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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Inside] (10) 이웃사촌들이 지적장애 여성을 차례로…

[사건Inside] (10) 이웃사촌들이 지적장애 여성을 차례로…

입력 2011-11-26 00:00
업데이트 201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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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시골마을의 비밀

 300여 가구가 오밀조밀 모여 사는 전남 장흥의 시골마을. 김모(50)씨는 줄곧 타향살이를 하다 10년 전 이곳 고향마을로 왔다. 인정많고 푸근한 고향이라면 자신의 장애인 딸을 가족 같이 품어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그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지적장애 2급인 딸(21)이있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고서 장애가 생겼다. 딸의 정신연령은 8세에서 멈췄다. 하지만 그런 김씨 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나쁜 어른들의 추악한 손길이었다. 딸은 마을 사람들에게 2년여에 걸쳐 겁탈을 당했다. 가해자 중에는 친척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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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만 있으면 돌변하는 ‘큰 아빠’

 김씨 가족이 딸과 함께 마을에 정착한 것은 2001년. 마을 농기계를 수리해 주고 축사를 짓는 등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가진 것 없는 부부가 믿을 것은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아내도 이웃의 농장일을 거들며 돈을 벌었다. 이 때문에 딸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들 가족 같이 지내는 작은 마을. 더군다나 그의 곁엔 늘 도움을 주는 친척이 있었다. 6촌뻘인 이모(58)씨였다. 보험회사 직원인 그는 이웃을 소개해 줬고 일거리도 연결해 줬다. 살가운 그를 아이들은 ‘큰 아빠’라 부르며 잘 따랐다.

 “큰 아빠가 맛있거 줄게 따라올래?”

 믿었던 이씨가 김씨의 장애인 딸에게 마수를 뻗은 것은 2009년 3월. 당시 딸의 나이는 19세였다. 그는 딸을 과자로 유인해 집, 축사 등에서 4차례나 성폭행했다. “다른 사람에게 이런 얘기하면 때려줄거야. 알았지.”라며 협박했다. 겁먹은 아이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김씨의 딸을 노린 것은 이씨뿐이 아니었다. 마을 목욕탕에서 일하는 이발사 오모(66)씨가 접근했다. 오씨가 김씨의 딸을 꾀는 데 쓴 돈은 3000원. 2개월 동안 5차례의 성폭행이 이어졌다. 이발소는 마을에 하나 뿐이어서 김씨가 주로 머리를 깎던 곳이었다. 오씨는 딸을 성폭행한 그 손으로 그 아버지를 맞았다.

 

 ● “나 뿐만이 아니다”…‘장흥판 도가니 사건’

 “이발소 오씨가 우리 딸을? 잘못 들은 거 아니야?”

 김씨가 딸이 성폭행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동네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씨는 처음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헛소문이라고 여기기엔 상황이 너무 구체적이었다. 오씨의 방에서 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도 있었다. 김씨는 오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오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거 같던 데요. 걔가 다른 사람들도 그런다고 저한테 말했으니까요.”

 오씨의 진술에 따라 광주지검 장흥지청은 마을주민 전체로 수사를 확대했다. 삽시간에 가해자들이 드러났다. 큰 아빠라고 불리던 이씨에다 윤모(71)씨 등 동네 노인 2명까지 딸을 성폭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모두가 김씨 가족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사람들이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추가로 마을주민 10여명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도시에서 딸을 키우기 불안해 고향에 왔는데 어떻게 한 동네에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통곡했다. 딸은 사건 직후 전남 지역의 보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지금은 가족 품으로 돌아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인면수심의 남성들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아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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