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200년만의 생전퇴위 현실화…역대 절반 중도 퇴위

일왕 200년만의 생전퇴위 현실화…역대 절반 중도 퇴위

입력 2016-08-08 15:25
업데이트 2016-08-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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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일 고령에 따른 업무 수행의 어려움 등을 직접 거론하며 생전 퇴위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열도에 충격을 주고 있다.

1947년 제정된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에는 일왕이 종신 재위를 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생전 퇴위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것은 약 200년전인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당시였다.

그런만큼 현 시점에서 살아있는 일왕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보면 역대 일왕의 절반이 중간에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 아키히토 일왕이 125대이지만, 이들 가운데 59명이 종신 재위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난 것이다. 생전 퇴위의 이유도 다양했다.

우선 일본 역사상 첫 생전퇴위는 645년 고쿄쿠(皇極) 일왕이 퇴위하고 동생인 고토쿠(孝德) 일왕이 즉위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후 헤이안(平安)시대에 들어서는 생전퇴위가 더 많았다. 일왕이 이른바 상황(上皇)이나 법황(法皇, 불교에 귀의한 상황)이 되어 실권을 행사하는 ‘원정(院政)’ 형태도 있었다.

또 일왕이 의중에 있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후계자를 지정한 뒤 생전 퇴위를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일왕과 상황간의 갈등에 따른 혼란의 역사도 있었다. 13세기 중반 고후카쿠사(後深草) 상황과 가메야마(龜山) 일왕과의 대립은 이후 2명의 일왕이 동시에 재위하는 남북조시대의 계기가 됐다.

1889년 제정됐던 구(舊) 황실전범에서 일왕의 생전퇴위 규정이 담기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권력투쟁이 격화되면서 일왕의 의사와 무관하게 퇴위에 내몰린 사례도 있다. 역대 일왕 가운데 가장 짧은 2개월만에 물러난 가마쿠라(鎌倉)시대의 추쿄(仲恭) 일왕이 대표적이다.

추쿄 일왕은 할아버지인 고토바(後鳥羽) 상황 등이 일으킨 1221년 조큐(承久)의 난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밖에도 건강 악화에 따른 생전퇴위도 많았다. 헤이안시대 다이고(醍호<酉+胡>) 일왕의 경우 병세가 악화되면서 임종 직전 퇴위를 했다. 당시엔 일왕이 재위 중인 상태에서 사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교도통신은 설명했다.

구 황실전범에 이어 1947년 제정된 현 황실전범도 생전퇴위 규정은 없다.

1984년 궁내청의 야마모토 사토루(山本悟) 차장은 국회 답변에서 “상황이나 법황이란 존재가 폐해를 불러올 우려가 있고 일왕의 자유의사에 근거하지 않은 퇴위 강제, 일왕에 의한 자의적 퇴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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