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결속­「세대교체」 겨냥한 고육책/이기택 민주총재 사퇴의 안팎

당결속­「세대교체」 겨냥한 고육책/이기택 민주총재 사퇴의 안팎

구본영 기자
입력 1990-11-17 00:00
업데이트 199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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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해산ㆍ조기총선” 주장 역부족 실감/야 통합 결렬책임 평민에 넘기기 속셈

민주당의 이기택 총재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등원거부를 재확인하는 한편 총재직을 사퇴한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정치권 전체의 세대교체 주장을 펴기 위한 「포석」이고 단기적으로는 야권통합의 결렬책임을 김대중 총재 중심으로의 통합을 노린 평민당에 떠넘기기 위한 「착점」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미니 야당인 민주당의 등원거부 및 의원직 사퇴서 재제출은 그 자체로 민주당이 기대하는 13대 국회해산,조기총선을 유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인 점을 감안한다면 언젠가 본격화할 상황이 올지도 모를 3김 퇴진 등 세대교체 주장을 위한 명분축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총재가 이날 『언젠가는 올지도 모르는 새정치질서를 모색하는 정치집단도 있어야 한다』라든가 『그러기 위해선 민자ㆍ평민 양당과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고 밝힌 대목들이 바로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이 총재의 총재직 사퇴 자체는 야권통합 실패의 책임을 평민당 김대중 총재 쪽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하다. 이 총재가 이날 회견에서 『지역감정에 편승하고 국민을 대권욕의 볼모로 삼으면서까지 무분별한 정쟁만을 일삼아온 반시대적인 정치지도자를 청산하고 도덕적인 새 정치질서를 창출해야 한다』고 김 평민 총재를 직접화법으로 비난한 것은 단순히 김대중 총재와의 「결별선언」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이른바 「제2의 야권통합」의지도 담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백의종군」이라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로 통합결렬의 책임을 벗고 동시에 통추회의내 민주연합파 및 재야의 친민주세력과 평민당 일부 통합서명파까지 망라하는 민주당의 확대개편형식의 「부분통합」을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등원거부와 총재직 사퇴라는 「패키지카드」 가운데 특히 등원거부에 대해서는 당 내외의 비판론도 만만치 않아 민주당의 입지강화 또는 「제2의 창당」에 대한 의지가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우선 김광일ㆍ장석화ㆍ허탁 의원 등 「등원파」 3인이 「독자등원」 등을 불사할 태도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등원을 바라는 국민여론의 흐름에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당세확장은커녕 당분열상만 부각시키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창당 이래 주류 대 비주류,적극통합파 대 세대교체파,선 사퇴파 대 후 사퇴파,등원파 대 등원거부파 등으로 바람잘 날 없이 당내 갈등을 빚어온 민주당은 사실 이번 이 총재의 결단 중 총재직 사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일치됐으나 등원거부에 대해서는 사전이견조정에 실패함으로써 심각한 내홍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이날 이 총재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동안 김광일 의원 등 등원파 3인은 서울시내 P호텔에서 별도모임을 갖고 ▲등원거부에 대한 당론재조정 요구 ▲이미 제출한 당직 사퇴서에 대한 수리요구 ▲독자등원을 포함한 공동보조방안을 결의함으로써 당내분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된 느낌이다.

이같은 당내분 악화는 지난 14일 등원파와 비등원파가 모두 각자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나리라는 기대를 갖고 등원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총재단에 위임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그날 총재단회의에서는 당초 등원파였던 박찬종 부총재가 『총재직 사퇴를 포함한 전면적인 당정비와 3김퇴진운동에 나서기로 총재가 결심하면 등원주장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등원거부로 결론이 났던 것.

물론 현재로서는 이들 등원파와 당주류간의 내홍이 등원논의 과정에서 ▲선 사퇴파내에서도 등원파들이 내심 등원 쪽으로 일을 「저질러주기를」바라는 측면도 많았다는 점 ▲등원을 바라는 여론이 보다 높은 점 ▲등원파 3인의 결속력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다면 당장 3인 독자등원에 이어 「출당요구→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등원파들은 등원거부 결정이 민자ㆍ평민 양당구도의 틈새에서 등원해도 설 땅이 없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양당의 의정활동에서 빚어지는 자충수에 대한 반사적 지지나 얻자는 소극적 자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이들은 「일부」군중(민주당측에선 평민당 외곽세력으로 간주)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돌팔매질로 끝난지난번 보라매집회에서 증명했듯이 등원거부 이후의 대안으로 「장외투쟁」이 큰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들 등원파들은 「원내외 병행투쟁」이 국민정서와 당입지 강화에 맞는다는 명분으로 독자등원을 강행할 기세여서 어떤 형태로든 당내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구본영 기자>
1990-1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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