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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한진해운 침몰하는데 사외이사들 뭐했나

현대상선·한진해운 침몰하는데 사외이사들 뭐했나

입력 2016-05-02 10:57
업데이트 2016-05-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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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양사 500여 이사회 안건에 반대의견 ‘전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들어가는 카드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해운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위기 신호를 간과한 부실경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운경기 호황기 때 낙관론에 빠져 외국 선사들과 비싼 용선료로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은 것은 뼈저린 오판이었다.

두 기업은 총수가 사망한 뒤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총수의 부인들이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에선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한층 컸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작년까지 현대상선은 275건, 한진해운은 243건의 의안이 이사회에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두 회사는 2000년대 중반 해운업 호황기를 맞자 용선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해외 선주들과 비싼 가격에 장기 용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운임이 급락세로 돌아서자 비싸게 계약한 장기 용선료는 경영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현대상선은 2007년 10월 18일 사외이사들에게 주요 경영사항으로 1만2천500 TEU급 컨테이너선 5척의 장기 용선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이듬해인 2008년 11월 13일에도 벌크선 2척과 유조선 2척의 장기 용선을 확보했다는 보고가 사외이사들에게 들어갔다.

현대상선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2012년 1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을 앞세워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할 때도 사외이사들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한진해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한진해운의 부실을 키웠지만 사외이사들은 투자나 자금차입 안건에 찬성 도장만 찍었다.

2011년 한진해운은 8천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그해 1월 신조 컨테이너 확보 자금 차입, 컨테이너선 사선 확보 계획안, 벌크선 2척 신조 발주안이 이사회에 올랐지만 이견 없이 통과됐다.

또 그해 5월 캄사르막스급 4척·3만5천t급 1척·5만9천t급 1척 건조를 위한 차입 건, 6월 1만3천 TEU급 컨테이너선 투자 건, 8월 4천600 TEU 컨테이너선 3척과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 3척 건조자금 조달 건 등 다소 무리하게 여겨지는 투자 안건이 잇따라 올랐지만 역시 반대표는 없었다.

일부 사외이사는 기업의 경영감시라는 소임에 충실하기는커녕 이사회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의 에릭 싱 치 입(Eric sing chi ip) 이사는 2005년 이후 계속 사외이사 자리에 있었지만 정작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의 연도별 이사회 출석률 최고기록은 2008년의 15.4%다.

그는 2011년 이후로는 아예 한 차례도 이사회에 나오지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올해 또 재선임됐다.

그는 현대상선의 오랜 우군인 홍콩 허치슨 그룹 계열사의 주요 보직을 맡은 인물로, 회사 측이 경영전략적 필요성을 고려해 사외이사로 앉힌 것으로 보인다.

경영감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물인 셈이다.

회사가 어려워져도 사외이사들이 받아가는 돈은 계속 올랐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4~7명 정도의 사외이사를 선임해 왔는데, 현대상선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007년 3천700만원에서 2014년 4천300만원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사외이사 이사보수 한도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수령액이 2천1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이미 회사는 부실 덩어리가 된 후였다.

한진해운은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2007년 3천800만원에서 작년 5천800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공시했다.

한진해운은 “규정상 사외이사 평균 보수는 사외이사들에게 지급된 총보수를 연말 기준 이사 수로 나눠 계산한다”며 “작년 8월 사외이사 한 분이 사망하면서 중도퇴임해 평균 연봉이 높게 보이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작년 한진해운 사외이사의 실질 평균 보수는 4천800만원 선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난해 한진해운 이사회가 9번 열렸으니 사외이사는 회의에 한번 참석하고 530만원 이상을 챙긴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혁신안을 내놓아도 이후 법 개정으로 연결되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문 경영지식이 부족한 상속자 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데 우리나라 사외이사는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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