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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우선」에 물가안정 “흔들”/이승윤경제팀 100일의 공과

「성장우선」에 물가안정 “흔들”/이승윤경제팀 100일의 공과

염주영 기자
입력 1990-06-24 00:00
업데이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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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발표될 “내수안정 주력”에 큰 관심/「한자리수」실현 여부가 롱런의 갈림길

이승윤경제팀이 26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우리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전임 조순팀의 뒤를 이어 출범한 새 경제팀에는 자연스럽게 「성장호」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부총리도 취임 초기에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러한 취임초의 다짐에 어긋나지 않게 3개월여의 짧은 기간동안 성장목표를 향해 전력투구 했다. 최근의 주요 경제지표들은 그의 다짐이 상당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새 경제팀이 추진하고 있는 성장위주 정책은 예상했던 대로 「9년만의 고물가시대 재진입」이라는 또다른 화근을 불러들이고 있다.

「3ㆍ17」개각으로 출범한 이승윤경제팀은 출범하자마자 침체된 제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킴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나온 첫 작품이 「4ㆍ4 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이다.

이 대책은 금융실명제의 무기한 연기와 기업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을 골자로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금융실명제는 전임 조순팀이 경제적 불형평을 바로 잡기위해 추진했던 제도개혁의 핵심과제중 하나였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는 추진과정에서 재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전면실시,단계적 실시,전면유보 등으로 각계의 의견이 엇갈려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부분이다. 특히 재계는 이 제도가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4ㆍ4대책」에 포함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특별설비자금을 1조원 증액한 부분이다. 이부총리는 이 대책을 통해 두개의 큰 「선물」을 기업에 제공한 셈이다. 그의 성장위주정책 성향을 잘 보여준 대목이다.

이부총리는 이어 등기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4ㆍ13부동산투기억제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4ㆍ4대책」이 기업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여내는 데 성공을 거둔 반면 「4ㆍ13」대책은 부동산투기를 잡는데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선성장ㆍ후분배」 「주성장ㆍ종안정」으로 요약되는 그의 정책성향으로 보아 기업이 토지를 과다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투기억제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지는 못하리라는 예상을 낳게 했던 것이 「4ㆍ13」대책의 실패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기업쪽에 비료를 듬뿍 부어주기에 앞서 투기와 인플레기대심리라는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했다』는 정책수순의 오류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기억제 문제는 청와대의 직접개입에 의해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자진매각하는 형식을 밟는 「5ㆍ8특별보완대책」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재벌기업들은 「5ㆍ8대책」에 대해 협조함으로써 투기문제로 코너에 몰려있던 이승윤팀이 「4ㆍ4대책」을 통해 베푼 「선물」에 보답하게 되는 셈이다.

연간으로 10%를 상회하는 고물가는 경제의 안정기반을 무너뜨려 성장쪽의 실적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있다.

경제를 건축공사에 비유한다면 안정은 기초공사이고 성장은 그 위에 올라서는 건물이다. 기초공사가 튼튼하지 못하면 아무리 번듯한 고층건물을 지어봐야 곧붕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안정론자들 가운데는 이부총리의 성장위주 정책에 대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다』고 혹평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부총리가 이끄는 「성장호」는 출범 1백일을 맞는 시점에서 전면적인 항로수정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부총리는 이같은 상황변화를 감안한 하반기 경제운용 대책을 내주초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대책은 과소비와 건설경기 억제를 위한 재정과 통화쪽의 일부 정책수단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수진정에 주력함으로써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균형을 이룩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이 두어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인플레심리를 잡기위해서는 성장위주의 정책구상에서 탈피해 강력한 안정책 처방이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물가안정대책을 놓고 경제기획원과 건설부ㆍ농수산부등 새 경제팀 내부에 부처간 이해대립으로 협조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승윤팀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구야당정치인 출신이 장관을 맡고 있는 농림수산부의 경우에는 이부총리의 조정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새 경제팀은 한자리 물가달성여부에 진퇴를 함께 걸어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같다.<염주영기자>
1990-06-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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