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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역사왜곡과 ‘전쟁’ 선포…아베와는 다르다?

푸틴, 역사왜곡과 ‘전쟁’ 선포…아베와는 다르다?

입력 2015-04-28 14:39
업데이트 2015-04-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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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사 왜곡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방회의(상원)에 출석해 “유감스럽게도 러시아 역사상 가장 성스러운 일들이 날조와 정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승리(2차대전)의 의미를 왜곡하고 검은 것을 흰 것으로, 해방군을 점령군으로, 나치 공범들을 자유를 위한 투사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들은 큰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어딘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해방군’은 2차 대전 때 나치와 맞서 싸운 옛소련군, ‘나치 공범들’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협력해 대(對)러시아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일부 동부 유럽 국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이 모든 일이 새로운 것은 아니며 우리는 수도 없이 이같은 일을 보고 들어왔으며 이미 역사 문제도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유리하도록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수차 맞닥뜨려왔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러시아를 향한) 이런 움직임들은 진실로 공격적이며 조직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제는 모든 역사 날조행위에 적극적으로 맞서 나가는 것”이라면서 ‘역사왜곡’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만 민족적 배타성이나 민족주의 국가화(化)는 총체적 재난이 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우리는 항상 인도주의와 정의를 상기해야만 하며 이를 따라야만 한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역사적 진실 보기를 외면하면서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사실상 거부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정반대 행보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푸틴 대통령의 그간 발언들을 모아 보면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 집권 15주년을 맞아 러시아 국영 ‘로시야 1’이 방영한 두 시간짜리 특별 다큐멘터리 ‘대통령’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소위 말하는 지배층, 정치적, 경제적 엘리트(서방국)들은 러시아가 궁핍하고 비참한 처지에 몰려 구걸할 때만 러시아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방국이 러시아의 와해를 시간문제로 보며 방관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데 실망을 토로했다.

작년 4월 우크라이나내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서도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비에트연방 공산당 서기장이 1954년 크림반도를 같은 연방에 있는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에 특별히 실질적 의미가 없이 양도한 것은 역사적 과오였다며 이를 바로 잡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푸틴의 서방에 대한 이런 경계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방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현재 상황을 몰고 온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는 특히 두드러진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연방보안국(FSB)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주변 상황은 우리가 항상 양보하고 굽히고 비위를 맞춤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강해질 때 좋은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러시아를 겁주거나 굴복시키려는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서방의 정치·경제·군사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27일 상원 연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서방의 역사 왜곡 문제까지 방관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적어도 푸틴이 말하는 역사왜곡은 사실과는 좀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21세기에, 멀쩡한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 내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이 ‘2차 대전 전승국으로서의 권리로, 옛소련 시절 한 지도자(흐루시초프)의 착각으로 잃었던 권리를 되찾은 것’이라는 인식부터가 그렇다.

얼마 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편집장은 “아베는 위장한 푸틴”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을 보통국가 체제로 전환하려는 게 아니라 일본을 비자유주의적 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추구하지만 역사를 애써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일본을 비자유주의 국가로 만들고 있으며 푸틴은 오히려 역사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함으로써 러시아를 비자유주의 국가화하고 있다는 분석으로도 읽혔다. 바른말이 통하지 않는 국가는 비자유주의 국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는 이외에도 큰 공통점이 하나 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첨단무기와 석유·가스, 일본은 탄탄한 경제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막강한 로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식으로든 힘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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