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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요란했던 KB제재…금융당국 체면 구겨

소문만 요란했던 KB제재…금융당국 체면 구겨

입력 2014-08-22 00:00
업데이트 2014-08-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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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리더십 타격받아…전문가 “제재 투명성·공정성 높이는 기회돼야”

당초 호언과 달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경징계로 매듭됐다.

’중징계’에 자신감을 보였던 금감원은 제재기관으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KB금융그룹의 경우 이번 건으로 국민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임직원 인사가 지연되는 등 경영활동이 두 달째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감독 책임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제재대상이 많은데다 한명한명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소명기회를 충분히 주느라 제재결정이 늦어졌고 심도있는 논의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항변하지만 금융권의 불만은 크다.

애초부터 조사 자체가 부실했거나 명확한 제재근거 없이 중징계를 통보했다가 수습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징계과정에서 금감원의 위상이 실추됐다는데 입을 모으고 이를 계기로 금감원 제재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시간 논의끝에 결론은 ‘경징계’…맥풀린 금감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들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경징계를 결정한 것은 여러 모로 사안자체가 중징계로 몰고가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사를 담당한 금감원 입장에서는 중징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회장에 대해 경징계 결정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의 내부통제 부실이다. 2011년 국민은행이 카드를 분사시키면서 금융위 승인없이 개인정보를 넘겨준 부분에 대해선 감사원이 지난달 ‘유권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징계범위에서 빠졌다.

국민은행의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현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한 종전 이사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5월 19일 독단으로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한 바 있다.

KB지주 전산담당(CIO) 임원은 이러한 판단이 경영협의회,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며 같은 날 이 행장과 정 감사의 판단에 노골적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 임원은 유닉스의 성능테스트(BMT) 결과를 제대로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금감원은 KB지주 임원의 이러한 행동이 임 회장의 묵인아래 이뤄졌다고 봤다. 임 회장은 또 내분사태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서 그룹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임 회장 측은 자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 어렵다고 항변했고 제재심 위원들은 사실상 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건호 행장도 주전산시스템 변경과정에서의 내부통제 부실,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에 연관됐지만 경징계 판정을 받았다.

주전산은 이 행장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점이 감안됐다. 다만 이 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에 찬성하다가 뒤늦게 반대해 그룹 전반으로 내분을 악화했다는 점에서 무혐의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거나 담보 가치를 부풀려 잡는 등의 수법으로 5천억원에 가까운 부당대출을 한 도쿄지점 사건은 발생 시점이 이 행장이 리스크담당 부행장 시절이어서 직접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제재심 위원들은 지휘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선례로 볼때 그것만으로 중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심은 금감원 자문기구로서, 그 의결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금감원장에게 있는 만큼 최수현 원장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제재심의 결정을 원장이 뒤집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 역시 최 원장이 중징계라는 원안을 고집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 보인다.

설사 제재심의 결정을 깨고, 중징계로 결과를 바꾼다 해도 임 회장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 건에 대해 금감원과 다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져 최 원장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많다.

◇두달간 온갖 잡음만…금융당국 위상 타격

이번 징계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금융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온갖 배후설에 로비가 판을 쳤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견조율은 삐걱댔다.

사건을 더듬어 보면 금융당국의 업무처리와 역량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직후 ‘중징계 통보’를 보냈지만 소명 등 절차가 길어지면서 통보후 징계결정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징계대상이 200여명에 이르러 ‘졸속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소명기회를 충분히 부여한데다 감사원 감사까지 끼어든 탓이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엄중 징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 등 구호는 희미해졌고 시간을 번 제재대상 기관과 수장들이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집중 로비에 총력전을 펴면서 금감원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가 됐다.

애당초 일괄 징계로 방향을 잡은 것 자체가 무리였던 셈이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최수현 금감원장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그는 그동안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금융의 신뢰를 추락시킨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를 천명했다. 이번 KB사태에 대해서도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중징계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제재심의 결과로 금감원이 무리하게 제재 권한을 남용했고, 금융권의 분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 중심에 최 원장이 있다.

금감원의 지나친 검사와 제재가 금융회사로 하여금 지나친 보신주의에 젖어들게 한다는 금융권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여기에 감사원 감사결과와 달랐던 금융위의 유권해석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금융위는 2013년 6월 국민은행이 영업분할을 이유로 국민카드에 고객정보를 일괄 이관한데 대해 금융지주회사법상 고객정보 제공에 대한 특례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용정보법상 승인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이는 임 회장 중징계의 가장 큰 근거중 하나였다. 그러나 KB금융지주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 이를 잘못된 해석이라고 발표함으로써 금감원은 제재근거를 상실하고 말았다.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한 공정성, 형평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KB의 경우 김정태, 강정원, 황영기, 어윤대 등 전직 수장 4명 모두가 징계를 받았고 이중 3명은 징계결과로 중도하차하거나 연임에 실패했다.

정권의 변화에 금감원의 징계가 춤을 췄다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전문가 “금감원 제재 방식·제도 바꿔야”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위상도 실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금융기관 임직원 제재에 대한 방식과 절차 등을 개선해 제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반행위에 대한 검사의 역할과 제재의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한 기관이 한다는 게 자의적인 판단으로 흐를 수 있고 제재 심의과정에서 금융위, 감사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도록 돼 있어 관치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제재심의 과정에서 제재 대상자의 항변권이 약하고 제재기준중에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저해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시킨 경우’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 남아있다.

제재심 자체가 금융감독원장이 부의하는 일부 제재사안을 심의하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 성격이어서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제재위원회를 만들어 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법률상 역할을 부여하고 법적 제도와 조문을 가다듬어 제재의 객관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재심리 절차후에는 정부나 국회, 감사원 등 제3자의 개입을 금지해야 관치에서 벗어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역대로 보면 금융권 제재는 정권 입맛에 따라 이뤄지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며 “금융당국부터 징계 결정의 이유와 절차, 수위를 좀 더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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