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정치적인 과도기나 전환기에는 현역의원의 교체폭이 클수밖에 없지만 안정기에 들어갈수록 교체율은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관계자들은 일본의 경우에도 현역교체율이 거의 20% 안팎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각계각층의 참신하고 유능한 신진인사는 득표역량의 부족으로,덕망과 경륜을 갖춘 중량급인사들은 정치권에의 참여를 고사해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3당합당으로 공천희망자가 크게 늘어난데다 계파의 지분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는 한계도 인정하고 있다.

당관계자들은 그러나 공천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는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천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오는 5월 대권후보경선과 관련해 각 계파의 지분이 어떻게 변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전체 2백37명 가운데 비교적 색깔이 뚜렷한 민주계인사가 50명,공화계가 26명 안팎인 것으로 집계돼 민정계가 일단 민주·공화계를 다소 잠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 선임된 58명의 공천자 가운데에는 민주계가 10명,공화계가 5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로 분류되는 인사가운데 상당수가 지역기반에 따라 정치적 성향과 이해를 달리하는데다 김영삼대표도 자신이중심이 돼 총선을 이끌 것을 강조하고 있어 총선결과에 따라 계파재편 및 대권후보의 향방이 결정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천에서 또하나의 특징은 호남지역에 대한 배려이다.

전북에서는 14개지구당 가운데 50%인 7개 지역에 이연택전총무처장관 강현욱전기획원차관 등 거물급을 공천자로 확정했다.

또 전남에서도 전체 19개 지구당 중에서 3분의1이 넘는 7개 지역의 위원장을 교체했다.

이처럼 호남지역의 위원장들을 거물급인사 등으로 대폭 교체한 것은 여권의 지역구의원이 전무한 이 지역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천자를 직업별로 보면 현의원이 1백42명,정당인이 24명,경제인이 28명,법조인이 3명,언론이 6명,교육자가 2명,관료가 28명 등으로 13대에 비해 경제인과 전문관료의 진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가 18%,50대가 66%,60대가 16%로 13대의 34%와 59%,4%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평균연령은 52세에서 55세로 늘어났다.<황진선기자>

◎민주/비민주적 「낙하산공천」 관행 답습/계파간 흠집내기… 총선타격 우려

민주당의 공천자 인선결과는 밀실담합에 의한 계파간 나눠먹기식과 물갈이 실패,수도권인선작업에서의 개혁의지 부족,졸속에 치우친 영입인사문제 등 불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3차에 걸친 합숙심사작업,2개월이 넘도록 계속된 지역실사작업및 영입인사확보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2백37개 지역구중 59개 지역이나 미결상태로 남기는등 분란의 소지를 여전히 남겨놓은 것은 통합야당으로서 총선의지를 보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공천심사작업에 앞서 도덕성·당선가능성·계파를 초월한 인물위주의 공천기준을 정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과시하겠다고 밝혔다.이 과정에서 당지도부는 호남·서울지역의 현역의원 대폭 물갈이 등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고까지 공언했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는 물갈이대상으로 거론됐던 의원들의 계파간 상호이해관계및 힘겨루기 등으로 9명 탈락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구제됐고 또 일부문제의원지역과 계파간 경합지역은 인선을 보류해 버림으로써 통합의 의미를 무색케했다.

이같은 계파간 이해로 인해 현저히 문제가 있는 지역까지도 구제 또는 인선이 보류되자 당내 일각에서는 「물갈이가 아닌 돈갈이」라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으며 무소속출마등 집단반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이번 공천에 포함된 인사들조차도 밀실공천작업에서 흘러나온 계파상호간 흠집내기 후유증으로 인해 총선득표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통합후 내세웠던 지역편중성 극복문제도 호남의 신민계 기득권에 대해 민주계가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고 영남에 있어서의 신민계부재현상도 여전히 입증된 결과로 나타났다.

양계파는 고작 전남 나주지역에 민주계의 김장곤씨를,부산진갑에 신민계의 이흥록씨를 공천함으로써 구색갖추기 차원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영입인사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당초 의욕과는 달리 졸속대처를 함으로써 영입세력의 불만은 물론 당내인사들 조차도 비난하고 있다.

영입에 급급한 나머지 마구잡이식 영입약속을 해놓고도 지역을 바꾸거나 경합지역으로 분류해버려 후유증을 자초했다.

전경향신문편집국장인 김용술씨(구로을신청)의 경우 김원기조강특위위원장이 영입지역을 약속하고 사표까지 내도록해놓고는 심사과정에서는 지역구를 인근 구로갑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다가 또 고향인 김제의 현역의원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니 그때가서 그쪽을 고려하겠다는등 무원칙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결국 민주당의 이번 공천은 양계파간의 알력으로 공천심사위원은 물론 김대중·이기택양대표까지 심한 갈등을 노출해 양계파의 갈등소지는 오히려 커졌다고 볼수있으며 철저한 계파간나눠먹기식 공천으로 인해 공천기준인 도덕성·참신성등은 실종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된다.<김경홍기자>
1992-02-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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