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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몸 더듬는 손길 느끼더니 결국…

버스에서 몸 더듬는 손길 느끼더니 결국…

입력 2014-09-01 00:00
업데이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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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들 “일상 성차별” 항의차 온라인에 모였다

직장과 거리, 대중교통 등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을 당하는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런던에 사는 로라 베이츠(27)가 2년 전 개설한 ‘일상적인 성차별’(Everyday Sexism) 웹사이트(http://www.everydaysexism.com/)에서다.

몇 년 전 베이츠는 버스에서 자신을 더듬는 손길을 느껴 큰 소리로 도움을 청했지만 승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한 남성으로부터 자동차 창문 너머로 외설적인 말을 듣는 등 성희롱을 잇따라 겪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런 일은 런던에 산다면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여성들과 이같은 일상적인 성차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그들 역시 수많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저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나는 단지 운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베이츠는 “당신이 묻기 전까지는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다”는 이들의 말을 듣고 회사, 대중교통,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여성이 겪는 성차별·성희롱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2년 간 이 웹사이트에는 7만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희롱, 폭력, 협박, 외설적인 욕설 등 성차별을 당한 여성들의 경험담이 속속 게재됐다. 등굣길에 추행을 당한 10대 초반 소녀도 많았다.

특히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직장에서 성차별을 겪는 여성이 많고, 직장을 잃을까 봐 이를 공론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베이츠는 놀랐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의 인기와 지지에 힘입어 베이츠는 현실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영국교통경찰(BTP)과 손잡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정치인·학교·회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베이츠는 “소셜미디어 시대가 단체행동을 가능하게 했고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실제 올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거부당했다며 총기를 난사했을 당시 트위터에는 여성이 당하는 일상적 성차별을 고발하는 ‘예스올위민’(yesallWomen)이란 해시태그(#)를 단 글이 하루 만에 120만건이나 올라왔다.

베이츠는 “사람들은 성차별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한 번 인지하게 되면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성차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멕시코, 세르비아, 인도 등 세계 각지로 ‘일상적인 성차별’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이 기사는 2014년 7월 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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