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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백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국왕 형벌에 제동 건 ‘조선 여론’

    자백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국왕 형벌에 제동 건 ‘조선 여론’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복위를 추진하다 체포된 신하들의 주리를 트는 고문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죄인의 다리를 묶은 뒤 그 사이에 굵은 막대기(주릿대) 두 개를 끼워 가위처럼 비트는 ‘주리틀기’는 사극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고문 방식이다. 조선시대 법제사를 연구하는 정진혁 박사는 최근 펴낸 학술서 ‘조선 후기 형정개혁과 추국’에서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조선의 중앙집권적 통치구조에서 추국(推鞠, 의금부가 임금의 특명에 따라 중죄인을 신문하던 일), 결안(사형에 해당하는 죄인의 형 확정 절차)과 같은 형사행정(형정)의 구조와 변화과정을 추적했다. 정 박사는 조선 후기 중죄인의 조사·판결서를 모은 책인 ‘추안급국안’에 실린 형사 정보와 개인 정보를 모두 계량화해 조선 후기 사법개혁 추진 배경과 진행 과정을 살펴봤다. 1601년(선조 34년)부터 1892년(고종 29년)까지 300년 정도의 각종 사건을 전수조사한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숙종 대에는 경신·기사·갑술환국, 영조 대에는 이인좌의 난, 정조 대에는 정유역변(정조 시해 미수 사건)이 형정 운영의 변곡점이 됐다. 형정 개혁을 둘러싸고 왕권과 신권이 충돌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권력이 국왕에 집중되던 숙종 때도 민간의 여론이 형사제도에 영향을 미친 장면은 눈길을 끈다. 1689년 기사환국 때 인현왕후 폐비 반대 상소를 주도했던 박태보에게 법외 악형인 압슬형(무릎을 짓이기는 형벌)과 낙형(쇠붙이로 지지는 형벌)을 가해 결국 물고(고문치사)시킨 사건은 부정적 여론을 일으켜 이후 숙종이 사망할 때까지 악형이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국왕의 형사법 남용을 관료와 민간 여론이 제약한 대표적 사례라고 정 박사는 설명했다. 압슬형이나 낙형 같은 악형은 자백 유도 효과는 높았지만 부작용도 상승했다. 이 때문에 영조 이후에는 법외 악형은 완전히 소멸되는 상황이었고, 법적 규정에 의한 고신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국왕이 직접 수사하고 피의자가 직접 자백한다’는 도덕적 제약에서 벗어나 ‘하위 사법 기관이 수사하고 국가가 증거를 종합해 판결한다’는 효율적 측면으로 전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대화 속 감정 흡수하는 자녀…‘부모는 아이 거울’ 옛말 맞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대화 속 감정 흡수하는 자녀…‘부모는 아이 거울’ 옛말 맞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3년에 배포한 ‘어린이날의 약속’이라는 선언문에서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건전한 사회 형성의 시작은 가정의 양육에서 시작됩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아동기에는 뇌 시냅스의 15% 이상 연결된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평생을 갑니다. 이 때문에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은 충분한 대화와 공감을 통해 아이들의 감정과 정서를 수용하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로 감정 이름표가 붙여지고 이것이 청소년기 학업 성취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달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아동 발달’ 2월 2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아동기에 다양한 감정에 대해 배우는 것은 사회적 능력과 의사소통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감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또 자기 통제 또는 감정 조절을 위해서도 다양한 감정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동기에 여러 감정에 정확한 이름표를 붙여 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입니다. 연구팀은 1962년부터 2009년까지 ‘맥아더·베이츠 의사소통 발달 평가’를 받은 미국, 캐나다, 영국의 16~30개월 영유아 5520명의 데이터를 골라내 영유아의 언어, 특히 감정 표현 언어 수준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감정 관련 언어 사용 수준과 아동·청소년기 학업 성취도와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감정을 공감받고 다양한 감정 표현을 배운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뒤 복잡한 단어나 문장을 더 쉽게 이해하고 학습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화라는 측면에서도 부모가 양육에 투자를 많이 한 종이 그렇지 않은 종보다 더 큰 뇌, 더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콘스탄츠대, 스위스 취리히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폴란드 야기엘론스키대 공동 연구팀은 부모가 양육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동물 종이 그렇지 않은 종들보다 더 큰 뇌의 진화를 끌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3월 1일자에 실렸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덮어 주고 “내 아이가 최고”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아이가 잘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이의 이야기는 충분히 들어주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뇌과학자뿐만 아니라 법심리학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 커츠타운대 형사행정학과 연구팀은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공감을 나누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문제행동을 일으킬 행동이 10분의1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에 발표했습니다. 부모부터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고 ‘다른 것은 됐고 공부만 잘하면 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면 아이들의 행동도 불 보듯 뻔할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아이들도 스트레스 많습니다… 이야기부터 들어 주세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아이들도 스트레스 많습니다… 이야기부터 들어 주세요

    소파 방정환 선생이 세계 최초로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만들어 행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99년이 됐습니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라는 단어와 어린이날을 만든 것은 아이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돼 가는 지금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까요. 한 세기 전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는 더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면 아이들도 어른만큼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뇌과학자들은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에는 뇌 시냅스 연결의 15% 이상이 이뤄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때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거나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평생 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은 아이들의 정서와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은 통제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와 공감을 나누는 것입니다. 법심리학자인 미국 커츠타운대 형사행정학과 글렌 월터스 교수팀은 부모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들과 대화를 많이 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교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도덕교육학’에 최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호주 가족학 연구소에서 실시한 ‘호주 아동 종단연구’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종단연구에 참여한 만 12~17세 남녀 청소년 4033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부모, 가족과의 관계, 학교 및 지역사회 활동 참여 정도에 대한 설문 및 인터뷰 조사를 했습니다. 질문에는 ‘부모님을 신뢰한다’, ‘부모님과 자주 대화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등이 있었습니다. 또 연구팀은 조사 대상 청소년들의 문제행동 유발 정도를 조사해 두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부모,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대화를 자주 하며 학교 및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10분의1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월터스 교수는 “아동 청소년이 부모와 사회에 대한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자기 조절능력을 높이고 문제행동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보여 주고 있다”며 “어려서부터 타인과 공감, 부모의 지지를 인식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작지만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모든 것에 미숙한 아이나 세상 물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멋대로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어른 입장에서 마뜩잖은 것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고민을 무시하고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뭐가 그렇게 힘든데, 한가한 소리 말고 문제집이라도 한 장 더 풀어”라고 말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도 한때는 천진난만하고 세상 물정 모르던 아이였습니다. 잔소리보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좀더 관심을 갖고 들어 준다면 좋은 부모가 되는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겠지요. edmondy@seoul.co.kr
  • 목조르기 대신 테이저건을 쓴다?...프랑스 경찰 대책 논란

    목조르기 대신 테이저건을 쓴다?...프랑스 경찰 대책 논란

    또다른 과도한 공권력 사용 우려...“경찰 안전 우선하는 꼴”미국선 테이저건으로 500명 이상 사망..대부분 비무장시민테이저건 희생자도 흑인 집중돼 인종차별 희생 야기프랑스 정부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경찰의 목조르기 체포를 금지하는 대신 테이저건(전기충격기)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경찰의 테이저건을 맞고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사연을 보도하며 테이저건 사용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공권력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 가족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는 “목을 조르지 못하는 대신 이를 대신할 테이저건이 있다는 식의 대책은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의 배경에는 테이저건이 경찰의 또 다른 ‘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500명이 경찰의 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무분별한 공권력 사용의 도구가 된 지 오래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자료를 인용해 테이저건 사망자 가운데 90%는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사망한 최근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비무장 상태였다고도 보도했다. 유럽에서도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은 증가 추세다. 프랑스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은 2017년 1400건에서 2019년 234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특히 프랑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진 뒤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또다시 흑인이 사망한 사건에서 테이저건이 등장하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12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의 당시 영상을 보면 경찰이 브룩스를 검문하며 그에게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저항할 경우) 테이저건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브룩스는 테이저건을 빼앗아 도망가다 경찰의 총에 맞고 사망하며 테이저건 위협이 불필요한 저항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그동안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이 백인보다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며 테이저건 사용 확대가 또 다른 인종차별적 희생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이저건 등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가운데 최소 32%가 흑인으로 나타나 미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14%)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윌리엄 테릴 애리조나 주립대 형사행정학과 교수는 AP통신에 “(테이저건 보급 확대는) 자칫 지역사회의 안전보다 경찰의 안전을 더 중시하는 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편견 살인’… 경찰총격 사망 흑인, 백인의 2.5배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편견 살인’… 경찰총격 사망 흑인, 백인의 2.5배

    “통계 부정확·지역범죄율 관련” 반론도지난 3일과 4일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주 엘페소에서 총기난사로 8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혀 벌인 증오범죄들이라는 분석입니다. 총기 소유의 자유가 있는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건은 자주 발생합니다. 미국 럿거스대 형사행정학, 워싱턴대 사회학부, 미시간 앤아버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속 통계학자들은 2013~2017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인구동태통계시스템(NVSS)의 사망률 통계와 경찰 관련 사망 사건의 언론보도 및 경찰보고서 전체를 분석해 공권력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흑인 남성들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은 1000명 중 1명꼴로 전체 평균 남성의 경찰 총격 사망률인 2000명 중 1명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20~30대 젊은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은 전체 백인 남성들에 비해 2.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6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2013~2017년 경찰이 범죄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은 미국 전역에서 1만 1456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사건에서 용의자들의 피부색과 민족을 분류하고 실제 총격을 받은 경우를 분석한 결과 흑인 남녀, 인디언 원주민 남녀, 알래스카 원주민 남녀, 그리고 라틴계 남성들이 백인 남녀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인디언 원주민 남성과 여성은 백인 남성과 여성보다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1.5배 높고, 라틴계 남성은 백인 남성보다 1.4배,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라틴계 여성은 백인 여성들보다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1.2배 낮았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메릴랜드대, 미시간주립대의 범죄심리학자와 통계학자들은 지난달 23일자 같은 학술지에 전혀 다른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백인 경찰이 흑인이나 소수민족에게 총을 발사하는 경우가 흑인 경찰이나 히스패닉계 경찰들보다 많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찰관이 개입된 총격 사건에 대한 연방정부의 데이터베이스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관이 관련된 총격 사건은 대부분 지역의 범죄율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백인 범죄율이 높은 곳에서는 백인이 경찰관의 총에 맞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흑인이나 소수민족의 사람이 백인 경찰의 총에 더 많이 맞는다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낸 착각이라는 말입니다. 통계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사실 총기가 아니더라도 공권력이 강박적 편견에 사로잡히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우리도 과거에 충분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우리 뇌는 객관적인 감각보다는 경험과 편견을 선호하고 비합리적 선택을 사후에 정당화하는 데 익숙합니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최근 어느 한 나라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강박적 편견에 사로잡혀 이웃 나라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편견이 불러오는 강박적 사고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 전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정치인은 막말해도 괜찮아…과학적 근거 있다?

    [달콤한 사이언스] 정치인은 막말해도 괜찮아…과학적 근거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폄하하는 막말을 공공연히 하고, 저잣거리에서 나올 만한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을 공공장소에서 내뱉는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 이야기를 듣노라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요즘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극우파 정치인들이 부상하면서 혐오와 저주의 말을 내뱉고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막말을 내뱉는 이유는 뭘까.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을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뭘까. 미국 미시건주립대 형사행정학부, 정치학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랠리) 경영학부 공동연구팀은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정치권에서 여전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세력이 있기 때문이며 유권자들이 특정 정치인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유권자 본인들의 ‘신뢰기준’과 ‘도덕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정치인 신뢰 기준, 정부 신뢰 기준, 응답자 본인의 도덕적 기준 등에 대한 것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그 결과 특정 정치인을 신뢰하는 것은 유권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신뢰 기준’과 ‘도덕 기준’에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권자들이 단순히 진보와 중도, 보수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로 나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연방정부가 펼치는 정책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정부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가라는 차원의 업무능력, 옳은 일과 정의로운가에 대한 청렴성, 특정 집단만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비심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서 나타난다는 것도 확인했다. 조셉 햄 미시건주립대 형사행정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제문제나 정치스캔들 같은 큰 문제들이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라며 “정치 싱크탱크나 여론조사기관이 설문조사를 할 때 정치인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인의 약점이나 단점까지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뭔가와 같은 대중들이 갖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의 심리적 본성을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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