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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을 이해하는 첫 관문… 우리는 ‘호러’를 찾아간다

    타인을 이해하는 첫 관문… 우리는 ‘호러’를 찾아간다

    ‘좋은 호러’는 약자에게 서사 부여자신을 괴물로 만든 이에게 저항“진짜 공포는 현실 세계 안에 존재” 소설가 스티븐 킹은 그의 작품 ‘샤이닝’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을 무척 혐오했다. 킹은 주인공 잭 토런스를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냈는데, 영화에선 그런 면모가 대거 삭제됐기 때문이다. 킹은 큐브릭의 ‘샤이닝’을 대중의 뇌리에서 잊히게 하고자 직접 각색한 미니시리즈 버전도 내놨다. 그러나 노력은 허사였다. 킹의 ‘샤이닝’과 큐브릭의 ‘샤이닝’ 모두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았다. 1990년대 PC통신을 통해 한국에 장르소설을 보급한 개척자 듀나가 공포의 본질을 추적하는 신간 ‘공포의 문법’(어크로스)으로 돌아왔다. 킹과 큐브릭의 일화는 듀나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의 대세가 된 호러의 서사구조를 분석한 에세이 15편이 책에 실렸다. 본명이나 나이는 물론 성별조차 철저히 감춘 채 ‘듀나’라는 필명과 토끼 아바타로만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가 추구하는 문학관을 엿볼 수 있다. “많은 호러 이야기에서 주인공이나 화자는 (백인) 성인 남성인데, 이들은 대부분 시스템의 최강자 또는 포식자로 존재합니다. … 당연히 이들이 두려워하는 타자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약자입니다. 죄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여 놓고 그 사람들을 마녀라고 몰아붙이며 두려워하는 과정의 메커니즘이 호러 장르 전체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168쪽) 호러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타자화, 괴물화했던 인간 문명의 역사와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만 머물렀다면 호러는 결코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호러’는 괴물이 된 약자에게 서사를 부여한다. 그리고 자신을 괴물로 만든 주체의 시선에 저항토록 한다. 그 저항을 보며 감상자는 그동안 당연시됐던 ‘정상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최근 호러의 양상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것은 장르가 스스로 갱신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조던 필을 필두로 한 흑인 호러 감독의 증가, 코랄리 파르자나 쥘리아 뒤쿠르노, 제니퍼 켄트와 같은 여성 호러 감독의 약진이 대표적이다. 듀나는 이에 대해 “공포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202쪽)라고 강조한다. 호러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참혹하다. 호러 영화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전하는 짤막한 뉴스가 훨씬 더 무섭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 진짜 공포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그건 기껏해야 가짜 피와 특수 분장으로 단련된 호러 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54쪽)
  • 억눌린 타자들의 공포가 온다

    억눌린 타자들의 공포가 온다

    억눌려 있던 ‘타자들의 공포’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백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흑인과 아시아인이 자신들의 이야기로 직조한 호러 서사는 강렬한 매혹이자 통쾌한 복수로 기능한다. 색다른 공포를 마주할 시간이다. ●흑인작가 19명의 단편 호러 모아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황금가지)는 흑인 작가 19명의 단편을 모은 호러 소설집이다. 영화 ‘겟 아웃’을 시작으로 ‘어스’, ‘놉’으로 단숨에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공포영화 감독 조던 필이 작품들을 직접 엮었다. ‘블랙 호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그의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흑인들의 ‘타자성’을 앞세워 그동안 보거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공포를 관객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가 엄선한 작품들로 채워진 이번 소설집에서도 비슷한 오싹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라 케이타 제미신, 은네디 오코라포르처럼 장르소설 작가로서 이미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신예들의 작품까지 아울러 실려 있다. ●억눌린 자의 공포를 비유한 ‘토옥’ 필은 중세의 지하감옥 ‘토옥’(oubliette)을 설명하면서 책의 서문을 연다. 토옥은 빛이 들지 못하도록 작은 입구를 낸 병 모양의 지하감옥이다. 여기에 갇힌 죄수들은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거나 파티의 웃음소리는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비명 소리는 바깥에서 들리지 않는다. 억눌린 자의 공포를 설명하기에 이만한 비유가 있을까. 필은 “공포 서사는 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카타르시스”라며 “그것은 가장 깊은 고통과 두려움을 파헤치는 방법이지만 흑인의 경우 이야기 자체가 없으면 그것이 불가능했다”고 썼다. “칼이 전기 사포를 들어 상처로 가져가자 팔에 나타난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는 씩 웃는다. 비록 이렇게 작은 일이나마 세상을 올바르게 고쳐 놓는 것이 기쁘다.”(‘건방진 눈빛’ 부분) 제미신의 단편 ‘건방진 눈빛’이 책의 맨 처음을 장식했다. 흑인 교통순경 칼의 몰락을 그리는 이 작품에는 하나의 역설이 있다. 소설의 제목인 ‘건방진 눈빛’이 미국 남부에 실제로 있었던 인종차별정책 ‘짐 크로법’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백인을 바라보는 흑인의 부적절한 시선에 ‘건방진 눈빛’이라는 죄목을 달았다. 소설에서 칼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단속 차량에 인간의 눈이 달린 것을 발견한다. 그 차량을 단속할 때마다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흑인 교통순경 칼의 눈에만 보이는 이 ‘건방진 눈빛’의 정체는 무엇인가. ●美서 아시아 여성의 차별이 공포 “‘눈알 먹을 사람?’ 엄마가 젓가락으로 접시를 가리키며 물었다. 바싹 구워진 생선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부분) 2세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 모니카 킴의 첫 장편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다산책방)는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 여성으로서 겪은 차별의 경험을 섬뜩한 공포의 이미지로 재탄생시킨다. 1993년생인 작가는 1985년 서울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어머니를 통해 생선의 눈을 먹는 걸 비롯한 한국의 미신적 풍습을 알게 됐고 거기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눈알을 먹고자 하는 주인공의 탐욕은 생선에서 사람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어쩌면 아시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향한 복수일지도 모른다. 첫 작품인데도 브램스토커상 수상, 셜리잭슨상 최종후보 등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니카 킴은 이렇게 밝혔다. “백인 남성의 시선에 맞서고, 여성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존재로 살아갈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두 얼굴’ 러브크래프트의 매혹

    ‘두 얼굴’ 러브크래프트의 매혹

    ‘크툴루의 부름’ 등 핵심 다섯 편 우주적 공포 앞 나약한 인간 그려우생학 신봉·유색인종 혐오에도서브컬처·대중문화 전방위 영향 ‘크툴루 신화’ 창시자이자 현대 호러 문학의 아버지. 동시에 우생학을 신봉했던 인종차별주의자. 미국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의 두 얼굴이다. 그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분명한 건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생산되는 거의 모든 호러 판타지 세계가 러브크래프트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어서다. 최근 출간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을유문화사)은 작가 특유의 절망적인 세계관을 다시 한번 열어젖혀 독자에게 선보인다. 2010년대 초반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전집이 번역돼 나온 후 약 10년 만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작품 다섯 편을 묶었다. 그가 창조한 신화적 체계를 뜻하는 크툴루 신화의 기초가 되는 ‘크툴루의 부름’을 비롯해 ‘외부자’, ‘벽 속의 쥐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우주로부터의 색’ 등이 담겼다. 인간을 압도하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고대의 우주적 존재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인 크툴루와 그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그린 ‘크툴루의 부름’을 읽으면 인간이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앞서 많은 신화와 문학이 영웅적인 인간을 앞세워 악과 맞서 승리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러브크래프트는 정반대의 결말로 향한다. 인간은 우주적인 공포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저 죽을 운명을 기다리는 존재일 뿐이다. 요즘 장르문학계에서 ‘코스믹 호러’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세계관의 시작이 바로 러브크래프트다. 러브크래프트는 당대에 없었던 기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마냥 신봉하기에는 다소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그가 인종 간 우열을 전제하는 우생학을 따랐으며 반유대주의자였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작품 곳곳에서 흑인 등 유색 인종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러브크래프트가 오늘날 서브컬처, 대중문화에 미친 전방위적 영향을 생각하면 문학사에서 그의 이름을 빼놓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를 뿜어내며 촉수를 가진 해양생물 형태로 공포스러운 존재를 그리는 서구 호러·SF의 전통은 러브크래프트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다. PC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인 ‘저그’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크툴루는 두족류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묘사되는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등장하는 문어 머리를 한 악당 ‘데비 존스’를 떠올리게 한다. ‘할리우드가 사랑한 작가’이자 그 역시 호러 문학의 거장인 스티븐 킹은 러브크래프트를 일컬어 “20세기 공포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인 그를 능가한 사람은 지금껏 없다”고도 했다. 작품을 옮긴 이동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러브크래프트가 추구하는 공포는 초자연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비과학적이지 않은 기이한 공포”라며 “작품 속 세계는 터무니없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이지만 의미를 곱씹어 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현대 호러의 아버지 혹은 인종주의자…‘두 얼굴’ 러브크래프트의 매혹

    현대 호러의 아버지 혹은 인종주의자…‘두 얼굴’ 러브크래프트의 매혹

    ‘크툴루 신화’의 창시자이자 현대 호러문학의 아버지. 동시에 우생학을 신봉했던 인종차별주의자. 미국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의 두 얼굴이다. 그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분명한 건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생산되는 거의 모든 호러 판타지의 세계가 러브크래프트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어서다. 최근 출간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을유문화사)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작가 특유의 절망적인 세계관을 다시 한번 열어젖혀 독자에게 선보인다. 2010년대 초반 황금가지에서 전집이 번역돼 나온 이후 약 10년 만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작품 다섯 편을 묶었다. 그가 창조한 신화적 체계를 뜻하는 ‘크툴루 신화’의 기초가 되는 작품 ‘크툴루의 부름’을 비롯해 ‘외부자’, ‘벽 속의 쥐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우주로부터의 색’이 담겼다. “우리는 무한대의 검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무지라는 평화로운 섬에 살고 있고, 멀리 여행하지 못할 운명이다.”(‘크툴루의 부름’·51쪽) 인간을 압도하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고대의 우주적 존재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인 ‘크툴루’와 그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그린 ‘크툴루의 부름’을 읽으면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앞서 많은 신화와 문학이 영웅적인 인간을 앞세워 악(惡)과 맞서서 승리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러브크래프트는 정반대의 결말로 향한다. 인간은 우주적인 공포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저 죽을 운명을 기다리는 존재일 뿐이다. 요즘 장르문학계에서 ‘코즈믹 호러’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세계관의 시작이 바로 러브크래프트다. “가장 오래되고 강렬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라고 선언했던 러브크래프트는 당대 없었던 기이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마냥 신봉하기에는 다소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그가 인종 간 우열을 전제하는 우생학을 따랐으며, 반유대주의자였다는 점이다. 아울러 작품 곳곳에서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러브크래프트가 오늘날 서브컬처, 대중문화에 미친 전방위적 영향을 생각하면 문학사에서 그의 이름을 아예 빼놓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를 뿜으며 촉수를 가진 해양 생물의 모습으로 공포스러운 존재를 그리는 서구 호러·SF의 전통은 러브크래프트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다. PC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인 ‘저그’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크툴루’는 두족류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묘사되는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등장하는 문어 머리를 한 악당 ‘데비존스’를 떠올리게 한다. ‘할리우드가 사랑한 작가’이자 그 역시 호러문학의 거장인 스티븐 킹은 러브크래프트더러 “20세기 공포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인 그를 지금껏 능가한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프랑스 소설가로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우엘벡도 그의 열렬한 지지자다. 작품을 옮긴 이동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러브크래프트가 추구하는 공포는 초자연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비과학적이지 않은 기이한 공포”라면서 “작품 속 세계가 터무니없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지만 의미를 곱씹어 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美서 K문학의 길 연 ‘저주토끼’… 전미도서상은 불발

    美서 K문학의 길 연 ‘저주토끼’… 전미도서상은 불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SF 호러소설 ‘저주토끼’의 수상이 불발됐다.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 최대 영어 서적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문학과 K콘텐츠가 활약할 길을 열어 줬다는 평가다. 전미도서재단은 15일(현지시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5개 최종 후보 중 브라질 소설가 스테니오 가르델의 데뷔작 ‘남아 있는 말들’을 선정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 작가의 ‘저주토끼’는 이번 미국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5권에도 포함되며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미국에서 이 책을 선보인 앨곤퀸 출판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셰트출판그룹의 자회사다. 번역판은 영국판과 동일하게 안톤 허 번역가가 담당했다. 전미도서상의 올해 평생공로상은 미 계관시인이자 퓰리처상을 받은 흑인 여성 문인 리타 도브와 세계 10대 서점으로 꼽히는 미 시티라이트 북스토어에서 50여년간 바이어로 일한 출판인 폴 야마자키에게 공동으로 돌아갔다. 아동문학 부문은 그림책 작가 댄 샌탯, 시 부문은 괌 출신 시인 크레이그 산토스 페레즈, 논픽션 부문은 네드 블랙호크 예일대 교수, 소설 부문은 ‘블랙아웃’의 작가 저스틴 토레스가 각각 수상했다.
  • ‘저주토끼’ 전미도서상 고배 마셨지만…K문학 가능성 확인

    ‘저주토끼’ 전미도서상 고배 마셨지만…K문학 가능성 확인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SF 호러소설 ‘저주토끼’의 수상이 불발됐다.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 최대 영어 서적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문학과 K콘텐츠가 활약할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전미도서재단은 15일(현지시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5개 최종후보 중 브라질 소설가 스테니오 가르델의 데뷔작 ‘남아있는 말들’을 선정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에도 올랐던 정 작가의 ‘저주토끼’는 이번 미국 전미도서상 최종후보 5권에도 포함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미국에서 이 책을 선보인 알곤퀸 출판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아셰트출판그룹의 자회사다. 번역판은 영국판과 동일하게 안톤 허 번역가가 담당했다. 한국판 소설집의 표제작은 작품집 이름과 같은 ‘저주토끼’였던 것과 달리 영문판은 ‘머리’가 제일 먼저 나온다. 한 중년 여성이 변기에 버리는 배설물을 받아서 자란 ‘머리’가 결국 완전한 여성이 돼 ‘어머니’라고 부르던 이 중년 여성을 대체한다는 내용의 공포소설이다. 영미 독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표제작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전미도서재단이 운영하는 전미도서상은 평생공로상을 비롯해 소설·논픽션·시·번역문학·아동문학 총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올해 평생공로상은 미국의 계관시인이자 퓰리처상을 받은 흑인 여성 문인인 리타 도브와 함께 이례적으로 세계 10대 서점으로 꼽히는 미국 시티 라이트 북스토어에서 50여년간 바이어로 일한 출판인 폴 야마자키에게 돌아갔다. 아동문학 부문은 영어 그림책 작가 댄 샌탯, 시 부문은 괌 출신의 시인인 크레이그 산토스 페레즈, 논픽션 부문은 예일대 역사학 교수 네드 블랙호크, 소설 부문은 ‘블랙아웃’의 작가 저스틴 토레스가 각각 수상했다. 최근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어 정 작가의 ‘저주토끼’까지 국제무대에서 한국문학이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 한국문학번역원은 “해외출판사 번역출판지원사업 신청 건수가 2014년 13건 대비 올해 281건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면서 “2016년 한강 작가의 아시아 최초 부커상 수상 이후 7년간 작가·번역가들의 뛰어난 역량, 보편적 감수성과 문화적 개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한국문학만의 매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38년 전 ‘인디애나 존스’를 돕던 그 꼬마, 골든글로브 트로피

    38년 전 ‘인디애나 존스’를 돕던 그 꼬마, 골든글로브 트로피

    1985년 지구촌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 2편에 출연했던 꼬마 배우가 나이 쉰이 넘어 미국 골든글로브상을 안았다.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51)이 눈길을 붙잡았다. 그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무대에 올라 트로피에 연신 입맞춤을 했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콧등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먼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연출했으며 ‘페이블스맨’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향해 “내가 어디에서 왔고 누가 나에게 첫 번째 기회를 줬는지 절대 잊지 않았다”고 인사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두려움을 갖게 됐지만, 다행히도 (인디아나 존스에 출연했던) 아이에게 도전할 기회를 줬다”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브리씽’)의 두 감독과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콴은 다중우주(멀티버스) 세계관을 담은 SF 영화 ‘에브리씽’에서 열연을 펼쳐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1985년 ‘인디아나 존스’ 2편이 개봉한 지 38년 만이었다. 존스 박사(해리슨 포드)를 돕는 꼬마 조수 역할이었다. 그는 어드벤처 영화 ‘구니스’(1986)에도 출연해 아역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 뒤 콴의 연기 인생은 잘 풀리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크린 뒤에서 무술 담당 스태프로 일하며 영화계를 떠나지 않았던 그가 다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에브리씽’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에서 미셸 여(양자경)의 극 중 남편 역할을 소화했다. 지난해 골든글로브는 시상식 중계를 NBC가 거부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심사위원 구성에 인종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고 일부 배우나 영화인들이 보이콧했다. 해서 골든글로브는 개혁을 내걸고 올해 시상식을 준비했고, 키 호이 콴과 미셸 여를 비롯해 흑인과 라틴계 등 유색인종 배우 다수가 연기상을 받았다.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바셋, ‘애봇 엘리먼트리’의 퀸타 브런슨과 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 ‘유포리아’의 젠데이아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로이터 통신은 다양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평생 공로상을 받은 ‘글리’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프로듀서 라이언 머피는 작품 속 동성애자 캐릭터를 언급하면서 성 소수자 인권을 역설했다.
  • ‘내년 100주년’ 디즈니 전략은 확장… 영화·OTT 50여편 쏟아진다

    ‘내년 100주년’ 디즈니 전략은 확장… 영화·OTT 50여편 쏟아진다

    내년 100주년을 맞는 월트디즈니가 신작들을 대거 공개했다. 기존 작품과 이어지는 시리즈 신작들을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자체 제작 콘텐츠를 강화해 극장은 물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월트디즈니가 30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진행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는 마블 스튜디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루커스필름 등의 극장 개봉 예정작과 OTT인 디즈니+와 디즈니+핫스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등 50개 이상 작품이 베일을 벗었다. 마블 스튜디오 작품 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내년 2월에 첫 테이프를 끊는다. 시리즈 세 번째 극장 영화로, 앤트맨 가족이 양자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이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세 번째 이야기도 여름에 개봉한다. 배우 박서준이 합류하면서 화제가 된 ‘더 마블즈’도 관심을 끈다. ‘캡틴 마블’, ‘미즈 마블’ 속편이다. 개봉은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디즈니+에서는 ‘닉 퓨리’와 ‘로키’가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마블 스튜디오 총괄 루이스 데스파시토는 “그동안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를 통해 여러 캐릭터와 시리즈를 만들며 확장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와 종교, 성별을 아우르는 작업을 이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위시’를 내년 3월 개봉한다. 별똥별의 탄생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녀의 모험극이다. 디즈니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인어공주’는 내년 5월 실사 영화로 거듭난다. 흑인 배우 핼리 베일리가 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인어공주의 피부색 논란과 관련해 숀 베일리 디즈니 애니메이션 대표는 “굉장히 뛰어난 연기를 하며 노래를 잘 부르는 배우를 광범위하게 찾았고, 베일리는 너무나 완벽한 배우였다”고 설명했다.루커스필름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 중 ‘만달로리안’ 시즌3와 함께 배우 이정재가 출연을 확정해 화제가 된 새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도 출범 사실을 알렸다. 백발의 해리슨 포드가 등장하는 ‘인디아나 존스’ 5편의 영상도 이날 일부 공개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에서는 한국계인 피터 손 감독이 내년 6월 선보일 ‘엘리멘털’이 주목을 받았다. 불, 물, 대기와 흙 등 지구 구성 성분을 주인공으로 한 독특한 작품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작자들이 참여한 오리지널 작품들도 대거 선보였다.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 투자·제작한 콘텐츠를 올해 50편 이상 내세워 OTT 등을 공략한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오는 7일 디즈니+ 등에서 ‘커넥트’가 우선 출격한다. 배우 정해인이 주연을 맡고 일본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가 메가폰을 잡았다. 강윤성 감독이 연출한 ‘카지노’도 이날 일부 영상을 공개했다. 배우 최민식이 25년 만에 드라마에 돌아온다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는 21일 시즌1을, 내년에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지난 한 해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45개 이상 새로운 아태지역 콘텐츠를 공개했고, 상업성과 작품성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면서 “핫한 장르에 핫한 분야, 예컨대 케이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 인도네시아 로맨틱 코미디와 호러 장르처럼 지역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이런 작품들에 더 많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콜슨 화이트헤드 흑인 최초로 퓰리처 소설 두 차례 수상

    콜슨 화이트헤드 흑인 최초로 퓰리처 소설 두 차례 수상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50)가 퓰리처상 소설 부문을 두 차례 수상한 역대 네 번째 작가가 됐다. 지금까지 두 차례 이 부문 수상을 한 것은 부스 타킹턴, 윌리엄 포크너, 존 업다이크 뿐이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첫 기록이다. 화이트헤드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몇 주 연기됐다가 4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 대학이 아니라 데이나 카네디 퓰리처상 사무국장이 자택에서 발표한 22개 부문 가운데 하나인 소설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플로리다주의 청소년 개조 학교에서 흑인 소년이 당한 인권 유린을 그린 ‘니켈 보이스’다. 카네디 사무국장은 미국의 존경 받는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이이름을 딴 이 상이 처음 시상된 것이 1917년으로 스페인 독감이 창궐하기 일년도 채 안 되기 전이란 점을 상기시킨 뒤 “전례 없는 불확실한 시절”이라면서도 “우리가 아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널리즘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퓰리처상은 ‘언론계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이름을 따 1917년 탄생했다. 언론 분야에서는 보도, 사진, 비평, 코멘터리 등 15개 부문에 걸쳐, 예술 분야에서는 픽션,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에 걸쳐 각각 수상자를 선정한다. 뉴욕 출신인 화이트헤드는 2017년에도 ‘언더그라운 레일로드’로 같은 부문을 수상했다. 늘 스스로 흑인판 스티븐 킹 같은 호러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니켈 보이스도 플로리다주에 있는 도지어 소년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 기자들과 작가들이 주로 수상했는데 특히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세 부문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NYT는 공공서비스 부문상을 퓰리처상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전했는데 앵커리지 데일리 뉴스와 프로퍼블리카가 1년 남짓 걸쳐 함께 취재한 알래스카 성폭력 고발 기사가 수상했다. 원주민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알래스카 시골 지역에서는 공권력이 제한되거나 부재해 미국내 다른 어떤 지역의 일인당 성범죄자가 4배나 많은 현실을 냉철하게 짚었다. 탐사보도 부문상은 뉴욕시의 택시 면허 문제점을 다룬 NYT의 브라이언 M 로즌솔)에 주어졌다. 택시면허를 많게는 100만 달러(약 12억 2000만원)를 웃도는 가격에 사들였다가 가격 폭락으로 빚더미에 주저앉은 택시 기사들의 실태를 다뤘는데 1000명에 이르는 기사들이 파산 신청을 하고, 최소 9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제보도 부문상은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해외 개입 ‘공작’을 다룬 NYT에 돌아갔다. 로이터통신은 홍콩 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으로 ‘속보 사진’ 부문상을, AP통신(다르 야신, 무크타르 칸, 챠니 아난드)은 인도 정부의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전화와 인터넷 차단 등 강압적 통제 조치와 관련한 사진으로 ‘특집 사진’ 부문상을 각각 수상했다. AP통신은 카슈미르에서의 시위와 경찰의 대응 등을 촬영하기 위해 채소 바구니에 카메라를 숨기고, 촬영한 사진을 공항에서 일반 여행객들에게 뉴델리의 AP지국에 전달할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속보 부문상은 지난해 미국 켄터키주 주지사의 무분별한 사면·감형을 보도한 켄터키주의 ‘쿠리어-저널’이 차지했다. 당시 매트 베빈 지사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고 지난해 12월 퇴임 직전 약 600명을 사면하거나 감형했다. 올해 신설된 ‘오디오 보도’ 부문상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몰리 오툴과 ‘바이스 뉴스’의 에밀리 그린에게 주어졌다. 시애틀 타임스는 연쇄 추락사고를 일으킨 미 보잉사 737맥스의 결함과 관련한 연속 보도로, 프로퍼블리카는 미국 7함대 소속 함정의 잇따른 사고와 관련한 보도로 각각 국내 보도 부문상을 받았다. 사후 특별공로상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운동가였으며 초기 탐사보도를 이끈 이다 B 웰스에게 돌아갔는데 1931년 작고한 린치 행위에 대한 “빼어나고 용기있는 리포트”를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들은 고인의 유지를 잇는 사업에 써달라며 5만 달러를 기부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세계 여성 역사의 달이 저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15명의 여성을 돌아봐 눈길을 끈다. 신문은 기록된 역사 가운데 0.5%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여성들의 역사라고 연구자들이 보고 있다며 학교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15명의 삶과 유산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남긴 족적을 따라가보자고 권하고 있다.모험가 마벨 스타크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로 통했던 그는 20세기 초 남성들이 지배했던 동물 조련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조련사였다. 거의 팔순 가까이까지 호랑이들과 함께 공연했는데 키 153㎝에 45㎏의 몸에 물린 뒤 꿰맨 것이 700바늘이 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호랑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모험가 베시 스프링필드 “마이애미의 모터사이클 여왕”으로 불렸던 그는 1940년대 미국 육군의 전령으로 복무했는데 당시만 해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은 “숙녀답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뭇 여성들이 집안일로 돌아갔을 때 그는 플로리다의 야자수 거리를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며 포효했고 오프로드를 달리거나 축제 스턴트 묘기를 펼치곤 했다. 오늘날 수백 명의 여성들이 그를 기리며 연례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열곤 한다.운동선수 재키 미첼 열일곱 살이던 1931년 뉴욕 양키스의 시범경기를 보러 갔다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의 플레이에 반했는데 같은 해 양키스와 계약을 맺은 유일한 여자선수다. 오늘까지도 진위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 커미셔너가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미 소녀 프로야구연맹이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9년 뒤였다. 운동선수 미키 고먼 다섯 차례의 좌절 끝에 1975년 뉴욕시티 마라톤에 그가 처음 참가 신청을 했을 때 미치코 미키 고먼은 전혀 우승 후보 감이 아니었다. 엘리트 선수라 해도 이미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마흔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같은 해에 딸까지 낳은 터였다. 그 해 2위를 차지한 다음 이듬해와 그 다음해 대회 연패에 성공했다. 산악인 앨리슨 하그레이브스 1995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세르파 도움 없이 단독으로 올랐다. 세계 최고봉을 발 아래 둔 뒤 아들 톰과 딸 케이트에게 무전기로 전화를 걸어 “사랑하는 아이들아,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단다. 그리고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들썩거렸지만 기쁨도 잠시, 몇달 뒤 파키스탄 K2 등정 후 하산하다 조난해 운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아들 톰마저 어머니가 스러진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낭가파르밧에서 역시 조난해 어머니를 뒤따랐다. 팝스타 글래디스 벤틀리 높은 모자와 턱시도 정장을 늘 갖춰 입었던 그는 젠더 통합을 노래하는 블루스 히트곡들과 히트곡들을 익살맞게 패러디해 1920년대 뉴욕 할렘 문화를 선도했다. 1930년대 초 레즈비언 가운데 가장 유명했고 흑인 엔터테이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이가 됐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껴안는 데도 앞장섰다.메이크업 아티스트 밀리센트 패트릭 1952년에 유니버설 영화사에 기용돼 영화 ‘검은 석호의 괴물’의 분장을 맡게 됐는데 그는 ‘길 맨’이란 이 괴생명체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상급자는 그를 해고하고 크레딧에서도 그의 이름을 빼고 자기 이름을 집어넣었다. 그의 작업은 몇십 년 동안 호러와 공상과학 영화 감독들에게 영감을 선사했고, 최근에는 2017년 아카데미 수상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에도 영향을 미쳤다.오페라 가수 마리안 앤더슨 195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에서 흑인으로는 처음 무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지만 이미 목소리가 최절정이었을 때를 넘긴 쉰일곱 살 때였다. 당시 NYT 논평은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눈을 의심했다”고 적었다. 그는 내처 2년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에도 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영화 리뷰] ‘굿 매너스’

    [영화 리뷰] ‘굿 매너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굿 매너스’는 종잡을 수 없는 혼종 장르의 브라질 영화다. 인종을 초월한 두 여성의 애정을 다룬 퀴어 영화이면서도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호러 영화다. 그러면서 빈곤·인종·여성에 관한 사회적 편견 등 묵직한 메시지를 잘 버무렸다.영화는 브라질 상파울루 빈민가 출신의 흑인 여성 클라라(이사벨 주아·오른쪽)가 백인 미혼모 여성 아나(마조리 에스티아노)의 집에 입주 가정부로 취직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클라라는 아나가 늑대인간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출산 중 숨진 아나 대신 아기를 거둔다. 전반부는 생면부지의 두 여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두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냈다. 이 과정에서 남성의 존재는 아예 빼버렸다. 아나가 하룻밤을 즐겼던 늑대인간은 그림으로 대체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등장하는 남자 의사는 목소리나 손만 나오는 식이다. 후반부는 아나의 죽음 후 7년이 지난 시점을 카메라가 비춘다. 클라라는 아나의 아이 조엘을 평범한 아이로 키우려 사랑과 정성을 다한다. 그러나 조엘은 보름달이 뜰 때마다 늑대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마치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전·후반부를 1막과 2막으로 나눠서 구성해 이질적인 영화 두 편을 한자리에서 연이어 보는 느낌이 든다. 빈민가 흑인 여성과 중산층 백인 여성의 대비를 통해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빈부 격차와 계층 간 갈등, 인종 문제 등도 짚었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처럼 변하는 조엘은 이런 관점에서 차별·편견 등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여주인공을 맡은 이사벨 주아의 힘이다. 초반부 담담하고 메마른 느낌의 가정부는 아나와 사랑에 빠지며 좀더 풍부한 표정을 보여 준다. 이어 조엘의 엄마로서는 냉정하고 때론 격정적인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아역배우들의 미숙한 연기와 조악한 컴퓨터그래픽(CG)은 슬그머니 가려진다.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그의 탁월한 연기에 제50회 시체스 국제영화제는 ‘최고의 여배우 특별언급상’을 줬다. 충격적인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긴장감을 이어 가지만, 뮤지컬 형식을 일부 차용하는 등 감독이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 욕심을 부린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무게감 있는 주제를 심어놔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느낌도 든다. 좀더 대중적인 요소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두 장르의 영화를 버무리고 현실 비판과 인간애, 소통의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에 박수를 보냈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비롯해 리우데자네이루 국제영화제 작품상, 국제비평가상, 장편상 등 여러 상을 받은 이유다. 135분. 청소년 관람 불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공포영화 제작 신흥강자 ‘블룸하우스’… ‘무서운 돌풍’ 비밀은

    공포영화 제작 신흥강자 ‘블룸하우스’… ‘무서운 돌풍’ 비밀은

    공포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 제작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멀게는 드라큘라, 미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등 몬스터들을 앞세워 1930~40년대를 선도했던 유니버설과 해머(영국)에서부터 가깝게는 1980년대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급부상한 뉴라인 시네마, 1990~2000년대 ‘헬레이저’와 ‘스크림’ 시리즈로 입지를 다진 디멘션 필름 등이 있다. 요즘 단연 돋보이는 스튜디오는 신흥 명가로 급부상한 블룸하우스다.설립된 지 십수 년에 불과한 회사가 역대 공포 영화 흥행(북미 시장 기준) 톱 10에 ‘겟 아웃’(3위), ‘파라노말 액티비티’(6위), ‘파라노말 액티비티3’(8위) 세 편을 올려놓으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것’(1위), ‘컨저링’(5위), ‘컨저링2’(10위)를 진입시킨 뉴라인 시네마와 동률.블룸하우스는 적은 예산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극복해 대박을 터뜨리는 것으로 더 유명한 스튜디오다. 2009년 단돈 1만 5000달러(약 1650만원)로 만든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전 세계적으로 1억 9440만 달러(약 2150억원)를 벌어들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위자’, ‘퍼지’,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수익이 25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던 블룸하우스 작품들이 국내에서 빛을 발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경우 국내에서는 40만명 동원에 만족해야 했다. ‘인시디어스’ 등 또 다른 프랜차이즈 시리즈들도 모두 고만고만한 성적을 거뒀고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관계 맺기에 공포를 접목시키며 기대를 모았던 ‘언프렌디드’도 22만명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다가 올해 초 M 나이트 시아말란이 연출한 ‘23아이덴티티’가 167만명을 끌어모으더니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비튼 ‘겟 아웃’이 213만명을 동원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주 개봉해 첫날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던 ‘해피데스데이’도 블록버스터 ‘토르: 라그나로크’ 등을 제치고 1위로 역주행하는 등 2주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공포물은 흥행’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스크림’ 같은 틴에이지 공포물에 시간 반복의 타임 루프 설정을 입힌 ‘해피데스데이’의 경우 예매 관객 중 10대와 20대 비중이 70%에 이른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영화사 하늘의 김종욱 실장은 “블룸하우스 작품들의 선전은 신선함과 독창적 기획력,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장르 파괴와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등 공포물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는 점이 요즘 젊은 관객들의 성향과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블룸하우스가 오로지 공포물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초 국내에서 아트버스터(흥행에 성공한 예술영화) 바람을 일으키며 158만명을 동원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출세작 ‘위플래쉬’도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다. 내년에는 대형 프로젝트도 기다리고 있다. 호러 거장 중 한 명인 존 카펜터와 손잡고 ‘할로윈’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할로윈’은 ‘13일의 금요일’과 함께 1980년대를 풍미했던 슬래셔 무비(미치광이 살인마가 난도질하는 영화)의 양대 산맥이다. 지금까지 10편이 만들어졌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블룸하우스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빚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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