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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든살 아이들의 편지, 평산책방 북토크, 그리고 영화… 4·3의 이름으로

    여든살 아이들의 편지, 평산책방 북토크, 그리고 영화… 4·3의 이름으로

    제77주년 제주4·3추념식이 다가오면서 4·3을 주제로 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려 주목받고 있다. #28일 제주4·3 제77주년 스물네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 여든살 아이들의 편지제주4·3연구소는 28일 오후 2시 제주4·3평화기념관 1층 대강당에서 ‘제주4·3 제77주년 스물네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증언본풀이마당은 4·3체험자들이 겪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당으로, 마음속에 쌓여온 기억을 풀어냄으로써 자기를 치유하는 ‘트라우마의 치유마당’이며, 4·3의 진실을 후세대들에게 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는 ‘그리움에 보내는 여든살 아이들의 편지-아픈 항쟁의 세월을 넘어’라는 주제로 임충구, 강은영씨가 나와 마음 속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4·3 때 폭도로 몰려 산으로 갔다가 행방불명된 임원전 씨의 아들 임충구(82) 씨는 75주년 제주4·3추모식에서 제주바람에 흰 백발을 휘날리며 무죄 판결문을 들어 보였다. 그는 4·3 때 아버지를 잃고, ‘도피자 가족’으로 몰려 어머니까지 잃었다. 당시 경찰과 계엄군, 서북청년회 단원 등은 집에 아들이나 아버지가 없으면 ‘빨갱이 가족’으로 보고 일가족을 고문·취조한 뒤 무참하게 학살했다. 임 씨는 지난 2009년 제주국제공항 유해 발굴 때 60년 만에 백골의 모습으로 아버지와 재회했다. 반면 강은영(83)씨는 서귀포 법환리 출신으로 서귀면장까지 역임했던 강성모(1907년생)씨의 딸이다. 부친 강씨는 한국전쟁 발발이후 토벌대에게 연행돼 1950년 7월 16일 제주항 앞바다에서 수장당했다. 이번 행사에선 강덕환 시인이 시낭송을 하며 문성호씨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 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 제주4·3관련 북토크…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에서 제주4·3 관련 북토크가 4·3 추념식 행사 당일에 열린다.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2018년 제70주년 4·3 추념식 때 취재차 만난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의 구술, 그간 발굴한 국내외 사료 등을 모아 2023년 엮어낸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에 대해 책이야기마당이 펼쳐진다. 책 제목의 숫자는 공식적인 4·3 첫날과 마지막 날짜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는 물론 퇴임 이후에도 4·3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2018년, 2020년, 2021년 등 세차례에 걸쳐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찾아 제주도민을 위로했고, 퇴임 이후인 2023년엔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바 있다. 특히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평산책방 누리집에 문 전 대통령이 이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이 실린 바 있다. 평산책방 쪽은 21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5시까지 북토크에 참가할 30명을 모집한다. 모집대상은 ‘평산책방 책친구(북클럽)’로 책친구 누리집(https://www.psbooksmember.kr) 소식 게시판에서 신청할 수 있다. #4월 11~13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2025 서울 4·3 영화제’제주4·3 77주년을 맞아 ‘2025 서울 4·3 영화제’가 다음달 11일부터 13일까지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2주에 걸쳐 진행하는 서울지역 기념행사 중 하나로 마련한 올해 4·3영화제에서는 4·3 관련 최신작과 평화·인권 관련 영화들이 소개된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이 영화제는 제주4·3평화재단이 제주에서 진행하는 제주4·3영화제와는 별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올해 서울 4·3영화제는 기존 ‘4·3의 오늘’ 섹션 외에 ‘나, 우리, 그리고 재일조선인’, 그리고 ‘계엄의 그늘’ 섹션으로 나눠 장·단편 10편이 상영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회 무료 상영하고 매회 해외 작품을 제외하고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동시에 일본과 미국 작품을 특별상영 형식으로 초청하고, 재일조선인 감독과의 화상 연결을 진행하는 등 외연을 확장했다.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지난 영화제를 통해 서울 4·3영화제의 가능성과 4·3에 대한 서울·경기 지역 관객들이 폭넓은 참여와 관심이 확인됐다”면서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영화제는 4·3 신작은 물론 재일 조선인을 소재로 한 영화와 계엄 관련 국내외 영화까지 폭을 넓히면서 4·3의 친구들로 부를 수 있는 다채로운 영화인들이 함께 하고 있는 만큼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제주도립미술관, 6월 8일까지 ‘4·3 미술 네트워크: 빛과 숨의 연대’특별전제주도 제주도립미술관은 4·3 미술제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4·3 미술 네트워크: 빛과 숨의 연대’ 특별전을 지난 11일부터 6월 8일까지 기획전시실 2(2층)에서 열리고 있다. ‘빛과 숨의 연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동학농민운동, 대구 10월항쟁, 제주4·3사건, 광주 5·18민주화운동,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민중운동을 예술로 재조명한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이 보여주는 민중들의 호혜관계를 조명하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진 민중의 역사를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 보여준다. ‘제주4·3사건’은 세 번째 섹션으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평등과 자치를 요구하다가 군사적 탄압을 받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제주도민의 저항과 희생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희생과 저항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는 장”이라며 “관람객들이 예술을 통해 역사를 되새기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탐라미술인협회가 주최하고 4·3미술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1회 4·3미술제 ‘봄은 불꽃처럼’이 4월 2일부터 30일까지 예술공간 이아와 산지천갤러리에서 열린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총 46명(팀)이 참여한다.
  • 情, 닳고 닳았나…판타지에 녹인 여자들의 숙명

    情, 닳고 닳았나…판타지에 녹인 여자들의 숙명

    새 책 ‘차마 봄이 아니거니와’가 전하는 이야기 한 자락. 옛날 한 옛날, 신출귀몰하기가 백중 무렵 맨 하늘에 벽력 치듯 하는 도사가 살았다. 죽은 여인네도 다시 살린다는 도사의 이름은 화경 선생. 세간의 명예를 티끌처럼 여기며 표표히 살던 그에게 서울의 한량 조생이 찾아온다. 세도가의 자제에다 옥을 깎아 만든 듯한 외모를 가진 조생이 화경을 찾은 건 “복사꽃처럼 요요작작”했던 연인 옥월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전혀 방도가 없는 건 아니로되, 과정도 결과도 끔찍할 게 분명한 터. 화경이 이러구러 조생 집안의 어린 하녀를 인신 공양의 제물로 삼아 죽은 옥월을 저승에서 불러오긴 했는데, 흙과 재 사이에 묻혔던 몸이 문제다. 한 번 웃으면 백 가지 애교가 넘치던 얼굴이 천 가지 악몽과 같았고, 썩어 찢어진 윗입술 아래로는 검은 혀가 뱀처럼 날름거렸다. 조생이 악몽 같은 꿈에서 깨보니, 화경은 사라지고 계집종과 무덤가에 누워 있더라나. 책에서 빠져나오니 최첨단 영화관에서 ‘전우치’(2009) 유의 고전 판타지 영화를 보고 나온 느낌이다. 비슷한 일본 영화 ‘음양사’(2003)를 다시 본 듯한 착각도 든다. 그만큼 글이 유려하고 맛깔나다. 고어체의 문장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호로록 빠져들겠다. ‘차마 봄이 아니거니와’는 김인정 작가가 8년에 걸쳐 쓴 ‘화경 선생’ 연작을 묶은 판타지 소설이다. ‘차마 봄이 아니거니와’, ‘천지에 사무치도록’, ‘그때 흰 뱀 한 마리가’ 등 3부에 다섯 편의 이야기를 나눠 담았다. 소설의 액면 주인공은 화경 선생이다. ‘전우치’의 ‘화담’(김윤석)과 ‘음양사’의 ‘세이메이’(노무라 만사이)를 버무려 놓은 듯한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뭇 여자다. 작가는 이를 “봄이되 봄이 아닌 여인들의 이야기, 제도와 불합리한 숙명에 휩쓸려 흔들거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1편 ‘요요작작’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삶은 대체로 이러하다. 조생의 막내 여동생은 아버지가 첩질로 얻은 세 살배기 갓난애, 저승의 저울 한쪽에 올려진 하녀 역시 방년(芳年)에도 이르지 못한 아이다. 노리개처럼 지내다 죽어 썩은 몸으로 돌아온 옥월의 처지도 기구하다. 그렇다고 뭘 어쩌자는 건 아니다. “정이란 닳고 마음은 흩어지게 마련이고, 약한 계집애는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빚을 지게 마련”이니까. 다만 사랑하다 두 발 걸려 넘어지는 게 여자이니 “자주 뒤 돌아보고, 발아래도 내려다보길 바랄 뿐”이다.
  • 꽃망울 터진 동강할미꽃…축제·전시회 이어져

    꽃망울 터진 동강할미꽃…축제·전시회 이어져

    강원 정선에서 영월로 흐르는 동강에서 주로 자생하는 동강할미꽃을 테마로 한 행사가 잇달아 열린다. 정선군은 오는 21~23일 정선읍 귤암리 동강할미꽃 거리와 생태체험학습장 일원에서 동강할미꽃 축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동강할미꽃 축제에서는 할미데이 선포식과 시니어 패션쇼, 버스킹, 화분 만들기, 노르딕 워킹 등으로 꾸며진다.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인 세대공감 놀이터도 운영한다. 세대공감 놀이터는 부모와 자녀가 2인 1조로 참여해 동강할미꽃 모양의 달고나와 정선군의 마스코트 ‘와와군’을 만드는 체험, 동강할미꽃과 사투리·신조어, 정선에 대한 퀴즈를 푸는 도전 골든벨 등으로 진행된다. 동강할미꽃 축제 기간 영월 청령포 저류지 홍보관에서는 동강할미꽃 전시회가 열린다. 영월자원식물연구회가 주관하는 전시회에서는 흰색, 자색, 분홍색, 자주색 등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다. 영월자원식물연구회는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전시회를 열고 있다. 22~30일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는 고주서 사진작가의 개인전 ‘자연의 선물, 동강할미꽃’이 열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동강할미꽃은 흰 솜털과 여러 색깔의 꽃잎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하늘로 피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석회암지대 절벽 바위틈새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한때 탐방객들이 무분별하게 찾아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주민과 보존단체들이 복원에 나서 현재는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
  • 교황, 병원서 미사 집전… “운동도 한다”

    교황, 병원서 미사 집전… “운동도 한다”

    폐렴으로 장기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입원 한 달여 만에 공개됐다. 교황청은 16일(현지시간) 교황이 로마 제멜리 병원 내 성전에서 미사를 공동 집전한 뒤 기도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흰 수단을 입고 보라색 스톨을 두른 채 제대 앞에 있는 교황의 뒷모습이 담겼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눈을 뜨고 아래쪽을 응시하고 있다. 바티칸 공보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아침 제멜리 병원 10층 성전에서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진은 교황이 지난달 14일 입원해 양쪽 폐에 발생한 폐렴 치료를 받은 뒤 처음 공개된 것이다. 바티칸뉴스는 언론과 대중이 교황의 사진 공개를 요청해 이에 응했다고 전했다. 교황의 건강이 상당히 호전됐음을 보여 주려는 의도다. 그간 교황은 네 차례 호흡곤란을 겪으며 고비를 맞았지만 최근 눈에 띄게 병세가 나아졌다. 다만 회복 속도가 더뎌 언제 퇴원할지는 불확실하다. 교황청은 “교황의 상태는 안정적이며 지난주부터 건강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교황은 병원에서 고유량 산소 공급 등 치료를 받고 있으며 운동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복 중이지만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퇴원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교황은 신자들에게 “시험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나처럼 약한 상태에 있는 수많은 형제자매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몸은 약하지만 우리가 사랑하고, 기도하고, 자신을 바치고, 서로를 위하고, 믿음으로 희망의 신호를 비추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 거절은 어떻게 선물이 되는가

    거절은 어떻게 선물이 되는가

    문학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시도 쓰고 평론도 쓰고 거기에 연구까지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 의미에서 시인 정끝별(61)은 문인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성실하게 읽고 성실하게 쓰며 시와 평론 그리고 연구를 아우른다.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지내는 그는 제자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선생님이기도 하다. 1988년 시인으로 등단해 올해로 37년이나 됐는데 산문집은 처음이다.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이라는 제목은 자못 역설적이다. 거절은 어째서 선물이 되는가. 시인으로서, 또 일상인으로서 정끝별이 삶을 지나오며 마주친 풍경들이 정겹게 펼쳐지는 책이다. “차를 세우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홀연히 허공이 환한 느낌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목련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 훅 달려드는 봄밤의 목련꽃 향기에 밴 비릿한 물 냄새 아니 흙냄새 때문이었나 보다. 순간 흰 목련꽃 더미가 아버지 런닝구처럼 보였다.”(‘목련이 아버지 런닝구처럼 피었다’·65쪽) 하양이 주는 감각의 정동을 통해 목련꽃은 곧 아버지의 ‘런닝구’가 된다. 외래어 표기 규범을 제대로 지키자면 ‘러닝셔츠’라고 해야 맞다. 하지만 왜인지 아버지가 입었을 그것은 ‘런닝구’ 혹은 ‘난닝구’라는 말이 아니면 제대로 뉘앙스가 담기지 않는 것 같다. 사부곡(思父曲)이지만 대단히 절절하진 않다. 그래서 마음이 더 흔들린다. 창문 너머로 세차게 물을 뿌리며 이런저런 꽃들을 야무지게 키웠던 작가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기억 속에도 있을 아버지의 이미지가 가만가만 떠오른다. 일상의 단상들을 사진처럼 포착한 짧고도 강렬한 산문 51편이 실렸다. 굳이 출판사에서 편집한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겠다. 표제작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로 바로 넘어가 보자. 다시 아버지 이야기다. 작가의 아버지는 생전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단다. 나긋나긋 웃으며 언제든 그 누구든 따뜻하게 맞아 줄 것 같은 시인은 이 글에서는 조금 벼락같은 말로 우리네를 향해 일갈한다. 거절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진짜로 그것이 ‘어려워서’ 거절하지 못하는 걸까. 정끝별은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하지 못하는 건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살았던 세월이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명령이라서 거절하지 못했고 부탁이라서 거절하지 못했다. 제안이고 약속이라서 거절하지 못했고, 연대고 고백이라서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다. 거절을 못 했던 진짜 이유는 그것들이 다 일종의 거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절하지 못한 내가 이후에 상대에게 다시 명령하고 부탁하고 제안하기 위해서였을 것이고, 또다시 약속하고 연대하고 고백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70쪽)
  • “라틴계 백설공주? 계모가 더 예쁘다”…‘싫어요’ 100만개 폭탄에 결국

    “라틴계 백설공주? 계모가 더 예쁘다”…‘싫어요’ 100만개 폭탄에 결국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가 백설공주 역에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발표한 뒤 첫 예고편에 ‘싫어요’ 100만개를 받는 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영국 런던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시사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는 디즈니가 대중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을 고려해 런던에서 예정된 시사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언론과의 인터뷰는 진행하되, 그 규모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앞서 실사 영화 ‘백설공주’는 캐스팅 발표와 함께 논란에 휘말렸다. 백설공주의 영어 이름인 ‘흰 눈’(Snow White)을 뜻하는 캐릭터를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가 맡게 되자, 일부 반감이 표출되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공개된 첫 예고편에 ‘싫어요’가 100만개를 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총 108만여개의 전체 반응 중 ‘좋아요’ 수는 단 8만개에 불과했다. 티저가 공개된 뒤로는 백설공주보다 왕비 역을 맡은 배우 갤 가돗이 더 예쁘다는 반응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왕자가 백설공주 대신 계모를 찾는다는 댓글에는 무려 2만 2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디즈니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 실사판에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속 하얀 피부의 빨간 머리 에리얼과 이미지가 다른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 지적받았다. ‘인어공주’는 수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으나 ‘블랙 워싱’(black washing, 흑인화) 논란으로 글로벌 흥행에 실패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백설공주’의 주요 캐릭터인 일곱 난쟁이도 논란이 됐다. 디즈니는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난쟁이 캐릭터를 CG로 처리했는데, 이는 할리우드에서 일감이 한정된 왜소증 배우들의 배역을 빼앗았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이외에도 ‘여왕’ 역으로 캐스팅된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갤 가돗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일부 활동가들이 반발하며 정치적 논란이 가중됐다. 지글러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2022년 한 인터뷰에서 “원작 애니메이션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왕자가 백설공주를 스토킹하는 관계”라고 말해 일부 원작 팬들의 반감을 샀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백설공주’는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 않고, 자신이 되고 싶은 리더가 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기존의 사랑 이야기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디즈니 원작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공동 감독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핸드는 지글러가 원작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디즈니는 런던 시사회가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행사를 취소했다. 또한 주연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언론과의 접촉에서 민감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언론 노출을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교황의 죽음 이후… 추기경들의 탐욕과 음모[영화 프리뷰]

    교황의 죽음 이후… 추기경들의 탐욕과 음모[영화 프리뷰]

    탐욕이 넘치고 음모가 판친다. 고결한 이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들의 선거가 이럴 줄이야. 어지간한 정치인보다 더 세속적이다. 5일 개봉하는 ‘콘클라베’는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전 세계에서 109명의 추기경이 긴급 소집되고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외부와 단절된 이탈리아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가 진행된다. 영화 제목 콘클라베는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 라틴어 ‘콘 클라비스’에서 온 단어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선종 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투표를 가리킨다. 여느 선거와 달리 고립된 곳에서 진행하는 점, 절반을 얻지 못하면 다시 투표하는 점 등이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후보들의 추문이 불거져도 확인이 어렵다. 작은 사건 하나, 연설 하나로 선거의 향방이 크게 출렁인다. 영화는 선거를 총괄하는 추기경 로렌스(레이프 파인스)의 시선으로 사흘 동안 6번에 걸쳐 진행되는 투표를 촘촘히 따라간다. 로렌스는 진보 진영 후보인 벨리니(스탠리 투치)의 지지자이다. 그러나 표가 분산할 경우 보수 진영에 패할 가능성이 있어 ‘밀어주기’에 돌입한다. 벨리니를 돕기 위해 했던 연설 탓에 자신에게 표가 쏠리자 로렌스는 자신이 권력을 탐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차선으로 트랑블레(존 리스고)를 밀기로 하지만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뒤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 각색으로 유명한 피터 스트라우건이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겨 화제가 됐다. 주연 배우인 파인스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로 그의 각본을 꼽았을 정도다. 영화는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주목받은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몇몇 장면은 황홀할 지경이다. 예컨대 비 오는 가운데 흰 우산을 쓴 추기경들이 입장하는 장면이라든가, 테러로 부서진 창문을 통해 외부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모습 등은 탄성을 자아낸다. 파벌, 이념, 과거의 애정사, 인종과 젠더 문제까지 다루는데도 과함이 없다. 추기경들을 권력에 굶주린 정치인처럼 묘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오는 고민과 깨달음 등을 아름답고 진중하게 풀어냈다. 투표 장면이 반복되고 인물 간의 대화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베르거 감독은 파인스의 호흡을 의도적으로 영화 속에 넣어 몰입감과 긴장감을 생생하게 더했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의 탁월한 연기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극장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 정치인 못잖은 추기경들의 탐욕과 음모…‘콘클라베’[영화프리뷰]

    정치인 못잖은 추기경들의 탐욕과 음모…‘콘클라베’[영화프리뷰]

    탐욕이 넘치고 음모가 판친다. 고결한 이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들의 선거가 이럴 줄이야. 어지간한 정치인보다 더 세속적이다. 5일 개봉하는 ‘콘클라베’는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전 세계에서 109명의 추기경이 긴급 소집되고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외부와 단절된 이탈리아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가 진행된다. 영화 제목 ‘콘클라베’는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 라틴어 ‘콘 클라비스’에서 온 단어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선종 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투표를 가리킨다. 여느 선거와 달리 고립된 곳에서 진행하는 점, 절반을 얻지 못하면 다시 투표하는 점 등이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후보들의 추문이 불거져도 확인이 어렵다. 작은 사건 하나, 연설 하나로 선거의 향방이 크게 출렁인다. 영화는 선거를 총괄하는 추기경 로렌스(레이프 파인스)의 시선으로 사흘 동안 6번에 걸쳐 진행되는 투표를 촘촘히 따라간다. 로렌스는 진보 진영 후보인 벨리니(스탠리 투치)의 지지자이다. 그러나 표가 분산할 경우 보수 진영에 패할 가능성이 있어 ‘밀어주기’에 돌입한다. 그러나 벨리니를 돕기 위해 했던 연설 탓에 자신에게 표가 쏠리자 로렌스는 자신이 권력을 탐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여기에 차선으로 트랑블레(존 리스고)를 밀기로 하지만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뒤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 각색으로 유명한 피터 스트라우건이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겨 화제가 됐다. 주연 배우인 파인스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로 그의 각본을 꼽았을 정도다. 영화는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주목받은 에드워드 베르거 감독 연출력도 돋보인다.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몇몇 장면은 황홀할 지경이다. 예컨대 비 오는 가운데 흰 우산을 쓴 추기경들이 입장하는 장면이라든가, 테러로 부서진 창문을 통해 외부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모습 등은 탄성을 자아낸다. 파벌, 이념, 과거 애정사, 인종과 젠더 문제까지 다루는 데도 과함이 없다. 추기경들을 권력에 굶주린 정치인처럼 묘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오는 고민과 깨달음 등을 아름답고 진중하게 잡아냈다. 투표 장면이 반복되고 인물의 대화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베르거 감독은 파인스의 호흡을 의도적으로 영화 속에 넣어 몰입감과 긴장감을 생생하게 더했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파인스의 탁월한 연기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극장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 “시상식인데 옷이 그게 뭐냐” 조롱에 ‘돌발 행동’ 한 男배우…객석에선 환호성 ‘폭발’

    “시상식인데 옷이 그게 뭐냐” 조롱에 ‘돌발 행동’ 한 男배우…객석에선 환호성 ‘폭발’

    배우 아담 샌들러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편안한 차림으로 참석했다가 진행자의 조롱을 받자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껴안는 등 ‘돌발 행동’을 한 뒤 시상식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미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코난 오브라이언은 오프닝 멘트를 하다 “권위 있는 밤인 만큼 모두가 제대로 된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곧 현장 중계 카메라가 관객석에 앉아 있는 샌들러를 비췄다. 그는 하늘색 후드 집업과 파란색 반바지, 흰 양말, 금색 운동화를 착용한 차림이었다. 오브라이언은 “아담, 무슨 옷을 입고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이에 샌들러는 “당신이 언급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가 뭘 입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이때까지 샌들러는 화난 기색이 없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자 오브라이언은 “새벽 2시에 포커 게임하는 사람처럼 차려입었네”라며 조롱했다. 이에 샌들러는 “나는 내 모습이 좋다. 난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내가 무엇을 입든, 무엇을 입지 않든 상관하지 않는다. 내 멋진 운동복 반바지와 푹신한 티셔츠가 불쾌해서 동료들 앞에서 나를 조롱해야 했느냐”고 반문했다. 격양된 샌들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청중들에게 “이따가 같이 5대 5 농구 게임하자”고 말하는가 하면,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발견하고는 그를 껴안기도 했다. 샌들러의 모습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샌들러는 두 팔을 치켜든 채 무대를 등지고 달려나가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곧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돼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CNN은 “샌들러의 아빠 패션은 그를 예상치 못한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며 “많은 사람이 틱톡에 그의 옷차림을 공유하는 등 Z세대 팬층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샌들러는 평소에도 헐렁하고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패션 관련 질문을 받자 “내 근육질 몸매를 숨기기 위해 헐렁한 옷을 입었다”며 농담조로 답변한 바 있다.
  • [씨줄날줄] 젤렌스키와 드레스코드

    [씨줄날줄] 젤렌스키와 드레스코드

    서울 은평구에 있는 충암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 6일 ‘등교 복장 임시 자율화’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12·3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이 충암고 졸업생으로 알려지면서 재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해서다. 학교는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형태와 문양을 한 복장 착용은 계속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교복 대신 ‘학생 본분에 맞는 복장’이라는 드레스코드를 적용한 것이다. 드레스코드는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하는 복장을 말한다. 학생은 학교에서 교복을, 의사는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는다. 특정 행사가 열리면 참석자들에게 드레스코드가 안내되기도 한다. 드레스코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2020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분홍 원피스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공적 인물에게 복장은 그 자체로 자신을 알리는 도구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드레스코드가 논란이 됐다. 한 기자가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suit)을 입지 않았느냐? 정장이 있기는 하냐”고 물었다. 젤렌스키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군인들과의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공식석상에서 어두운 카키색 군복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측은 군복을 입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입구에서 젤렌스키를 맞이한 트럼프는 “오늘 완전히 차려입었네”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검정 긴팔 셔츠에 작업복 스타일의 검정 카고바지를 입었다. 다소 격식은 차렸지만 결국 정장은 아니었다. 젤렌스키가 정장을 입었더라면 정상회담의 결과가 달랐을까. 회담은 러시아에 대한 의견 차이로 설전으로 끝났고 젤렌스키는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났다. 미국의 생각과 다르면 어떤 것도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이런 미국을 우리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 청년동주 못 지킨 시대책임, 시인동주 한일이 찾은 정신[월요인터뷰]

    청년동주 못 지킨 시대책임, 시인동주 한일이 찾은 정신[월요인터뷰]

    일본 릿쿄대에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추모 모임을 만든 유시경(62)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이하 모임) 공동대표는 “‘청년 동주’는 한일이 함께 찾아낸 시인”이라고 했다. 그는 “불운한 시대를 살았던 청춘 그리고 그 청춘의 꿈을 지켜 내지 못한 책임을 지금 우리 시대의 책임으로 통감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며 “시인이 남긴 자기 성찰적 시들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늘과 별을 사랑했던 일제 저항 시인이자 한 시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 낸 청춘. 올해는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난 지 80년을 맞은 해다. 시인의 기일(2월 16일)을 기념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 공동대표를 지난 1일 오사카 가와구치 기독교회에서 만났다. 성공회 신부인 유 공동대표는 2000년 릿쿄대 교목으로 부임해 2008년부터 추도 모임을 이끌고 있다. 2010년엔 윤동주 국제장학금 설립을 주도했다. -윤동주 시인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윤동주는 비록 릿쿄대에서 한 학기를 다녔지만 그의 발자취가 내가 일하던 교목실과 닿아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당시 영문과 교수이자 교목이었던 다카마쓰 다카하루 신부가 윤동주의 정신적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첫 한국인 교목이자 이방인으로 살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 ‘창밖의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쉽게 씌어진 시). 시인의 심경이 공감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로나 알던 윤동주를 일본에 와서 다시 접하게 됐다.” -모임을 발족한 배경은. “김소월과 이육사는 유명한 데 반해 윤동주를 아는 일본인들이 당시 그리 많지 않았다. 릿쿄대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 교수도 윤동주를 모를 정도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와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 붐으로 한류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기였지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만 주목받는 현상의 목마름을 느꼈다. 릿쿄대 문학부 창립 100주년의 일환으로 윤동주 추도회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윤동주의 고향 방문 모임을 추진하는 일본인들의 모임과 연결됐고, 릿쿄대 졸업생인 야나기하라 야스코(모임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하게 됐다.” 윤동주는 1939년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를 졸업하고 1942년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해 4월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하지만, 학도병 징집 등 제국주의의 광풍을 피해 10월 교토 도시샤대에 편입한다. 릿쿄대에서 그는 일제강점기 금지된 한글로 시를 썼다. ‘쉽게 씌어진 시’, ‘흰그림자’, ‘흐르는 거리’, ‘사랑스런 추억’, ‘봄’ 등이 릿쿄대 재학 중에 쓴 시다. 윤동주 시인과의 만남릿쿄대 첫 한국인 교목으로 부임문학부 창립 100주년 추도회 제안추모 예배·일본어 시 낭독회 시작유학생 독립운동 참여 흔적 찾아-윤동주는 기독교인이었다. “한때 신앙을 등진 적도 있지만 윤동주는 끝까지 크리스천으로 시를 썼다. 릿쿄대에는 1919년 세워진 채플이 있다. 윤동주가 입학한 1942년에도 분명 학교 안에 교회가 존재했다. 혹시 어딘가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의 기도하는 마음을 추모하면서 예배를 드리자, 또 그가 남긴 시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하자 그런 형태로 (추모회가) 시작됐다. 윤동주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그가 예배를 드린 흔적이 남아 있나. “아직 찾지 못했다. 1942년 말 학교 예배당이 폐쇄됐다. 일본 제국주의가 교회를 쌀 창고로 바꿔 버렸다. 이 시기가 윤동주가 학교에 다니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대학 길 건너편에 있었던 신학교 예배당을 다녔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곳은 지금 불에 타 사라졌다.” -윤동주는 일본 사회에 어떻게 알려졌나. “추모식 준비를 하면서 윤동주 연구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많은 일본인을 만났다. 고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 명예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 전인 1985년 중국 옌볜대 재직 당시 발품을 팔아 시인의 묘를 찾아냈다. 윤동주의 재판 기록을 찾아낸 것도 일본인(우치고 쓰요시)이다. 이런 일본인에 의해 윤동주가 단순한 서정 시인이 아닌 유학생 독립운동에 참여한 저항 시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당시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때다.” 윤동주 연구에 몰두한 일본인일본 사람들이 작품과 저항 발굴시인 서거 80년 맞아 CD 2집 발매자연의 언어로 인간의 고민 푼 詩日, 그의 자기성찰적 면모 좋아해1943년 7월 윤동주는 사촌이자 평생의 벗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1917~ 1945)와 함께 경찰에 체포된다.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였다. 윤동주는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복역 중 사망했다. ‘급성 후두염’이었다는 형무소의 기록이 남아 있지만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됐다는 설도 있다. 스물여덟 살이었다. -윤동주 연구에 몰두했던 일본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야나기하라도 윤동주의 필적이 담긴 책을 들고 20년 넘게 고서점가를 돌고 있다. 릿쿄대 출신인 아마누마 부부는 자비를 들여 한일 양국어로 낭독한 CD ‘윤동주 시집’을 만들었다. 윤동주는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찾아내고 지켜낸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이 윤동주의 작품과 저항, 그의 인생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유 공동대표는 시 낭송 CD의 한국어 낭송을 맡았다. 그에게 제작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묻자 “제작비 절감 차원이었다”며 웃었다. 일본어 낭송은 일본 극단 ‘피플시어터’ 소속의 연극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에서 윤동주 시인 역을 맡았던 배우 니노미야 사토시가 했다. 2010년 25편의 시가 담긴 1집이 첫선을 보였고, 올해 시인의 서거 80년을 맞아 2집이 새로 발매됐다. -일본인들은 왜 윤동주의 시를 읽는가. “윤동주의 시는 하늘, 바람, 별 등 보편적인 자연의 언어로 쓰여 있다.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아닌 이런 언어를 가지고 인간의 고민을 풀어낸다는 감상이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윤동주의 자기성찰적인 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윤동주의 시가 60개 국가에 번역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미안한 마음도 있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윤동주현재 ‘또 다른 윤동주’ 생기지 않게유학생 대상 국제교류장학금 조성학생 군사동원 동조했던 학교 ‘반성’내년 낭독회에 한강 작가 와줬으면-역사에 대한 반성인가. “공부를 위해 일본까지 건너왔지만 윤동주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죽음이었다. 그 불운한 시대, 불행한 시대를 살았던 청춘 그리고 그 청춘의 꿈을 지켜내지 못한 시대의 책임. 이게 지금도 우리의 책임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은 윤동주를 통해 지금 우리 시대가 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자고 한다.” 유 공동대표는 시에 녹아 있는 시인의 ‘자기성찰적’ 요소가 지금까지 윤동주의 시가 읽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동주의 시는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들을 깨우치는 각성제가 된다”며 “윤동주를 기념하고 추모하고 있지만 사실은 윤동주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죽은 자를 기억하는 추모의 마음을 뛰어넘는다. “과거의 윤동주가 아닌 지금의 윤동주가 중요하다. (추모회는) 윤동주를 결코 영웅시하려는 게 아니다. 그 시절 윤동주와 같은 불행한 청춘이 있었듯이 지금 또 한 명의 윤동주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리 시대의 책임이라고 본다. 그래서 릿쿄대에 윤동주 국제장학금을 만들었다. 월 60만원씩 10명, 연 6000만원의 기금을 학교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지난해부터 문호를 개방해 모든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이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유 공동대표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대학이 보호는커녕 군사 동원에 동조하니 윤동주가 릿쿄대를 포기한 것 아니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점을 깊이 반성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학교의 의지를 드러내는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한국 유학생들의 공부를 지원하자고 학교에 제안하게 됐다”고 했다. 릿쿄대는 2년이란 긴 시간 논의를 거듭해 2010년 4월 윤동주 국제교류 장학금을 신설했다. “내년 추모 낭독회에는 작가 한강을 초청하고 싶은 소박하고 큰 욕심이 있다. 윤동주의 삶은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 표현과 꼭 맞닿아 있다. 그런 그가 청년 윤동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의 시를 낭독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응칠’ 끝난 지 13년 만에 ‘깜짝’…서인국♥정은지, 럽스타그램 의혹

    ‘응칠’ 끝난 지 13년 만에 ‘깜짝’…서인국♥정은지, 럽스타그램 의혹

    배우 서인국과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의 럽스타(러브+인스타그램) 의혹이 불거졌다. 27일 서인국과 정은지의 소셜미디어(SNS)에는 각각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들은 비슷한 구도, 같은 장소에서 찍혀 일부 누리꾼들은 둘이 데이트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청바지와 흰 셔츠, 베이지 니트를 입어 시밀러 룩도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럽스타그램이 걸리게 되면 오해를 사지 않도록 당사자는 해당 게시물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업로드 이후 11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도 게시물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듀엣곡을 내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서인국과 정은지는 지난 201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윤은제, 성시원 역으로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두 사람은 커플로서 호흡을 맞췄다. ‘응답하라 1997’에서 서인국과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 OST인 ‘Love Story’ Part1, 2를 발매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두 사람이 가수로서의 공동작업을 암시한 가운데 서인국 주연 U+모바일tv 드라마 ‘트웰브’는 올해 공개 예정이다. 정은지 주연 드라마 KBS ‘24시 헬스클럽’은 오는 4월 30일 첫 방송 된다.
  • 귀여운 ‘니모’가 말미잘 독에도 끄떡없는 비밀 [핵잼 사이언스]

    귀여운 ‘니모’가 말미잘 독에도 끄떡없는 비밀 [핵잼 사이언스]

    영화 ‘니모를 찾아서’(2003)에는 아빠를 찾아 모험하는 귀여운 물고기가 나온다. 주황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몸체로 많은 이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켰고, 인형 판매는 물론이고 실제 애완 물고기로도 인기가 폭증하면서 야생 개체수가 급감하는 일도 있었다. 흰동가리(Yellow clownfish)로 불리는 이 물고기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바로 말미잘과의 공생 관계다. 말미잘은 먹이를 발견하면 촉수에서 독을 뿜어 마비시킨 뒤 입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흰동가리는 몸을 숨기기 위해 말미잘 촉수들 속으로 들어간다. 몸을 보호하는 대신 먹이를 유인해주거나 촉수를 먹으려는 다른 동물들을 쫓아낸다.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공생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잘 알려졌지만, 정작 흰동가리가 말미잘 독에 어떤 면역 능력이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OIST)의 나타샤 룩스가 이끄는 일본·프랑스 과학자팀은 흰동가리의 점액과 몸에서 당분자와 RNA를 분석해 그 비밀을 알아냈다. 흰동가리의 피부 점액에는 말미잘이 독을 품은 자포세포(nematocysts)를 자극하는 시알산(sialic acid)의 농도가 낮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뇌도 눈도 없는 말미잘이 촉수에 닿은 먹이를 놓치지 않고 독을 쏠 수 있는 비결은 해양 생물의 표면 점막에 흔한 시알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있다. 물론 말미잘은 오인 공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 표면 점막에는 시알산 농도를 매우 낮게 유지한다. 흰동가리도 같은 방법으로 독을 쏘는 자포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근연종에 속하지만 말미잘 독에 쏘이는 다른 물고기의 점액을 비교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흰동가리가 점액 속 시알산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은 효소를 사용해 분해하거나 시알산을 분해하는 공생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 있는데, 연구팀은 후자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알산 분해 미생물이 말미잘에도 있어 같은 기능을 하는 데다 공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너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위험한 말미잘 근처에 살던 흰동가리의 조상이 공생 미생물을 얻으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가 그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공생을 위한 진화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실수로라도 공격받는 경우를 감안해 흰동가리는 비늘이 두꺼워져 오인 공격에도 잘 버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말미잘 역시 아군인 흰동가리를 공격하지 않는 습성이 생겼다. 과학자들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공생 관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 “8년 연애한 여자와 결실”…장우혁, 깜짝 결혼 발표

    “8년 연애한 여자와 결실”…장우혁, 깜짝 결혼 발표

    배우 장우혁이 8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 소식을 전했다. 장우혁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연기하던 시절부터 묵묵히 옆에서 채찍과 당근이 되어준 여자와 8년 연애 끝에 4월, 결혼을 하게 됐다”고 깜짝 발표했다. 함께 공개한 사진 속에서 그는 웨딩 촬영으로 보이는 흰 수트를 입고 있어 팬들의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 예비 신부에 대해 그는 “때로는 월레스와 그로밋처럼 챙겨주고, 때로는 톰과 제리같이 서로 잡아먹을 듯 지냈지만 앞으로는 중도의 길을 걸으며 부부로 연을 맺어보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가장으로서 개과처선하며 처하태평한 남편이 되겠다”고 유쾌한 각오를 다졌다. 또한 “NEW부남”이라는 태그와 함께 “처하태평(아내 밑에 있을 때 모든 것이 편하다)” “개과처선(잘못을 고치고 아내의 처분을 기다려라)” 등 재치 있는 사자성어를 담은 사진을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장우혁은 모델 출신 배우로, KBS 2TV 드라마 ‘스파이’에서 남파 간첩 정호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이후 tvN ‘명불허전’, ‘오피스에서 뭐하Share?’ 등 다양한 웹드라마와 영화 ‘대립군’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소속사에 따르면 그는 187cm의 훤칠한 키와 호감형 외모, 유창한 중국어·영어 실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배우로, 가전제품·맥주·게임 등 다양한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 “손톱 ‘이럴 경우’ 장수할 확률 높다”…암 징후도 알 수 있다는데

    “손톱 ‘이럴 경우’ 장수할 확률 높다”…암 징후도 알 수 있다는데

    손톱이 빨리 자랄 경우 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손톱 모양으로 피부암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 유전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손톱 건강이 신체에 새롭고 건강한 세포를 생성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라고 주장했다. 싱클레어 박사는 팟캐스트 ‘라이브스팬’에서 “손톱성장 속도는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진행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지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수백명의 사람들의 손톱에 작은 줄자를 붙이고 수년에 걸쳐 손톱의 성장을 추적한 지난 1979년의 연구를 인용했다. 해당 연구의 연구진들은 30세부터 주당 손톱 성장률이 매년 약 0.5%씩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에 연구진은 손톱이 빨리 자라고, 같은 나이 또래 사람들보다 더 자주 잘라야 한다면 평균보다 노화가 느리게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싱클레어 박사는 “연구를 접한 뒤 나는 내 손톱이 느리게 자라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손톱을 깎을 때마다 그전에는 언제 손톱을 깎았는지 떠올린다”고 전했다. 손톱 성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식단이 있다. 영양결핍이 있는 사람들은 손톱 성장이 느리며, 사춘기와 임신일 때에는 손톱 성장이 급격히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손톱 모양은 다양한 건강 문제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손톱 밑의 검은 반점은 흑색종이나 손톱 밑에서 자라는 사마귀와 같은 암의 징후일 수 있다. 흑색종은 손·발가락이나 발바닥·얼굴·등·정강이 등에 잘 침범한다. 반점이나 결절로 보여 검은 점과 유사하지만 병변이 대칭적이지 않고 경계가 불규칙한 것이 특징이다. 색깔이 다양하고 지름이 0.6㎝ 이상인 경우, 점이 있는 부위가 가렵고 헐거나 원래의 모양에서 더 커지면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다. 손톱에 흰 반점이나 줄이 생기는 경우는 식단에서 아연, 칼슘, 철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고, 곰팡이 감염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거북이가 먹는 몸에 제일 좋은 식품”…암 명의가 극찬한 ‘이것’

    “거북이가 먹는 몸에 제일 좋은 식품”…암 명의가 극찬한 ‘이것’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한국에서 대장암은 거의 없었어요.” 세계 최고 암 센터에서 32년간 종신 교수로 재직한 김의신 박사가 한국의 급격한 대장암 증가 원인을 지적하며,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경고를 전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김 박사는 한국이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 주된 원인으로 붉은 육류 섭취 증가를 꼽았다. 그는 “잘살게 되면서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기 시작했는데, 붉은 육류에는 LDL 콜레스테롤, 즉 ‘나쁜 기름’이 많아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 다양한 질병을 촉진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기를 불에 구울 때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불에 구우면 기름이 빠져나와 더 맛있지만, 동시에 발암물질이 다량 발생한다. 맛있는 음식이 대개 건강에 해로운 이유”라며, 조리 방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고기를 아예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고기, 이렇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 김 박사는 고기의 기름기를 최대한 줄이고, 조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흰 비계와 힘줄에는 건강에 나쁜 성분이 많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살코기만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굽는 방식보다는 찌거나 삶아 먹는 것이 건강에 훨씬 이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기만 먹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김치와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전통 식단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고기는 소화하는 데 4~6시간이 걸린다”며, 40세 이후에는 소화 효소와 호르몬 분비가 줄어 고기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먹는 습관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평소 아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그는 생선을 주된 단백질원으로 섭취하고, 감자·요구르트·낫또를 곁들여 먹는다고 말했다. 또한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부와 달걀을 자주 섭취하며, 잡곡이 포함된 시리얼을 우유에 타서 먹는다고 덧붙였다. 두부 역시 구워 먹지 않고 찐 형태로 섭취한다고 밝혔다. “구우면 기름이 첨가돼 맛은 좋아지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찌는 것이 훨씬 낫다”며, 매일 김에 싸서 먹는다고 소개했다. “건강에 좋은 자연식품, 감태와 베리류” 김 박사는 특히 감태가 염증과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년을 사는 거북이는 감태만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감태는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한 베리류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수소 함량이 높아 노화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소식을 꼽았다. 그는 “건강의 기본 원리는 절제”라며, 과식을 피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암 환자의 경우 체중이 빠지면 안 되므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 숯의 화가 이배의 대보름 달집태우기에 담긴 지난 1년과 향후 1년

    숯의 화가 이배의 대보름 달집태우기에 담긴 지난 1년과 향후 1년

    “한국의 민속 의식을 현대미술로 해석하곤 했던 제 나름의 의도와 ‘순환’이라는 화두가 전달된 것이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어스름이 깔린 경북 청도 화양읍의 한 하중도. 1년간의 항해를 마친 예술가와 그의 분신은 다시 이곳을 찾았다. ‘숯의 화가’ 이배(69)는 3000평 규모 섬을 흰 천으로 덮었다. 너비 200m, 폭 35m에 달하는 장대한 ‘붓질’이 그 위에 펼쳐져 있었다. 흰 천 아래에는 나뭇가지와 지역 주민들의 새해 소원 종이, 그리고 지난해 4~11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부대 전시 ‘달집태우기’에 사용됐던 도배지를 함께 넣었다.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에 청도 주민들이 솔가지와 볏짚 등을 원뿔 모양으로 쌓아 만든 ‘달(月)의 집’을 태우며 액운을 떨치고 가족과 이웃의 안녕과 화합을 비는 민속 행사다. 청도가 고향인 작가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1년 전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소원의 말을 한지에 먹으로 옮겨 쓴 뒤 달집에 매달아 불을 붙였다. 달집이 활활 타오르다 다음날 숯만 남는 과정은 ‘버닝’(Burning)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담겼고, 베니스에서 작가 특유의 붓질 전시와 함께 선보였다. 작가는 이날 붓질을 태움으로써 청도에서 시작해 베니스, 또다시 청도로 돌아오는 순환의 여정을 완성했다. 그는 “농경사회에서 태움은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숯을 작품에 활용하는 내게도 태우는 것은 소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생성의 의미가 더 강하다”면서 “작품 이미지를 태움으로써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점화 버튼을 통해 작품에 불을 붙였다. 시뻘건 불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른 연기는 하중도를 사이에 두고 이 땅과 저 땅으로 나뉜 공간의 경계를 사라지게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어떤 새로움을 만났을까.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영상 작업을 하고, 높이 5m 정도의 검은 화강석으로 커다란 먹을 만드는 작업도 해 봤죠. 이전까지 혼자 하는 작업에 몰두했다면 이번엔 많은 사람과 같이 일하며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자랐던 시골에서의 전통 의식을 현대미술 작가로서 베니스에 가서 치렀다는 것도 큰 출발점이 됐습니다.” 베니스에선 유독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작가는 “원래 전시는 ‘보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민속 의식을 접목하며 ‘보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 거룩하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만들려 애를 썼다”며 “감동해서 우는 외국인들을 보고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그들이 다른 식으로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해외 전시만 예정돼 있다는 작가는 “한국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현대미술을 해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현실적 우향우’ 외치는 이재명… 그는 과연 실용주의자인가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현실적 우향우’ 외치는 이재명… 그는 과연 실용주의자인가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실용주의 발전과 핵심 사상퍼스, 서양철학 관념론에 반기 들어확인 가능한 유용한 경험 탐구 주장제임스·듀이도 도구로서 지식 강조실험 통한 검증으로 진리 발견·확인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실용’기본소득 실험은 유럽·미주서 실패긍정 효과 믿는 것은 관념론자 입장‘지역화폐 지급’ 추경 주장도 非실용‘흑묘백묘 질문’ 동일률 무시엔 실망 “그런데 국민 여러분,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 주지 않습니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습니까? 탈이념, 탈진영,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입니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미끄러지다가 급기야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결과가 나오던 무렵이었다. 이 기자회견의 여파는 작지 않았다. 이념적 선명성에 바탕을 둔 강력한 팬덤을 무기로 삼고 있는 이 대표가 ‘우향우’를 외치고 있었다. 민주당은 대내외적 혼란에 빠졌다. 주 52시간 근무에서 반도체 분야를 적용해야 할지, 상속세를 유지할지 완화할지, 한미동맹 강화라는 큰 외교 안보적 흐름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얼마나 개선해야 할지, 심지어 이 대표의 상징적 공약이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계속 추구해야 할지, 갑자기 모든 것이 불투명해진다는 뜻이니 말이다. “정치 철학이 너무 빨리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이 즉석에서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후로도 이 대표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 물론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국내 언론과 외신을 막론하고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실용주의’ 네 글자를 힘주어 되풀이하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실용주의란 무엇일까. 이 대표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 외에 다른 설명을 듣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관념 역시 마찬가지다. 이념보다 실익을 꾀한다, 고집부리지 않고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으니 말이다. 실용주의란 그런 것이 아니다. 역사가 있고 흐름이 있으며 엄연히 존재하는 철학의 한 분야다. 우리는 무엇이 실용주의인지 말할 수 있고, 또 반대로 무엇이 실용주의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실용주의(實用主義·Pragmatism)의 기원은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단초를 제시한 사람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미국 연안측량부에서 일하던 찰스 샌더스 퍼스였다. 괴팍한 성격의 천재였던 그는 학계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꾸준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비롯한 철학 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동료들과 의견을 나눴다. 퍼스는 1878년 ‘포퓰러 사이언스 먼슬리’에 “관념을 명석하게 하는 방법”(How to Make Our Ideas Cle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속에는 실용주의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준칙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개념(conception)은 대상을 지닐 것인데, 그 대상은 개념으로 파악 가능한 실제적 영향을 지닐 것이고, 그 영향의 결과에 대해 고찰해 보자. 그 결과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대상에 대한 우리의 개념 전체다.” 무슨 소리냐고? 우리의 눈앞에 사과가 하나 있다고 해 보자. 그것은 왜 사과인가? 플라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 관념의 세계 속에는 모든 사과의 모범이 될 만한 완벽한 사과가 있다. 그것을 우리는 사과의 ‘이데아’라고 부른다. 현실에 있는 사과는 비록 불완전할지언정 바로 그 이데아를 닮았다. 그러므로 그것은 사과다.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테지만 바로 이것이 서양 철학을 천 년 넘도록 지배한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다. 퍼스는 그 사고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앞서 인용한 난해한 문장을 다시 살펴보자. 사과라는 대상은 빨갛고 둥글고 향기롭다. 그 각각의 속성은 우리의 눈에 빨갛게 보이고, 만졌을 때 둥글고, 냄새를 맡을 때 향기롭다. 현실 속에서 실제적 영향을 지닌다. 게다가 우리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결과를 낳기까지 한다. 그 모든 결과에 대한 개념, 그것이 우리가 사과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개념의 전부다. 사과의 이데아 같은 것은 없다. 이러한 태도는 두 가지 영향을 낳는다. 첫째, 관념론의 추방. 우리가 대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대상과 개념이 낳는 결과에 대한 개념뿐이다. 그런데 그 결과란 실질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퍼스의 철학적 태도 속에서 우리에게는 실질적인 논의만이 허용된다. 사과의 이데아를 두고 토론하는 대신 어떤 사과가 더 빨간지 사과가 얼마나 빨갛게 익어야 더 맛있는지 등을 토론하게 된다는 뜻이다. 둘째, 과학과 실험, 학술 공동체의 가치가 높아진다. 퍼스에 따르면 진리란 우리가 대상을 관찰하고 실험해 얻어내는 개념의 총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진리가 경험에 의존한다면 그 경험의 오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퍼스의 답은 확고했다. 무한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다면 학자들은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것이 진리다. 다만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에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도 현실 속에서 과학적으로 합의 가능한 진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관념을 붙들고 머리 싸매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대신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용한 경험의 세계를 탐구해야 한다. 퍼스의 주장은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퍼스의 친구이자 하버드대 교수였던 윌리엄 제임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실용주의를 더욱 확장했다. 지식이 경험에 기반해야 함은 물론이고 현금 가치(cash value)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돈의 성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돈은 그 자체로는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다만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가치 있는 것을 구입할 수 있는 교환의 매개체일 뿐이다. 제임스는 지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저 쌓아 두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은 어리석은 탐욕일 뿐이듯, 지식 역시 그것을 통해 다른 쓸모 있는 것을 얻어낼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제임스의 뒤를 이은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는 지식이 ‘도구’로서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관념과 지식은 경험을 통해 획득되며 확인된다.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관념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험을 통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개방적 토론을 거쳐 지식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식은 우리에게 유익한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치 돈처럼. 혹은 우리의 손에 착 달라붙는 도구처럼. 이것이 바로 실용주의다. 실용주의란 경험을 통해 진리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철학적 태도다. 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반박당한 것,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을, 실용주의자는 결코 진리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관념론자는 경험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경험과 어긋나더라도 관념을 진리로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실용주의자일까? 애석하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다. 몇 년간 올곧게 주장하고 있던 그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만 해도 그렇다. 기본소득은 2010년대 중반부터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시험적으로 도입됐다.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원한 오픈리서치(OpenResearch)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기본소득을 제공받은 저소득층의 건강은 딱히 좋아지지 않았고, 대신 근로 의지는 확실히 꺾였다. 기본소득으로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고, 그럴 리 없다던 부정적 효과는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실용주의자는 실험 결과 앞에서 겸허한 사람이다. 기본소득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본소득을 주면 아무튼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 것은 관념론자의 태도일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실험을 왜 이 땅에서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해야 한단 말인가. 신년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한발 물러선 듯하다가, 추경 예산에 지역화폐로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또 말을 바꾼 이 대표를 실용주의자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실용주의의 또 다른 특징은 논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지식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실용주의의 기본 태도이며, 학술의 언어는 수학과 논리를 근간에 두고 있으니 이 또한 당연한 일. 그 점에서 이 대표는 또 한 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동일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률이란 모든 사물(명제)은 그 자신과 동일하며, 다른 사물(명제)과는 다르다는 원리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며 사과는 사과라는, 우리가 아는 일상의 보편 법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년 기자회견 당시 이 대표는 뭐라고 했던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더니, 그것이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아니냐는 현장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흑묘’는 ‘검은 고양이’와 같은 말이고 ‘백묘’는 ‘흰 고양이’라는 뜻이다. 언어표현의 의미와 지시 대상이 동일해야 한다는 동일률이 단박에 무시당하고 있다. 논리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같은 허무개그다. 정치인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때로는 지도자가 현실에 맞춰 입장을 바꿔야 할 때도 있고, 기존 관념만을 고수하는 지도자가 국민에게 더 큰 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실험으로 반박된 정책을 고집하면서,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호떡 뒤집듯 말을 바꾸는 행태는 실용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런 정치적 태도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회주의라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남편 공개”…카라 박규리 ‘4살 연하’ 나선욱과 부부됐다

    “남편 공개”…카라 박규리 ‘4살 연하’ 나선욱과 부부됐다

    카라의 박규리가 유튜브 채널 ‘나는 규리여’를 통해 4살 연하 남편과의 가상 결혼 체험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영상에서 박규리는 유튜버 나선욱과 함께 부부 역할을 맡아 가상 결혼 체험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선욱은 “가정적이며 요리를 함께할 수 있는 여성”이 이상형이라며 첫인상을 밝혔다. 이어 다이어트 중이던 그는 치팅데이를 맞아 박규리와 함께 고추참치 고추장찌개를 요리하며 유쾌한 상황을 연출했다. 주방에 술이 가득한 모습을 본 나선욱은 “술 좀 끊어라”며 한탄했고, 고추기름이 흰 티에 튀자 박규리는 “내가 빨아줄게”라며 웃음을 유발했다. 또한 영상에서 나선욱은 청담동에 마라탕 가게를 오픈할 계획을 깜짝 발표하며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박규리는 “생활비만 주면 돼”라며 쿨한 반응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나선욱은 송년회를 이유로 “용돈 1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박규리는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마”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또한 나선욱이 카라의 히트곡 안무를 따라 추자 박규리는 “그거 이혼 사유야”라며 정색해 폭소를 유발했다. 박규리는 설거지를 하는 나선욱에게 “사랑해”라고 고백하며 달달한 순간을 연출했지만 나선욱은 못 들은 척하며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나선욱은 “예쁜 여자 공포증이 있다”며 장난스럽게 도망쳤고, 촬영 후에는 “거리감과 술에 미친 예쁜 여자”를 이혼 사유로 기재하며 체험을 마무리했다. 영상은 가상 결혼 체험이라는 설정 속에서도 현실 부부 같은 유쾌한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
  • 울산시, 취약계층 ‘농식품 바우처’ 지원

    울산시, 취약계층 ‘농식품 바우처’ 지원

    울산시는 취약계층에 농식품 바우처를 지원한다. 울산시는 취약계층 영양 불균형 해결을 위해 오는 17일부터 농식품 바우처 발급 신청을 받는다고 14일 밝혔다. 농식품 바우처는 취약계층이 신선한 농식품을 지정된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이용권이다. 시는 중위소득 32%(4인 가구 기준 195만 1287원) 이하인 생계급여 수급자 중 임산부, 영유아, 만 18세 이하 아동 등의 자녀가 있는 가구에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지원된다. 울산에서는 1352가구가 해당한다. 희망자는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등으로 신청하면 된다. 다만, 외국인과 가구주 외 대리 신청, 변경 신청, 임산부 여부 추가 확인 등이 필요하면 증빙서류를 지참해 방문해야 한다. 지원은 4인 가구 기준 월 10만원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미사용 금액은 이월되지 않는다. 중복수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장시설수급자와 영양 플러스 사업 이용자는 가구원 수에서 제외된다. 사용 가능 매장은 농협 하나로마트 등 37개 업체 5만 8000여개 매장으로 2월 중 바우처 누리집을 통해 최종 공고된다. 온라인 구매 시 지역 제한이 없으며 방문 구매 시 가구주 주민등록주소지 기준 광역지자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국산 과일류, 채소류, 흰 우유, 신선알류, 육류, 잡곡류, 두부류 등 7개 품목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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