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병」 처방전 못내놨다/부분보완에 그친 「고교평준화개선안」

「8학군병」 처방전 못내놨다/부분보완에 그친 「고교평준화개선안」

김병헌 기자
입력 1990-08-12 00:00
업데이트 1990-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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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난등 후유증 많아 개혁의지 “퇴색”/“중학교육 파행화”우려,경쟁입시 부분부활/외국어고 신설은 평준화병폐 방지에 목적

문교부가 11일 확정발표한 고교평준화제도 개선안은 지난2월 노태우대통령의 「대도시내 일부고교입시부활과 서울학군 재조정」 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지시가 그동안 연구,검토과정에서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져 상당히 달라졌다.

당시 지시를 받은 문교부도 『사립고교를 대상으로 입시부활을 검토하고 있는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서울학군의 조정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혀 내년부터 서울 등 일부 대도시에서 경쟁입시가 부활되고 학교도 상당히 바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외국어고교의 신설과 과학고확충 공급,춘천 등 4개중소도시 평준화 해제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이 대통령의 지시와 기본의도는 같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대도시의 사립고교 입시부활대신 이 지역에 새로운 외국어고교를 대폭 신설하고 지금까지 물리ㆍ화학ㆍ지학ㆍ생물반만 있던 과학고에 수학반을 신설하기로한 것이다.

대도시지역의 일부 사립고에서 경쟁입시를 부활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어려운데다 이 지역에 과학고와 외국어고교 등 신설되는 특수목적고 10여개교를 신설하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부 몇개교에 불과하지만 내년에 경쟁입시를 부활할 경우 다른 모든 중학교가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중,중학교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경쟁입시를 부활시키는 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각 학교간의 과당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할 뿐 아니라 이는 결국 74년이후 16년동안 시행해 오면서 비교적 합격점을 받은 고교평준화제도 자체를 깨뜨릴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선발고사에 의해 학생을 배정받고 있는 학교는 그대로 두고 경쟁입시를 하고 있는 과학고ㆍ예술고 등에 외국어 고교를 몇개 더 신설함으로써 경쟁효과를 거두자는 속셈으로 볼 수 있다.

즉 외국어고도 과학고 같은 형태로 만들어 자연계는 과학고,인문계는 외국어고라는 영재교육기관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평준화제도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교육의 전반적인 질저하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에따라 현재 사립으로 각종학교인 외국어고를 과학고처럼 공립으로 신설,내신산정방식도 과학고와 같이 학교내 상대평가가 아닌 해당연도 학력고사를 치르는 전체 수험생대비 상대평가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문교부 이보영보통교육국장도 『앞으로 신설되는 외국어고는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도 철저히 하고 과학고처럼 2학년만 수료하면 대학입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규정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교부가 이처럼 대통령지시를 결과적으로 다소 거부한 조치를 취한 것은 서울 등 평준화지역 학부모들의 경쟁입시부활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견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5월 문교부가 평준화제도개선안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는 18개시지역 학부모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자 7천9백44명 가운데 57.2%인 4천5백41명이 현제도가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평균화골격을 유지한채 문제를 보완만 해야된다는의견도 16.4%인 1천3백6명으로 결국 전체의 73.6%가 평준화제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별 경쟁입시부활은 13.4%인 1천94명에 그쳤다.

이 지역 중고교사 5천9명을 상대로한 조사결과도 수정없이 현행제도존속이 2천1백62명으로 43.2%,문제점만 보완이 9백90명으로 19.8%였다.

학교별 경쟁입시부활은 24.3%인 1천2백19명만이 원했다.

서울의 현행학군제도 개선도 그동안의 여론조사와 모의배정을 통해 통학거리를 연장,광역학군으로 조정해 5지망까지 허용해도 배정되지 않는 학생이 전체의 20%인 2만명에 달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다소 문제가 있지만 현행 학군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배경이 됐다.

문교부가 전국 중학교와 일반계 고교재학생 가운데 각 분야에 특출한 영재를 발굴,관계분야 대학교수와 연구소 등 전문가들의 특별지도를 받게하는 사사제를 도입하고 능력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려는 것도 특수목적고 신설 확충으로는 평준화폐단을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라고 볼 수 있다.

사사제가 자칫 영재들의 과외수업이 될 수있으며 능력별이동수업도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우열반편성의 양성화라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문교부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시행키로 한 것은 평준화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에따른 폐단은 바로 잡아보자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의지를 강력히 보인 것은 이번 개선안에서 도청소재지인 춘천까지 포함 원주ㆍ이리ㆍ천안 등 4대도시를 평준화에서 해제한 것이다.

이번 해제대상에 진주ㆍ성남 등도 거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이 원한다면 평준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전국 6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모두 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서울 등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는 평준화를 풀고 대도시에는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 것 같다.<김병헌기자>
1990-08-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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