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는 다가오는데…(사설)

정기국회는 다가오는데…(사설)

입력 1990-08-28 00:00
업데이트 1990-08-28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치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얘기도 들리고 우리 정치인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듯 매우 편하게 뒷전에서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들도 있다. 야권 정치인들은 매일처럼 통합원칙이니 지도체제가 어떠니 하면서도 정작 무엇하나 이뤄낸 것도 없고 이뤄낼 것 같지도 않다.

여권도 그러하다. 개헌문제만 하더라도 당지도부 의견과 당원들의 의사가 다르고 지도부내에서도 얼핏 보아 이견백출이어서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국민들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이른바 정치 하한기가 아니더라도 여야간의 대위적 입지에서가 아니라 자체내의 입장과 의견들마저 정리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판국이니 말이 좋아 정치이지 지금 이 나라에는 정치가 없고 정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가. 여야가 하루라도 빨리 제몫을 찾아 입지를 굳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북쪽과도 대화와 교류를 하자고 서두르는 오늘인데 정작 있어야 할 여야간 대화는 벌써 달포나 단절된 채로 방치된 상태다. 하한이라고 하나 지난달 14일 여야의 극단 대립속에 26개 법안을 일괄 처리한 국회는 지금까지 너무 긴 정치방학,하계휴면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회나 정국의 활동이 9월 정기국회때까지 하한을 맞는 것은 연례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올해의 경우는 80명의 야당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제출해놓고 있는 특수상황이다.

여당쪽이 그동안 몇몇 상임위를 열거나 간담회를 갖기는 했지만 그들이 논의한 내용도,협의한 결과도 국민들은 알지 못하고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것이 야당을 불러들이기 위한 「엄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부와 여당끼리 하는 상임위가 무슨 신뢰성을 갖겠느냐는 냉소에서였을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정치 실상일진대 야당은 물론 여당의 책임 또한 큰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게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의 변전추세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차원의 능동적 대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중동사태는 우리에게 막연한 「외우」만이 아니다. 또 이 정치부재상태는 예년처럼 항례적인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심각하다. 안팎으로 죄어오는 도전은 한때 정부 여당에 의해 총체적 난국으로 표현됐던 시기보다 더 복잡한 양상이 요인이 되고 있다.

거대한 여당인 민자당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며 왜 지체하는가. 솔직히 말해 대화를 기다리는 쪽은 소속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내놓고 사무실도 없이 가을정국만을 기다리는 야당쪽일 것이다. 그들은 의원직을 덜렁 내던진 채 장외에서 국회해산ㆍ조기총선ㆍ야당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정작 거여의 주도에 의한 대화와 협상,즉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 민자당은 이런 정치부재상태를 수수방관하며 「시간이 약」이라는 소극적 자세를 거두지 못하는 듯하다. 야당의 현재 입장이 「장외투쟁」일 수 없듯이 여당의 수수방관도 정치일 수 없다. 여야가 더이상 국민의 불신과 지탄을 면하려면 하루속히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1990-08-28 2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