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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현진의 박람궁리] 한국전쟁이 세계 금융에 남긴 것들

    [차현진의 박람궁리] 한국전쟁이 세계 금융에 남긴 것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한국전쟁의 순국 영령을 기리는 이즈음의 녹음은 언제나 처연하다. 그런데 전쟁은 아픔과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활을 걸며 치르는 모든 전쟁은 온갖 발명품의 경연장이자 새로운 것의 시작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혈액 수혈, 제2차 세계대전은 페니실린을 탄생시켰다. 한국전쟁은 야전병원(MASH)을 낳았다. 의료진이 부상병을 후방 병원에서 기다리는 대신 전방 천막에서 치료하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야전병원은 11년간 방영된 미국 CBS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MASH’의 소재이기도 하다. 그 드라마에서 한국은 아주 가난하고 불결한 나라로 그려진다. 한국전쟁이 미국 사회에 남긴 문화적 흔적이다. 한국전쟁의 흔적은 금융에도 남아 있다. 오늘날 미 연준이 독립적 기구라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전쟁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재정 팽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했는데도 재무장관이 전화로 금리 동결을 지시했다. 존 스나이더 재무장관은 대통령의 군대 동기라서 무소불위였다. 하지만 참다못한 연준이 어느 순간 반발했다. 그러자 의회 청문회가 열렸고, 거기서 재무장관의 무법한 지시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장관은 결국 1951년 3월 연준을 찾아가 7인의 연준 위원 앞에서 미리 준비된 문서에 서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행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그 문서는, 중앙은행의 권한에 관한 일종의 마그나카르타다. 이후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내용을 법률에 담았다. 세계 금융사를 돌아볼 때 중앙은행 독립성이 명문화된 계기는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은 재정정책에서도 한 획을 긋는다. 한국전쟁은 미국 정부가 세금으로 치른 마지막 전쟁이다. 전쟁 발발 직후 트루먼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특별법을 제정했다. 목표와 기간까지 정해 놓고 소득세를 엄청나게 거뒀다.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해법이었다. 이후 베트남 전쟁은 인플레이션으로, 나머지 전쟁은 국가부채로 충당되었다. 일본에 한국전쟁은 경제 도약의 발판이었다. 당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요구했던 경제안정화 정책 때문에 빈사 상태였다. 이른바 ‘안정공황’이다. 그런데 1951년에 이르자 경제성장률이 12%로 급등했다. 미국 정부와의 거래가 수출의 60%를 차지했다. 그런 특수를 누린 덕에 요시다 시게루 총리는 한국전쟁을 ‘신의 도움’이라고 했다. 한국전쟁의 덕을 본 것은 캐나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과 함께 방위사업체 등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 확대에 힘입어 캐나다 경제가 빠르게 호황으로 전환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1945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할 때 환율은 ‘1캐나다달러=0.909미달러’였다. 이후 1946년에는 1대1, 1949년에는 다시 1대0.909로 복귀했다. 대외 여건에 따라 경제가 쉽게 휘청거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전쟁 특수가 시작되자 또 한 번의 평가절상을 노리는 환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환율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캐나다 정부는 1950년 9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당시에는 고정환율제도가 원칙이고, 변동환율제도는 반칙으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10년밖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1971년 미국이 ‘금 1온스=35달러’라는 등식을 깨뜨리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우왕좌왕하다가 10년 전 중단된 캐나다의 사례를 떠올렸다. 그리고 1973년 전 세계가 변동환율제도로 돌아섰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부득불 진행된 캐나다의 정책 실험이 결정적 힌트였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유로화 시스템도 한국전쟁과 이어진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미국은 재정적자 완화를 위해 마셜 플랜의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급작스레 달러화 유입이 줄어든 유럽 18개국은 1950년 9월 유럽지급동맹(EPU) 결성을 통해 대응했고, 이것이 훗날 유로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드라마 ‘MASH’로 기억되는 한국전쟁은 여러 면에서 현대 금융시스템의 분수령이다. 한국인에게는 비극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세렌디피티 즉 의도치 않은 행운이었다. 전쟁은 언제나 처연하게 불공평하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 한은 “원화, 동조화 최고 화폐는 대미 수출 공통분모 가진 위안화…미중 무역갈등 예의주시해야”

    한은 “원화, 동조화 최고 화폐는 대미 수출 공통분모 가진 위안화…미중 무역갈등 예의주시해야”

    원화 동조화가 가장 높은 화폐는 대미 수출 공통분모를 가진 중국 위안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미중 무역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16일 ‘BOK 이슈노트-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을 발간했다. 위안화와의 통화 동조화를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 원화는 33개국 중 위안화와의 동조화 계수(0.31)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수는 국가별 환율변동을 설명하는 국제통화 바스켓(달러, 유로, 엔화, 위안화) 중 위안화의 비중 추정치를 뜻한다.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는 높은 수준을 지속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미·중 무역갈등기(2018년 4월~2019년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기(2022년 2월~2023년 4월), 트럼프 대통령 재선 전후 시기(2024년 10월 이후)에 동조화가 높았다. 보고서는 높은 동조화의 배경으로 미 달러화의 공통영향, 양국 경제의 높은 연계성, 외환시장 거래관행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이 수출 경쟁 관계에 있고 통화 절하 충격이 왔을 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의 수출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동조화가 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기별 특징을 보면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는 2020년 이후 구조적으로 다소 약화됐다. 보고서는 이는 2018~19년 미중 무역갈등, 2020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따라 한중 무역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분석 기간인 2016년 1월부터 2025년 4월 중 2020년 8월 전후로 구조적 변화가 식별됐다.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계수의 장기평균은 2020년 8월 이전엔 0.36이었지만 이후 0.21로 낮아졌다. 다만 한은은 “2024년 이후 동조화 계수는 장기평균을 밑돌았으나 최근 장기평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한국 모두 높은 교역충격에 노출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면전환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원화는 절하국면에서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강화되지만 절상국면에서는 동조화가 약화되는 비대칭성이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비대칭성은 양국 통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추세적 동반 약세, 한중 간 글로벌 수출시장에서의 경쟁 관계, 한국의 자유변동환율제도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국면별 기간은 동조화 국면이 탈동조화 국면보다 길게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 한은은 “위안화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원화는 위안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미중 무역갈등의 전개 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위안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국 불안에…KDI “환율 1500원 넘을 수도”

    정국 불안에…KDI “환율 1500원 넘을 수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이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산재한 상황에서 환율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DI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율 변동성을 3~4%로 본다면 환율이 1420~1539원 사이에서 오르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27일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넘어섰다. KDI는 최근 환율이 ‘한국 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달러 강세 등 대외 요인에 의해 주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기존 달러화 흐름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정치적 불안이 원화 약세를 부추겨 환율을 더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환율 대응과 관련해 KDI는 “한국은 자율 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경제 기초 여건과 괴리된 환율 수준을 유지하면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수 신흥국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KIEP는 “대외신인도 관리 강화, 외환 수급 안정, 금융안전망 강화 등 다각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며 “통화정책보다는 금융정책·외환시장 개입 등을 통해 우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41일째 고환율’ 역대 최장 기록 넘었다… 경제 위기감 확산

    ‘241일째 고환율’ 역대 최장 기록 넘었다… 경제 위기감 확산

    외환위기 144거래일보다 길어원화 추락… 사실상 ‘경제위기’한미 기준금리 29개월째 ‘역전’한은, 통화정책 여력 줄어들어서학개미, 이달 2.4조원 순매수美주식 1127억弗 보관 ‘신기록’ 달러 강세와 계엄 쇼크로 촉발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 ‘지붕’을 뚫고 1500원 선을 바라보는 등 역대급 고환율(1300원 이상) 최장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데다 내수 침체 상황에서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까지 위협받는 것은 물론 통화 당국의 금리 인하 여력까지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6.40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하며 지난 19일부터 4거래일 연속 14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올해 1월 2일부터 이날까지 241거래일 연속 1300원을 웃돌고 있다. 시장평균환율제도가 도입된 1990년 3월 2일 이후 최장 고환율 기록이다. 이전에 환율 1300원이 장기간 지속됐던 것은 외환위기(1997년 12월 8일~1998년 7월 13일) 144거래일,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월 8일~4월 29일) 78거래일, 레고랜드 사태(2022년 8월 8일~11월 30일) 78거래일이 가장 길었다. 우리나라는 수출국가이지만 환율 1200원을 기준으로 부정적 효과가 크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는 반면 중간재 가격이 올라 수출이 타격을 입고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환율이 1300원 이상이면 원화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며 이를 사실상 경제위기라고 진단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50원 가까이 상승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1.9%) 는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4.25~4.50%)가 한국 기준금리(3.00%)를 넘어선 기간도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미 양국 간 금리가 역전된 기간은 일시적으로 금리차가 없었던 2022년 8월을 제외하면 2022년 7월부터 이달까지 약 2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미 금리 역전은 세 차례 있었는데 각각 21개월(1999년 6월~2001년 3월), 25개월(2005년 8월~2007년 9월), 24개월(2018년 3월~2020년 3월)간 이어졌다. 원화 약세와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해 한국은행으로서는 통화 정책을 펼칠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도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하지만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탓에 금리를 더 내리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우려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만 하더라도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환율 상승이 위험 신호라는 데 선을 그었지만 지난 23일에는 “외환 당국으로서는 환율의 일방적인 급변동에 대해 강력하게 시장안정조치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는 와중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열기는 달아올랐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16억 5554만 달러(약 2조 40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만 14억 8740만 달러(2조 1618억원)가량을 사들였는데 11월 한 달 순매수 규모(12억 7937만 달러)보다 2억 달러 이상 많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지난 11월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 선을 넘긴 이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1126억 7291만 달러(164조 2658억원)까지 불었다. 환율 고공 행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얘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환율이 1400원을 뛰어넘은 상태였던 만큼 정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향후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한은은 환율 방어를 위한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아르헨 페소화 54% 절하 ‘초강수’… 밀레이, 재정적자 감축 속도전

    아르헨 페소화 54% 절하 ‘초강수’… 밀레이, 재정적자 감축 속도전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며 페소화를 54%나 평가절하하는 초강수 카드를 던졌다. 당장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을 늘려 경기 부양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12일(현지시간) 밀레이 대통령의 ‘1호 대국민 정책’으로 만성적인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10개 비상경제조치를 발표했다. 카푸토 장관은 “지난 123년 중 아르헨티나는 113년간 재정적자를 겪으며 항상 그 원인을 찾아야 했다. 이제 재정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자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더 많은 페소화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페소 가치가 하락한 만큼 이를 공식 환율에 제대로 반영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달러당 공식 환율을 기존의 366.45페소에서 800페소로 상향한 점이다. 현재 달러당 1000페소를 넘나드는 비공식 달러(블루 달러)와의 환율 격차를 좁히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페소 가치를 매월 2%씩 낮춘다는 계획도 곁들였다. 문제는 정부 발표로 비공식 달러 환율이 반사적으로 더 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극약 처방의 성패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얘기다. 지난 10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42.7%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는 고정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정권들은 경제난 속에 외환 보유 고갈을 감추고 자본 이탈을 막으려고 현실과 동떨어진 환율을 적용했다. 이런 정책은 외국 투자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밀레이 정부는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공공사업 계획 축소, 1년 미만의 정부 근로계약 미갱신, 새로운 공공사업 입찰 중지, 일부 세금 잠정 인상안도 확정했다. 청년·서민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발표에 대해 줄리 코자크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성명에서 “과감한 시행으로 무엇보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더 지속 가능한 민간 주도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반겼다. 한편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50억 달러(약 6조 6025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갱신에 도움을 청하는 친서를 보냈다. “공산당과는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며 반공·반중을 외치다 물러난 입장이라 역시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는다.
  • 힘 빠진 킹달러, 더 빠진 원화 ‘이상기류’

    힘 빠진 킹달러, 더 빠진 원화 ‘이상기류’

    정점 후 6개월여 만에 12.5% 추락침체 그림자·中 리오프닝도 압박주요국 통화 강세 속 원화는 급락유연성 높고 금융 개방도는 낮아상관관계 약한 ‘디커플링’ 고착화 18개월간 상승 랠리를 이어 가며 지난해 9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던 달러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킹달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쟁으로 침체 우려가 컸던 유럽과 영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중국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달러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 대비 타국 화폐는 대부분 강해지는 반면 유독 원화만 달러화와 함께 동반 하락을 넘어 달러화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 위기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이 제약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9월 28일 장중 114.787까지 치솟으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 가며 지난 14일 장중 100.766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22일(100.449) 이후 1년 만의 최저치로, 달러화 가치는 6개월여 만에 12.5% 추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로화 가치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면서 13% 이상 올랐다.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등 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한 것이 달러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리오프닝 역시 달러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5%로 시장 전망치를 1.1% 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난 18일 달러인덱스는 0.34% 하락했다. 그간 킹달러로 불리며 안전자산으로 통했던 달러화가 공고했던 기축통화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과 탈(脫)달러를 선언하며 중국 위안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7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화의 하락에 타국 통화가 강해지는 반면 원화는 하락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고착화되는 사이 달러화가 내리자 원화는 더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9일 ‘금융·경제 이슈 분석’에 실린 ‘최근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 비교 및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2월 중 원화의 환율 변화율이 표본국가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원화는 달러 대비 7.4% 절하돼 34개국 평균치(3.0% 절하)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간 달러인덱스는 2.7% 하락했다. 달러가 내리자 원화가 다른 국가의 통화보다 더 가파르게 내린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원화의 환율 변동성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대체로 장기평균(0.5% 포인트)을 지속적으로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 개방도와 환율제도 유연성이 높고 선진국보다는 금융 개방도가 낮기 때문”이라면서도 최근 하락폭이 두드러진 데 대해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과 더불어 무역수지 적자 등 국내 요인도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 ‘킹달러’ 시대 끝나가는데 … 달러보다 더 빨리 떨어진 원화

    ‘킹달러’ 시대 끝나가는데 … 달러보다 더 빨리 떨어진 원화

    18개월간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지난해 9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던 달러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킹달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쟁으로 침체 우려가 컸던 유럽과 영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중국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달러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 대비 타국 화폐는 대부분 강해지는 반면 유독 원화만 달러화와 함께 동반 하락을 넘어 달러화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국 경제 기지개 켜는데 미국은 침체 기로 … “달러 더 떨어진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 위기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이 제약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9월 28일 장중 114.787까지 치솟으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14일 장중 100.766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22일(100.449) 이후 1년만의 최저치로, 달러화 가치는 6개월여만에 12.5% 추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로화 가치는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면서 13% 이상 올랐다.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등 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한 것이 달러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리오프닝’ 역시 달러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5%로 시장 전망치를 1.1%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난 18일 달러인덱스는 0.34% 하락했다. 그간 ‘킹달러’로 불리며 안전 자산으로 통했던 달러화는 공고했던 기축통화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탈(脫) 달러’를 선언하고 중국 위안화에 힘을 싣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7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달러 떨어지자 원화 더 빨리 떨어져 … “무역적자 등 경제 기초체력 탓” 한편 달러화의 하락에 타국 통화가 강해지는 반면 원화는 하락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고착화되는 사이 달러화가 내리자 원화는 더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9일 ‘금융·경제 이슈 분석’에 실린 ‘최근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 및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2월 중 원화의 환율 변화율이 표본국가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원화는 달러 대비 7.4% 절하돼 34개국 평균치(3.0% 절하)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간 달러인덱스는 2.7% 하락했다. 달러가 내리자 원화가 다른 국가의 통화보다 더 가파르게 내린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원화의 환율 변동성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대체로 장기평균(0.5%포인트)을 지속적으로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와 환율제도 유연성이 높고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기 때문”이라면서도 최근 하락폭이 두드러진 데 대해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과 더불어 무역수지 적자 등 국내요인도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 IMF 해체 등 국제통화 질서 바꿔 달러패권 기세 꺾어야[차현진의 銀根한 이야기]

    IMF 해체 등 국제통화 질서 바꿔 달러패권 기세 꺾어야[차현진의 銀根한 이야기]

    정말 이러긴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어지러울 정도다. 이번 달에 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면서 전 세계가 안도하고 있다. 기가 막힌 사실은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미국이 오히려 다른 나라를 탓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 이후 파운드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미 연준 관리들이 “영국 탓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면서 우방국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중국의 과도한 저축 욕심 때문에 미국 금리가 낮아져서 주택 버블이 형성됐다”며 중국을 원망한 것과 다르지 않다. 도대체 킹달러는 언제쯤 멈출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핵위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달러화 초강세는 60년 전 빚어진 졸(卒)달러 현상과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그때는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해서 미국이 핵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었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지나치게 젊어서 서방 세계에 불안감을 주었다. 미 달러화에 대한 불안감은 1950년대부터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출범과 더불어 ‘금 1온스=미 35달러’의 고정환율이 정해졌지만, 미국의 계속되는 경상적자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급기야 1959년 미 의회가 미 연준 직원 로버트 트리핀을 불러 국제통화질서의 지속 가능성을 물었다. 그때 트리핀이 “통화정책의 자율성과 환율 안정과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모두 충족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트리핀의 딜레마’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미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완곡하게 돌린 표현이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마침내 달러화 위기가 시작됐다. 소련의 흐루쇼프가 쿠바의 카스트로와 밀월을 과시하자 국제금융시장에서 금의 가격이 크게 뛰었다. 미국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금 풀’(gold pool)을 결성했다. 각자 보유하고 있는 금을 갹출해 국제 금시세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별로 효과는 없었다. 금 가격의 급등은 ‘졸달러’를 의미했다. 당황한 미 재무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표시 미국 국채를 발행해 외환보유액을 확충했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았다. 마지막 카드로 미 연준이 유럽 9개 중앙은행 총재에게 급하게 연락해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요청했다(1962년). 계약금액은 금 풀의 10배에 가까운 총 1조 1000억 달러였다. 유럽이 돈을 빌려준 덕에 미 달러화가 안정을 되찾았다. 중요한 것은 졸달러의 해결이 브레턴우즈 체제 밖에서 외교력 또는 중앙은행 간 사교로 해결됐다는 점이다. IMF는 그때 무력했다. 그런데 달러화 약세가 10년 뒤 다시 시작됐다.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브레턴우즈 협정에 서명했던 40여개국 어디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협정을 깼다. 1971년 8월 15일 금과 달러화의 무제한 교환 약속을 파기했는데, 이를 ‘닉슨 쇼크’라고 한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경우 회원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가 따른다. 하지만 닉슨 쇼크 때는 어떤 제재도 따르지 않았다. 제재는커녕 칭찬하기 바빴다. 미국 때문에 엉겁결에 시작된 변동환율제도가 국제수지 균형을 맞추는 데는 차라리 효율적이라면서 애써 위안했다. 이후 미국은 자국의 정치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러화 가치를 올리고 낮췄다. 1980년대 초에는 고금리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높이고 1985년에는 G7을 불러서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화 약세를 주문했다. 미국의 입김으로 문제가 쉽게 풀리다 보니 국제통화질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단됐다. 1970년대 초 IMF 특별인출권(SDR)을 도입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미국은 1970년대 말까지 달러화 가치를 금리 규제와 자본통제(이자소득세)를 통해 관리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무역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특정국을 선별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을 취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이 대표적이다. 환율조작은 엄연히 국제수지와 관련되는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서 IMF는 지금도 무기력하다.지금의 킹달러가 아주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60년 전의 졸달러 사태에서 보듯이 달러화의 가치는 결국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과 미국의 경상수지에 달려 있는데, 지금 미국 경제가 갑자기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조금만 기침을 해도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문제의 발원지였던 미국의 달러화가 오히려 초강세를 보이고, 외환보유액 세계 8위인 ‘IMF 모범생’ 한국의 원화가치가 흔들렸다. 뭔가 이상하다. 현재 국제통화시스템의 문제는 미 달러화가 특이점(singularity)을 차지하는 데 있다. 지구로 치자면, 남극과 북극의 위상과 비슷하다. 둥근 지구에서 경도 15도마다 1시간의 시차가 있지만, 남극과 북극에서는 시각을 정할 수 없다. 모든 경도가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 시각이나 마음대로 고르면 그만이다. 현 국제통화시스템에서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가 그렇다. 미국의 정책선택권이 너무 넓다. 과거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금과의 교환 보장이라는 제약조건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많은 학자들이 달러 패권의 위세를 줄이려면 경쟁재가 등장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유로화도, 위안화도 그럴 위치에 오르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바람에 갑자기 위안화 거래량이 늘어났지만, 그것이 국제금융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가 되기는 어렵다. 그것은 두 나라 사이의 끈끈한 외교관계를 보여 줄 뿐이다. 달러화의 경쟁재가 등장하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이 있다면, 국제통화질서에서 변화를 찾는 것이다. 1995년 GATT를 해체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만들었듯이 IMF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거나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명색이 세계의 중앙은행인 IMF는 세계경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부 회원국들에 자금을 빌리러 다닌다. 발권기능을 상실한 채 회원국들이 납입한 쿼터만 갖고 시작한 데서 오는 한계다. IMF가 그 모양이니 미 연준이 세계의 중앙은행,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린다. 1971년 SDR이 허용돼 아주 미약하게나마 IMF에도 발권기능이 생겼지만,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처럼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그것도 부정기적으로 조정한다. SDR 발행량과 발행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SDR의 용도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는 각국 중앙은행끼리 국제수지 불균형을 조정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무역거래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면 SDR이 사실상 기축통화가 된다. 이 경우 IMF는 지금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SDR을 이용해 국가 간 송금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상업은행들이 비싸게 받는 국제송금 수수료가 낮아지고, 국가 간 금융통신시스템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다가온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금융 부문에서는 그런 조짐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달러 패권 때문에 세계 경제가 미국에 끌려가는 것도 피곤하다. 이번 킹달러 사태를 계기로 50년째 변화가 없는 국제통화질서에 변화가 오려나? 객원 논설위원
  • 무역협회 “홍콩보안법 미중 갈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무역협회 “홍콩보안법 미중 갈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홍콩보안법 제정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9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자료에서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금융허브로서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콩 특별지위 잃으면 금융-중계무역에 타격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 감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표결을 통과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발탁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로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본토와 달리 홍콩을 특별대우하고 있다. 홍콩 한국의 4위 수출 대상국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한국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콩은 총수입 가운데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거점인데, 홍콩은 한국의 4위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콩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품 가운데 114%(하역료·보관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 기준)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이 중 98%가 중국으로 향한다.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항만, 공항 등 국제금융·무역·물류 허브로서 이점을 갖춰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온 것이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를 철회하고, 중국에 적용 중인 보복 관세를 홍콩에도 즉시 적용하면 홍콩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7%(2019년 기준)여서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무관세여서 중국 직수출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이 늘어나고, 대체 항공편 확보까지 단기적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향 부정적이지만 크지는 않을 듯 또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품목은 중국의 통관·검역이 홍콩에 비해 까다로워 수출물량 통관 때 차질도 예상된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제도개혁 완수 못한 아시아 국가들 1997 재연?… 다시 금융위기 경고음

    제도개혁 완수 못한 아시아 국가들 1997 재연?… 다시 금융위기 경고음

    1997년 태국발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강타한 지 20년이 흘렀다. 진앙지인 태국을 비롯해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과거의 위기를 극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라 있다.지난 20일(현지시간) 태국은 글로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태국 통계청은 2017년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와 중국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3.5%)을 웃도는 3.9%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3.6%~4.6%의 성장이 전망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부동산 회사들이 해외 채무 상환 불능을 선언하고, 바트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던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태국 말고도 1997년 금융위기의 주인공이었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신했다. 수치가 말해 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96년 387억 달러에 불과했던 태국의 외환보유고는 2017년 5월 기준 1840억 달러로 약 5배 불어났다. 인도네시아는 183억 달러에서 1250억 달러로 약 7배, 말레이시아는 270억 달러에서 980억 달러로 약 4배, 한국은 332억 달러에서 3785억 달러로 약 11배 늘어났다. 1996년 1조 달러를 밑돌던 아시아의 외환보유액 합계는 전 세계 보유액의 절반인 6조 달러(약 6510조원)를 넘어섰다.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경상수지 적자도 해소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3개국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길은 달랐지만 ‘리더십’이 가른 성패 20년 동안 각국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은 호된 정공법을 택했고 독자적으로 자구 노력에 나선 말레이시아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IMF는 ▲거시경제지표 개선 ▲금융부문 구조조정 ▲자본·무역 자유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태국은 정부 예산을 삭감했다. 부실은행 4개를 국유화하는 한편 91개 파이낸스사 중 56개를 퇴출시켰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했다. 한국도 비슷한 경로를 택했다. ‘모범생’ 태국과 한국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열등생’이었다. 외채가 막대했고 30여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의 측근들이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는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IMF와의 합의 사항을 한 차례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외환위기 극복에 실패한 수하르토 대통령은 98년 학생과 노동자 시위로 32년 만에 물러나게 된다. 이 같은 ‘리더십 리스크’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20년 전의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2015년에는 외환위기 ‘5대 취약국’에 속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비마 유디스티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국제TV방송(CGTN)에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이 10%일 때 기업들은 30% 성장했는데, 지금은 기업들의 성장세도 5% 이하”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선택한 길은 독특하다. IMF가 요구한 이행 사항과 정반대의 해법을 취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변동환율제를 택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오히려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단기 자금의 해외 유출을 통제했다. 다른 나라들은 긴축정책을 펴느라 금리를 인상했지만 말레이시아는 거꾸로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정부 지출을 늘려 부도 위기에 놓인 은행과 기업들을 지원했다. 전적으로 당시 17년째 권좌에 앉아 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 때문이었다. 국수주의적 성향이었던 마하티르 총리는 외환위기 자체를 미국이나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 같은 서방측의 음모로 규정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말레이시아 역시 위기를 극복했다. ●전문가 “아시아 개혁 필요성 잊었다” 어쨌거나 당시 환란의 피해국들은 일견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듯 보이지만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주장한다. 그는 지난 7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을 통해 “IMF의 개혁 각본에 따른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수출을 강화해 5%대의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이 회복되자 좀더 중요한 개혁의 필요성을 잊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금융 시스템이나 경제의 투명성이 개선됐지만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의 탈피, 생산성과 혁신 증대, 교역관계의 다변화, 부패근절 같은 좀더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임금인상 없는 GDP 증가의 늪에 빠졌다고 페섹은 지적한다. 한국(2만 7000달러)을 제외하고 1인당 GDP가 6000달러인 태국, 4000달러인 말레이시아 등 한국(2만 7000달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진국 함정’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측되고 있어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해외 자본 유출로 위기를 맞았던 1997년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초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다음달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데 이어 내년에도 3~4차례 금리 인상 관측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하반기 양적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20년 만에 다시 한번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어느 나라가 착실히 제도 개혁을 해 왔는지 곧 드러나려 하고 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글로벌 시대] 주목받는 중국 경제 재조정 정책/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주목받는 중국 경제 재조정 정책/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중국 경제의 최대 고민은 불균형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는 심각한 내외수 불균형을 낳았다. 처방은 재조정이다. 대외 재조정과 대내 재조정이 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것이 전자다. 후자는 수요와 공급, 신용의 쏠림을 바로잡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재조정에 온갖 공을 들이고 있다. 오래 길든 몸집 불리기식 성장방식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조정 과업의 중간 성적표는 어떨까. 대외 재조정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최근 2~3%대로 떨어졌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 역시 과거 GDP의 2% 내외에서 지금은 0% 근처에 머문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과 함께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상승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대내 재조정이다. 점수가 들쑥날쑥하다. 공급 측면은 진전이 있었다. 최고 지도부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공급 측면 개혁을 내건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급과잉 해소, 산업구조 고도화 촉진, 부동산 재고 해소 등에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수요 측면은 갈 길이 멀다. 2012년 이후 투자에서 소비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일단 적중했다. 소비가 전체 경제성장의 3분의2를 담당할 정도가 됐다. 소득 증가와 소비확대 정책조치들이 잇따른 결과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38%에 그친다. 소비를 더 키워야 한다. 재조정 정책의 최종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 정부의 정책 청사진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어림짐작으로 헤아려볼 일은 더욱 아니다. 최종 성적표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변수의 복합조합이다. 인구와 사회구조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미래의 영역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의 대가 피터 슈워츠의 미래 예측방법론이 유용할 것이다. 그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한다. ‘지금 같은 미래’, ‘더 나은 미래’, ‘지금보다 못한 미래’다. 상황별로 추세를 관찰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 미래상을 좀더 잘 볼 수 있다. 마침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경제의 재조정 전망에 관한 흥미로운 시나리오 보고서를 냈다. 기본 시나리오 즉 ‘지금 같은 미래’에서는 소비 확대와 서비스업 개혁은 성과를 내지만 국유기업 개혁과 예산운용 측면에서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본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더 나은 미래)는 과감한 정책수단을 통해 수요, 공급, 신용의 불균형이 전반적이고 실질적으로 교정되는 경우다. 재조정이 성공하려면 여러 영역의 정책 조화와 조합(policy mix)이 필요한데 자칫 균형감각을 상실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지금보다 못한 미래)가 된다. 중국은 ‘더 나은 미래’ 시나리오로 가려는 정책 조치에 나서고 있다. IMF의 진단은 이렇다. 위안화 환율은 평가절하 또는 평가절상의 어느 한 방향보다는 실질적인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할 것이다. 위로도 갈 수 있고 아래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은 규제 철폐로 생산성 향상과 소비확대 효과가 나도록 할 것이다. 정부가 의료보건 투자를 확대해 높은 가계저축률을 소비로 유도할 것이다. 종합하면 소비 확대다.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기상품과 유망 서비스만 찾기보다는 정책을 살피고 그 방향과 궤를 같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시장은 정부가 움직이는 정책시(政策市) 특성이 여전히 강하다.
  • [In&Out] 이란 진출하려면 ‘야바시 문화’ 이해해야/김지선 이란교역·투자지원센터장

    [In&Out] 이란 진출하려면 ‘야바시 문화’ 이해해야/김지선 이란교역·투자지원센터장

    10년 만에 빗장이 열린 이란 시장 개척을 위해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는 등 정부가 경제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란의 대형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66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우리나라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정부와 우리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코트라, 전략물자관리원, 해외건설협회가 함께 설립한 이란교역투자지원센터(www.irantrade.co.kr)에서 2000여건의 밀착 상담과 기업 애로사항 해소, 제도 개선 업무 등을 하고 있다. 현지지사로 운영경비를 송금할 수 있도록 자본 거래를 허용하고 이란 최대항인 반다르아바스항 1터미널에 기항을 허용하는 등 센터에 건의된 애로사항을 조치해 우리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경제외교 성과와 정부의 노력이 실제 계약과 기업의 이윤 창출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이란 정부의 정책과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란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란 정부는 견실한 제조업 기반이 있지만 기술력 향상이 필요하고, 30대 이하 인구가 60%에 달하는 젊은 나라이지만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해외 투자 유치 시 이란 현지기업과의 합작투자와 기술 제휴, 현지 고용 창출과 제품 국산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시장에 상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란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감안해 이란 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제시한다면 우리 기업에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란의 높은 성장잠재력과 20%에 이르는 이자율, 리얄화의 강세 전망 등을 고려한 현지 자본투자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2009년 규정을 개정해 외국인 지분취득 제한을 폐지했지만, 자원개발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지분 취득을 제한하고 있고 이란중앙은행은 외환관리를 위해 이중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공시하는 공식환율은 정부가 당사자인 거래 등 일정 부분에만 적용된다. 시장환율은 시내 환전소에서 고시되는 환율로 사기업이나 개인이 당사자인 거래에 적용된다. 따라서 기업 상황에 맞추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란인은 상술이 뛰어난 페르시아 상인의 후예다. 특히 ‘야바시 문화’라고 하는 슬로 문화가 존재하므로 우리 기업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한편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산과 산은 맞닿을 수 없지만 사람과 사람은 맞닿는다’는 이란 속담이 있듯이 이란인은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오래 유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란의 비즈니스 관습을 고려한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란과의 거래 시 아직까지 달러 거래에 대한 제재가 남아 있으므로 원화결제시스템을 이용하여 거래해야 한다. 또 만에 하나 올 수 있는 제재 복원(snap back) 리스크에 대해서는 수출보험 가입 시 보험료는 수출 금액, 결제 방식, 결제 기간과 수입자나 수입 국가의 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비상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안전하게 이란과 교역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은 중국, 유럽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진입하려는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다. 현재의 세계 경제 여건하에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이란과의 거래 시 제약 조건들이 있지만 각종 정부지원제도를 활용하고 우리 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사람과 사람이 맞닿는 나라’인 이란과 오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美 ‘中 환율조작국 지정’ 주저… 왜?

    미국이 중국의 환율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2011년 3분기부터 외환 시장 개입을 자제해 왔다.”면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만한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 중국 정부가 2010년 6월 고정환율제도인 달러 페그제를 관리변동 환율제로 바꾼 뒤 달러화에 대한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각각 9.3%, 12.6% 절상됐다고 덧붙였다. 재무부는 다만 “위안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추가 절상 노력이 필요한 만큼 향후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과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의 수출 기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며 환율 조작국 지정을 계속 촉구해 왔다. 전문가들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 오바마 정부가 이번 조치로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등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 내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수출 기업들이 환율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는 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반면 윌리엄 라인시 전미 대외무역위원회(NFTC) 의장은 “과거 미국의 두 행정부가 위안화 절상 문제로 중국과 대치하기보다는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연기가 일종의 외교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4560억 달러+7500억 유로… ‘금융 방화벽’ 두꺼워졌다

    4560억 달러+7500억 유로… ‘금융 방화벽’ 두꺼워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최대 현안인 유럽발 금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개혁안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요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긴급구제 금융재원을 신규 출연금 955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4560억 달러(약 524조원)로 늘리기로 최종 확정함으로써 ‘금융 방화벽’을 대폭 보강했다. 각국 정상들은 19일(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 회의 폐막에 앞서 이런 내용의 정상 선언문과 선언 이행을 위한 공약사항을 담은 ‘고용과 성장을 위한 로스카보스 액션플랜’을 채택하고 이틀간의 회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유로존 국가들이 지역 통합과 안정을 보호하고 국가 채무와 은행 간 악순환을 깨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취할 것”이라며 “특히 차기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 안에서 합의된 개혁안 이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즉각적인 설립과 스페인의 은행 부문 자본확충 지원 결정을 지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차원에서 위기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됐다. 각국 정상은 재정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성장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가별로 재정 긴축속도를 차별화하기로 합의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요 확대와 일자리 창출, 재정 건전성 확보, 시장 중심의 환율제도 등 국가별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강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 있는 성장이 G20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이는 전 세계에 걸쳐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성장을 통한 세계 경제 회복을 전망했다. 특히 G20 정상들은 IMF의 긴급 구제금융재원을 모두 4560억 달러로 늘리기로 최종 확정했다. 여기에다 유럽 차원에서 마련되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등에서 7500억 유로(약 1094조원)가 추가되면서 유럽발 경제위기를 막는 금융 방화벽이 한층 탄탄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성명을 통해 “우리의 요구에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모두 동참했다.”면서 “4560억 달러는 IMF 대출 여력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는 당면 과제인 유로존 위기에 대해 해결 방향만 제시했을 뿐 실질적인 지원책은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그리스 경제위기의 교훈/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그리스 경제위기의 교훈/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내일 실시되는 그리스 재선거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의 조건인 재정긴축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를 통해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계기가 될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금융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재정 위기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그리스의 금융위기는 방만한 정부 지출과 재정적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재정적자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라면 미국·일본 등 만성적인 재정적자 국가들도 디폴트 위기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방경제에서 어느 국가가 민간 혹은 정부의 재정적자로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아지면 이는 대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난다.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다면 경상수지 적자만큼 고스란히 대외채무가 발생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가계가 일정 기간 동안 벌어들인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면 이는 가계부의 적자로 나타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저축이 충분치 않다면 빚으로 충당해야 한다. 적자구조가 만성화되고 빚을 갚을 능력이 의심받게 되면 가계는 금융위기에 봉착한다. 국제경쟁력 하락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는 과도한 지출, 재정적자, 정부부채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그리스와 남부 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가입 이후 취약한 산업경쟁력으로 인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려 왔다. 특히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2009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10~15%로 유로존 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리스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경쟁력이 약화된 데 큰 원인이 있다. 예컨대 경제의 단위노동 비용을 기준으로 한 유로존 내 실질실효환율은 1999~2008년 중 독일이 약 15% 절하된 데 비해 그리스는 약 20% 절상됐다.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저금리화와 과잉투자, 물가상승, 실질금리 하락, 거품경제 등이 이어지면서 임금과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것이다. 유로존 내 고정환율제도는 환율의 경상수지 불균형 조정 기능을 차단했다. 그 결과 그리스는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금융기관 및 정부의 대외채무가 증가했다. 5년째 경기 후퇴가 지속되고, 경상수지 적자를 치유할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은 그리스가 과연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를 의심받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스가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 저임금, 저물가를 유도해 그리스 재화·서비스의 상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재정이 의도하는 바 가운데 하나다. 저임금, 저물가는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라는 것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재정긴축은 경기 후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과 경상수지 효과도 불확실하다.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도 재정적자, 정부부채 확대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중은 2007년 105.4%에서 2009년 127.1%로 크게 상승했다. 유로존의 통화정책 창구는 유럽중앙은행으로 통일돼 있어 그리스는 통화정책도 사용할 수 없다.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고정환율제도하에서 통화량 확대를 통한 저금리화의 시도는 비록 그것이 가능해도 자본의 대외유출을 통한 통화량의 자동감소를 가져와 효과가 없다. 환율정책,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유일한 거시정책 수단이었다는 점도 적자재정을 가져온 또 하나의 이유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인류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그리스는 오늘날까지 경제위기를 통해 새로운 교훈을 던져 준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그 자체 경제활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위기시 대외지불 능력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제의 운용과 조정에 필요한 정책 수단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를 수 있는지도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또한 복지 지출을 포함한 정부 지출의 적정성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성장잠재력 혹은 소득창출 능력과의 상대적 관계속에서만 규정될 수 있다는 것도 말해 주고 있다.
  • G20 정상들 “IMF 재원 확충·내수진작 공조”

    4일(현지시간)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유럽의 채무 위기 해소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재원을 확충하기로 합의했다. IMF의 단기 대출 목적으로 위기예방 및 단기 유동성 지원제도(PLL)도 새로 도입했다. 정상들은 또 경상수지 흑자국들을 중심으로 내수 진작에 공조해 경기 회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중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세계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면 각국 여건에 따라 재량적으로 내수 진작책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G20 정상들은 지난 3~4일 프랑스 칸에서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칸 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글로벌 재정 위기에 따른 재정 긴축이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재정 형편이 양호한 국가들이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상들은 IMF 재원을 늘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확대 규모 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 IMF의 가용 재원은 4000억 달러(약 444조원) 수준이다. 때문에 직접적인 유로존 위기 해법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정상들은 금융 안정성 회복을 위해 시장결정적 환율제로 더욱 신속히 전환하고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할 수 있도록 환율유연성을 제고해 경쟁적 평가절하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환율 유연성 제고와 외환보유액 축적속도 완화, 금융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자본자유화 등을 약속했다. 외신들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는 “환율 변동성 확대를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번 회의에서) 제기됐다.”고 보도했고, 이는 위안화 절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상들은 최근 이행된 러시아의 시장결정적 방향으로의 환율제도 전환과 중국의 시장 펀더멘털에 기반한 환율 유연성 제고방침을 환영했다. IMF 재원 확충을 위해 정상들은 양자 차입과 특별인출권(SDR) 일반 배분, 특별 계정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내년 가을쯤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신설된 PLL은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예방대출제도(PCL) 기능을 위기예방에서 해결까지 확대하고 6개월 단기 유동성 지원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 각국은 종합적인 패키지를 통해 유로존 안정 조치를 이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를 1조 유로(약 1536조원)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내년 6월까지 은행의 핵심자기자본비율을 9%로 상향 조정하되 실물경제로의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과도한 딜레버리징(부채 축소)을 방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미 승인된 600억 유로의 재정패키지 이행 등을 통해 내년부터 국가 부채를 줄여 2013년까지 균형재정에 근접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은 공공투자와 조세개혁, 고용대책 등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단기 경기 진작 패키지의 적기 이행을, 일본은 대지진 복구 비용을 포함해 적어도 19조엔(약 271조원)의 재정지출을 각각 약속했다. 한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유로존 구제기금에 재정적 기여를 할 것이며 그 세부 사안은 향후 수주일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칸 현지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탐욕의 자본에 언제 제동을 걸 건가/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탐욕의 자본에 언제 제동을 걸 건가/오병남 논설실장

    한국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불린 지는 오래다. 좋은 투자처인 한국에 쉽게 들어와 이득을 챙긴 뒤 아무 걸림돌 없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또 외국인 투자가들은 선물시장과 역외외환시장을 이용해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번다. 다른 시장에서 본 손실을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산을 팔아 메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이 유독 심하게 요동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역,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것 또한 현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외환시장의 빗장을 풀면서 최소한의 합리적 규제 카드를 남겨 놓지 않은 탓이다. 대외의존도는 높고 금융·주식시장은 실력 이상으로 열어젖혀 국제 투기자본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국제 투기자본, 특히 월가(街) 자본의 해악적 들락거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세계를 휘젓는 국제 투기자본의 총규모는 10조 달러 이상, 하루 거래 규모는 평균 1조 5000억 달러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 수준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의 30%는 외국인 자본이다. 리먼사태가 터진 2008~2009년 2월 말 우리나라 증시에서 빠져나간 해외자금은 300억 달러에 이른다. 위기가 닥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토빈세’라는 외환거래세가 투기자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빌 게이츠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제안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1978년 처음 주장했다. 고정환율제도의 근간인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함에 따라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자본에 과세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세금을 매기면 거래 비용이 늘어 핫머니 이동은 줄어 들게 마련이다. 브라질 등에서 주식·채권 거래에 부과하고 있다.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14년부터 유럽에 도입하는 방안을 유럽의회에 제출하고, 다음 달 프랑스 칸 G20 정상회의에서도 제안하겠다고 밝혀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 등이 내키지 않아 하는 데다 한 나라에서만 도입하면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앞장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더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더블딥, 유럽발 경제위기의 장기화 조짐 속에 우리 경제도 저성장이 예측돼 외환위기 재발을 막을 합리적 규제 카드는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 추세여서 더욱 그렇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선물거래 양도소득세 부과 방안조차도 부산지역 정서를 의식한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처리가 불투명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금융 및 해외투자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라 제조업 및 정보기술(IT)산업 등으로 대외수입을 얻는 나라여서 토빈세가 도입되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영국 등과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면 도입에 앞서 목표 환율을 벗어났을 때만 과세하는 절충안도 검토할 만하다. 중요한 건 무작정 중·장기 과제로 넘길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자본은 냉혹하고 탐욕스럽다. 통제 안 되는 상태로 방임하는 건 위험하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이미 금융·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등 자본의 게걸스러운 속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obnbkt@seoul.co.kr
  • 재정위기 대책 쏟아내는 유럽

    유럽 내 재정위기에 따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부자증세와 재정긴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스위스는 자국통화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유로 페그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가 부유세 도입과 부가가치세 인상을 포함한 재정긴축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최대 노동단체인 이탈리아노동연맹(CGIL)이 8시간 총파업에 돌입하고 사용자단체는 이들대로 탈세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등 갈등이 커지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도력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455억 유로(약 71조원)에 이르는 추가 재정감축과 증세 방안을 승인했다가 이를 곧 백지화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적 압력과 국채 이자율 상승 등 위기 징후가 계속되자 결국 종전 결정을 번복했다. 긴축안은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 20%에서 21%로 1% 포인트 높이는 것을 비롯해 연소득이 30만 유로(약 4억 5000만원)가 넘는 고소득자에게 3%의 특별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민간 부문의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재정감축안의 의회 통과 여부를 베를루스코니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와 연계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상원 표결 이후 20일쯤 하원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날 자국 통화인 스위스프랑 초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로 대비 최저 환율을 1유로당 1.2스위스프랑으로 설정하는 페그제를 즉각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로-스위스프랑 환율이 1.2스위스프랑 밑으로 떨어지는 것(스위스프랑 가치 상승)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외화를 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가 환율에 마지노선을 둔 것은 1978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스위스가 유로 페그제 선언을 한 것은 최근 세계 경제 불안 속에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하자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스위스가 현재 ‘제로’ 인플레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스위스프랑을 찍어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처럼 통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싱가포르 그리고 어쩌면 영국까지도 환율 방어에 나설지 모른다면서 어느 때보다도 정책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환율 마찰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유로존에 반대하는 기독사회당 소속 의원과 경제학자 등이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해 ‘독일 정부가 그리스 등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7일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유럽위기는 일단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원고 측은 구제금융안 참여가 예산 집행을 통제할 수 있는 의회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용어 클릭] ●페그제 특정 화폐에 대한 자국 통화의 교환 비율을 고정해 놓고 양 제한 없이 교환을 약속한 환율제도.
  • [씨줄날줄] 환율의 경제학/주병철 논설위원

    역설적으로 말하면 2차 세계대전은 환율전쟁이나 다름없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의 화폐는 휴지조각이었다. 1달러에 1억이 아니라 4조 2000억마르크쯤 됐다. 프랑스·영국 등 연합국과 맺은 베르사유 조약으로 가혹한 배상금을 물게 되면서 경제는 말이 아니었다. 당시 독일에서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서는 2억~3억마르크가 필요했기 때문에 가방에 돈을 담아 줄을 서야 했고, 벽지를 사는 것보다 돈이 더 쌌기 때문에 벽지 대신 돈을 벽에 바르기도 했다고 한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도 군사적 측면보다 경제적인 부분이 더 컸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전쟁으로 응수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환율제도는 영국이 1819년 금본위제도를 도입한 이후 흐지부지되다 2차 세계대전의 승자인 미국이 브레턴우즈체제를 만들면서 체계화됐다. 달러화가 금의 값을 결정하고 달러화에 파운드화, 마르크화, 엔화 등을 연결하는 것이다. 환율은 달러 가치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환율의 위력은 무섭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은 무역 및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엔화를 절상시키는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235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2년 뒤인 1987년에는 120엔까지 급등했다. 엔고(円高)는 수출 부진과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한 데 이어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한 주범이었다. 중국이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한 미국에 발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지진 여파로 때아닌 엔고 후폭풍에 휘말린 일본이 지난 주말 G7의 공조 개입으로 급한 불은 끈 모양이다. 76.25엔까지 치솟았던 엔화는 81엔대로 급락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엔화가치 급등에 선진국들이 공동 대응한 ‘역(逆) 플라자 합의’에 뒤이은 ‘제2의 플라자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지진에 따른 복구 작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할 상황에서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것)청산, 엔화 투기요소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환율은 이율배반적이다. 상대국 화폐 가치에 따라,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환율은 두 얼굴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고환율정책은 득일까, 독일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G20 재무회담 앞두고 제2환율전쟁 ‘스타트’

    G20 재무회담 앞두고 제2환율전쟁 ‘스타트’

    오는 18~19일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세계 각국이 환율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주요 공격 대상이지만 원·달러 환율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환율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될 예정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는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 환율 유연성 제고,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 등이 얼마나 실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다. 따라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환율논쟁은 G20 회의에 앞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환율 논쟁의 핵은 위안화다. 위안화 가치상승을 압박해 오던 미국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브라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지난 7일 브라질을 방문, 브라질 지도자들과 위안화 가치 상승 문제를 논의했다. ●日정부 주변국에 ‘환율목소리’ 부쩍 높여 미국은 행동반경을 넓혀 원화 가치도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의회에 ‘세계 경제 및 환율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하게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의회 보고용으로 자세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했지만 직접적이고 이례적인 내용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G20 서울정상회의에 앞서 원화 공격에 나섰던 일본은 때를 만난 듯하다. 일본 조선업계는 이달 들어 “저평가된 원화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일본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 차업계 관계자는 “2009년 하반기, 지난해는 엔화 강세로 최악의 시즌이었다.”면서 “엔화 강세에 익숙해지고, 올들어 엔·달러 환율이 다소 오르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재계의 목소리를 빌미로 원화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졌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과 관련해 최악의 사태까지 경험한 일본은 기업보다 정부가 환율에 더 민감해졌다.”면서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어 일본 정부가 환율과 관련해 주변국에 더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엔·달러 환율은 25%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환율 전쟁’이 한창인 때에는 환율이 달러당 80엔 안팎까지 떨어졌다. ●원화 달러당 1100원 붕괴 시간문제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일본 완성차업계가 2008년 673만대를 해외에 수출했지만 2009년 362만대, 2010년 484만대 수출로 2008년 대비 각각 46%, 28% 정도 감소했다.”면서 “특히 2010년 수출 감소엔 엔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9일 현재 1달러당 6.5545으로 조금씩 고평가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미진하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원화가치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1100원대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전경하·김경두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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