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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가다] (17) 서울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가다] (17) 서울혁신센터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5-10-04 17:44
업데이트 2015-10-0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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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아이디어 갖고 오면 누구나 환영… 월 6000여명 상담·평가

추석이었던 지난 27일 밤 10시. 깜깜한 세종대로의 빌딩숲 사이로 보름달보다 환한 빛을 내뿜는 곳이 보였다. 마치 도서관처럼 생긴 이곳 1층에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말을 주고받았다. 오른쪽 끝에 있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니 천장 높이가 낮아 다락방 같은 2층이 나타났다. 한쪽에 야전침대가 놓여 있었다. 책상 앞에 앉은 대여섯명이 노트북 화면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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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2층에 마련된 창업보육공간에서 예비 창업가들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아이디어 구상에 열중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2층에 마련된 창업보육공간에서 예비 창업가들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아이디어 구상에 열중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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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자리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습이다. 이곳은 1년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한동욱(27)씨는 추석 연휴 내내 서울 혁신센터를 찾았다. 매일 5시간 이상 6명의 팀원과 머리를 맞대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는 “심각한 취업난에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면서 “확실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밤낮없이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예비 창업가인 박상욱(18)군은 학교장 허락을 받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울 혁신센터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그의 집은 세종시다. 경기 고양에 외가가 있지만 작업이 늦어지면 센터 야전침대에서 눈을 붙인다. 대학 진학 대신 창업의 길을 택한 박군은 이달 중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모멘토: 모두의 멘토링’을 선보인다. 그는 “센터가 서울 한복판에 있어서 거래 파트너나 투자자와 약속 잡기 편하고 홍보 기회가 많아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센터는 정부나 지원 기업의 역할이 다른 혁신센터보다 작다. 서울의 지역성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 조치다. 민간 주도로 창업 지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 지역의 혁신센터와 교류 협력하는 것이 서울 센터의 할 일이다. 서울에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민간 창업지원기관이 풍부하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지난해 2월부터 초기 창업자 대상 교육과 컨설팅, 투자자 연결을 주선하는 드림엔터가 운영 중이었다. 정부는 지난 7월 17일 드림엔터를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전환했다.

서울센터는 누구도 잡상인 취급을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들고 온 사람은 진지하게 사업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월 6000명을 웃돈다. 드림엔터 개소 직후인 지난해 2월 김명희(53)씨가 언니 손을 잡고 센터를 찾아왔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배운 발효 녹용 기술이었다. 녹용을 발효하면 몸에 좋은 성분이 흡수되기 좋은 형태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컴퓨터도 이메일도 파워포인트도 몰랐던 이들 자매의 창업 준비는 현재 막바지에 이르렀다.

85세의 김종호씨는 올해 초부터 한 달 동안 센터 소파에 앉아만 있었다. 박용호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볼 때마다 붙잡고 “내 집에 한번 같이 가자”고 청했다. 박 센터장은 막걸리 2병을 들고 노인의 집을 찾아갔다. 박 센터장은 “앞마당에 그분이 30년간 연구한 부력발전기가 있었다”면서 “아주 특이한 발명품이었는데 매일 그것만 붙잡고 있으니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다”고 전했다. 노인은 박 센터장에게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은 종이책을 건넸다. 복잡한 수식이 가득했다. 한국전쟁 1·4 후퇴 때 이북에서 내려와 고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오직 발명을 위한 열정 하나로 물리와 수학을 독학한 것이다. 서울 센터는 부력 발전기의 상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 분야에 미치도록 열중하는 ‘오타쿠 정신’에 창조경제의 씨앗이 있다고 박 센터장은 강조했다. 특이한 사람한테 특이한 기술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에서 냉대를 받았던 발명가 에디슨,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예로 들었다. 박 센터장은 “우리는 누구도 내치지 않는다.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것이 혁신센터의 역할”이라면서 “황당무계한 생각도 단칼에 자르지 않고 시장, 투자자와 교류하며 스스로 깨닫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역 센터와의 교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서울센터는 지난달 초 ‘창조경제원정대’를 꾸렸다. 서울센터의 도움으로 창업에 성공한 벤처인 20여명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모였다. 4박 5일 동안 제주, 전주, 부산, 천안, 가평, 춘천 등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의 예비 창업가를 만나 강연하고 경험을 나눴다. 올겨울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5-10-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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