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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의 표류] 年1조원 혈세 쏟는데… 태양광·풍력산업 기술 여전히 걸음마

[대체에너지의 표류] 年1조원 혈세 쏟는데… 태양광·풍력산업 기술 여전히 걸음마

입력 2012-06-07 00:00
업데이트 2012-06-0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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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먹는 하마’ 전락 대체에너지 산업 실태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운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구축 사업에 해마다 1조원 안팎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국내 태양광, 풍력 등 관련 산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구체적인 전략의 부재와 평가나 분석 없는 실행이 낳은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1년 총 9864억 9600만원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 예산안은 크게 ▲발전차액(태양광 등 발전비용의 차액 지원)이 전체의 38.0%인 3750억여원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과 인프라 구축이 31.2%인 3087억여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30.5%인 3018억여원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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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MB 정부는 참여정부와 비교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며 5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전설비 수주 등 사업 실적도 이렇다 할 만한 게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된 세계 수요의 부진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풍력 시장 등은 연평균 5%(2011년 기준)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예측을 정확히 하지 못했느냐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에너지 산업은 하루아침에 수요가 발생하고 사라지는 민감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정환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R&D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산업화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풍력발전에 나선 한 대기업의 임원은 “처음부터 청사진만 있고 마스터플랜과 정확한 수요 예측, 실행 평가·분석 등이 없었다.”면서 “정부가 많은 지원 예산을 썼다고 하지만 총체적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자평했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로 생산하는 국내 OCI는 최근 건설 중이던 군산4공장과 새만금5공장에 대한 투자를 잠정 연기했다. 투자액만 각각 1조 6000억원, 1조 8000억원에 이른다.

또 KCC가 지난해 12월 연산 3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LG화학과 SK케미칼은 태양광 신규사업 투자를 보류했다. 최근 2년 동안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9곳 중 8곳이 문을 닫았다.

외국 업체들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4월 독일 태양광 업계 1위인 큐셀이 파산 신고를 했고, 세계 1위 미국 퍼스트솔라는 전체 직원의 30%인 2000명을 구조조정했다.

이는 세계 태양광 수요의 74%를 차지하는 유럽이 부채 문제로 보조금을 줄이면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공교롭게 태양광 수요를 주도해 왔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위기로 올해 유럽 태양광 설치 시장은 전년 대비 30% 정도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공급 초과 현상 역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당 80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24.08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선두 업체들의 생산 원가가 ㎏당 25달러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OCI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정도 하락한 1018억 81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도 23.3% 줄어든 8906억원에 그쳤다.

정호철 솔라앤에너지 이사는 “2014년 하반기에는 태양광 업체의 공급과잉 상황이 점차 해소되면서 가동률 85%로 수급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한 만큼 우리 업체들은 신소재 개발과 발전 효율 극대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준규·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6-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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