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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는 ‘세계 게이들의 수도’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는 ‘세계 게이들의 수도’

입력 2014-10-31 00:00
업데이트 2014-10-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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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30일(미국 태평양 일광절약시간)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것은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지역)의 ‘게이 프렌들리’(동성애자 친화적) 분위기를 보여 주는 사례다.

베이지역의 중심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게이들의 세계 수도’라고 불린다.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에 대한 편견이 가장 덜한 지역 중 하나인데다가, LGBT 차별 금지 법규가 잇따라 통과되면서 전 세계에 모범을 보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LGBT를 위한 신문·잡지도 ‘베이지역 리포터’, ‘샌프란시스코 베이 타임스’, ‘샌프란시스코 센티넬’ 등 여러 개 있으며, 레즈비언 잡지인 ‘커브’, ‘걸프렌즈’도 여기서 발행된다.

LGBT 커뮤니티 센터는 물론이고 LGBT 상공회의소 격인 ‘골든 게이트 비즈니스 어소시에이션’, LGBT 창업가 조직 ‘스타트아웃’, 레즈비언 전문직 여성 모임인 ‘베이지역 커리어 위민’ 등도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 게이 남성 합창단’은 1978년 창단돼 37년째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MTT’라는 이니셜로 전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틸슨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FS) 음악감독도 공개적 동성애자로, 20년째 재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동성애자들이 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다.

샌프란시스코의 군항(軍港)은 일본 등 아시아에 근무하던 군인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항구였는데, 제대한 젊은 남성 중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겨 왔던 이들이 이 곳에 눌러앉아 사는 경우가 늘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억압과 폭력에 시달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샌프란시스코와 인근의 버클리는 1960년대 반전 평화 운동의 중심지로, 미국 전역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가장 덜한 곳이었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핍박을 받아 온 사회적 소수자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이 단결해 목소리를 내면서 차별 금지 운동의 세력이 커졌다.

1978년 11월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순교자’로 꼽히는 하비 밀크(1930∼1978) 당시 시의원과 조지 모스코니(1929∼1978) 시장이 암살되면서 ‘세계의 게이 수도’라는 샌프란시스코의 평판은 더욱 굳어졌다.

밀크 전 시의원은 1977년 당선돼 이듬해 초에 취임했는데, 이는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남성이 미국에서 선출직 공직을 맡은 첫 사례였다.

그와 모스코니 전 시장은 암살당하기 전까지 동성애자 인권 조례를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밀크 전 의원의 선거구였던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카스트로 구역’은 지금도 동성애자 문화를 상징하는 동네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의 외곽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 역시 동성애자 친화적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임직원들은 매년 6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하는 것을 연례행사로 삼고 있다.

유력 인사 중 동성애자들도 흔하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력한 여성 엔지니어 중 하나로,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부문 ‘구글엑스’ 담당 부사장이었던 메건 스미스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리다가 최근 ‘리코드’(Re/code) 창간 멤버가 된 카라 스위셔 기자는 레즈비언 부부 사이였다.

이처럼 베이지역에 LGBT가 워낙 흔하여서, 쿡이 게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은 오래됐고 본인도 이를 숨기지 않았으나 그간 실리콘밸리에서는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았다.

동성애자 패션·문화 잡지인 ‘아웃’(out.com)이 선정하는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성애자 명단 ‘파워 50’에서 쿡은 2011∼2013년 1위, 올해 2위로 꼽혔다.

즉 쿡이 동성애자라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도 아니고 ‘새삼스러운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전세계 시가총액 제1위 기업인 애플의 CEO가 공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점을 공표한 것은 LGBT를 비롯해 차별을 당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 높이 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리더들은 쿡의 커밍아웃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진정하고 용기 있는, 그리고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준 팀 (쿡)에게 감사한다”고 평했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선임 부사장도 쿡에게 보낸 트윗에서 “정말 감격스럽다. 이번 일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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