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섬유·건설시장 넓어진다(기로에선 「쌀개방」:3)

한국의 섬유·건설시장 넓어진다(기로에선 「쌀개방」:3)

권혁찬 기자
입력 1991-12-26 00:00
업데이트 199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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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협상 추이와 우리의 대응/둔켈안 타결때의 득실/「반덤핑 남용」 금지로 수출 증가/미의 슈퍼301조등 가트규정 위배 법률고쳐야/쌀개방 첫해 농민 2천억 손실

7개분야로 진행되고 있는 UR협상은 우리에게 불리한 면도,유리한 면도 있다.때문에 꼭 집어 얼마가 우리에게 이익이고 얼마가 손해라고 계량화하기는 어렵다.

서비스분야나 지적소유권,농산물분야는 국내시장이 취약해 시장개방이 불리한 분야로 치부되고 있고 섬유와 건설등은 UR타결을 계기로 오히려 시장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다.또 당장은 불리하더라도 시장개방이 가져올 경쟁여건의 성숙이나 기술및 품질개발의 촉진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서비스분야의 최종협상안에 「개방할 부분만 예시하고 나머지는 개방예외로 한다」는 포지티브방식의 개도국의견이 반영된 것이나 우리에게 수출장애요인이 돼온 선진국의 반덤핑공세에 대한 남용방지조항을 둔 것등은 성과로 꼽힐 만하다.또 미국의 슈퍼301조와 같이 GATT규정에 배치되는 국내법을 수정토록 한 것이나 섬유교역의자유화폭을 넓힌 것도 우리에겐 유리한 부분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예외없는 관세화」를 원칙으로 하는 농산물협상안이 원안대로 타결될 경우 적지않은 피해를 입을 게 분명하다.

둔켈의 농산물협상안은 오는 93년부터 총생산규모의 3%를,99년부터 5%를 현행 관세율대로 열고 나머지 물량은 국내외 가격차를 관세로 부과하되 이 역시 93년부터 7년간 36%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영농자금등 국내보조도 같은 기간 20% 내리게 돼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쌀시장이 개방되면 농민의 쌀소득감소액은 개방 첫해 2천90억원,10차연도에는 1조9천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또 10차연도의 간접피해액도 비료·농기계등 쌀관련산업의 생산감소액 3천4백억원,유휴지발생에 따른 손실 1조1천억원등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개방10차연도에 쌀시장개방에 따른 직·간접피해액은 3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이는 개방초기 국내외쌀값차를 관세화,매년 관세를 낮춰 10년뒤 국내시장에서 국내외가격차가 현재의 50%가 되도록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93년부터 7년간 국내외가격차를 64%(36%감축)로 한다는 둔켈안과 강도가 유사하다.

둔켈안은 그러나 「예외없는 관세화」를 총론으로 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개도국의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긴급수입제한제도의 도입이나 국내보조 허용영역확대,농산물분야의 개도국인정등이 그것이다.

개도국인정에 대해서는 관세화감축과 국내보조를 선진국의 3분의 2수준으로 하고 생산액의 10%(선진국 5%)까지 국내보조를 허용하고 있다.또 수입가격이 10%이상 떨어졌을 때 긴급수입제한제도를 발동,가격하락폭의 일정률에 관세를 더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등 보완장치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그동안 쌀시장개방에 극력 반대해온 것은 무엇보다 전체인구의 20%에 달하는 농민의 생활기반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미곡소득이 농업소득의 49%를 차지하고 추곡수매등 쌀값지지정책으로 국내쌀값이 외국쌀의 5배를 넘는 현실에서 개방의 피해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까지 빗장을 걸어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촌구조개선을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갖춘뒤 시장을 점차 열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또 경제논리외에 쌀을 주식으로 하는 특유의 식량안보적 상황과 농업중시의 문화적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개방반대이유중 하나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농민의 농외소득비중이 높고 국내반발이 적은데도 개방불가를 주장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경제논리보다 우리와 같은 안보적·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UR협상의 최종안이 제출됐지만 앞으로 협상의 여지는 있다.미국과 EC가 아직도 농업보조금문제를 둘러싸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는 것도 협상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남은 협상에서 개도국인정을 받아내는등의 노력을 다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한 시점이다.<권혁찬기자>
1991-12-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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