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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적인 삶으로부터 이탈…소도시로 숨어드는 청년들

    성공적인 삶으로부터 이탈…소도시로 숨어드는 청년들

    “대도시 내집 마련 거액 대출 필요끝 안 보이는 무서운 궤도 오른 것”결국 공포 느끼며 소도시로 탈출패배·포기 아닌 생존 방식 찾기 중국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의 퇴근길. 몇 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타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으며 매일 자신을 소모하지만, 발 디딜 곳 하나 마련하기 요원한 현실에 지쳐 스스로 칩거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있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저자 리잉디는 ‘탈주자들’을 통해 기성세대가 정의한 ‘성공적인 삶’의 궤도에서 이탈해 헤이룽장성 허강처럼 집값이 저렴한 소도시로 숨어든 청년들의 삶을 추적한다.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은거바’ 커뮤니티에 모인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새로이 개척하려는 청년세대의 치열한 분투기로도 읽힌다. “대도시에 집을 산다는 것은 종종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거액의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 인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중략) 대도시를 동경하는 이상, 끝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궤도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책 속에 등장하는 왕하오와 린원, 왕리는 주류 사회의 부속품이 되기를 거부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집값이 싼 지역에 2만~3만 위안(400~600만원)짜리 집을 사고, 간편식품을 양껏 비축해두고 직장에 다니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는다. 타인과 최소한의 느슨한 관계만 유지하며 고립된 삶을 이어간다. 전 세계 애플 아이폰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거대한 폭스콘 공장에서 일했던 왕하오에게 노동이란 자신의 시간과 감각을 지워버리는 과정이었다. 기계처럼 일하며 낮과 밤의 구분조차 상실했던 그는 결국 정신적 붕괴의 공포를 느끼고 소도시로 탈출한다. 대도시에서 휴대전화 수거회사 고객서비스 업무를 했던 린원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하루 400여건에 달하는 문의에 평균 8~10초 이내에 응답을 해야 했던 그에게 매일 쏟아지는 고객의 질문들은 ‘악성코드’처럼 느껴졌다. 린원은 허강에 집을 구한 뒤 캄캄한 방 안에서 해파리를 바라보며 비로소 타인의 소음에서 벗어난 고요한 자유를 만끽한다.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밝힌 왕리는 평생 하루도 쉬지 않고 고생만 한 어머니의 삶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궤도 이탈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모인 이들은 서로의 과거를 캐묻지 않고 언제든 관계가 끊어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은거의 규칙’ 속에서 서로의 동굴을 존중한다. 이들의 모습은 입시,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궤도 앞에 선 한국 청년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탕핑(아무것도 하지 않고 눕기)을 택하는 중국 청년들처럼 한국에서도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좁은 취업 문 앞에서 무력감에 빠지거나, 맹목적으로 ‘갓생’(부지런하며 모범적으로 사는 삶)을 좇다 번아웃을 겪고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한국 청년들의 모습은 은거바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두 사회의 시스템이 약속했던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신화가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상정한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기를 택한다. 물론 대도시를 떠났다고 해서 동화 같은 해피엔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쓰러진 후 다시 도시로 돌아온 왕하오, 그리고 끝내 죽음을 택한 왕리의 비극이 보여주듯 그들의 삶은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택을 마냥 ‘패배’나 ‘포기’로 치부할 수 없다. 부모 세대가 기대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삶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부모와 대립하며 입은 상처, 그리고 정해진 삶의 궤적을 따르고 싶지 않은 청년들의 고뇌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의 탈주가 ‘새로운 생존 양식의 모색’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거실과 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한다.
  • “전쟁의 두려움, 굿처럼 승화”…박본·임선혜·강애심의 ‘세 번째 전쟁’

    “전쟁의 두려움, 굿처럼 승화”…박본·임선혜·강애심의 ‘세 번째 전쟁’

    유럽에 번진 전쟁의 두려움을 무대로마법사·인간·외국인, 문명의 세계관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세 나라가 전쟁으로 치닫는다. 삶과 죽음이 가득한 전쟁이지만 무대 위에 총성과 피는 없다. 연극과 음악, 합창, 무용이 뒤섞이며 전쟁의 공포라는 감각을 전달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첫 공동 제작 작품인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이 16~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서울 관객과 만난다. 2년간의 리서치와 과정 공유를 거쳐 올해 광주 ACC에서 초연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본은 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이라는 소재에 대해 “오페라는 감정도, 미학도 극대화된 장르이고 전쟁은 삶과 죽음을 다룬다”면서 “그래서 오페라 형식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그가 주목한 것은 두려움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전쟁이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다는 감각이 생겼지만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못한다”며 “갈라진 사회를 묶는 공통의 감각인 그 두려움을 극장으로 데려와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일종의 굿처럼 승화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무대에는 문명의 정점을 지난 마법사의 나라, 정점에 선 나라, 정점을 향해 가는 외국인의 나라가 맞물려 돌아간다. 박본 연출이 설정한 나라들은 “너무 현실적이지도, 너무 환상적이지도 않은 그 사이 공간”이다. 마법사 3명은 오페라 가수가 맡았다. 가상의 언어로 노래하는 외국인의 나라에는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 등 실제 외국인 배우가 섰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트리파티는 “외국인의 나라는 아직 가진 게 없어 희망이 있기에 오히려 셋 중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소개했다. 인터넷은 예언, AI는 행복한 순간으로장르 경계 버린 과감한 ‘오페라 실험극’ 소프라노 임선혜는 인터넷을 형상화한 인물 ‘예언’을 연기한다. 박본 연출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어느 순간 진실이 돼버린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예언과 닮았다”고 했고, 임선혜는 “알고리즘을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도 극에 담겼다”고 귀띔했다. 인공지능(AI)이 작곡한 곡도 나온다. “두려움도 슬픔도 없이 평화와 행복만 있는 극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만 현실이 아니라 AI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형식에 대한 실험도 과감하게 썼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오페라 가수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고,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연극배우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한다. 임선혜는 “이 작품을 오페라로 규정할 때 가장 반대한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면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오페라 실험극’이라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박본 연출은 “소수만 누리는 암호 같은 면은 버리고 오페라의 마법적인 것만 가져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시간 여행자 역의 배우 강애심은 “오디션 땐 노래를 안 시켜 서운했는데 나를 캐스팅한 뒤 캐릭터가 새로 생겼다더라”면서 “대단하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페라 가수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누구보다 성실한 모습에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협업을 하며 선입견을 허문 건 강애심뿐은 아니었다. 트리파티는 “연기만 하는 배우는 오페라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며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 같아 연출에게 고맙다”고 했다. 임선혜는 “오페라 가수는 보통 6개월 넘게 작품을 익히는데 광주 초연 땐 3주 전에야 악보를 받았다”면서 “그래도 우리 목소리에 맞춰 재단한 따끈따끈한 곡이었다”고 돌아봤다. 박본 연출은 몰입감 있는 세계관과 독창적인 미학, 강렬한 서사에 음악적 요소를 결합한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작곡가 벤 뢰슬러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 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무대 언어를 구축해 왔다. 베를린 폴크스뷔네, 함부르크 샤우슈필하우스, 뒤셀도르프 샤우슈필하우스, 한국 국립극단 등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무대가 호명하는 그는 한국어로 만든 이 작품을 해외 무대에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이번 공연은 한글·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할 수도”…김정은 만나면 벌어질 최악의 결과 [핫이슈]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할 수도”…김정은 만나면 벌어질 최악의 결과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꾸준히 시도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만남이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와 김정은을 한 방에 두지 말아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 사람의 정상회담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김 위원장은 ‘괜찮을 것’이라며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시각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북한이 이미 최소 57개에서 최대 120개의 핵폭탄을 보유할 수 있으며,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과 미국·유럽에도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매체는 “30년간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핵무기를 정권 전복을 막을 최고의 보상책처럼 여기고 있다”며 “아직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전쟁은 김 위원장의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공식 정책’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친구’로 부르며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회담 조건은 미국의 북핵 보유 인정”매체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대북 기조,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이 일련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이 선호하는 평화 우선 정책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를 통해 작고 다루기 쉬운 문제들에 집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이러한 정책은) 직통 전화 설치나 양국 방문과 같은 신뢰 구축 조치 또는 무역 및 투자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남북한 접경 지역에서 주한미군의 일부 철수가 이뤄지거나 북한이 핵무기 비축량을 조금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과 병력을 제공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을 중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거래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핵보유국 인정하면 나타날 문제 3가지먼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전 세계 핵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 북한이 핵 비확산 조약에 서명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이를 주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두 번째로 “김 위원장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그는 어떤 협정이든 자신에게 유리해지는 순간 파기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대가로 그가 덜 호전적으로 변할 것이라 기대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북한 주민들에게 ‘인민의 수호자’ 행세를 해 왔으며 이는 그의 국내 선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매체는 “북한과의 협상은 매우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를 수반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적인 사항에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준비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첨꾼’ 김정은과 만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953년 이후 북한의 공격을 억제해 온 주한미군 상당수를 철수하는 데 동의할지도 모른다”며 “차라리 평양(북한)의 친구(김정은)이 멀리서나마 자신을 좋아하고 존경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 [황수정 칼럼] “나라가 내 땅 뺏는다”는 공포, 그냥 둬도 되나

    [황수정 칼럼] “나라가 내 땅 뺏는다”는 공포, 그냥 둬도 되나

    속수무책 오르는 서울 집값만 문제가 아니다. 대책 없이 곤두박질치는 시골의 땅값도 문제가 심각하다. 개정 농지법의 후폭풍이다. 민심이 얼마나 흉흉한지는 추석 연휴에 시골을 다녀왔다면 알 만하다. “서울 집값은 끌어올리고, 지방 농지값은 끌어내리고. 초양극화 부동산 정책이냐.” 원색적인 성토가 끓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고 SNS에 쐐기를 박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당정이 투기 목적이 아닌 위반은 처분을 유예하는 보완책을 낸 이틀 뒤였다. 이 대통령은 “저항에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경자유전 원칙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민생 현장을 직언하는 측근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민심은 지금 저항이 아니라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있다. 내 땅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반세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농경국가였다. 아직도 한 다리만 건너면 농촌에 연고 없는 국민이 없다. “어느 국민이 명령했느냐”는 반발이 거센 까닭이다. 이번 사태는 언론도 한참동안 관심 밖이었다. 농지 전수조사는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농지도 투기 대상”이라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위성이 동원되고 드론이 뜨고 농촌 들녘은 시끌시끌했다. 그래도 그런가 보다 했다. 지난 8월 말 개정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정법은 법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꿨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농지를 불법으로 빌려준 땅 주인은 1년 안에 땅을 팔거나 자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제처분 명령을 받는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해마다 감정가와 공시지가 중 높은 쪽의 25%를 내야 한다. 4년이 지나면 사실상 ‘내 땅’이라고 할 수 없어지는 징벌적 조치다. 농지값은 ‘패닉 폭락’ 중이다. 농지를 샀다가 농사를 못 짓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할 판. 매물은 쏟아지는데, 매수할 강심장은 없다. 농막이라도 지을까 땅을 보러 오던 사람들조차 발길을 끊었다. 농지조사원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빨리 팔라”고 한다. 농촌의 현실에 경자유전의 잣대는 어불성설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농지 임대차 비율은 47%. 계약서 없는 알음알음의 임대차가 대부분이다. 법대로라면 전부 불법 임대다. 고령의 농가는 논밭을 놀리느니 이웃에 맡겨 콩 한 됫박이라도 얻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 관행도 이제는 일일이 ‘정당한 사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2028년부터는 농사를 안 짓는 땅에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폐지된다. 증여받은 농지에 양도소득세는 두 배. 선택지는 둘뿐이다. 자식들이 농사를 짓거나 강제로 땅을 팔거나. 이러니 시중에는 괴담이 난무한다. 국가가 농지 가격을 떨어뜨려 모조리 국유화한다는 설왕설래는 기본. 심지어 개헌 음모론이 돈다. 경자유전이 시대에 맞지 않으니 헌법을 고치자고 개헌 물꼬를 터서 이 대통령 연임을 끼워 넣는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기획하는 거대한 약탈경제”라는 음모론까지 들린다. 경미한 농지법 위반은 처분 명령을 유예하겠다는 것이 당정의 보완책이다. 이 역시 “병 주고 약 주냐”는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투기와 실경작을 가르는 구체적 기준이 없다. ‘취득 당시 영농 의사’를 종합 판단한다는 방침에 “관심법이냐”는 냉소가 이어진다. 경미한 위반 사유는 봐주겠다는 발상도 초법적이다. 법대로 밀고 나가든지 아니면 과감히 법을 고치든지. 불법을 봐주는 특별법을 따로 만드는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모순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 자체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문제는 대소동의 근원적 취지를 국민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투기로 방치된 땅을 정리한다 하자. 그래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하다 못해 귀농 청년을 위한 국가적 정비 사업이라는 청사진 한 장이라도 제시됐어야 한다. “나라가 내 땅을 뺏는다.” “사회주의로 가고 있다.” 민심이 겁을 먹고 있다. 이쯤되면 묻고 따질 것 없이 방법론이 틀린 정책이다. “소수의 저항”이라고 말할 일이 결코 아니다. 황수정 논설실장
  • “한국엔 ‘천궁-Ⅱ’ 4조원 안 주더니”…이라크, 외국산 방공망 또 사는 이유 [밀리터리+]

    “한국엔 ‘천궁-Ⅱ’ 4조원 안 주더니”…이라크, 외국산 방공망 또 사는 이유 [밀리터리+]

    한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인 천궁-Ⅱ(KM-SAM2) 도입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라크가 새로운 방공망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재원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 영자 시사지 더 뉴 리전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라크 정부는 튀르키예와 프랑스로부터 방공망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와 프랑스 정부는 이미 방공망 판매 승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방공 능력 현대화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예상인 6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소속 마흐무드 알-샴마리 의원은 현지 국영매체인 알사바흐에 “튀르키예 측으로부터 이라크에 방공 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승인이 내려졌다”며 “이달 초 알-자이디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프랑스 상원의 승인 하에 유사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는 튀르키예산 단거리 방공망 ‘코르쿠트’ 20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튀르키예 방산업체 아셀산이 개발한 코르쿠트는 저고도로 접근하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뿐 아니라 드론과 순항미사일 등 공중 위협을 요격하는 단거리 자주대공포 체계다. 이라크가 프랑스와 계약할 것으로 알려진 방공망은 ‘GM400’ 레이더다. 해당 무기는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가 개발한 장거리 3차원 방공 레이더로 전투기와 헬리콥터, 드론,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공중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사용된다. 최대 약 515㎞의 탐지 거리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동식 차량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어 넓은 지역의 영공 감시와 방공체계의 표적 정보 제공에 활용된다. 앞서 이라크 국방부는 2024년 9월 LIG D&A와 27억 8000만 달러(한화 약 4조 1000억원) 규모 천궁-II 8개 포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올해 초 천궁-Ⅱ가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연일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라크가 다층 방어망 구축하는 이유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각종 무장세력의 드론 및 순항미사일 공격, 탄도미사일 위협 등이 빈번해지면서 이라크는 자국 영공을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불어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에서는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란계 쿠르드족 반군 사망자가 속출했다.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의 지난 7월 공식 집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지난 2월 28일 이후 929차례의 공습을 받아 32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무엇보다 현지에서는 오는 30일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완료할 경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나 쿠르드족 반군의 활동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단거리 방공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중거리 요격 능력을 갖춘 천궁-II 등을 도입해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튀르키예와 프랑스로부터 새 방공망 도입이 현실화한다면 저고도 드론 방어는 코르쿠트가, 중고도 요격은 한국의 천궁-Ⅱ가, 장거리 탐지는 GM400 레이더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슨 돈으로 다층 방공망 구축할까문제는 자금이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소속 디야르 무프티 의원은 지난 7월 말 쿠르드계 인터넷 언론사인 바스뉴스에 “이라크군이 올해 초 한국산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천궁-II를 인도받을 예정이었지만, 1차 선급금만 지급됐고 2차 중도금이 지급되지 않아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라크의 또 다른 정치인인 팔레 알카잘리 의원도 현지 매체 샤파크 뉴스에 “자금 부족과 재정 지원 미비로 지난해까지 지급해야 할 대금이 밀리고 있다”며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천궁-II 물량이 다른 국가로 수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중동 지역 소식을 다루는 암와즈 미디어는 이라크가 2차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현지 보도를 전하며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빠른 대금 지급이 없다면 한국이 천궁-Ⅱ를 다른 국가에 먼저 판매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문가 조엘 윙은 매체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의 주요 해상 석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이라크의 자금 조달 사업이 불투명해졌다”며 “정부 공무원 급여 지급이 최우선 과제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도 이라크 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한국산 방공 시스템을 구매할 자금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이라크 경제 구조에서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국방 예산 집행 순서가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 120세 불로장수의 꿈 ‘바벨의 탑’일까,‘노아의 방주’일까?

    120세 불로장수의 꿈 ‘바벨의 탑’일까,‘노아의 방주’일까?

    기술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 120세 이상으로 연장되는 사회가 온다면, 우리의 일과 은퇴, 그리고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방식은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까? 고대 권력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불로장생의 꿈’은 이제 인류 역사의 허황된 환상이 아닌, 최첨단 생명과학이 도달한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수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쓰인 문학 작품 ‘길가메시 서사시(The Epic of Gilgamesh)’에는 ‘불로불사의 약초’가 등장한다. 주인공 왕은 비밀 약을 찾아 여행을 떠났지만,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중국 진시황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로불사를 갈망했으며, 신약이라 믿고 수은을 마시다 중독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 인류의 끝없는 꿈이 불로장수로 형태를 바꿔 실현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는 ‘불로장수의 끝없는 꿈, 100세에도 건강한 롱제비티가 그리는 미래’라는 27일자 기사에서 “오늘날 전 세계는 단순히 오래 사는 ‘평균수명’을 넘어, 질병 없이 활기차게 생체 나이를 유지하는 ‘건강수명’을 극대화하는 ‘롱제비티(Longevity·장수 과학)’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0세 웰니스는 이제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거대한 사회·경제적 화두다.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롱제비티’인프라의 시동은 세계 최장수국가인 일본에서 본격 시작됐다. 이에 앞서 한국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차병원 그룹의 프리미엄 웰니스 센터 ‘차움(Chaum)’이 2010년 10월 오픈해 롱제비티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차움은 △정밀 노화도 검진과 생체 나이 관리 △맞춤형 안티에이징 및 재생의학으로 ‘아프기 전에 미리 노화를 늦추는(공격적 예방 의료) 웰니스 모델’을 제시해 왔다. 차움은 ‘롱제비티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수명 연장’ 인프라의 한국형 원조격이자 대표주자로 볼 수 있다. 일본 효고현 아와지시마(淡路島)에 문을 연 초고가 웰니스 리조트 ‘THE PASONA natureverse retreat’도 이러한 흐름의 상징 주체다. 올해 6월 문을 리조트는 월 410만 엔(약 3700만원)에 달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자연 친화적인 건축 속에서 철저한 의료·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수면, 운동, 식이 프로그램을 제공해 전 세계 부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베시에서 아카시 해협 대교를 건너 약 10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는 천장 높이 23m, 전체 길이 130m로,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목표로 설계(설계자는 건축가 사카 시게루)됐다. 이용자는 사전 문진 및 검사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는다. 담당 컨시어지가 컨디션에 맞춰 운동·수면·영양을 중심으로 한 숙박 일정을 짜준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호흡에 집중하는 요가와 해수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탈라소테라피(Thalassotherapy·해양 치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의료기관과도 협력해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일본만의 풍경이 아니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일상 속에서 건강수명을 관리하려는 니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먼저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단과 수면, 운동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건강지능(HQ)’ 개념이 사회적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서울 강남, 도심권을 중심으로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 검사, 항노화 정밀 도크(Dock), 재생의학 프로그램을 결합한 회원제 웰니스 센터들이 속속 들어서며 고액 자산가와 3040 젊은 기업가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도크(Dock), 즉 인간 도크는 일본에서 시작된 전신 정밀 건강검진 시스템을 뜻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마치 선박이 항해를 마치고 부두(Dock)에 들어가 대수리를 받듯이 사람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시설을 찾아 암, 심혈관 질환, 만성 질환 등의 숨은 위험을 조기에 찾아내고 관리하는 종합 검진 모델을 말한다. ‘항노화 정밀 도크’는 최첨단 장비와 바이오 기술을 동원해 생체 나이, 유전자, 호르몬, 세포 노화도 등을 마치 배를 정밀 진단하듯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초고가 맞춤형 안티에이징·건강 관리 센터(또는 프로그램)를 의미한다. 일본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이 AI를 넘어 롱제비티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생체 나이를 되돌리는 데 열을 올리듯, 한국 사회 역시 ‘노화는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안티에이징 트렌드가 중장년층 전용이 아니라, 2030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저속노화(Slow Aging)’ 열풍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CGM)나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식후 혈당이나 수면 패턴,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이를 SNS나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됐다. 이와 함께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한다는 ‘공격적 예방 의료’가 대세가 되면서 저당·고단백 식단, 항산화 이너뷰티 제품,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데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2019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라이프스팬’에서 “노화는 치료 가능한 병”이라고 주장해 각계 각층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노화 메커니즘 연구가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싱클레어 교수 주장에 적극 공감한 사람들은 미국 빅테크 창업자들과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이었다. 미국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이 앞다퉈 롱제비티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스크럼벤처스 미야타 타쿠야 창업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인공지능(AI) 다음에 롱제비티가 온다”고 말한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비영리 재단을 통해 혁신 기술을 지원해 온 마크 저커버그 등이 주목하는 X프라이즈 재단이 2023년부터 건강수명을 최소 10년 연장하는 기술에 총상금 1억 달러 규모의 국제 경진대회(XPRIZE Healthspan)를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는 2030년까지 7년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서 600개 이상 팀이 참여해 8월에 결승에 진출한 상위 10팀이 선정됐다. 10개 팀은 미국 6개, 일본 2개, 한국과 중국 각 1개씩이다. 한국 기업은 부산대 연구팀을 기반으로 설립된 바이오 스타트업인 ‘피알지에스앤텍(PRG S&Tech)’이며 노화를 촉진하는 독성 단백질인 ‘프로제린(Progerin)’의 활성을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 ‘프로제리닌(Progerinin)’을 개발했다. 일본은 2팀 중 한곳이 도쿄대 교수이자 도호쿠대 겸임 교수인 고다 케이스케 씨가 이끄는 Goda Lab(도쿄 분쿄)이다. Goda Lab은 ‘슈퍼엑소좀’을 활용한 회춘 연구나 AI 기반의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고다 교수는 노화 세포와 잘 결합하도록 독자적으로 가공한 ‘슈퍼엑소좀’을 인간 40세에 해당하는 월령 15개월 마우스에 투여한 결과, 인간 기준으로 15년 이상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과가 대중화되기까지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현재의 글로벌 의약품 규제 기관(미국 FDA나 한국 식약처 등)의 프레임워크는 ‘질병 치료’에 맞춰져 있어 ‘노화’자체를 질병이나 적응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혁신적인 항노화 기술과 약물이 실제 임상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제도적 정비와 임상 시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술 진보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죽음이 유예될 때,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는 새로운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길어진 노후에 대한 고립’과 ‘젊음과 신체기능 유지’이다. 먼저 사회 시스템의 한계다. 기존의 생애주기 70세를 기준으로 설계된 정년 제도, 연금 및 복지 시스템, 주거 환경은 100세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존엄의 재정의이다. 롱제비티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젊음과 신체기능 유지’를 외치지만, 거꾸로 말해 이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포용적 사회 디자인이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불로장수를 향한 인류 집념은 ‘바벨의 탑’처럼 오만한 도발이 될 수도, 혹은 초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를 지속가능한 재흥(再興)으로 이끄는 ‘노아의 방주’가 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는 한국은 불확실한 미래를 선도할 롱제비티 기술과 K-웰니스 인프라를 결합해 세계에 해답을 제시할 최전선에 서 있다. 기술적 승리를 넘어, 건강하게 나이 들 권리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나이 듦이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인식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수 르네상스’를 완성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송민순 칼럼] 미국발 ‘패싱’, 냉정하게 대응하라

    [송민순 칼럼] 미국발 ‘패싱’, 냉정하게 대응하라

    동맹국 사이에도 상대를 건너뛰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흔히 이런 ‘우회’(bypassing)를 ‘패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래 미국이 한국을 패싱해 북한과 직거래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으로 악화된 여론 전환용이라는 것이다. 때마침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한 자리 깔기인지, 한국의 이란전쟁 지원 거부나 대미 투자 지연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말들이 분분하다. 미국은 가끔 한국을 패싱해 왔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에서 북한과 양자 합의 후 한국에 경수로 건설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시켰다. 그런데 2002년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수로 사업의 폐기에 들어갔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핵 협상’이 결렬됐을 때도 한국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런 일들은 워싱턴의 공화·민주, 그리고 서울의 보수·진보 정부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들도 패싱해 왔다.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은 중국을 전격 방문해 일본, 대만, 한국에 ‘쇼크’를 줬다. 거꾸로 다른 동맹국들도 미국을 패싱한다. 1956년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규합해 미국을 따돌린 채 이집트를 침공했다.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독일의 브란트 전 총리는 미국을 넘어 소련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한국도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전격 석방해 미국에 충격을 안겼다. 근래에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승 70주년에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이처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언제든지 동맹국 간 소위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패싱당한 쪽에서 상응 조처를 하거나 충격을 흡수할 역량이 있느냐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 나름의 상응 조처를 취했다. 수에즈에서 미국은 ‘핵 사용’을 위협해 영국과 프랑스를 후퇴시켰다. ‘닉슨 쇼크’를 받은 일본은 다나카 전 총리가 1972년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국보다 7년이나 앞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지금 미국은 국력의 상대적 축소 추세에 맞추어 세계 전략을 변환 중이다. 트럼프 이후에도 동맹국을 우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한미동맹의 나사를 조이는 한편 만약의 패싱에 대한 카드도 가다듬어야 한다. 첫째,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고 한국은 단거리 핵의 직격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거래의 가능성은 계속 살아 있다. 한국은 한반도의 위험한 핵불균형에 대응할 방책을 강구할 자격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국가방위전략(NDS)에 따라 한국 방어의 1차 책임은 한국이 맡게 된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 역할 축소와 함께 한미 훈련도 조정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중국을 겨냥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요구까지 커질 것이다. 안팎으로 부담의 가중이다. 한국의 역내외 활동은 자체 안보 여력의 범위 내로 국한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같은 원칙에 따라야 한다. 한국 선박의 안전과 국제해양 질서를 위한 응분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미국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명분과 입장에 따라 자체 능력과 제약에 맞는 수준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그 반사 효과를 보면 된다. 북한은 핵능력에 더하여 러시아 파병으로 재래군비의 현장운용 경험까지 축적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대통령이 “북미 신뢰 회복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기대한다”면서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훈련 축소 결정을 환영했다. 초현실적 광경이다. 평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 미북 관계 때문인지, 만약 그렇다면 한국은 이 땅에서 어떤 존재인지 심란해진다. 또 야당은 정부의 잘못으로 미국의 패싱을 불러온다고 비난한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 시에도 패싱은 있었다. 집안싸움이 아니라 미국발 ‘패싱의 파도’를 넘을 대응책에 같이 집중해야 한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 뻔한 문법 깨고 관념 뒤집었다… 호러에 새옷 입힌 멕시코 소설가

    뻔한 문법 깨고 관념 뒤집었다… 호러에 새옷 입힌 멕시코 소설가

    로커스상·영국 환상문학상 석권공포의 전형·박제된 기대에 반전 괴물의 형상을 한 타자(他者)와 그에 맞서는 백인 남성 주체. 어쩌면 ‘공포’라는 감정 역시 정치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복되는 전통의 답습은 지루함만 안길 뿐이다. 정해진 문법을 처참히 깨부수는 게 소설가의 미덕. 여기, 완전히 ‘새로운 공포’를 들고 찾아온 작가가 있다.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한국을 찾은 멕시코 소설가 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45)를 16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멕시칸 고딕’과 ‘모로 박사의 딸’을 쓴 그는 2021년 로커스상과 영국환상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30년간 비주류 장르였던 호러가 최근 새로운 옷을 입고 과감히 변신하고 있다”면서 “호러소설이 무엇인지 관념 자체가 바뀌고 있는 지금 앞으로 더 다채로운 ‘무서운 이야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폭풍의 언덕’ 같은 소설을 읽으며 언젠간 고딕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는 다 좋았는데, 문제는 이 장르가 너무 ‘유럽적’이라는 점이었죠. 멕시코인이 나오는 고딕소설을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고딕소설은 긴장감과 공포를 주된 분위기로 삼는 문학의 한 장르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같은 작품을 떠올리면 된다. 모레노 가르시아가 주목받은 것은 오래된 장르의 문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뒤틀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멕시코인이라는 정체성이 있다. “우리가 장르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독자가 뚜렷하게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것을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오늘날 그 전통은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굉장히 흥미로운 시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이전에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갈 겁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어진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는 방식의 글쓰기를 하는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일컬어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다. 모레노 가르시아의 소설 역시 ‘마술적’이면서도 동시에 ‘사실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만 기댈 수 없다. 새로운 세대에 속하는 그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에 저항한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을 향한 모레노 가르시아의 감정은 그래서 ‘애증(愛憎)’이다.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호러소설을 쓰면서 장르의 경계를 넓히고 있어요. 요즘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인기가 많죠. 호러소설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출판·편집하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그만큼 호러소설이 무엇인지에 관한 관념도 달라지고 있고요. 지금은 서부를 배경으로 한 복수극을 쓰고 있어요. 조금 나중에는 인공지능(AI) 이야기도 쓸 거예요. 그런데 ‘터미네이터’ 같은 건 싫어요. AI와 관련된, 아주 ‘이상한(Odd)’ 소설을 써볼 겁니다.”
  • 입사부터 퇴사까지 AI가 찍는다

    입사부터 퇴사까지 AI가 찍는다

    AI 전문직 채용 공고 128% 증가비개발 AI 직무는 325% 늘어나채용 때도 자소서 대신 AI 활용 실무면접에서도 AI 역량 테스트‘AI 대체 기간’ 계산 사이트 유행‘유아넥스트’ 사흘 새 35만명 찾아 인공지능(AI)이 일하는 방식을 넘어 채용과 커리어의 새 기준으로 들어서면서 노동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AI 활용 능력을 새로운 채용 기준으로 내세웠고, 구직자들은 AI 학습에 뛰어들고 있다. AI에 자신의 직업이 대체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잡코리아는 올해 상반기에 게재된 AI 키워드 공고가 1만 8000여건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기업이 ‘AI 전문 직무’로 지정해 등록한 공고는 지난해 동기보다 128% 늘었다. 이 중 경력직 공고 증가율(140%)이 신입(55%)을 크게 웃돌았고 대기업(187%)이 중소기업(124%), 벤처기업(117%) 등보다 높았다. 특히 비개발 AI 직무 공고는 325% 늘었다. 이 중 AI 콘텐츠 크리에이터 공고가 405% 늘었고, AI 기획자(363%), AI 사업전략(313%), AI 교육컨설턴트(195%) 등도 크게 증가했다. AI 개발 인력 외에 AI를 사업과 콘텐츠, 교육 현장에 적용할 인력으로 수요가 확산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수시 채용 절차에서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AI 활용 역량을 자유롭게 작성하는 서류 전형 서식을 도입했다. 올해부터 추가된 ‘반나절 심층면접’에선 기존에 30분간 진행되던 형식적인 문답식 면접 대신 PC로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해 과제를 풀고 발표하도록 했다. 두산그룹도 올해 실무면접 절차에 ‘AI 역량 테스트’를 추가했다. 특정 상황이 주어지면 지원자는 AI를 제한 시간 30분 이내에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프롬프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성해 AI를 활용하는지, 또 AI로 생성된 결과를 어떻게 검토하고 개선하는지 검증한다. LG전자는 올해 자소서 문항에서 ‘살면서 겪은 어려운 과제와 이를 극복했던 경험’ 대신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어려웠던 문제를 극복한 경험’을 물었다. 직장인들도 ‘AI 열공’ 중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AI 관련 직업능력훈련은 2300여건에 달하고, 한국AI교육진흥원의 AI 교육 기업교육 수강생은 지난해 말 2만명을 넘겼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포스코철강AI융합대학을 출범시켰다. 총 31개 교과 중 AI 관련 과목만 45%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몇 명분의 업무량을 했는지 평가하는 ‘전일제 환산(FTE)’ 방식을 도입했다. AI가 자신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직업 대체 기간을 관측해 주는 사이트가 유행이다. 감정평가사 임모(30)씨는 최근 AI가 자신의 직업을 대체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주는 ‘유아넥스트’라는 사이트에서 감정평가사를 검색했다. 7년 1개월 22일 뒤면 AI가 감정평가사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란 결과에 임씨는 “전문직도 AI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유아넥스트를 개발한 구글 출신 장모(36)씨는 “개발자들도 AI에 프롬프트를 지시하고 검수하는 식으로 작업 방식이 바뀌는 걸 보며 나도 곧 대체될 수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35만명이 접속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이트가 대거 인기를 끌 만큼 청년층의 AI 실직 공포는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9%는 향후 5년 내 현재 또는 희망 ‘직무’가 AI로 대체·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 ‘AI’가 일자리 새 기준이 됐다…직업별 ‘AI 대체 가능성’ 계산 사이트도 인기

    ‘AI’가 일자리 새 기준이 됐다…직업별 ‘AI 대체 가능성’ 계산 사이트도 인기

    인공지능(AI)이 일하는 방식을 넘어 채용과 커리어의 새 기준으로 들어서면서 노동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AI 활용 능력을 새로운 채용 기준으로 내세웠고, 구직자들은 AI 학습에 뛰어들고 있다. AI에 자신의 직업이 대체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잡코리아는 올해 상반기에 게재된 AI 키워드 공고가 1만 8000여건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기업이 ‘AI 전문 직무’로 지정해 등록한 공고는 지난해 동기보다 128% 늘었다. 이 중 경력직 공고 증가율(140%)이 신입(55%)을 크게 웃돌았고 대기업(187%)이 중소기업(124%), 벤처기업(117%) 등보다 높았다. 특히 비개발 AI 직무 공고는 325% 늘었다. 이 중 AI 콘텐츠 크리에이터 공고가 405% 늘었고, AI 기획자(363%), AI 사업전략(313%), AI 교육컨설턴트(195%) 등도 크게 증가했다. AI 개발 인력 외에 AI를 사업과 콘텐츠, 교육 현장에 적용할 인력으로 수요가 확산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수시 채용 절차에서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AI 활용 역량을 자유롭게 작성하는 서류 전형 서식을 도입했다. 올해부터 추가된 ‘반나절 심층면접’에선 기존에 30분간 진행되던 형식적인 문답식 면접 대신 PC로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해 과제를 풀고 발표하도록 했다. 두산그룹도 올해 실무면접 절차에 ‘AI 역량 테스트’를 추가했다. 특정 상황이 주어지면 지원자는 AI를 제한 시간 30분 이내에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프롬프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성해 AI를 활용하는지, 또 AI로 생성된 결과를 어떻게 검토하고 개선하는지 검증한다. LG전자는 올해 자소서 문항에서 ‘살면서 겪은 어려운 과제와 이를 극복했던 경험’ 대신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어려웠던 문제를 극복한 경험’을 물었다. 직장인들도 ‘AI 열공’ 중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AI 관련 직업능력훈련은 2300여건에 달하고, 한국AI교육진흥원의 AI 교육 기업교육 수강생은 지난해 말 2만명을 넘겼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포스코철강AI융합대학을 출범시켰다. 총 31개 교과 중 AI 관련 과목만 45%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몇 명분의 업무량을 했는지 평가하는 ‘전일제 환산(FTE)’ 방식을 도입했다. AI가 자신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는 직업 대체 기간을 관측해 주는 사이트가 유행이다. 감정평가사 임모(30)씨는 최근 AI가 자신의 직업을 대체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주는 ‘유아넥스트’(YOU‘RE NEXT)라는 사이트에서 감정평가사를 검색했다. 7년 1개월 22일 뒤면 AI가 감정평가사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란 결과에 임씨는 “전문직도 AI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유아넥스트를 개발한 구글 출신 장모(36)씨는 “개발자들도 AI에 프롬프트를 지시하고 검수하는 식으로 작업 방식이 바뀌는 걸 보며 나도 곧 대체될 수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35만명이 접속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이트가 대거 인기를 끌 만큼 청년층의 AI 실직 공포는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9%는 향후 5년 내 현재 또는 희망 ‘직무’가 AI로 대체·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 “폐 뚫고 심장까지 공격” 공포 확산한 동남아…서울 면적 3배 집어삼켰다 [지금, 지구]

    “폐 뚫고 심장까지 공격” 공포 확산한 동남아…서울 면적 3배 집어삼켰다 [지금, 지구]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하늘이 잿빛 암흑에 갇혔다. 비구름 대신 대기를 뒤덮은 것은 매캐한 유독성 연무다.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 산림을 태운 화마는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 전역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다. ● 서울 면적의 ‘3배’ 20만㏊ 잿더미로● 지하서 뿜어져 나오는 최루탄급 연무 최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7월 초 시작된 대형 산불로 현재까지 보르네오섬 일대 산림과 농경지 20만㏊ 이상이 소실됐다. 특히 슈퍼 엘니뇨에 따른 극심한 가뭄이 겹치면서 수천개의 화재 발화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져 기상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약 2~7년을 주기로 발생하며 1년간 지속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통상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가뭄이 심해지면서 산불 피해가 커지곤 한다. 앞서 2019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연기가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과 필리핀까지 넘어가 대기질이 크게 악화한 바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당시 산불 피해 면적은 최소 9420㎢에 달했고 경제적 손실액은 최소 52억 달러(약 7조 2000억원)로 추산됐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용소방대원 드위 수자트모코(35)씨는 “최루탄을 정면으로 맞은 것처럼 코를 찌르고 눈이 타들어 간다”며 “지하 화재가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수자트모코씨를 비롯한 수천명의 원주민 자원봉사자들은 이동식 소방펌프와 수작업 장비에 의존해 한 달 넘게 불길과 맞서고 있다. 이탄지 화재는 지표면의 불을 꺼도 땅속에서 불씨가 살아남아 유독가스를 뿜어낸다. 불길을 완전히 잡으려면 지반이 ‘죽처럼 묽어질 때’까지 지하 깊숙이 물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극심한 가뭄 탓에 소방용수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원들이 땅속 깊이 파이프를 박아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최전선 바닥에서 쪽잠을 자며 버티고 있으나, 중부 칼리만탄에서는 최근 대원 2명이 극심한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 ● ‘땅속의 시한폭탄’ 보르네오 이탄지● 연무 동남아 주요 도시로 확산● 화재 관련 호흡기 질환자 5만명 돌파이번 화재가 전 세계적인 기후 재앙으로 꼽히는 이유는 불길이 보르네오의 광대한 열대 이탄지를 태우고 있어서다. 이탄지란 나뭇가지나 잎 같은 식물의 잔해가 습한 환경에서 완전히 썩지 못한 채 수천 년 동안 쌓여 만들어진 유기물 토지(습지)를 뜻한다. 지구 면적의 적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엄청난 양의 탄소를 품고 있어 중요한 탄소 저장고로 불린다. 보르네오섬에는 넓은 이탄지가 분포해 있으며 한 번 불이 붙으면 지표 아래에서 수주 동안 서서히 탈 수 있다. 이탄지가 마르거나 불이 붙으면 갇혀 있는 탄소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온다. 인도네시아 자연보전재단(YKAN)의 니사 노비타 박사는 “칼리만탄의 이탄층은 깊이가 최대 20m를 넘는다”며 “이 정도 깊이의 이탄지는 1㏊당 승용차 4800대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6000t 이상의 탄소를 저장하는데, 불이 붙으면 이 탄소가 일시에 방출돼 ‘탄소 폭탄’으로 돌변한다”고 경고했다. 연무는 동남아 주요 도시로 확산해 극심한 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의 대기오염지수는 일제히 ‘위험’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일부 지역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75배를 웃돌았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7~8월 두 달간 발생한 화재 관련 호흡기 질환자는 5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1만 2000여명은 5세 미만 영유아였다. 영국 레스터대 수잔 페이지 교수는 “이탄 화재 연무에 포함된 미세입자는 폐포를 뚫고 혈관까지 침투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며 “이 지역 주민 전체가 거대한 독가스실에 갇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무분별한 개간이 부른 인재” 지적● ‘토착민 희생양 삼기’ 논란도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수십년간 누적된 무분별한 개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하르토 집권기 이후 대규모 팜유 플랜테이션과 상업적 농업을 위해 이탄지의 물을 빼내는 대규모 배수 작업이 이어지면서 토양이 바짝 말라 화재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수하르토는 ‘신질서’ 체제라는 이름으로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하다가 1998년 5월 민주화 바람에 밀려 하야했다. 그는 재임 기간 자국의 풍부한 석유와 가스 개발산업의 수익을 바탕으로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개발의 아버지’란 별칭을 얻었지만, 동시에 ‘20세기 최고의 부패 정치인’이라는 악명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산림 파괴가 가장 극심한 칼리만탄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만 16만㏊에 달하는 산림이 농경지 개간으로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기업형 개간 책임을 회피한 채 전통 방식으로 화전(火田)을 일궈온 토착 부족에게 화재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부 칼리만탄의 다약 카나야튼족 대표 토노씨는 “우리 부족의 전통 농법은 수세대에 걸쳐 자연의 균형을 맞추며 철저한 통제 아래 이뤄진다”며 “화재 진압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원주민들을 방화범으로 모는 것은 부당한 희생양 삼기”라고 반발했다. 진화 작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현장 대원들의 피로는 한계에 달하고 있다. 수자트모코씨는 “집을 떠나온 지 수개월이 지나 가족들이 너무 그립고 지쳤지만, 재난을 막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기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하루빨리 하늘에서 비가 내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불렀고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기후 위기는 남 일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뼈 아픈 현실입니다. [지금, 지구]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배럴당 100달러 뚫었다”…불타는 이란 유조선에 멈춰 선 세계 경제

    “배럴당 100달러 뚫었다”…불타는 이란 유조선에 멈춰 선 세계 경제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결국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오만해와 호르무즈 해협 일대가 폭격과 보복의 화염에 휩싸이자, 글로벌 원유 공급망 차질 우려가 현실화하며 세계 경제에 다시금 강력한 인플레이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3.29달러(3.36%) 급등한 배럴당 101.2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종가가 100달러 고지를 넘어선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자, 약 4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3.25% 오른 96.05달러에 마감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이번 유가 폭등의 직접적인 불씨는 중동 해상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군 함정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시도에 맞서 이란 연계 유조선 5척을 표적 타격해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와 화염에 휩싸인 이란 유조선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차바하르 항구부터 오만해·아라비아해 일부까지 해상 통제구역을 확대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혈류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봉쇄 위기감이 커지자 원유 시장은 즉각 요동쳤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라위번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7개월째 이어진 분쟁 속 선박 공격이 거세지면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FXTM 등 주요 투자기관 역시 100달러 돌파라는 상징적 경계선이 무너진 만큼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과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영수 의원, 전국 첫 지방노동감독관 지원 조례 상임위 문턱 넘었다

    한영수 의원, 전국 첫 지방노동감독관 지원 조례 상임위 문턱 넘었다

    오는 12월 지방노동감독관 제도 시행을 앞두고, 경기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지방노동감독관의 체계적인 현장 운영과 지원을 뒷받침할 조례 제정에 나섰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는 9월 8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회의에서 한영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1)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지방노동감독관 운영 및 지원 조례안」을 심의해 원안 가결했다. 지방노동감독관의 운영·지원 체계를 전용 조례로 명문화한 사례는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도가 처음이다. 이번 조례안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12월 8일 시행을 앞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의 후속 입법 조치다. 해당 법은 노동감독관 체계를 고용노동부 소속의 ‘중앙노동감독관’과 광역 시·도 소속의 ‘지방노동감독관’으로 이원화하고,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감독 권한의 일부를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최근 도내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현실과 직결돼 있다. 지난 7월 22일 평택 소재 HL만도 공장에서는 기계 보수 작업을 수행하던 2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부품 가공기계 내부 점검 중 끼임 사고를 당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잠정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내 산재 사고사망자는 49명으로 전국 시·도 중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전체 사고사망자(253명)의 약 19%에 이르는 수준이다. 그간 경기도는 ‘노동안전지킴이’ 등을 투입해 소규모 사업장 중심의 계도와 예방 활동에 집중해 왔으나, 법적 시정명령권 등 강제력을 갖춘 실질적 감독 권한이 없어 단순 권고에 머문다는 한계를 지적받아 왔다. 이번 조례가 마련되면 산업현장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예방’과 적발된 위법 사항을 바로잡는 ‘행정감독’이 결합된 원스톱 현장 안전망이 구축된다. 가결된 조례안에는 제도가 단순 인력 충원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낼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규정이 명시됐다. 주요 내용은 ▲직무교육계획 수립 및 시행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직무독립성 보장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법률적·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호 및 지원책 ▲고용노동부 및 지방고용노동관서 등 유관기관과의 상시 협력체계 구축 ▲전용 사무공간·시설·장비 등 필수 인프라 지원 등이다. 한영수 의원은 “평택 만도 사고를 비롯해 산업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사고 이후의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노동안전지킴이 등을 통한 예방 정책에 더해 지방노동감독관의 관리·감독 기능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례는 예방과 관리·감독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기 위한 첫 기반”이라며 “노동국의 산업안전 정책과 현장 노동자 보호사업을 지방노동감독 제도와 긴밀히 연계해 경기도의 산업재해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상임위를 통과한 이번 조례안은 제393회 임시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상위법 시행일인 12월 8일에 맞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 이병도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어린이집 졸업 후 돌봄공백도 휴가로 챙긴다”… 직원들이 체감하는 복무환경 조성

    이병도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어린이집 졸업 후 돌봄공백도 휴가로 챙긴다”… 직원들이 체감하는 복무환경 조성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이병도, 더불어민주당·은평2)는 지난 7일 제339회 임시회 제2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병도 운영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서울시의회 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개정된 ‘지방공무원 임용령’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의 취지를 신속히 수용하고, 서울시의회 소속 공무원의 근무 현장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무엇보다 육아·돌봄 지원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에 초점을 맞춰 복무 제도를 정비했다. 핵심 내용으로는 어린이집 졸업부터 상급학교 입학 전까지 발생하는 보육 공백기를 가족돌봄휴가 사용 사유로 새롭게 인정하여 학부모 공무원의 부담을 덜어준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존에는 자녀 또는 손자녀가 어린이집 등을 졸업한 이후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기간에 대해 별도의 가족돌봄휴가 사유가 없어, 실제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공백이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학적 공백기를 실질적인 돌봄 공백으로 인정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 전체를 재직기간에 산입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개선하고,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으로서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경우 연 2회 범위에서 공가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이번 개정은 “어린이집을 졸업한 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의 현실적인 돌봄 공백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육아휴직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인 만큼,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함께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의회의 중요한 책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작은 불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살피면서 소속 공무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와 근무환경 개선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조례안은 상위 법령인 ‘지방공무원 임용령’ 및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의 개정 사항을 적법하게 반영하는 동시에, 서울시의회 소속 공무원의 근무 환경과 복지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해당 안건은 서울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중으로 공식 공포되어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 “내면을 바라보라”… 프리드리히가 건네는 침묵의 위로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내면을 바라보라”… 프리드리히가 건네는 침묵의 위로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자연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경외감바다 앞 수도승, 미미한 존재 실감고독은 자신을 되찾는 특별한 시간그림 속 인물 뒷모습은 ‘공감’ 형성자연·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는 철학변치 않는 신앙과 희망 곳곳에 암시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세상을 이끄는 초효율성의 시대다. 질문을 던지면 단 몇 초 만에 답이 돌아오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뇌는 쉽게 지치고 내면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진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온전한 자신을 되찾고 싶다면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의 작품 앞에 서 보길 권한다. 그의 화폭에 담긴 침묵의 언어는 조용히 일깨워 준다. 진정한 성장이란 쉼없이 앞만 보며 달려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소음에 귀를 닫고 내면을 바라보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첫 번째 명언: “화가는 자기 앞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보는 것도 그려야 한다. 만일 내면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앞에 있는 것을 그리는 일도 그만두는 게 낫다.” 참으로 단호한 말이다. 프리드리히는 왜 화가에게 눈앞의 풍경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라고 했을까. 대상을 사진처럼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뛰어난 기술이 있다 한들 그 안에 화가가 느낀 감정과 성찰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림은 생명력을 잃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동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붓을 꺾어 버리겠다는 그의 결연한 예술관은 다음 명언으로도 이어진다. “육체의 눈을 감으라. 그러면 마음의 눈으로 먼저 당신의 그림을 보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 너머에서 영혼의 본질과 영원성을 찾으려 했던 프리드리히의 철학은 실제 캔버스 위에서 어떻게 펼쳐졌을까. 그의 대표작 ‘바닷가의 수도승’①(도판 1) 앞으로 함께 다가가 보자. 이 작품은 19세기 말에 제작되었지만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가로로 길게 펼쳐진 텅 빈 모래사장, 무겁게 일렁이는 짙푸른 바다, 화면 대부분을 뒤덮은 회색빛 하늘이 강렬한 3면 분할 구도를 이루고 있다. 지금이야 무척 간결하고 세련돼 보이지만 극도로 절제되고 대담한 구성은 당시에는 충격적인 시도였다. 전통적인 풍경화를 떠올려 보자. 대개 화면 양옆에는 커다란 나무나 바위가 배치되어 있다. 그것들은 창틀이나 무대의 막처럼 풍경의 경계를 만들어 주고 관람객이 자연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선을 화면 안에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다. 프리드리히는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던 틀을 과감하게 걷어냈다. 보호막이 사라지자 그림 속 풍경은 캔버스의 경계를 뚫고 우주 공간처럼 끝없이 확장된다. 우리는 더이상 멀리 떨어져 그림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스치고 사방이 탁 트인 해변 한가운데에 홀로 던져진 기분이 든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설산이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폭풍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자.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두렵고 무력해지면서도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경외감이 솟아오른다. 공포와 감탄이 뒤섞이며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강렬한 떨림, 이것이 바로 철학에서 말하는 숭고다. 프리드리히는 자연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람객을 화면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게 하고 광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제 시선을 화면 아래쪽으로 내려보면 카푸친 수도회의 옷을 입은 수도승이 홀로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그는 왜 쓸쓸한 해변에 홀로 서 있는 것일까. 프리드리히는 아무런 답도 들려주지 않는다. 다만 무한한 세계를 마주한 인간의 뒷모습을 침묵 속에 세워 놓았을 뿐이다. 광활하고 압도적인 대자연과 하나의 작은 점처럼 묘사된 수도승의 크기 차이는 인간이 얼마나 미미하고 유한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프리드리히가 선보인 단순한 색면 분할과 대담한 여백은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20세기 색면추상화의 대표작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인 형상을 지우고 거대한 색면만으로 관람자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는 점에서 두 화가는 서로 맞닿아 있다. 두 번째 명언: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사색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는 완벽한 고요 속에 홀로 머무를 때 자연이 건네는 침묵의 언어를 온전히 알아들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고독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영적으로 교감하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을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1821년 프리드리히는 오랜 친구인 러시아의 시인 바실리 주콥스키로부터 스위스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장엄한 알프스의 풍경을 함께 감상하자는 다정한 권유였지만 그는 거절하며 이런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온전히 몰입하고 구름과 바위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습니다. 고독은 자연과의 소통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말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독일 작센의 깊은 숲 우테발더 그룬트로 들어가 일주일 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홀로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오직 고독 속에서 대자연과 완벽한 합일을 이루고자 했던 그의 태도는 걸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②(도판 2)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짙은 녹색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지팡이를 짚고 가파른 바위 꼭대기에 홀로 위태롭게 서 있다. 그의 발아래로는 새하얀 안개와 구름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치며 요동치고 있다. 그는 험난한 산행 끝에 정상에 오른 승리자일까,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삶의 갈림길 앞에 선 방랑자일까?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남자가 우리를 등지고 서 있다는 사실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어깨 너머로 눈길을 옮겨 그가 바라보는 안개 바다를 함께 내려다보며 바위 끝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프리드리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 카를 구스타프 카루스는 뒷모습이 관람자를 그림 속 인물의 자리에 서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리히가 즐겨 사용한 뒷모습 기법, 즉 뤼켄피구어는 관람자의 감정을 깊숙이 끌어당겨 그림 속 인물의 고독에 동화되게 만드는 강력한 공감의 장치였던 것이다. 세 번째 명언 : “신성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심지어 모래알 하나에까지 깃들어 있다.” 이 문장 속에는 그의 예술을 지배했던 핵심 철학인 자연과 우주 만물 안에 신이 존재한다는 범신론이 담겨 있다.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던 그는 이 사상을 깊이 받아들여 대자연과 신, 인간의 영혼이 하나로 연결된 낭만주의적 예술관을 꽃피웠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자연의 경이로움 이면에 고요와 쓸쓸함, 나아가 서늘한 죽음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 감정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프리드리히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1774년 북독일의 해안 도시 그라이프스발트의 엄격한 루터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감당하기 힘든 상실의 고통을 연이어 겪었다. 일곱 살에 어머니를 잃고 그 뒤로 두 명의 누이마저 병으로 떠나보냈다. 가장 참담한 사건은 그가 열세 살이 되던 겨울에 일어났다. 얼어붙은 강 위에서 동생과 스케이트를 타던 중 프리드리히가 그만 얼음 밑으로 빠졌다. 그때 동생이 그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자신은 살아났지만 동생은 차가운 물 속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날 이후 극심한 상실감과 살아남은 자가 짊어져야 할 죄책감은 평생 그의 삶을 짓눌렀고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다. 고통의 그림자를 안고 살던 그는 스물네 살이 되던 1798년 자신의 운명을 바꿀 도시 드레스덴으로 이주하게 된다. 당시 드레스덴은 시인과 화가, 철학자들이 모여 인간의 감정과 자연, 영혼의 세계를 뜨겁게 논하던 낭만주의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드레스덴에서 그는 낭만주의의 핵심 인물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더욱 단단하게 벼려 낸다. 특히 “자연은 보이는 정신이며 정신은 보이지 않는 자연이다”라고 선언했던 철학자 셸링의 사상은 프리드리히의 화폭에 결정적인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성장기의 상처와 독실한 기독교 신앙, 낭만주의 철학이 하나의 결정체로 응축된 걸작이 ‘교회가 있는 겨울 풍경’③(도판 3)이다. 화면을 바라보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삭막한 겨울 풍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통 예술작품에서 겨울은 죽음을 상징하지만 프리드리히는 황량한 겨울 한가운데 희망의 씨앗을 심어두었다. 화면 앞쪽을 자세히 살피면 한 남자가 눈 덮인 바위에 기대어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 눈밭에는 두 개의 목발이 버려진 듯 놓여 있다. 목발은 그가 불편한 몸으로 살아왔음을 암시하는 도구이며 동시에 그가 세속에서 평생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을 마침내 내려놓았다는 표식이기도 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전나무 사이로 예수의 십자가상이 고요히 서 있다. 십자가 형태의 전나무는 저 멀리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고딕 교회의 첨탑과 서로 닮아 있다. 십자가와 교회가 보이지 않는 길로 이어지며 고통받는 인간의 영혼을 현실에서 천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전나무 역시 중요한 상징이다. 혹독한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전나무는 죽음을 넘어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과 변치 않는 신앙, 다시 찾아올 희망을 암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프리드리히의 작품에 깊이 위로받고 있지만 정작 그의 생애 끝자락은 참으로 고단하고 외로웠다. 눈에 보이는 현실과 자본만을 좇던 시대의 거센 흐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영혼과 신성을 그린 그의 작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병과 가난까지 겹치면서 그는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사후 그의 작품은 다시 주목받았지만 독일 민족주의 이미지로 해석되어 나치의 문화 선전에 이용되는 불행도 겪었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긴 침묵 속에서도 스스로 깨어나는 법이다. 철저한 고립 속에서 그는 이런 묵직한 말을 남겼다. “나는 시대의 유행이 내 신념에 반할 때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주위에 고치를 틀 것이다. 시간만이 그것이 찬란한 나비일지 아니면 구더기일지 보여 줄 것이다.” 결국 시간은 프리드리히의 편이었다. 오늘날 그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되살아났다. 그가 스스로를 감쌌던 캄캄한 침묵의 고치는 마침내 찬란한 나비의 날개가 되었다. 이제 끝으로 ‘떠오르거나 지는 해 앞의 여인’④(도판 4) 앞에 잠시 서 보자. 두 팔을 벌려 찬란한 태양 빛을 맞이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순간 우리는 신성한 빛과 하나되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순간 우리 안에서 조용히 날갯짓을 시작하는 햇살처럼 눈부신 나비 한 마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섬뜩한 호러는 아니지만 곱씹으면 서늘한 이야기

    섬뜩한 호러는 아니지만 곱씹으면 서늘한 이야기

    현실 속 낯선 공포… 이해하면 무서운 단편들 소설집 제목에 책의 온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무심하게 툭툭 던져놓은 이야기인데 돌아서면 어쩐지 서늘하다. 마치 이해하면 무서운 공포 이야기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메이징 스토리’(1985)처럼 단편들은 하나같이 기묘하면서 흥미롭다. 채식주의자 연인과 헤어진 남자는 냉장고 속 고기와 눈을 맞추고(‘채식주의 스캔들’), 대학 시절 친구 넷이 하던 놀이는 애초에 네 사람만으로 성립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당신의 등 뒤에서’). 여행지에서 밤마다 사라지던 연인의 머리는 존재하지 않는 객실에서 발견된다(‘호텔 야화’). 우주 어딘가에 만들어진 옛날 야구장에선 1987년의 투수 최동원과 2017년의 거포 이대호가 맞대결하는 결승전이 벌어지기도 한다(‘옛날 야구는 살아 있다’). 작가는 익숙한 세계에 낯선 조건을 하나 밀어 넣어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사건의 정체는 끝내 밝히지 않는다. 단편 속 인물들 역시 기괴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두려워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는다. 어느 도시에서 일어난 중년 남성 연쇄살인은 대서특필되다 점점 가십난으로 밀려나듯(‘리마 이야기’) 공포가 익숙해지고 각자의 하루는 이어지며 세상은 무심히 돌아간다. 누구에게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는 사람(‘형배 씨를 기억하시나요’)이나 해안에 나타나 도시로 다가오는 거대한 무엇(‘괴물과 함께’)처럼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시선을 꽂기도 한다. 드물게 진실이 닿는 자리도 있다. 죽음을 앞둔 아내의 옛 연인을 수소문한 남편은 한 통의 전화로 뒤늦게 관계를 알게 된다. 그로 인해 그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남자가 돼 버렸다(‘해후’). 작가는 문학을 ‘물 글씨로 쓰인 선박 건조 안내서’에 빗대면서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우리가 무심결에 승인하는 삶의 전제라든가 감각을 다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짧은 소설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감각의 항해를 한 뒤엔 소설의 잔상이 아무렇지 않던 일상을 조금 다르게 비춘다.
  • “‘제트 드론’ 요격, 가장 어려워”…한국 대드론 방공망 현실 [밀리터리+]

    “‘제트 드론’ 요격, 가장 어려워”…한국 대드론 방공망 현실 [밀리터리+]

    러시아가 시속 500㎞에 달하는 제트 드론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량 투입한 가운데, 한국의 대드론 방공망 현실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나이티드24는 3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나흘간 제트 엔진 드론 800대를 포함해 드론 1500대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지난 4일 동안 우크라이나를 향해 약 1500대에 달하는 다양한 드론을 발사했다”며 “이 중 약 800대는 제트 엔진을 장착한 드론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군인들이 상당수의 드론을 격추하고 있다”면서도 “가장 어려운 임무는 제트 드론을 요격하는 것이다. 현재는 주로 전투기가 제트 드론으로부터 우리 영토를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제트 드론 능력 어디까지?러시아는 2022년 이란에서 샤헤드-131과 샤헤드-136 단방향 공격 드론을 도입했고 이를 러시아식으로 변형해 각각 게란-1과 게란-2로 명명했다. 이후 게란-2를 대체·보완하기 위해 제작한 제트 추진 자폭 드론이 게란-4, 게란-5다. 게란-4 제트 추진 드론은 올해 초 전장에서 처음 확인됐다. 프로펠러 추진식 엔진을 쓰는 게란-2의 최고 속력은 약 185㎞/h인 반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게란-4는 500㎞/h, 게란-5는 약 600㎞/h에 달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쉽게 회피한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정보공개 분석가 그룹인 오코호라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제트 드론을 발사해 약 960㎞를 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오코호라는 해당 비행체가 제트 엔진을 장착한 게란-4 드론이라고 밝혔다. 오코호라 분석가들은 “제트 엔진을 장착한 게란-4는 5000~7000m 고도에서 비행하면 항속거리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며 “이 경우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95%가 러시아 게란-4 제트 추진 드론의 잠재적 작전 범위 내에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도 ‘방패’ 준비 중이지만…러시아의 제트 추진 드론의 사용 빈도가 잦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에도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해당 드론을 막을 요격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게란-3, 게란-4, 게란-5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최초의 제트 요격 드론인 ‘알렉사 스파티움’을 실전 시험하고 승인했다. 알렉사 스파티움은 러시아의 제트 추진 공격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드론으로, 지상 목표물과 헬리콥터를 공격하는 등 여러 임무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지만 아직 실전 투입까지는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국방 기술 고문이자 드론 기술 전문가인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는 최근 현지 언론에 “우크라이나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약속했던 제트 드론 요격기를 납품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일부 제조업체는 몇 주 안에 납품하겠다고 했지만, 시험 결과 해당 요격 드론이 더 빠른 속도의 러시아 드론에 비해 속도와 기술 면에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시속 500~600㎞로 비행하는 목표물을 요격하려면 단순히 목표물의 속도에 맞추는 것뿐만 아니라, 거리를 좁히고 교전을 위해 기동할 수 있도록 상당한 속도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요격 드론의 바람직한 성능은 시속 60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배치하고 있는 저가형 요격 드론들의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요격 드론은 값싸고 대량 생산되는 공격 드론에 대응하는 데 매력적이지만, 목표물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존 항공기와 같은 성능 특성을 요구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결과적으로 요격 드론의 개발이 복잡해지고 비용도 증가하는 것이다. 한국 대드론 방공망의 현실러시아의 제트 드론 성능과 빠른 생산 및 투입 전술은 현재 저가형 드론 대량생산체제를 갖춰가는 북한에 대한 한국의 대드론 방공망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현재까지 북한이 러시아와 같은 제트 드론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으나, 군용 주파수 외에 상용 LTE 통신망이나 위성 항법 보정 신호를 우회 활용해 초저공 고속 침투를 감행할 경우를 상정한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한화시스템과 LIG D&A가 구축 중인 다층 대드론 방공망이 북한 드론을 막을 방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화시스템의 초소형 AESA 레이더는 공중으로 접근하는 드론을 탐지하고 위치와 이동 정보를 추적하는 장비다. 연동된 EO/IR 장비는 고해상도 영상과 열영상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더와 열영상 장비가 확보한 표적 정보를 바탕으로 재머나 포획드론 등 별도의 대응 수단이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LIG D&A는 한화시스템보다 더욱 공격적인 방식으로 드론에 대응한다. 소형 재머는 적 드론의 항법 시스템이나 조종 신호에 전파 교란을 가해 정상적인 비행과 접근을 방해하는 소프트킬 방식이다. 레이더와 각종 센서가 드론을 탐지·식별한 뒤 재머가 표적을 향해 전파를 방사해 드론의 항법이나 조종 기능을 무력화하는 구조다. LIG D&A와 드론 기업 니어스랩은 AI 자율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요격 드론을 개발하고 있지만, 게란-4와 같은 고속 제트 드론까지 요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성능 검증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한국 방공체계에서는 단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천광 등 레이저 대공무기, 30㎜ 자주대공포 K30 ‘비호’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신궁’을 결합한 K30 비호복합 등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한국 방산업계는 천광과 비호복합 등 기존 방공체계와 함께 탐지레이더, 전파교란 장비, 요격 드론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결합한 대드론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애쓰고 있다.
  • 공포를 이겨내는 무서운 ‘사랑의 詩’

    공포를 이겨내는 무서운 ‘사랑의 詩’

    피부에 새겨진 끊임없는 괴로움멸망 치닫는 세계 앞엔 허무함만겸손한 ‘어둠의 시간’ 필요할지도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에서 공포는 쉬이 절망으로 바뀐다. 그 무엇도 소용없다는 무력감. 하지만 시인은 멈추지 않는다. 기어이 다시 펜을 들고 시를 쓴다. 시인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새 시집 ‘무서운 이야기’로 6년 만에 독자의 곁으로 돌아온 시인 김행숙(사진·56)을 30일 서면으로 만났다. 지독했던 여름도 어느덧 끝자락인데도 시인은 으스스한 감각을 새삼 환기한다. 시집의 이름은 왜 ‘무서운 이야기’일까. ‘무서움’이란 무엇일까. “‘여름의 다음 계절이 여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때입니다. 38도의 여름을 지나 30도의 여름을 살면서 우리는 희미하게 가을을 느끼고 있죠. 2020년부터 공포는 저에게 기저의 감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종횡으로 가로지르고 인간은 방 한 칸에 격리되는 상황에서 찾아온 감정이죠.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되묻게 되는 뜨거운 지구에서 특히 여름이라는 계절에서, 미래는 공포스러운 얼굴로만 상상됐어요.” 어떤 감각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피부에 새겨져 끊임없이 되돌아온다. 시인에게 공포도 그런 것이다. 시집에는 ‘우리가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 있다.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6년 전인 2020년 2월, 시인은 하루에 3편씩 재난 영화만 보면서 꼬박 한 달을 지냈다고 했다. 마구잡이로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텔레비전 화면에 가두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다. “재난 영화는 일상의 걱정을 사소하게 만드는 것으로 기이한 해방감을 주죠. 그러나 저에게는 그런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스크린 바깥에서 안전함을 느끼지도, 해방감을 맛보지도 못했으니까요. 자연이 진짜 무서운 얼굴을 보여주면 그 앞에서 인간은 정말 무력합니다. 저는 재난 영화를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장면과 겹쳐서 봤습니다. 무서운 줄 모르고 멸망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세계 앞에서 모든 게 허무하게만 느껴졌어요.” 지난 6년은 시인의 개인적인 고통까지 겹친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어감’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시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도 현재 병원에 누워 있다. 그래서일까. 시집 곳곳에 ‘유령’의 형상이 어른거린다. 유령은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끝끝내 남아서,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향해 확 덮쳐오는 것이다. “‘유령이란 어떤 존재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오감에 잘 잡히지 않고 언어로 규정되지 않죠. ‘한 개를 보고 아흔아홉 개를 못 보는 어둠’ 속에 있다면 그 아흔아홉 개가 유령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의 눈이 밤의 어둠 속에서만 어두운 것이 아닙니다. 정오의 햇빛 속에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 아주 많죠. 보지 못한다는 걸 인정했을 때 비로소 상상할 수 있는 어둠. 그 겸손한 어둠의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지도 모르죠.” ‘무서운 이야기’는 ‘사춘기’, ‘에코의 초상’ 등에 이은 김행숙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미세하면서도 풍부한 언어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일구어낸 중진이지만, 지난 6년은 문학의 소용이 무엇인지 되물을 만큼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시인은 자신을 움직인 건 결국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글을 쓸 마음도 별로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시를 쓰게 하는 건 결국 사랑이었죠. 이 시집에 ‘공포와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일까도 얼마간 생각했는데요. 재난 속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듯, 제게도 공포에 쪼그라든 마음을 스프링처럼 뚫고 올라오는 힘이 있었다면 그건 사랑하는 존재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 오세훈, 李대통령 ‘주택가격 폭락’ 언급에 “여전히 현실 몰라”

    오세훈, 李대통령 ‘주택가격 폭락’ 언급에 “여전히 현실 몰라”

    3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가격 폭락’을 언급한 것에 대해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부동산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어제 대통령께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에 따른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하셨다”며 “주택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것부터 황당하지만, 근거로 내세운 ‘조기 대량 공급’, ‘투기 수요 억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은 대통령께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과 민생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그는 “목표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계획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의 공급 발표를 ‘조기 대량 공급’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대단히 큰 착각”이라며 “임기 내 착공조차 불투명한 계획들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도 국민에게 공급의 확신을 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혹시 대통령께서는 최근 강남권 일부 매물이 가격을 낮춰 나온 현상을 ‘투기 수요 억제’의 성과로 보고 계시느냐”며 “오히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정책 성과로 평가하신다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이 많이 늘고 있다’며 이를 주택가격 하락의 전조처럼 언급했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자동으로 하락하는 건 아니다”라며 “낙찰률만 볼 것이 아니라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로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 경매 물건이 늘어났는데도 서울에서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신 경매 지표는 집값 하락의 조짐이 아니라 서울의 두터운 대기 수요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무엇보다 대출 연체와 경매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은 심각하게 우려스럽다”며 “경매에 나온 집의 소유자가 모두 무리하게 대출받아 주택을 사들인 투기꾼은 아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생업과 삶의 터전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평범한 국민도 있다”고 했다. 그는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집값 폭락의 신호인 양 반길 것이 아니라, 경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고통 앞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셔야 한다”고 짚었다. 오 시장은 “부동산은 국민에게 엄포를 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투기 타파’라는 구호만 반복한다고 시장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요와 공급, 금리와 금융, 매매와 임대차가 복잡하게 얽힌 시장을 정확한 데이터와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임시방편과 공포를 앞세워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마시라”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민이 원하는 곳에 실질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해달라”고 촉구했다.
  • 스마일재단, 장애학생 위해 ‘치과가 학교로 가는’ 방문진료 제안

    스마일재단, 장애학생 위해 ‘치과가 학교로 가는’ 방문진료 제안

    강경숙 의원 만나 특수학교 구강보건실·방문치과진료 필요성 설명 스마일재단(이사장 이수구)은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교육위원회)을 만나, 장애학생의 치과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특수학교 구강보건실 활성화와 방문치과진료 모델을 제안했다. 이날 면담에는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임지준 스마일재단 이사, 민여진 사무국장이 함께 자리해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장애학생들의 현실을 공유했다. 재단 측은 발달장애나 중증·중복장애를 겪는 학생들의 경우 치과 진료 환경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감각 과민, 의사소통 한계 등으로 일반 의료기관 이용에 큰 제약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애인 전문 치과 인프라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증상이 심화된 후 전신마취나 수면진정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장애인의 구강검진 수검률은 14.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스마일재단은 이러한 진료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환자가 치과를 찾기 어렵다면 의료진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학교 내 구강보건실을 거점으로 정기 검진과 불소도포 등 예방 처치를 지원하고, 심화 치료가 요구되는 학생은 지역 내 장애인 전담 치과나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연계하는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모든 치료를 완결하는 방식이 아닌, 일상적인 예방과 조기 진단을 통해 적기 치료로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하자는 취지다. 현행 「구강보건법」상 특수학교 내 구강보건시설 설치 근거가 규정돼 있고 2023년 기준 전국 51개 특수학교에 구강보건실이 설치돼 있으나, 전담 인력 부재 등으로 실질 운영이 저조하며 종합적인 운영 실태 통계 관리도 미흡한 실정이다. 강경숙 의원은 장애학생 치과진료 문제와 새로운 방문진료 모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계부처와 장애인단체, 교육계, 치과계가 함께 제도적 해법을 논의할 수 있는 국회토론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28일(월)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치과에 오기 어렵다면, 치과가 학교로 가야 합니다 – 장애학생 치과진료권 보장을 위한 특수학교 방문치과진료 제도화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백선희 의원 등과도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강경숙 의원은 “장애학생도 아프기 전에 검진받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권리가 있다”며 “학교와 의료 사이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살펴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는 공론화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지준 스마일재단 이사는 “장애학생이 치과에 가기 어려워 치료를 미루고 결국 전신마취까지 가는 악순환을 바꿔야 한다”며 “학교에서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치료로 연결하는 작은 시도부터 시작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사람에게 의료가 찾아가는 체계가 특수학교를 시작으로 장애인시설과 요양시설까지 확대된다면, 의료와 돌봄이 생활 현장에서 만나는 진정한 통합돌봄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일재단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특수학교 방문치과진료의 법적·제도적 과제를 점검하고, 2027년 소수 특수학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성과를 평가해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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