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는 일­북한 수교… “한가닥 불안감”

서두는 일­북한 수교… “한가닥 불안감”

이창순 기자
입력 1991-10-30 00:00
업데이트 199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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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정권의 한반도정책 전망/북 핵사찰 수용땐 내년 수교 가능성/대한 우호정책 변화 없겠지만 이중외교 우려/일의 국제역할 증대 강조… 「정치대국화」 본격행보 예상

일본의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정부의 출범은 한반도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한일간의 기본적인 우호관계는 변하지 않겠지만 일·북한간의 국교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야자와 차기총리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최대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일본은 북한과의 조기 국교정상화를 희망하고 있다.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핵사찰 수용문제가 남아 있다.

◎조기정상화 희망

미야자와도 핵사찰의 문제가 남아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그러나 그는 『미국이 전술핵을 폐기하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까지의 핵사찰 거부입장을 유지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자와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기 바라는 「희망사항」이다.하지만 북한이 새로 출범하는 미야자와 정부와의 조속한 국교정상화를 위해 핵사찰을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무기가 완전히 철수된뒤 남북한의 동시 핵사찰을 주장해 왔다.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는한 일본과 북한간의 국교정상화는 현실적으로 쉽지않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북한도 국교정상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전망된다.일부 정치분석가들은 미야자와가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실현에 적극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정책의 변화만 보이면 양국간의 국교정상화는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들은 내년 말까지는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반도 중시 불변”

일본주재 한 아시아외교관은 미야자와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이 한국과의 기본적인 우호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그는 미야자와 정부는 한국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일본의 한반도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남북한을 상대로일본이 2중외교를 펼칠 우려가 있다고 이 외교관은 지적했다.

그는 미야자와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체험한 보수 원로 정치인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등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나라들에 대해서는 「특별한」배려를 하여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의 엉향력 인정

미야자와는 또 미일안보조약등 현체제의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그는 일본의 국제적 역할의 증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국제문제에 미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미국에 정통한 미야자와는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힘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원로정치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있다.선두주자가 바로 다케시타파의 오자와(소택)전간사장(48)이다.

오자와는 미야자와에 이은 다음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다.일본언론들이 미야자와를 「최후의 보수원류」지도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일본의 다음 총리는 젊은 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일본은 전후정치를 총결산하고 정치대국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는 헌법을 고쳐서라도 일본은 국제문제 개입을 적극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보수 원류”

오자와 같은 젊은 세대 정치인들이 일본의 지도자로 등장하면 일본의 아시아정책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전후세대인 그들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지배역사를 외면하고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때문에 한국과 중국등 아시아국가들로서는 미야자와보다 다음 세대 지도자들이 문제다.

젊은 세대 지도자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정치·군사대국화를 지향한다면 아시아안보는 크게 위협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중국의 군비증강을 촉발시킬 우려가 있다.그러나 젊은 세대 정치인들은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하다.오자와는 지난번 노태우대통령의 방일때 『왜 우리가 매번 엎드려 사죄해야 하는가』라고 말한바 있다.<도쿄=이창순특파원>
1991-10-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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