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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구하기 어렵네” 주말 지나도 여전한 ‘한강 신드롬’

    “책 구하기 어렵네” 주말 지나도 여전한 ‘한강 신드롬’

    “주말 동안 품귀현상이 벌어졌다고 해서 아침 일찍 와봤는데, 한 종류밖에 구하지 못해 너무 아쉽네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문 출입구 앞 매대와 20m쯤 더 들어가 왼쪽에 설치한 ‘2024 노벨문학상 한강’ 특별 코너에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150여권씩 쌓여 있었다. 서점 문을 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픈런’은 없었지만, 책이 쌓인 곳에 꾸준한 발길이 이어진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책의 수급이 이를 못 맞추고 있다. 일찍 서점을 찾아도 한강 작가의 다른 책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김학주 교보문고 직원은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금 막 들어왔다. 오늘 중 ‘소년이 온다’가 추가로 들어온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를 많이들 찾으시는데, 언제 들어올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책을 구입한 최상현 씨는 “사실 ‘채식주의자’가 있을까 싶어서 왔는데, 오늘 안 들어올 수 있다고 하더라.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니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문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번에 한강을 시작으로 소설 읽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한강 작가 외에 다른 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을 다룬 기사를 신문에서 봤는데, 그들의 소설도 읽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 책이 인기를 끌면서 선물로 주기 위해 사겠다는 이도 있었다. 이날 책을 산 김수연 씨는 “워낙 큰 상을 받은 터라 관심이 생겨 책을 추가로 사려 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다음 날인 11일 서울 광화문 야외도서관에 전시된 한강 전집을 살펴보고, 흥미가 생겨 그날 오후 교보문고에서 책을 샀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이미 구입했고, 마침 ‘작별하지 않는다’를 사고 싶어 서점에 왔는데 마침 책을 살 수 있었다. 그는 “책을 여러 권 사서 지인분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교보문고 측은 한강 작품 가운데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이른바 ‘한강 3종’을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노경주 교보문고 광화문점 점장은 이날 매대에 놓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일반적으로 물류센터에 있는 책을 서점에서 주문하지만, 이번엔 아예 인쇄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오는대로 바로 가져오고 있다”면서 “이 책들도 오늘 새벽 인쇄소에서 바로 가져왔는데, 이렇게 인쇄소에서 책을 가져오는 경우는 일하면서 처음 겪는다”고 놀라기도 했다. 그는 “‘한강 3종’ 가운데 가장 최신작인 ‘소년이 온다’를 특히 많이 찾는 편이다. 그래서 인쇄소에 부탁해 ‘소년이 온다’를 최대한 많이 빼달라고 부탁했다. ‘채식주의자’는 약간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구입해 비치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노 점장은 “지난 주말 가족 단위 독자들이 한강 작가 책을 찾으러 정말 많이 찾았다. 평소의 2배 가까운 이들이 온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 활력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면서 “한강 작가 책을 사러 왔다가 온 김에 다른 소설도 보는 것 같다. 여러 모로 ‘한강 효과’가 확실한 것 같다”고 밝혔다.
  • 북한군, 이달만 세번째 군사분계선 침범…합참 “단호하게 대응”

    북한군, 이달만 세번째 군사분계선 침범…합참 “단호하게 대응”

    북한군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로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앞선 두 차례 월선과 마찬가지로 ‘단순 침범’이라는 게 합동참모본부의 판단이지만, 고의성 여부를 떠나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인 MDL 침범이 지속되는 데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1일 북한군 수 명이 전날 오전 11시쯤 DMZ 안에서 수풀 제거로 추정되는 작업을 실시하다가 MDL을 넘어오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넘어온 범위는 20m쯤으로 추정되며, 우리 군이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을 실시하자 곧바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MDL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는 퇴각하지 않고, 인근에서 작업을 지속했다고 한다. 합참이 이들의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추가적인 침범은 없었다. 북한군은 지난 9일 MDL 50m 이내까지 침범했다가 우리 군 경고사격에 퇴각했고, 지난 18일에도 침범 후 경고사격에 돌아갔다. 침범 간격이 9일에서 이틀로 줄어든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네 번째 침범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북한군은 최근 DMZ 내 10여곳에서 한 곳당 많게는 수백명을 동원해 불모지 개발, 지뢰 매설, 대전차 방벽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이 현재 DMZ 일대에서 작업하는 곳이 많아 앞으로도 월선이 잦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지역이 수풀이 우거져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고, 월선한 북한군이 대부분 비무장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단순 침범의 반복’이라는 게 현재까지 우리 군의 판단이다. 다만, 단순 침범이라 해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우리 군도 의도치 않게 체력을 소모해야 하는 만큼 보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원칙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했다”며 “유엔사에 통보했고, 정전협장 위반 여부는 유엔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발작으로 인식·기억 못했다”…‘간질’ 여성 교통사고 ‘뺑소니’, 무죄

    “발작으로 인식·기억 못했다”…‘간질’ 여성 교통사고 ‘뺑소니’, 무죄

    발작과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뇌전증(간질) 환자의 ‘교통사고· 뺑소니’는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손현찬)는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여·40씨에게 “당시 A씨는 발작 직후 혼미한 상태로 사고 발생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현장을 이탈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1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2021년 2월 26일 오전 11시 55분쯤 충남 홍성군의 한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앞서가던 B씨(73)의 차를 들이받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좌측면을 긁는 교통사고를 낸 뒤 1분 정도 멈췄다 사고 현장을 살피지 않고 320m쯤 떨어진 옷가게를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뇌전증 발생으로 기억이 나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는 옷가게로 간 뒤 오히려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고 보험회사에 신고했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로 볼 때 A씨는 ‘뺑소니’라는 걸 알았다. 뇌전증 환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2019년 9월부터 짧은 의식소실·인지장애가 동반되는 뇌전증 진단을 받아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며 “교통사고를 인식 못하다가 곧바로 기억이 돌아와 운전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사고 후 행적이 사고를 인지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충격으로 작동된 와이퍼를 상당 시간 방치하고, 사고 때 ‘음’하는 작은 소리의 반응만 보인 점도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문가도 뇌전증으로 인한 부분 복합발작의 증상 발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사고 직후 운전자의 행동이 도주하는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비상식적”이라고 판시했다.
  • 베를린 암사자 이틀째 행적 묘연…“바보들 쏘기 전에 내게 알려달라”

    베를린 암사자 이틀째 행적 묘연…“바보들 쏘기 전에 내게 알려달라”

    “바보들이 그녀를 쏴버리기 전에 내게 어디 있는지 먼저 알려달라.” 독일 베를린 남서쪽 외곽을 발칵 뒤집어놓은 암사자를 몰래 키워 온 주인이라고 주장한 남성이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전날 0시 무렵부터 다음날 낮까지 경찰이 대대적 수색을 벌였지만 암사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베를린 시를 발칵 뒤집어놓았는데 그 책임은 모른 척하고 반려 암사자만 찾겠다는 얌체같은 속내다. 암사자의 주인이라고 주장한 이는 악명 높은 범죄 가문인 렘모 가의 두목 아들인 피라스 렘모라고 영국 BBC가 이날 전했다. 그는 암사자의 소재가 파악되면 자신이 “암사자를 우리 안으로 다시 데려올 수 있다”며 당국에 사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과 당국이 쫓는 암사자의 주인이 정말 그인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가 큰고양잇과 동물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렘모는 새끼호랑이를 안고 나온 동영상을 SNS에 올려 “내 새로운 반려 짝”이라고 소개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지금 추적 중인 야생동물이 암사자가 맞는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 그 동물이 처음 사람들 눈에 띄었던 곳에서는 발바닥 자국도 동물 배설물 같은 DNA 물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전날 클라인마흐노우 지역에서 촬영돼 널리 알려진 동영상이 진짜라고 영국 BBC에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 경관이 전날 새벽 20m쯤 떨어진 거리에서 “큰 고양이”를 봤다. 다른 이들은 확신하지 못했다. 한 전문가는 베를린 지역 라디오방송 RBB 인터뷰를 통해 동영상을 보면 그 동물은 이 지역에서 흔한 멧돼지와 더 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근처 동물원이나 동물보호소, 서커스 등은 어떤 사자도 시설을 탈출하지 않았다고 했다.전날 밤에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수색 규모를 줄였다가 이날 오전 들어 다시 규모를 늘렸다. 이에 따라 120명 가량의 경관과 수의사, 야생 전문가들이 숲 속을 뒤졌다. 드론과 헬리콥터, 열추적 카메라 등이 동원됐다.미카엘 그루베르트 클라인마흐노우 시장은 수색 임무의 첫 목적은 동물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며 그 다음 생포하는 것이고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면 경찰관들이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밤새 동물을 봤다는 신고 수십 건이 경찰에 접수됐는데 부촌인 제흘렌도르프 등도 포함됐다. 처음 수색이 이뤄졌던 지역에 사는 파울 란다우는 로이터 통신에 위험한 사람이 지역에 들어왔나 보다 싶었다고 했다. 주민들에게는 반려동물을 밖에 내보내지 말고 집안에 머무르라는 당부가 전해졌다. 야생동물 전문가 헤리베르트 호퍼는 야생동물을 마주치면 달아나지 말고 가만 서 있으라고 조언했다. “일단 피해야 한다. 가능한 한 동물을 향해 돌아서되 동물과 눈을 마주 치지는 말아야 한다.” 당국은 사람들이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숲 옆 광대한 구역을 수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암사자가 그곳에서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앞서 동물권 단체 ‘Four Paws’에서 야생동물 거래 담당자인 바네사 아모로소는 암사자가 돌아다니는 것이 맞다면 누군가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의 동물거래 관련 법률이 제각각이라 큰고양잇과 동물 거래가 쉬워졌으며 많은 나라들에서 반려동물로 키울 수 있게 허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어 독일 당국이 이런 실태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온라인으로라도 등록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노랑노랑 꽃밭을 건너/고양이 작가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노랑노랑 꽃밭을 건너/고양이 작가

    고양이 한 마리가 노란색으로 뒤덮인 꽃밭을 건너온다. 한동안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구경하고 있던 고등어 녀석이다. 바닷가에 펼쳐진 노랑노랑한 꽃밭은 웬만한 학교 운동장 규모에 가까웠다. 무슨 꽃인지 궁금해 포털사이트 꽃 검색을 해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나도 고양이 섬에 와서 처음 만나는 생소한 꽃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조성한 꽃밭임에는 분명했다. 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 이런 풍경을 만나는 건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드넓게 펼쳐진 노랑 꽃밭도 그림인데, 그 그림 속을 고양이가 한 발 한 발 걸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노랑 꽃밭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아 나는 숨을 죽이며 꽃밭을 건너오는 고양이에 집중했다. 그리고 녀석이 꽃밭을 3분의2쯤 건너왔을 무렵이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삼색이와 젖소냥이, 또 다른 고등어(약간 늙어 보이는) 한 마리가 꽃밭으로 불쑥 들어섰다. 연령대와 생김새가 제각각인 것으로 보아 가족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녀석들은 저쪽에서 꽃밭을 건너오는 고등어를 마중 나왔는지도 모른다. 뒤늦게 출현한 세 마리 고양이와 꽃밭을 건너온 고등어는 노랑꽃이 듬성듬성한 가장자리에서 만나 서로 코인사를 나누었다. 삼색이와 고등어는 서로 인연이 깊은지 제법 오래 꽃밭에서 수다도 떨었다. 꽃밭에 둘러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고양이들. 고양이 언어 번역기로 녀석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듣고 싶었지만, 젖소냥이와 늙은 고등어가 흥을 깼다.두 녀석이 갑자기 꽃밭에서 우다다를 선보인 것이다. 사실 이건 사진을 찍는 찍사의 관점이고, 분위기는 늙은 고등어가 젖소냥이를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난데없이 노랑 꽃밭에서 추격전이 벌어진 셈이다. 서로 담소를 나누던 중 누군가가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그늘도 없는 꽃밭에 고양이들이 이렇게 북적이는 이유는 무얼까.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닌데, 꽃밭에 있던 네 마리의 고양이가 일제히 골목길로 들어섰다. 바닷가 쪽에서 올라온 세 마리 고양이도 이들 무리를 뒤따랐다. 당연히 나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고양이 무리가 도착한 곳은 꽃밭에서 기껏해야 20m쯤 떨어진 구멍가게 앞이었다. 진즉에 가게 앞에 머물고 있던 고양이까지 합쳐 여남은 마리 고양이가 구멍가게 앞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거였다. 잠시 후 가게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할머니 한 분이 사료를 한가득 가지고 나오셨다. 그러고는 군데군데 사료 그릇에 부어 주었다. 그렇다. 이 구멍가게는 고양이 섬의 유일한 가게이자 고양이 밀도가 가장 높은 급식소였다. 고양이들은 세 그룹 정도로 나뉘어 질서정연하게 식사를 했다. 그러니까 아까 노랑 꽃밭을 건너온 고등어 녀석도 최종 목적지는 바로 이곳이었던 셈이다. “노랑노랑 꽃밭을 건너면 할머니 손맛이 끝내주는 급식소가 나와요.” 이곳의 모든 고양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나만 몰랐던 거다.
  • 성철 스님 깎고 사라진 조각가 토굴에 숨어 아로새긴 ‘불국토’

    성철 스님 깎고 사라진 조각가 토굴에 숨어 아로새긴 ‘불국토’

    ●사자산 끝자락 놀라운 불교 조각 미술관, 강대철 조각 토굴 놀라운 공간을 전남 장흥에서 만났다. 사자산 끝자락에 불국토를 꿈꾸는 조각 토굴이라니, 과장 좀 보태 갈매기가 물고 날아간 복권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토굴의 이름은 없다. 아직 완공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다만 토굴을 만든 이가 펴낸 책 제목이 ‘조각 토굴’이었으니 이를 따르는 게 순리일 듯하다.먼저 조각 토굴의 개요부터. 1650m²(약 500평) 정도의 월암마을 산자락을 파서 만든 일종의 조각 미술관이다. 중정처럼 꾸민 원형의 홀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토굴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그중에는 지하로 파 들어간 것도 있다. 각 토굴 안엔 순결한 황토벽을 깎아 불교 철학을 새겼다. 불교 교리를 아는 이들에겐 더욱 신묘한 공간으로 여겨질 법하다. 주인공은 강대철(75) 조각가다. 1978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생명질’로 대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후 ‘K 씨 농장의 호박’ 등으로 조각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다 2005년 성철 스님 동상 작업을 끝으로 미술계를 떠났고, 세인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공간이 세상에 알려진 경위가 흥미롭다. 17년 은둔 생활을 했던 유명 조각가의 근황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종교적으로 민감한 부분도 있어 그가 천착해 온 시간들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애초 조각 토굴을 발견한 이는 문화일보의 박모 기자다. 2019년 더없이 놀라운 공간에서, 홀연히 사라진 유명 조각가를 만난 그는 곧바로 지면에 게재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 작가가 미완성이라며 완곡하게 만류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다시 장흥 토굴을 방문했지만 이번엔 수해로 작품 일부가 피해를 입어 기사로 쓸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 3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한 일간지에 쓴 기고를 통해 토굴의 존재가 드러났다. 이후 강 작가가 쓴 책이 발간되고, 몇몇 매체가 토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제 수면 위로 솟아오른 모양새다.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토굴에 들자마자 만나는 중앙홀의 ‘예수부처’다. 벽면에 오른손으로 수인(手印)을 한 예수의 상반신을, 예수의 시선이 머무는 바닥엔 석관에 누운 부처를 각각 조각했다. 2000년 동안 메시아로서의 예수는 없었다는 걸 상기시키고 ‘깨달은 자’ 부처로서의 예수는 단단한 석관에 매장돼 있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매우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어 강 작가의 설명을 그대로 옮긴다. “이 시대에, 역사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조율되고 왜곡된 예수가 아니라 부처로서의 예수, 하나님의 메신저로서의 예수 본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 주변 기독 신앙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거대한 나무뿌리 형상들이 석관을 에워싸고 있는 것은 2000년 동안 인류의 무지가 부처로서의 예수를 가둬 놓고 있었음을 상징합니다.” 첫 번째 굴은 오온(五蘊·존재를 구성하는 5개의 집합)을 모티브로, 생명의 근원인 뿌리 위에 뇌, 해골 등을 조각했다. ‘나’의 실체를 찾는 실마리라는 의미다. 두 번째 굴엔 바위, 잡석 등이 많았다. 곡괭이와 삽만으로는 조각할 수 없어 3m 정도만 파고 불상을 들였다. 반대로 세 번째 굴은 흙이 너무 부드럽고 점력이 약해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 정도만 조성했다. 네 번째 굴은 다양한 퇴적층이 독특했다. 강 작가는 다채로운 문양을 가진 흙벽에 백골들을 새겼다. 삶의 무상함을 느껴 보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 굴엔 도마뱀과 연꽃, 반가사유상 등 인상적인 작품이 많다. 입구에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화를 잘 내고 다투기를 좋아한다는 도마뱀을, 굴 끝엔 깊은 명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배치했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라는 취지일 테다. 여섯 번째 굴은 지하로 20m쯤 파 내려갔다. 육신이 뒤틀린 고행상을 세우고 뒤로 작은 굴을 여섯 개 더 팠다. 육바라밀(열반에 이르는 여섯 가지 덕목)을 상징하는 굴이다. 각 굴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명상할 수 있게 조성했다. 일곱 번째 굴은 앞 토굴의 내용을 간략하게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연기(緣起·모든 형상의 생성과 소멸의 법칙)로 이뤄진 삶을 상징하는 열두 마디의 수레바퀴를 조각한 것이 전부다. 모든 굴엔 감실 형태의 작은 굴을 만들어 촛불을 켤 수 있게 했다. 일부 주민의 도움을 받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작업은 혼자서 했다. 작업 자체를 기도와 성찰의 방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첫 삽질을 시작한 지 햇수로 7년. 앞으로도 한두 해 정도는 더 작업을 해야 한다. 전체로 10년 가까이 공을 들이는 셈이다. 이 공간이 미술관이 될지, 명상 센터가 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일반에 공개되기까지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초 그는 이 토굴을 자신만의 수행 공간으로 삼으려 했다. 기사에 토굴의 정확한 위치를 적지 않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조각 토굴을 마무리 지은 뒤에도 일정 기간은 인연 닿는 이들과의 수행 공간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강 작가는 “다만 불성을 존중하고 깨달을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을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 [세종로의 아침] 북악 단상/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북악 단상/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북악을 처음 오른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막내 삼촌이라 말해도 누구라도 믿을 것 같았던 스물한 살 위의 둘째 매형 후보(?)는 부모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1일 효도 관광’ 투어를 도모했다. 대낮 남한산성을 거쳐 야경으로는 서울 장안에서 으뜸으로 쳐 주던 초여름 밤 북악스카이웨이가 코스였는데, 어디서 빌렸는지 당시 회사 사장쯤은 돼야 탈 수 있다던 일제 크라운 세단까지 동원됐다. 세검정을 통과한 승용차는 종로구 청운동 고개 창의문을 출발해 성북구 아리랑 고개로 이어지는 8㎞의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기 시작했다. 자하문으로도 불리며 한양도성 사소문(四小門) 가운데 하나인 창의문을 지나면서 보이는 창밖은 어린 눈에도 섬?했다. 너풀대는 치마처럼 오렌지색 조명을 드리운 경비등은 길 정상인 북악팔각정까지 이어졌다. 20m쯤 될까. 불빛 아래 일정 간격으로 늘어서서 위협적인 거총 자세로 철조망을 지키던 무장 군인들은 위장 크림 속에 감춘 매서운 눈초리로 지나는 차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생뚱맞게 숲 밖으로 내밀어진 집채만 한 화장품 광고판 아래쪽에는 창문만 한 구멍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민 대공 벌컨포의 시커먼 총구들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박정희 멱을 따러 왔다’던 김신조의 1·21 사태 5년 뒤, 초등학생 눈에 비친 북악산 첫 풍경은 그렇게 살벌했다. 북악팔각정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밤하늘은 고교야구 밤경기가 한창이던 동대문야구장 조명 덕에 밝았지만 당시 세상은 북악스카이웨이처럼 깊은 어둠으로 치달을 때였다. 그해 8월 여름방학 비상소집일에 느닷없이 받아들고는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외워야 했던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2개월 뒤 군부 독재의 유신헌법을 시작으로 요동쳤던 한국 정치사를 예고하는 경고장이나 다름없었다. 북악은 한국 현대사의 부침을 지켜본 산이다. 이승만으로 시작해 윤보선, 박정희 등을 거쳐 몇 주 전 퇴임한 문재인까지 12명의 최고 권력자들을 품었다. 하지만 요즘 유행어가 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를 품고 있어서였을까, 길 건너 인왕산에 견줘 북악산 이름 석 자가 우리 입에 오르내린 건 개방 논의가 본격화된 불과 15년 남짓 전부터다. 북악의 옛 이름은 백악이다. 마주 보는 남쪽의 목멱(남산)을 염두에 두고 이름이 바뀌었다지만 백악이라는 원래 이름이 더 흔히 쓰이고 친숙하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개방된 탐방로에는 백악이라는 이름이 흔히 등장한다. 해발 342m의 정상은 ‘백악마루’다. 표지석엔 ‘백악산’이 또렷이 음각돼 있다. 2007년 일부를 개방한 이 산의 탐방로 이름도 아예 ‘백악구간’이다. 성곽 일부를 둥그렇게 돌출시킨 이 산 유일의 곡성(曲城) 이름 앞에도 ‘백악’이 붙는다. 청와대 부속실 중엔 ‘백악실’도 있다. 벼르던 북악 도보 탐방에 나선 게 지난해 가을이다. 그동안 수없이 스카이웨이를 오갔지만 정작 북악에 두 발을 내디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창의문을 출발해 헐떡대며 ‘지옥 계단’을 오르니 청운대 휴게소다. 거친 숨을 가라앉히며 남산 쪽을 바라보니 그 아래 세종대로가 이어지고 가상의 연장선을 죽 그으면 닿는 곳이 ‘청와대로 1번지’, 아쉽게도 발아래 청와대에서 길은 막혔다, 그러나 1·21 사태 이후 54년 동안 범접을 불허하던 길이 지난 10일 다시 열렸다. 청와대에서 머리맡 백악정까지 오르는 두 갈래 탐방로를 열어젖히면서 북악은 기존 창의문~혜화문의 백악구간과 합쳐지는 ‘T’자형의 속살을 완전히 드러냈다. 50년 전 무시무시했던 기억의 파편들은 여기저기 남아 있겠지만 이번에는 신발 끈을 조이고 북악, 아니 백악에 다시 오를 일이다.
  • [씨줄날줄] 지리산 천년송/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리산 천년송/임병선 논설위원

    지리산 반야봉을 출발해 뱀사골 입구에 내려서니 와운마을 올라가는 길과 반선마을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여느 해 단풍철엔 와운마을 올라가는 이들을 보기 어려운데 올해는 달랐다. 이 산을 다룬 드라마 여주인공이 상심을 달래기 위해 찾는 천년송을 보려고 찾아오는 발길이 제법 많았다. 2000년에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됐는데 실제 나이는 500년쯤 됐단다. 반야봉의 맞은편 명선봉에서 영원령으로 흘러내리는 해발고도 800m에 자리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임진왜란 전부터 자생했다고 믿는다. 높이는 20m,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는 4.33m다. 지상 4m 높이에서 가지가 갈라지는데 동서로 18m, 남북 24m에 이른다. 일부 가지의 끝이 고사했지만 건강하고 우산이 펼쳐진 것처럼 잘생겼다. 마을 사람들은 할매송으로 모신다. 20m쯤 위에 크기도, 모양도 훨씬 못한 한아시(할아버지의 사투리) 소나무가 있다. 할매를 윗길로 치는 것은 마고 할매의 신화를 좇은 영향이 아닌가 싶다. 정월 초사흗날이면 천년송 아래에서 당산제를 지내 왔다. 제사를 거르면 마을의 주 수입원인 감이 열리지 않거나 뜻하지 않은 이변이 일어난다고 믿어 제를 올리기 전에 몸가짐을 가지런히 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소나무를 볼 수 있지만 이처럼 기골이 장대한 나무 만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천년송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반선마을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단풍에 취한 사람들은 차량에 길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이고, 천년송 보겠다고 무작정 올라오는 차들을 비켜 줄 공간은 옹색하기만 했다. 마을 가 봐야 차 돌릴 공간도 넉넉하지 않은데 사람들은 기어코 차를 끌고 올라왔다. 드라마 ‘지리산’이 사람들의 관심을 부추긴 것은 확실하다. 팬데믹 영향으로 이제 막 산 타는 재미에 눈뜬 주위 사람들이 지리산 종주를 해 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남원시는 지난 주말 천년송 아래에서 두 쌍의 전통 혼례를 성대하게 치러 관광객들 손짓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어이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고야 말겠다는 이들도 바짝 힘을 얻은 것 같다.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다니 말이다. 천년송과 할배 소나무를 부부로 엮어 예식 장소로 삼는 것은 강원 삼척 준경묘의 소나무와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자식을 혼인시킨 것처럼 어색하다. 드라마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되레 산을 모욕하는 것 같다는 지적에 택시기사는 “요상하대요잉. 사람도 많이 죽고, 귀신도 나오고, 드라마를 왜 그렇게 만드나 모르것소잉”이라고 답했다.
  • “이제야 마음의 짐을 조금 덜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야 마음의 짐을 조금 덜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17일 오전 청주고인쇄박물관 인근 직지원정대 추모비 앞마당. 10년 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441m) 북벽 등반도중 실종됐다 지난달 23일 발견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42세) 대원의 추모제가 끝났지만 박수환(50)씨는 발을 떼지 못했다. 눈물을 참기위해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박씨는 한줌의 재가 돼 이날 귀향한 두 대원과 2008년 히말라야 미답봉 등반에 성공해 ‘직지봉’을 탄생시킨 산악인이다. 직지봉은 히말라야 최초로 한글이름을 가진 봉우리다. 그는 이들이 실종된 2009년 9월 히운출리 북벽 등반 도전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끝까지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4200m지점에 차려진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박씨는 등반 이틀째인 24일 오전 10시쯤 체력저하로 혼자 하산했고, 두 대원은 등반을 이어가다 25일 오후 7시쯤 베이스캠프와 교신이 끊어지며 실종됐다. 바위와 빙하로 구성된 북벽은 힘든 상대였다. 박씨는 “아침에 등반을 시작해 120m쯤 올라갔는데 컨디션이 너무 나빠 저 때문에 동료들까지 위험할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제 상태를 얘기하자 두 대원이 먼저 하산하라고 해 내려왔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현지에서 사라진 동료들을 찾기위해 몸부림쳤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철수했다. 귀국후 죄책감이 그를 괴롭혔다. 심적고통을 달래기위해 술을 자주 마셨고, 인생의 전부였던 등산도 끊었다. 박씨는 “이들이 이렇게라도 돌아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10년간 저를 힘들게했던 미안함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한 직지원정대 대원은 “수환이형이 그동안 가장 힘들어했다”며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다시 산을 다녔으면 좋겠다”고 했다.1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두 대원의 유골은 가족들이 마련한 납골당으로 옮겨졌다. 박 대원은 청주시 가덕면 요셉공원묘지에, 민 대원은 청주시 남이면 가좌리 선산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동료 산악인과 가족 등 100명은 추모제에 참석해 이들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시신 발견 소식을 듣고 네팔을 다녀온 박연수(55) 전 직지원정대장은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뒤 10년이 지나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 산악 역사상 처음”이라며 “두 대원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기적을 만든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5년이상 빙하속에 있다가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현지 주민에게 발견됐다”며 “대원들이 눈사태와 낙석 등 외부충격으로 추락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두 대원의 활동 등을 알릴수 이는 기록관이 있으면 좋겠다”며 “유품전시 등을 통해 직지원정대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알리면 직지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원의 형 종훈(54)씨는 “기약도 없던 기다림의 시간이었는데 행복한 만남을 준비해준 종성이, 그리고 종성이가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분들이 너무 고맙다”고 밝혔다.직지원정대는 1377년 청주에서 인쇄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알리기 위해 2006년 30여명으로 구성됐다. 청주시는 북벽 신루트 개척에 나섰던 두 대원이 실종되자 지난해 11월 시 예산으로 청주고인쇄박물관 직지교 옆에 추모비를 세웠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폭발사고 1년도 안 돼 또 3명 사망… 여전한 한화의 안전불감증

    폭발사고 1년도 안 돼 또 3명 사망… 여전한 한화의 안전불감증

    로켓 생산 대전공장서 연료 빼다가 폭발 1㎞ 떨어진 아파트 단지까지 냄새 번져 작년 5월엔 연료 주입 사고로 5명 사망 노동청 ‘작업 중지’ 명령… 조사관 급파한화 대전공장에서 9개월도 안 돼 폭발 사고로 또 3명이 숨졌다. 14일 오전 8시 42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 대전공장 70동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A(32)씨와 B·C(25)씨 등 현장에 있던 직원 3명이 모두 숨졌다. 이 동은 다연장 로켓 무기 ‘천무’를 생산하는 곳으로 추진제(연료) 코어를 빼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육중한 70동(115㎡ 규모) 출입문이 20m쯤 날아갔을 정도로 폭발 충격은 컸다. 격실 형태로 여러 작업장이 붙었으나 작업장의 천장과 벽이 철판과 콘크리트로 지어져 파손되지 않았다. 폭발 당시 인접 작업장에는 ‘천무’ 등 로켓 완제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출입문이 떨어져 나간 공간으로 새어나온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계속 치솟았고, 매캐한 냄새가 수만명이 사는 1㎞ 거리의 아파트단지로 번졌다. 한 입주민은 “툭하면 대형 폭발 사고가 터져 불안해서 못 살겠다. 아파트 근처에서 위험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한화는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경찰과 소방당국은 로켓 추진체의 점토 형태 연료(추진제)에서 코어를 빼내는 ‘이형작업’ 준비 중 폭발했다고 밝혔다. 코어와 이를 뽑아내는 장비를 수동으로 연결하던 중이었다. 추진체 완성 직전 단계다. 신경근 유성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작업장이 방호벽이어서 다른 동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현장에 유해 화학물질은 없었다”고 말했다. 숨진 A씨는 딸을 둔 가장으로 8년간 이곳에서 일했고, 직장일과 함께 대학을 다닌 B씨는 졸업을 하루 앞두고 변을 당했다. 이 공장에선 지난해 5월 29일에도 폭발 사고로 사상자 9명을 기록했다. 51동에서 로켓 추진체에 연료를 주입하다 폭발을 일으켜 2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3명이 치료 중 숨지는 등 모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4명이 다쳤다. 직원들은 당초 방염복 없이 일하다 이 사고 후에야 착용하도록 했으나 이외에 뚜렷한 안전·보호 장비가 없어 회사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폭발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공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관 9명을 급파해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문제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도 합동수사본부를 차리고 시 소방본부, 군 폭발물 전문가, 전기·가스·화약 전문기관의 협조를 얻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대전공장은 추진체를 만들던 국방과학연구소(ADD) 것을 1987년 한화가 인수했다. 화약기술을 바탕으로 1974년 방산사업에 뛰어든 한화는 대전과 충북 보은, 경북 구미, 전남 여수 등 4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직원 900여명이 근무하는 대전공장은 ‘천무’를 비롯한 로켓 등 유도무기를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와 같은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으로 보안과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金ㆍ金ㆍ銀… 전설로 남을 꽃, 이상화

    金ㆍ金ㆍ銀… 전설로 남을 꽃, 이상화

    3~4코너 실수로 메달색 바뀌어 ‘金 ’ 고다이라와 불과 0.39 차이 아웃 코스 배정에 ‘뒷심 ’ 아쉬워 고다이라 경기 뒤 “존경스럽다”‘빙속 여제’ 이상화(29)가 올림픽 3연패를 향한 감동의 레이스를 펼쳤지만 뒷심 부족으로 눈물을 삼켰다. 스타트는 좋았다. 18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15조로 출발해 초반 100m를 10초20으로 끊었다. 앞서 14조에서 뛴 강력한 경쟁자 고다이라 나오(32·일본)가 기록한 10초26보다 0.06초 빠른 기록이 전광판에 찍히자 장내는 들끓었다. 이상화가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보인 100m시즌 베스트 기록 10초26을 깬 것이다.하지만 레이스 중후반까지만 해도 고다이라를 앞서던 이상화는 3~4코너에 진입한 뒤부터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다이라가 마지막 120m쯤부터 속력을 더 끌어올린 데 비해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경기 후 이상화는 “출발이 좋았고 빠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세계신기록 세울 때의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마지막 코너 부근에서 실수한 것 같다. 빠른 속도를 오랜만에 느껴봐서 주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다이라는 이상화의 올림픽 기록(37초28)을 훌쩍 넘긴 36초94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데엔 라인 배정도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이상화는 과거 아웃코스에서 시작하기를 좋아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린 이후에는 인코스를 선호했다. 아웃코스의 경우 마지막 곡선 주로를 돌파할 때 몸에 부담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상위 6명에 대해 조를 추첨한 결과 이상화에게 아웃코스가 배정된 게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상화는 “인·아웃코스 상관없다”고 자신해 왔지만 이날도 레이스 마지막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마지막 부분이 중요했는데 조금 실수가 있었다. 3~4코너에서 얻을 수 있는 속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다소 아쉽다. 후반 60m 지점을 남기고 체력이 급격히 고갈된 듯했다”며 “그럼에도 초반 100m에서 기록한 10초20은 사력을 다한 결과여서 놀랍다. 이 한 가지만 봐도 하고자 하는 의욕을 엿볼 수 있었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골랐다. 관중들이 “이상화 괜찮다”라고 연호하자 담담한 표정을 짓다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네 번째인 올림픽 레이스를 처음으로 직접 보러 온 부모도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딸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경쟁자인 고다이라까지 옆으로 다가와 토닥이며 이상화와 서로 “존경스럽다.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잠시 주고받았다. 관중들은 시상식 끝까지 이상화를 연호하고 격려의 박수를 쳐 주며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빙속 여제’를 떠나 보냈다. 다음 올림픽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다고 스스로 수차례 말했지만 곧바로 은퇴를 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상화는 “시합하기 전부터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재밌게 레이스를 했지만 결과가 아쉽긴 하다”며 “올림픽에 부모님이 처음 오셨는데 약간 (부모님에게) 기댄다는 생각을 하고 뛰었다. 너무 긴장돼서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다시 또 금메달을 위해 전진했는데 역시 0.01초로 싸우는 경기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은메달이지만 이것으로도 저는 최선을 다했으니 많은 격려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양구서 훈련병 탄 군용버스 추락… 22명 중경상

    양구서 훈련병 탄 군용버스 추락… 22명 중경상

    전원 안전벨트… 사망자 없어 운전병 “브레이크 제동 안됐다”훈련병을 싣고 달리던 버스가 계곡 아래로 추락해 22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2일 오후 5시 6분쯤 강원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 도고 터널 방산방면 1㎞ 지점에서 25인승 군용 미니버스가 도로 옆 5m 계곡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김모(20) 훈련병 등 7명이 중상을 당했고, 15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고 버스엔 운전병 이모 상병과 김모 중사, 지난달 3일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 20명이 타고 있었다. 부상 장병들은 육군 제21사단에 복무 중이며, 다행히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친 장병들은 모두 의식이 있으며 현재 양구 백두병원과 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이 장병들은 이날 오전 9시쯤 외진을 받기 위해 양구읍 하리의 사단 의무대를 찾았으며, 신병교육대로 복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차량은 도고 터널을 빠져나와 긴 내리막 구간을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굽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었다. 이후 맞은편 가드레일을 친 뒤 5m 깊이의 계곡을 경사면을 따라 20m쯤 굴러떨어졌다. 사고 차량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31번 국도부터 사고현장까지는 가로등이 없어 상향등을 켜지 않으면 가시거리가 매우 짧다.사고 버스는 바퀴와 차체가 분리되고 지붕 등 차체가 종잇장처럼 구겨질 정도로 크게 훼손됐다. 추락 직전 달렸던 도로에는 검은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이 20m가량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버스가 수차례 구르는 과정에서 잡목 등을 거치면서 충격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사고 버스에 탄 장병은 입대 후 1∼5주차 훈련 중인 신병들”이라며 “훈련 중 감기 등의 질환을 앓는 신병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병과 선탑자는 경찰에서 “터널을 빠져나와 내리막 구간을 달리던 중 여러 차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속도가 줄지 않았고 핸드 브레이크를 잡았는 데도 제동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군 당국은 제동장치 고장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양구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또 협력업체 휴일 참사… 깊이 12m 탱크서 ‘펑’

    또 협력업체 휴일 참사… 깊이 12m 탱크서 ‘펑’

    19㎡ 공간서 도장 작업 중 사고…1.5㎞ 떨어진 횟집서 첫 신고 20일 오전 11시 37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 조선해양 작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서 숨진 작업자 4명은 모두 STX 협력업체인 K기업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 RO(잔유보관)탱크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중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폭발 충격과 화염에 따른 화상 등으로 사망했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 구조대원들이 폭발사고가 난 탱크안으로 이날 낮 12시 5분쯤 들어가 구조에 나섰지만 김모(52), 임모(53), 엄모(45), 박모(33)씨는 탱크 안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탱크는 선박 안 갑판에서 12m 깊이에 있는 크기 19㎡쯤 되는 공간이다. 탱크 형태가 크게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주변이 검게 그을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들은 진해구에 있는 병원에 안치됐으며 산소 마스크를 쓴 흔적이 있고 옷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숨진 근로자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크고 작은 화상이 있었으며 사망한 상태였다고 전했다.사고 현장에서 1.5㎞쯤 떨어진 횟집에 있던 중에 굉음을 듣고 119로 처음 사고 신고를 한 김모(59)씨는 “무게가 엄청나게 무거운 철판이 땅바닥에 부딪히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려 조선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생각이 들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20m쯤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우모(48)씨는 “배 안에서 ‘펑’하는 큰 폭발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연기가 치솟았고 30여분 동안 연기가 계속 났다”며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이번 폭발사고와 관련해 조선업계 등은 좁은 밀폐구역에서 도장작업 안전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단체와 협력업체 등에 따르면 원청업체와 협력업체는 갑을 관계이다 보니 원청업체가 지시하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라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작업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협력업체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STX조선해양은 사고 직후 박영목 기획관리부문 상무와 공두평 총무안보팀장 등은 사고 브리핑에서 “숨진 근로자들은 당시 선박 안 탱크 내부에서 특수도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배 안에서 도색작업을 할 때는 화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며 “주위에 화기 작업도 없었던 상황이라 폭발 원인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사고가 난 선박에는 환경안전 담당자 1명이 지정돼 있고 담당자가 작업 허가를 해 이날 오전 8시부터 작업을 했다. 휴일 작업을 한 이유는 현재 조선업계가 어려워 휴일에도 일을 하려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날 창원해경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고원인 규명 등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과 소방당국 등은 탱크 안에 유증기나 가스 등이 고여 있던 상태에서 불꽃이 발생해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경은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폭발사고가 난 화물운반선(길이 228m, 폭 32m, 깊이 20.9m)은 그리스 선박회사에서 발주해 건조 중인 7만 4000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다. 회사 정문 근처 바다 위에 정박해 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정 90%로 10월쯤 인도 예정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운전] 빗길 급브레이크 밟으니 20m 미끄러져… 2개 차로 이탈 ‘아찔’

    [교통안전 행복운전] 빗길 급브레이크 밟으니 20m 미끄러져… 2개 차로 이탈 ‘아찔’

    폭염 속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많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빗길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빗길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큰 사고나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비율)도 높아 사망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다. 속도를 줄이고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방어 운전만이 빗길 사고를 막는 길이다. 빗길·빙판길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제와 비슷한 상황에서 시험운전을 했다. 경북 상주 교통안전교육센터. 빗길·빙판길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 주행 승용차 운전대를 잡았다. 여름철과 가을철에 빈번한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린 도로 상황을 연출했다. 속도는 시속 60㎞로 설정했다. 빗물이 흘러가기 때문에 도로에 물은 괴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먼저 직선 코스를 달리다 브레이크를 서서히 밟았다. 차가 기우뚱하면서 5~6m를 미끄러진 뒤 멈췄다.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같은 코스에서 갑자기 장애물이 나오는 상황을 연출했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자 강한 수막현상과 함께 차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진행 방향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지만 차는 20m쯤 미끄러졌다. 밖으로 나와 확인해 보니 차는 2개 차로를 넘어 방향이 45도 정도 틀어진 채 멈췄다. 실제 운행 중에 일어난 사고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곡선코스에선 차 90도 이상 틀어져 이번에는 곡선 코스에서 시험했다. 비가 약간 내려 도로가 축축한 상태를 연출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듯했다. 속도를 낮추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상황이라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코스였다. 시속 60㎞로 달리다가 곡선 왼쪽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어 봤다. 차량이 기우뚱하면서 오른쪽으로 약간 밀렸지만 코스는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같은 코스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량 뒷부분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미끄러졌다. 빙판에서 슬라이딩하는 느낌이었다. 가까스로 멈춘 차량은 2개 차로를 이탈했고 방향은 90도 이상 틀어졌다. 실제 도로에서라면 갓길 밖으로 뒹굴거나 마주 오는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빙판길을 달리는 코스에 들어섰다. 편도 3차로에 마찰계수를 눈이 약간 내린 경우로 맞췄다. 거북이 운전하듯 달릴 때는 코스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속도를 60㎞로 올리자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도 곡선코스에서는 차가 미끄러졌다. 이번에는 브레이크를 밟아 봤다.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을 뿐인데 차는 마치 팽이가 돌듯이 미끄러졌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이 혼미했다. 1차로를 달리던 차는 한 바퀴 이상 돌아 3차로 밖 갓길에 겨우 멈췄다. 시험 주행만으로도 아찔했다.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도 별 소용없어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의 효과도 알아봤다. 마른 도로나 저속 운전에서는 ABS 효과가 증명됐다. 하지만 빗길·빙판길에서는 ABS 효과가 크지 않았다. 곡선 빗길이나 빙판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는 ABS 장착 여부와 관계없이 차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미끄러졌다. 김준년 교통안전교육센터 교수는 “눈길이나 수막현상이 나타나는 곳에서는 ABS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며 “속도를 낮추고 방어 운전을 하는 것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작년 빗길 사고 사망자 463명 이르러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되레 늘어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3년에는 430명, 2014년에는 46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는 빗길 사고가 2만 667건 발생했고 사망자가 463명에 이르렀다. 부상자도 3만 2509명이나 된다. 빗길 교통사고는 치사율이 높다. 2014년 맑은 날 교통사고 치사율은 2.09명이었지만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2.64명으로 훨씬 높았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빗길 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지난달 1일 오후 4시, 순천완주고속도로 완주 방향 46㎞ 지점. 소형 승용차 운전자가 1차로를 주행하던 중 천마터널 출구를 나오자마자 빗길을 접하고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순간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차량 뒷부분이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는 녹지대에 부딪힌 뒤 녹지대 턱과 가드레일마저 넘어서 정차하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빗길 고속도로는 속도 50% 줄여야” 지난달 4일 오전 8시 15분쯤,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214㎞ 지점인 경북 예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빗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중심을 잃으면서 갓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튕겨나가 경사지 아래로 뒤집혔다. 이 사고 운전자 역시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목숨을 잃었다. 김동인 도로공사 교통안전처장은 “빗길 고속도로는 무조건 속도를 50%가량 줄여야 한다”며 “특히 곡선 주행길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도록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상주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빗길 안전운전 요령 ① 비가 내리면 낮이라도 전조등을 반드시 켜야 한다. 속도를 50% 줄이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내려가면 수분이 얼어붙어 눈에 보이지 않는 빙판이 만들어진다. ② 타이어 관리도 중요하다. 타이어 마모가 심하면 타이어 홈의 배수 능력이 떨어져 타이어가 물 위에 뜨는 수막 현상이 발생한다. ③ 급출발, 급브레이크는 사고를 부르는 지름길. 차체가 흔들리면서 방향이 바뀌어 미끄러지거나 뒤집히는 사고의 원인이 된다. 브레이크 페달은 여러 번 나누어 밟아야 한다. ④ 터널을 나오기 전에는 속도를 낮춰야 한다. 터널을 나오자마자 빗길로 접어들면 갑자기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급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
  • “하루 100번 출동지령”… 2차 교통사고 막는다

    “하루 100번 출동지령”… 2차 교통사고 막는다

    상반기 2차 사고 치사율 60% 100대 넘는 CCTV 순간 포착 도로 한복판 시비 등 위험 감찰 “서울외곽선 강일육교 퇴계원 방면 23㎞ 지점 갓길에 25t 화물차 2대 정차 중. 순찰차 출동하세요.” 1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의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본대 지령실. 앞쪽 벽면에 108개 모니터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온 모니터에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에서 실시간 전송되는 장면들이 떠 있는 가운데 김종만(43) 경사가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로 다급하게 출동 무전을 보냈다. 기자는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지도 못한 터. 김 경사가 지목한 모니터 화면에 화물차를 향해 이동하는 순찰차가 나타났다. 순찰차는 견인차 20m쯤 뒤에 멈춰 서서 사이렌을 켰다. 차에서 내린 경찰이 경광봉을 흔들며 다른 차량이 화물차와 부딪치지 않게 유도했다. 김 경사는 “화물차가 차로까지 침범해 정차한 데다 커브 구간에 차를 대 놓아 뒤에 오는 차와 충돌할 위험이 컸다”고 설명하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 모니터에서 저 모니터로 쉴 새 없이 눈동자를 옮기는 김 경사는 ‘화상순찰’ 중이다. 100대가 넘는 CCTV를 확인하면서 위험 순간을 포착하고 신속하게 현장에 연결한다. “하루 평균 100번쯤 순찰차 출동 지령을 내리는데 휴가철이라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지면서 지령을 내리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바빴고 목이 다 쉬었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도중에도 곳곳에서 접촉 사고가 났다. 김 경사는 모니터를 확인하고 해당 지구대에 무전을 보냈다. “하남분기점 퇴계원 방면 19㎞ 접촉 사고, 인명 사고 없으니 소방차와 견인차 먼저 철수시키세요. 2차 사고 나지 않게 차량 흐름 뚫어 주세요.” 전국 고속도로 5700여개 CCTV는 정면 화면에는 잡히지 않지만 지령실 본대의 컴퓨터를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시간 경기, 충남 등 각 지역의 11개 지구대에서도 관할 고속도로를 지켜보고 있다. 대체로 갓길에 무단으로 정차하거나 접촉 사고 후 도로 한복판에서 시비를 가리는 상황, 고장 차량을 길에 세워 두고 보험회사 직원을 기다리는 등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순찰차를 보내 정리한다. 고속도로 혼잡이 절정에 이르는 휴가철이면 화상순찰하는 경찰도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달 30~31일에는 각각 472만대, 418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정찬희(55) 지령실장은 “차량 통행량과 사고 수는 비례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차가 몰리는 휴가철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가지까지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피곤하다고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눈을 붙였다가는 뒤에 오는 차에 받혀 크게 다칠 수 있다”며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거나 차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에 연락하기 전에 112에 신고부터 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CCTV를 활용한 화상순찰은 지난 5월 31일 도입됐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급증한 데 따른 조치였다. 올해 2월 18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3월 19명, 4월 20명에서 5월 31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서 있는 차량을 들이받아 발생하는 2차 사고는 지난 상반기에만 28건이 발생해 17명이 숨졌다. 치사율이 60%로, 전체 고속도로 사고 사망률보다 6배나 높다. 경찰은 화상순찰이 자리를 잡으면 2차 사고 예방을 통해 사망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영국 산악인 에베레스트 정상 500m 남기고 발길 돌린 이유

    영국 산악인 에베레스트 정상 500m 남기고 발길 돌린 이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을 불과 500m 앞두고 발길을 되돌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왼쪽 눈을 잃은 영국의 참전용사 레슬리 빈스(42)가 앞서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하던 인도 여성 산악인이 쓰러지자 구조하기 위해 정상을 포기한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영국 BBC에 따르면 사우스 요크셔주 로터햄 출신인 빈스는 지난달 21일 에베레스트 등정 도중 산악인들이 여분의 산소통에 산소를 채워넣는 곳이란 뜻에서 발코니로 불리는 지점에서 고정된 라인을 따라 걷던 여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발견했다. 인도 콜카타 근처 출신인 수니타 해즈라(32)였다. 그녀의 산소통을 살폈더니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혼자 내려가겠다고 했지만 20m쯤 내려가다 다시 쓰러졌다. 정상을 500m 남겨둔 지점이었고 그에게는 정상 공략에 12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빈스는 세르파를 불러 정상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여분의 산소통을 그녀에게 넘겼다. 하산 도중 다른 낙오된 산악인을 부축해 하산하는 세 산악인과 서로 도와가며 하산했다. 자신의 캠프에 돌아온 뒤에는 침낭을 그녀에게 건넸고 체온을 잃지 않도록 온몸을 문지르는 등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른팔 등에 동상이 심각했다. 해즈라는 지난 2일 후송된 카트만두의 한 병원을 퇴원했다. 그녀의 남자 형제인 킹슈크 채터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감사를 표현할지 모르겠다며 “그는 우리 누이가 지금도 살아 있는 이유”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의 정유시설 경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빈스는 귀중한 목숨을 구한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그날 정상에 도전하다 세상을 떠난 다른 산악인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3년 동안 영국 육군에서 복무했으며 보스니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근무하며 모두 네 차례나 폭발 사고를 경험했으며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매설된 폭탄을 발견한 공로 등으로 훈장도 둘이나 받았다. 영국의 주요 봉우리들을 모두 올랐다는 빈스는 현재 카트만두에 머무르고 있으며 오는 6일 약혼녀와 딸을 만나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는 “수니타와 가족이 최선을 다하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상어공격 받으면 이렇게 됩니다”

    “상어공격 받으면 이렇게 됩니다”

    물놀이를 하다가 상어 공격을 받은 여성이 인터넷에 생생한 인증샷을 올렸다. 끔찍한 상처를 보면 치를 떨만도 하지만 여성은"자주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상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상처가 아물면 다시 바다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심장의 주인공은 스페인 여성 크리스티나 오헤다(38). 그는 최근 가족과 함께 그란카나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날씨까지 화창한 날 그란카나리아에 도착한 가족은 바로 해변으로 나갔다. 아찔한 공격사건이 발생한 건 바로 이날. 모래사장에서 약 20m쯤 떨어진 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오헤다는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 갑자기 출현한 상어는 오헤다의 양팔을 물고 늘어졌다. 다행히 상어의 덩치가 크지 않아 오헤다는 상어를 밀쳐내고 지옥 같은 바다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양팔엔 상어의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오헤다는 응급치료를 받고 붕대를 감는 신세가 됐지만 치료 전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해수욕장에서 사람이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현지 분위기는 술렁였지만 오헤다는 사진을 공개하며 오히려 피서객들을 안심시켰다. 오헤다는 "상처를 입었지만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은 금물"이라며 "붕대를 감지만 않는다면 당장 다시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란카나리아에서 상어가 출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지난 수개월 동안 그란카나리아에서 상어가 자주 목격됐다"며 "사람이 상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트위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상어공격 받으면 이렇게 됩니다”

    “상어공격 받으면 이렇게 됩니다”

    물놀이를 하다가 상어 공격을 받은 여성이 인터넷에 생생한 인증샷을 올렸다. 끔찍한 상처를 보면 치를 떨만도 하지만 여성은"자주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상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상처가 아물면 다시 바다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심장의 주인공은 스페인 여성 크리스티나 오헤다(38). 그는 최근 가족과 함께 그란카나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날씨까지 화창한 날 그란카나리아에 도착한 가족은 바로 해변으로 나갔다. 아찔한 공격사건이 발생한 건 바로 이날. 모래사장에서 약 20m쯤 떨어진 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오헤다는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 갑자기 출현한 상어는 오헤다의 양팔을 물고 늘어졌다. 다행히 상어의 덩치가 크지 않아 오헤다는 상어를 밀쳐내고 지옥 같은 바다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양팔엔 상어의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오헤다는 응급치료를 받고 붕대를 감는 신세가 됐지만 치료 전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해수욕장에서 사람이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현지 분위기는 술렁였지만 오헤다는 사진을 공개하며 오히려 피서객들을 안심시켰다. 오헤다는 "상처를 입었지만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은 금물"이라며 "붕대를 감지만 않는다면 당장 다시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란카나리아에서 상어가 출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지난 수개월 동안 그란카나리아에서 상어가 자주 목격됐다"며 "사람이 상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트위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명인·명물을 찾아서] 삶의 지혜 깃든 다리 1000년의 물살 버티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삶의 지혜 깃든 다리 1000년의 물살 버티다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 과학기술도 건축 원리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다리가 있다. 언뜻 보면 대충 돌을 쌓아 만든 것 같지만 거센 물살을 1000년 이상 버텨 내며 지금도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 과학의 어떤 교량 구조물이 1000년을 버틸 수 있을까.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축조된 농다리(충북도 유형문화재 28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이지만 역학적이고 물에 대한 내구성까지 고려된 교량 건축의 백미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농다리 전체 길이는 93.6m, 폭은 3.6m, 교각은 1.2m다. 교각과 교각 사이는 0.8m 정도다. 상판으로는 폭이 채 1m도 안 되는 평평한 돌을 한 개씩 올려 사람이 건널 수 있게 했다. 교각은 총 28개다. 편마암의 일종인 붉은색 돌이 사용됐는데 모양이 제각각이다. 다듬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돌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크기가 다른 돌을 적절히 배합해 서로 맞물리게 했다. 멀리서 보면 돌무더기 같아 보인다. 석회석 등을 바르지 않고 자연석을 그대로 쌓았는데도 견고하기가 이를 데 없다. 장마가 져도 유실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이는 농다리가 엉성해 보여도 매우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선조들은 거센 물살의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교각을 일직선으로 배치하고 않고 유선형으로 세우는 등 물이 교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앞에서 보면 다리가 언뜻 일직선 같지만 높은 곳에서 보면 다리가 지네처럼 구부러져 있다. 또한 교각 역할을 하는 기둥들이 타원형이라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농다리’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이 가운데 농다리의 특수한 견고함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함영미(55) 진천군 문화관광해설사회 지회장은 “농다리의 ‘농’(籠) 자가 대바구니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날실과 씨실이 결합해 튼튼한 대바구니를 이루는 원리를 이용해 다리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농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지회장은 “28개의 교각이 하늘의 별자리 28수를 응용했다고 해 하늘다리, 장마 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들었다고 해 수월교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풍수지리학자들은 농다리와 세금천에 ‘혈’(穴)이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혈이 기운을 좋게 하고 돌들을 서로 끌어당겨 견고하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농다리를 언제, 누가 만들었지는 확실하지 않다. 까마득한 옛날에 축조돼서인지 고서와 전설을 통해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농다리가 처음 등장하는 책은 1900년대 초 발간된 인문지리서인 조선환여승람이다. 이 책에는 “농다리는 세금천과 가리천이 합류하는 곳에 고려 초엽 시대 임연 장군이 음양을 배합해 붉은 돌로 축조했다. 수문을 28칸으로 축조하고 칸마다 1개의 돌로 이어 하나의 활이 뻗쳐 있는 것 같다. 노한 파도와 물결에도 하나의 돌도 달아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임 장군은 당시 지역에서 막강한 힘을 가졌던 호족으로 추정된다. 전설에 따르면 임 장군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세금천을 건너려는 여인을 위해 용마(龍馬)를 타고 부하들을 지휘하며 다리를 놓았다는 것이다. 당시 상산으로 불렸던 진천 지역에는 ‘상산 임씨’들이 많이 거주했었다. 이 전설이 사실일까. 농다리를 건너 초평저수지 쪽 용고개 방향으로 20m쯤 올라가면 큰 바위에 사람 발자국과 말발굽 모양의 홈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임 장군과 용마의 발자국으로 부른다. 농다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농다리가 굴티마을과 세금천 건너에 있던 죽정내마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조상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기 때문이다. 당시 굴티마을 주민들은 논과 밭이 죽정내마을에 위치해 있어 농다리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죽어서도 상여를 타고 농다리를 건너 이웃 마을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농다리는 지역 축제로까지 승화됐다. 농다리를 지키기 위해 객지 생활을 청산하고 1998년 귀향한 임영은(53)씨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그는 자비 등 300만원을 들여 농다리향토문화축제를 시작했다. 이는 진천군이 해마다 5월에 개최하고 있는 생거진천 농다리축제의 모태가 됐다. 임씨는 현재 농다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농다리보존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임씨는 “농다리가 1976년 충북도문화재로 지정돼 군이 관리하기 이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1년에 한두번씩 자발적으로 보수해 왔다”면서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농다리가 지켜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다리가 국가지정문화재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천군이 전담 부서를 만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독특한 농다리를 보러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주말에만 5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의 우수한 지역 자원 100선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됐다. 중부고속도로 진천IC를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농다리 입구에 농다리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다. 주변에 초평호, 보탑사, 길상사, 진천 종박물관 등 볼거리도 많아 가족끼리 찾아가도 좋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아하! 우주] ‘로제타’ 혜성에서 번지 점프 하기

    [아하! 우주] ‘로제타’ 혜성에서 번지 점프 하기

    -67P 혜성 핵 부분에서 높이 1km 절벽 발견 만약 당신이 번지 점프를 즐긴다면 로제타 호가 궤도를 돌고 있는 67P 혜성을 추천한다. 단, 발목에 로프를 묶지 않고 하는 점프다. 아찔한가? 23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오늘의 천문사진(APOD) 사이트에 공개된 67P 혜성의 절벽은 무려 높이 1km나 되는 위용을 뽐내고 있다. 지난 8월 초부터 혜성 궤도를 돌기 시작한 유럽우구기구(ESA)의 로제타 탐사선이 혜성의 어두운 핵 부분에서 발견한 절벽이다. 로제타가 약 2주 전에 촬영한 이 절벽은 높이가 1km로, 천길 벼랑이라 할 만하지만, 당신이 저 꼭대기에서 풀쩍 뛰어내리더라도 다칠 염려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혜성의 중력이 지구의 10만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루함은 좀 참아야 한다. 낙하속도가 초속 30cm에 지나지 않아, 1km를 떨어져내리는 데 무려 한 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절벽의 발치에는 비교적 부드러운 토양이 덮여 있고, 울툴불툭 솟은 바위들의 크기는 20m쯤 된다. 로제타 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7P 혜성의 얼음을 이루고 있는 물은 지구의 바닷물과는 상당히 다른 중수소 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곧 지구의 바다가 혜성에서 온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다. 로제타 호는 혜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2015년 8월까지 혜성을 따라 비행할 예정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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