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 관계를 보는 우리의 시각(사설)

일·소 관계를 보는 우리의 시각(사설)

입력 1991-04-20 00:00
업데이트 199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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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과 일소정상회담은 동북아의 냉전질서 종식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전후 최초의 중요하고도 구체적인 시도요 외교행사였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이었다. 결과여하에 따라선 남북분단의 한반도 상황은 물론 우리 주변환경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에게도 비상한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8일 발표된 공동성명으로 드러난 결과는 특히 일소 관계의 경우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정상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일소 관계의 개선과 발전은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의 탈냉전과 평화 및 안정에 필요한 중요조건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것을 막고 있는 최대의 장애요인은 2차대전 이후 소련이 점령해온 일본 북방 4개 도서의 반환문제였다. 쌍방의 필요와 열의로 미루어 모종의 만족할 만한 타협책이 마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없지 않았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4개섬의 반환이든가 56년에 합의한 2개섬 반환에 나머지 2개섬에 대한 일본주권 인정등이 일본의 요구였으나 소련은 그것을 거부하고 4개섬을 앞으로의 교섭대상으로 삼는 데 동의하는 최소한의 양보에 그쳤다. 60년 미일 안보조약 이후 일소간의 영토문제 존재 자체를 부정해온 소련의 입장에선 이 정도로 31년 만의 큰 벼화요 양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보는 일본조야의 시각은 냉담한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이 고르바초프가 필요로 하는 본격적인 대소 경제협력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입장에선 그 정도의 양보가 한계였을지 모른다. 국내 정치기반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 그가 이번 방일을 통해 일본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영토를 팔아먹었다』는 국내비판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일본도 불만이나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장의 타결은 일본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만큼 새로운 문제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4개섬 반환을 전제로 하는 대소 지원·관계개선이 아니라 4개섬 반환협상과 대소 지원 및 관계개선의 병행도 있을 수 있는 문제인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일본과 소련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곧이어 가이후 총리의 방소계획도 추진되고 협상은 시작이라는 주장도 있는만큼 모종의 비밀양해도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그 밖에 이번 고르바초프 방일과 정상회담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르바초프의 중의원 연설과 공동성명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관심표명이다. 소련의 아시아·태평양 집단안보구상은 일본은 물론 우리도 당연히 거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건이 다르고 저의가 딴 곳에 있다 하더라도 종래와 같은 즉석의 정면거부보다는 간접거부와 긍정적 측면의 평가와 같은 새로운 자세가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반도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남북총리회담 계속을 지지하며 남한의 핵사찰수용을 촉구한 공동성명의 한반도 대목은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할 뿐이다. 우리는 일소 관계가 발전하고 그것이 동북아는 물론 한반도의평화와 안정,그리고 통일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1991-04-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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