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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분양물량 줄여 집단대출 잡는다…가계부채 정책 ‘대전환’

주택 분양물량 줄여 집단대출 잡는다…가계부채 정책 ‘대전환’

입력 2016-08-25 11:05
업데이트 2016-08-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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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공급 물량 축소·주택분양보증 심사 강화 수그러들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정책 방향 선회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핵심은 주택시장의 공급 물량을 규제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소득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고, 처음부터 대출금을 나눠 갚도록 한 금융 쪽 규제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주택공급 물량 조절에 나섰다.

정부는 공공 택지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주택 과잉공급에 대응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대책에 주택 공급시장 관리 수단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 가계부채 증가세 ‘주범’ 집단대출이 표적

이번 가계부채 정책의 주요 표적은 아파트 집단대출이다.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이자 정부는 올해 2월 수도권에서 시작해 5월부터는 전국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그러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아파트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올해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천257조3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4조2천억원 증가한 사상 최고치다.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23조6천억원 중 집단대출(11조6천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2%에 달했다. 작년 말 비중은 12.4%였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신규 분양물량이 쏟아지자 집단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 물량은 51만6천가구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도 상반기 20만6천호 등 연간 45만가구 정도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단대출은 누적 분양물량에 따라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작년과 올해 공급되는 아파트 100만호를 평균 가격인 3억원으로 따지면 300조원”이라며 “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면 210조원 정도를 집단대출 규모라고 볼 수 있고, 작년부터 이 대출이 순차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유인으로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되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감축하고, 분양보증 예비심사 제도 도입, 신규 사업 인허가 조절 등 주택공급 물량 조절 대책을 내놨다.

주택공급에 손을 대지 않고 대출을 조이는 것만으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부터 이어온 분양물량 증가 추세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분양권 전매 차익을 추구하는 과도한 투자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공급 증가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주택 공급과잉→집단대출 증가세 확대와 주택시장 하방 리스크 증가→가계부채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집단대출은 소득과 관계없이 한꺼번에 대출이 나가는 특성이 있어서 투자용으로 집을 분양받은 소유자가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집단대출·상호금융권 대출받기 깐깐해진다

정부는 주택공급 관리와 동시에 집단대출을 받기 더 깐깐하게 만들기로 했다.

기존에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보증을 각각 2건씩, 1인당 총 4건의 보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총합 2건으로 제한한다. 무분별한 분양권 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집단대출 보증율도 기존 100% 보증에서 90% 부분 보증제를 도입하고, 차입자의 소득 확인과 사업장 현장 조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제한이 없었던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건 이내로 제한하고 보증 한도 역시 수도권과 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한지 두 달 만에 나온 추가 대책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를 보아가면서 필요한 경우 집단대출에도 단계적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이후 제2금융권으로 가계대출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은행 주택담보대출 외의 다른 대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 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상호금융의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한 담보 적격성 기준을 강화해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최대 15%포인트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에는 관심이 높았던 분양권 전매제한이 대책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새로 분양된 아파트를 샀다면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분양권 전매제한은 부동산 자금을 묶어두는 것으로 강력한 규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1년, 수도권 민간택지는 6개월이다.

금융당국은 전매제한 강화를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주택·건설 경기 위축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보는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봤을 때 분양권 전매제한을 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시장 위축 우려” vs. “소득심사 더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을 지나치게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을 내놨다.

고성수 건국대 교수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집단대출의 출발점이 되는 분양보증 심사를 엄격히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크게 위축시키지는 않는 방향으로 규제가 유연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일부 지역 부동산은 과열되는 경향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2월 도입된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의 효과를 확인할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건설경기가 꺾일 때 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빌린다면 대출이 늘어나도 큰 문제가 없다”며 “집단대출도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수준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한다고 해도 투기적 수요를 진정시키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수준으로 소득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빠져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풍선 안에 있는 바람은 누른다고 해서 줄어들지는 않으며, 어디론가 삐져나오게 돼 있다”며 “취업·창업대책이나 가계소득 증대 대책을 패키지로 내놓아 가계대출 수요 자체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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