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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3) 원숭이 앞에선 사시안경 써라?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3) 원숭이 앞에선 사시안경 써라?

입력 2011-07-13 00:00
업데이트 201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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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은 참아 주세요 선전포고로 안답니다

3차원 영화 선풍을 일으켰던 ‘아바타’(오른쪽)를 보면 지구인과 나비족(族)이 처음 만났을 때 “아이 시 유(I see you)”라고 인사를 한다. ‘난 당신을 봅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나비족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진실을 읽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빤히 눈 마주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만일 나비족과 마주친다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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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개인적으로 상대방과 대놓고 눈을 마주치는 데 젬병이다. 내게 동물들이 편한 이유 중 하나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안 본다기보다는 녀석들이 먼저 내 눈을 피해 버린다.

대개의 육식동물들은 ‘양안시’(兩眼視)로 앞을 노려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육식동물은 먹이를 발견해서 사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양쪽 시야의 포개지는 부분이 넓어 거리감과 입체감이 좋아야 한다. 반대로 초식동물들은 자세히는 못 봐도 사방을 두루 볼 수 있는 넓은 ‘단안시’(單眼視)를 갖고 있다. 그래서 주로 옆으로 비켜서서 한쪽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본다. 죽을 각오를 하고 공격할 때만 똑바로 본다.

육식·초식 동물 모두에게 누군가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선전포고 혹은 공포를 의미한다. 벵골호랑이 보호 구역에 사는 인도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 숲 나들이를 할 때 머리 뒤에 눈이 아주 크고 웃는 사람 얼굴의 가면을 쓴다. 호랑이가 이걸 보면 자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웃으면서 쳐다보는 아주 강한 사람으로 알고 피해 간다고 한다.

어느 동물원에서는 원숭이사 앞을 지날 때 특수한 안경을 빌려 준다. 안경 낀 사람의 눈이 사시(斜視)로 보이도록 해 주는 안경이다. 이걸 끼면 관람객이 원숭이를 똑바로 쳐다보더라도 원숭이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관람객을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게 돼 관람객들은 좀 더 자연스러운 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언젠가 밭이나 논에 부엉이 눈 풍선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역시 시력 좋은 새의 두려움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통 그런 것이 안 보인다. 필시 새들이 적응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바타에서 본 나비족의 눈은 표범(왼쪽)의 눈과 무척 닮아 있다. 노란 홍채에 검고 둥근 눈동자. 그런데 표범은 나비족과 달리 빤히 쳐다보면 으르렁댄다. 눈의 생김새는 같아도 성정까지 같지는 않은 것이다. 언제부턴가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거기에 적응이 안 된다. 역시 새것보다는 옛것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 모양이다.

글 사진 최종욱 수의사 광주우치동물원수의사

lov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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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물원] (1) ‘누트’ 새끼 포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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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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