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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보수층 견제 딛고 “4년 더” 신화… 美 인종민주화 가속화

백인 보수층 견제 딛고 “4년 더” 신화… 美 인종민주화 가속화

입력 2012-11-08 00:00
업데이트 2012-11-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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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재선에 담긴 의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미 국내적으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재선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오바마는 4년 전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를 만들었고,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물론 4년 전 오바마의 당선은 ‘오바마 바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역사적 대사건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이번 재선 성공은 그에 못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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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선 성공의 의미가 더 클 수도 있다. 2008년 대선 승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적 이익의 측면이 있는 반면 이번에야 말로 흑인으로서 순수하게 실력으로 당선됐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4년간 ‘흑인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거부하며 정통성을 부여하지 않았던 백인 보수층의 목소리는 한층 위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실 오바마는 ‘미국의 1인자’ 자리에 올랐음에도 지난 4년 간 흑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백인 보수층의 끊임없는 인종차별적 견제에 시달렸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가 대통령인 자신의 면전에 삿대질을 하며 비난을 퍼부었던 일과 일부 극우파가 자신을 케냐 출생이라며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했던 일, 백인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비판해 논란에 휩싸인 오바마에게 해당 경찰관이 백악관 맥주 회동을 제안한 일 등은 백인 대통령이었더라면 감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더욱이 오바마는 이런 일들에 대놓고 맞비난을 하지 못했다. 선거가 흑·백 대결 구도로 가면 불리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로서는 이런 수모를 견뎌내고 흑인 대통령 재선이라는 신화를 쓴 셈이다.

오바마의 재선 성공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흑인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흑인에게 국정을 맡긴 데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어찌됐든 합격점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묻지마 몰표’를 던진 것은 오바마의 실패를 자신들의 실패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화당 정부에서 흑인으로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까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은 흑인들의 위기의식을 웅변한다. 흑인뿐 아니라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등이 오바마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 데에도 미국 사회 내 유색인종의 약진이라는 염원이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인 천하였던 미국은 이제 흑인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인종적 민주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구구성비 변화 추이상 갈수록 백인 인구 비율이 줄고 유색인종이 늘어나는 만큼 공화당은 생존을 위해 백인 보수층과 부유층 위주의 노선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오바마는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낙태에 있어서도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단언하는 등 역대 대통령들이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모호한 자세를 취했던 이슈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오바마의 승리를 계기로 미국 사회의 이념 전선은 한층 ‘왼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실업률이 7.2%가 넘은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는 점도 오바마에게는 의미가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11-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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