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협력(남북 총리회담:상)

교류협력(남북 총리회담:상)

박정현 기자
입력 1990-09-01 00:00
업데이트 199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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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ㆍ통신ㆍ통상” 3통협정 타진/“자유왕래ㆍ경협이 신뢰구축의 지름길”/경제난의 북한,교역에 적극성 띨지도

남북한 고위급회담이 1년9개월 만의 협의끝에 양측은 1차 본회담을 9월4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분단 4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총리가 대좌하게 됐다.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 쌍방은 「남북간의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와 다각적인 교류협력문제」를 중점거론할 예정이다. 남북한이 회담에서 다룰 주의제를 「교류협력」 「유엔가입」 「군비통제」 등 분야별로 양측의 입장을 알아본다.

우리측 정부는 남북한 관계개선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자유왕래와 경제협력 실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기본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인적ㆍ물적 교류보다는 군비통제와 군축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남북교류문제에 남북한이 쉽게 의견을 접근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남북간의 상이한 관심사항은 고위급회담을 위한 예비회담 과정에서도 잘 나타났다. 우리측은 「남북간의 다각적인 교류ㆍ협력실시와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문제」를 주의제로 교류ㆍ협력부문을 강조한 데 비해 북한측은 현재 합의된 의제와 같이 정치ㆍ군사문제를 보다 우선시했다. 결국 남북 고위급회담을 반드시 실현시키고 말겠다는 우리측 정부의 의지에 따라 우리측이 양보함으로써 의제는 북측의 요구대로 선정되었다.

남북이 각각 고위급회담에 임하는 입장이 다른 만큼 두가지 주된 의제는 고위급회담에 서로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북측이 중점 부각시킬 것으로 남북한의 군축및 유엔가입문제와 우리측이 심도있게 제의할 남북 자유왕래와 경협문제는 고위급회담의 거대한 두개의 수레바퀴』라고 비유하고 『따라서 두 수레바퀴는 불가분의 관계에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측의 회담대표 7명가운데 차석대표인 홍성철통일원장관ㆍ이진설경제기획원차관 이병룡 국무총리특별보좌관 등 3명이 교류ㆍ협력 의제에 대해 실무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에대해 북측은 대외경제사업부부장(차관급)인 김정우와 정무원 참사실장인 백남준등 2명정도가 교류ㆍ협력의제에 대한 상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 30일의 3차 실무접촉에서 남북 쌍방은 2차례의 회담대표 전체회의만 합의했기 때문에 분과회의나 개별회의는 융통성있게 전체회의 진행상황에 따라 개최될 전망이다.

우리측 정부가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에 내놓을 보따리는 노태우대통령이 지난 8월2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범위내에서 짜여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남북한간에 인적 왕래를 포함한 교류와 경제의 교역이나 협력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군비통제가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인적 왕래와 경제교역이 군비통제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하고 서울과 평양에 남북한상호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고 남북한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하는등 상호 신뢰구축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상호 신뢰회복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리측 정부는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서신교환과 전화 가설,그리고 교역및 경협이라는 통행ㆍ통신ㆍ통상의 3통협정 체결을 우선적으로 제의할 방침이다. 동서독의 통합과정에서 보았듯이 통일을 위해서는 인적 왕래를 통한 생활공동체 회복과 경제협력이 필수적인 사전단계임은 물론이다.

북한측은 우리측의 인적 왕래 제의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8ㆍ15를 즈음한 민족대교류와 범민족대회 무산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북측은 개방과 교류는 곧 체제붕괴를 가져온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은 소련의 원유공급중단을 비롯한 외부적인 상황과 폐쇄경제체제에 대한 내부적인 한계등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경협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회담대표를 우리측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인물을 선정했지만 경협부분에서는 대외경제사업부 부부장(차관급)인 김정우를 선정한 사실은 경협에 대한 그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일치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측은 자본과 기술위주의 투자를 희망할 것으로 예측되며 우리 정부측도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경협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이번 1차회담을 탐색전 정도라고 보고 원론적인 내용만 거론하고 깊이있는 대화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오는 10월16일 평양 2차회담에서 풀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측 정부도 공개회의석상에서는 교류과 경협에 대한 우리측 기본입장만 설명하고 비공개회의를 통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또한 만찬이나 휴식시간을 통해 북측 대표들과 의제내용에 대한 교감을 구축,북한측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세부전략을 세우고 있다. 어차피 공개회의에서는 북한측은 정치선전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남북 쌍방의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고위급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내려면 많은 난관을 겪어야 할 것으로 남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인적ㆍ물적 교류실시와 군축 등의 의제가 서로 연계될 경우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쌍방이 군비통제공동위원회나 경제과학공동위원회를 비롯,쌍방의 주장을 수용할 수 있는 분과위원회 구성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소련으로부터의 개방압력과 우리의 유엔가입 저지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북한측이 고위급회담을 공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인적ㆍ물적 교류와 군축 등 한반도의 현안문제에 대한 남북쌍방의 기본입장을 확인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박정현기자>
1990-09-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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