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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패권경쟁 전면화… ‘4강 외교 틀’ 벗어나 다변화해야” [김미경의 다른 시선]

    “미중 패권경쟁 전면화… ‘4강 외교 틀’ 벗어나 다변화해야” [김미경의 다른 시선]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자제해야호르무즈 소해함 등 참여 현실적쿠팡문제·안보, 분리 대응 바람직대미투자, 규제 완화 등 담보 돼야전작권 전환 확정은 시대적 요청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미국과 이란 전쟁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이 한반도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 관세 전쟁에 대처함과 동시에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원자력협정 개정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내 외교관 중 유일하게 러시아 대사와 우크라이나 대사를 역임하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대표를 지낸 박노벽(70)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연구소에서 만나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지난 6월 이사장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곳곳에서의 전쟁에 미중 갈등까지 국제 정세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은. “미국 주도 탈냉전 질서가 붕괴하면서 유럽과 중동에서 지정학적 이해가 충돌해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장기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도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의 성격이 변화해 저비용 드론이 고가의 요격체계를 소모시키는 비대칭 구조가 굳어져 억제력의 실체가 무기 보유량이 아니라 이를 지속 생산·보충하는 방위산업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 향후 글로벌 안보 정세는 미중 관계 변화에 달려 있다. 미중이 진영화를 통해 신냉전형 양극체제로 고착될 수도,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로 강대국들이 각자도생하는 경쟁적 다극질서가 도래할 수도 있다. 어느 시나리오든 유럽·중동에 이어 대만해협과 한반도가 다음 분쟁의 무대가 되지 않도록 억지와 위기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중 등 관련국과의 기민한 외교적 대비와 함께 자강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러·우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밀착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북한군 5만명 러 파병’을 언급하면서 우리 측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군 포로 2명의 처리는. “북러 밀착은 우크라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의 산물이나 동맹조약 체결로 구조화돼 전쟁 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대외관계 변화의 진폭이 컸던 러시아 지원에만 매달렸다가 겪게 될 잠재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 가능성을 감안해 외교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 지원은 우리 국내법 기준과 절차, 한반도 안정에 대한 영향, 대러 관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살상무기 지원은 자제하도록 신중히 판단하되 정보 공유나 재건 참여,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군 포로 2명은 2025년 1월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자유의사 존중과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한국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우크라는 포로 교환 등을 이유로 조기 송환에 신중하다. 인도주의 사안인 만큼 무기 지원 문제와 연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중러 연대도 심화하면서 남북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통일부와 외교부 간 대북 정책 엇박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북중러 연대는 미국 주도 질서에 도전해 다극체제를 지향한다는 이해를 공유하지만 단일 블록은 아니다. 사안별로 각자 이익에 따라 양자 또는 단독으로 움직인다. 특히 중국은 한국, 유럽 등과 교역해야 하는 처지여서 진영 대결 구도에 반대한다. 대북 정책 등 안보 이슈에 관해 국가안보실 조율을 거친 단일한 목소리가 기본이나 부처 간 이견 자체는 부처별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후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재시도할 수 있다. 북한은 중러와의 협력선이 건재한 만큼 ‘단기적이고 상징적인’ 이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9월 유엔총회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적대관계를 해소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미국이 호르무즈 기여를 요청하고 있다. 미사일 재고 급감으로 주한미군 안보 공백 우려도 나온다. “우리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므로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우리 선박 나무호가 피격되고 20여척이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바 있다. 정부는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 고려해 기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 프랑스 주도 다국적 임무단이 기뢰 제거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전투함보다 소해함·기뢰탐색함 참여가 현실적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청해부대의 파병 목적을 변경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패트리엇 이전 문제는 더 구조적이다. 미국은 이란전에서 요격탄을 대량 소모했고 주한미군 자산 일부도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대북 억지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방공 재고 부족이 2년 이상 이어진다면 확장억제 신뢰도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다. 따라서 천궁-Ⅱ와 L-SAM 등 자체 요격체계 비축량과 생산능력을 늘리는 한편 유사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우선 배치와 동맹 간 역할 분담 점검 체계를 문서로 명확히 해 둬야 한다.” -미국이 원자력협정을 통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권한을 허용했다. 한미 농축·재처리 협상은 더딘데. “미국이 사우디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동기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향후 2년간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타당성을 공동 연구하고 농축이 추진될 경우 사우디에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 기업이 시설을 통제·운영한다. 또 미국의 전략적 이익, 즉 사우디의 이스라엘 승인 여부, 중러의 중동 진출 억제 등이 얼마나 충족되느냐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한다. 우리는 원전 26기를 운영하고 수출까지 하는 나라여서 사우디와 논리 구조가 다르다. 한미 정상 간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합의했지만 미국의 전략적 이익 충족 방안을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잠 도입도 속도를 내야 하는데. 쿠팡 문제가 안보 협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쿠팡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당한 법 집행이 미 의회와 백악관에서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돼 통상 현안으로 번진 경우다. 사실관계와 법 집행의 보편성을 미 정부·의회에 설명하는 현지 외교를 꾸준히 펴야 하며 안보 협의와는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핵잠은 국방부가 특별법을 입법 예고해 20% 미만 저농축우라늄을 쓰는 8000t급 3척을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한다는 계획과 함께 핵무기 개발·보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처음 법에 명시했다. 국제사회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다. 대미 협력의 관건은 저농축 연료의 안정적 확보로, 미 측은 군사용 핵물질 이전 시 원자력법상 별도 근거와 부처 승인을 요구한다. 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 ‘오커스’의 핵잠 사례에서 보듯 이는 기술 협의가 아니라 최고위급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돼야 하며 그만큼 절차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에 대응한 대미 투자 방향은. “관세를 둘러싼 미국 내 사정은 복잡하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행정부는 같은 날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글로벌관세로 대체했다. 물가와 생활비가 중간선거 최대 쟁점이 된 상황에서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대미 투자는 총 3500억 달러 중 조선이 1500억 달러, 전략투자가 2000억 달러다. 조선은 우리 기업의 선제적 진출과 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으로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1호 프로젝트로는 텍사스 엔시날의 198억 달러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이 유력한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겨냥해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사업 성사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고 우리 투자에 상응해 관세 인하와 규제 완화, 발주 보장이 문서로 담보돼야 한다. 또 미 측이 제시한 투자 사업 후보 중 하나로 재활용, 즉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활용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미가 10년간 공동 연료주기 연구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해 온 분야로 양측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줄이는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올가을 한미안보협의회(SC M)에서 전작권 전환 로드맵을 확정한다는 데 대한 신중론도 있다. “한미 간 전작권 전환은 상당 기간 준비와 논의를 거쳐 왔으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도전 앞에서 지체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 군의 역량 확대와 미국의 동맹 지원 축소 추세에 부응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한미 협의를 통해 확정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우리 군의 주도적 역할과 미군의 지원 역할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시대적 부응을 조기에 달성하는 목표와 이를 위한 내실 있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한미동맹 관계를 더 견실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길 기대한다.” -미중 경쟁 속 공급망 확보 등 4강 외교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제언은. “지정학적 조건상 미중일러 4강에 정책 자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관세와 기술패권, 공급망 무기화로 전면화하면서 4강 틀 안에서만 움직이면 선택지가 줄어드는 역설이 있다. 다변화는 4강 대체가 아니라 대안을 가짐으로써 4강을 상대할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첫째,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의 지역 다변화다. 정부가 15개국 이상과 협력을 진행 중이나 양해각서 수준이어서 자원안보기금이나 비축 제도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와의 중견국 연대다. 인도와 아세안, 아중동, 중남미와 정상외교를 축적해 외교 안전망을 넓혀야 한다. 셋째, 다자 미들파워 플랫폼 활용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은 물론 AI 거버넌스처럼 새로운 영역에서 ‘규범 형성자’ 역할을 맡는다면 강대국 줄서기 압박에서 벗어날 완충지대를 확보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의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신임 이사장으로서 계획과 포부는. “1983년 설립된 세종연구소는 1989년 여야 합의를 통해 균형과 자율성을 갖춘 민간 공익연구소로 자리잡은 독특한 전통이 있다. 국제질서 전환기에 복합 도전에 대한 주도면밀한 대응과 실용외교 추진이라는 정책 수요에 부응한 정책 분석과 대안적 사고를 적시에 제공하고자 한다. 해외 싱크탱크와의 교류를 촉진하고 민관 1·5트랙 연구도 추진한다. AI, 원자력 등 우리 기업의 연구 수요에도 부응하려고 한다.” ■박노벽 이사장은 외무고시 13회로 38년간 미국,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 외교관 출신. 외교부 유럽국장, 에너지자원대사를 역임했고 2011~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대표로 활약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대사를 지낸 유일한 외교관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을 졸업했고 러시아 외교아카데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러 경제관계 30년사’, ‘국제정치적 시각’이 있다. 김미경 논설위원
  • 美, 한국 핵잠 길 열자 北 발끈…“한미일 핵동맹 됐다” [밀리터리+]

    美, 한국 핵잠 길 열자 北 발끈…“한미일 핵동맹 됐다” [밀리터리+]

    북한이 한국·미국·일본의 군사협력이 사실상 ‘핵동맹’으로 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원자력 협력 확대까지 추진하자 이를 새로운 핵 위협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맞서 동맹국의 자체 억지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오는 17일부터 시작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겨냥해 “핵동맹으로 변이되고 있는 한미일 3각 군사공조체제와 일본과 한국의 군사력 확충”이 훈련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새로운 수준의 위협에 새로운 수준의 억제력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안전보장 원칙”이라며 “대적 입장은 보다 명백히 표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군사훈련 등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달 6일과 12일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발사 목적이나 미사일 종류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UFS를 앞두고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대내외 매체에 모두 싣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번 UFS에는 야외기동훈련과 함께 드론·전자전·사이버전 등 현대전 양상을 반영한 훈련이 포함된다. 북한은 이를 두고 한미가 실제 군사적 대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례적·방어적 훈련이라는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별도의 군사논평원 글을 통해 미국의 핵전략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이 전술핵무기 활용 확대를 포함한 새로운 핵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안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반도가 미국 핵전략의 ‘최우선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어 “임의의 핵위협도 철저히 분쇄할 수 있는 자위적 핵 억제력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군사협력과 미국의 핵전력 운용,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하나의 위협으로 묶어 핵무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모습이다. 핵잠 승인·원자력 협력…한국에 넓어진 ‘핵의 문’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최근 빠르게 진전된 한미 간 핵추진·원자력 협력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잠수함 연료 조달 방안을 함께 협의하기로 했다. 한국도 지난 5월 ‘장보고-N’ 사업을 공식화하고 2030년대 중반 첫 핵추진잠수함 진수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지만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20% 미만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재래식 무장을 탑재한 공격잠수함을 국내에서 개발·건조한다는 구상이다.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미는 미국 법률과 양국 원자력협정 범위 안에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6월 서울에서 관련 후속 협의를 열고 농축·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문제 등을 다뤘다.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한미일 3각 협력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군사력 확충”을 따로 거론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군사적 압박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美 ‘혼자 막기’서 ‘동맹도 막기’로…북중러 겨냥 미국이 동맹국의 방위·산업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사전문매체 밀리타르니에 분석을 기고한 ‘솔리드 인포’(Solid Info)는 최근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동맹·파트너와 원자력 및 첨단 방위산업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모든 지역의 위협을 직접 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국이 스스로 더 많은 역할을 맡도록 군사·산업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을 압박하는 상황도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을 계속 늘리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장기간 잠항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산업 기반까지 활용해 억지력을 높일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 기술을 이전하거나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자력 협력은 평화적 이용과 현행 협정 범위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한국이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역시 핵무장이 아닌 추진체계의 변화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한미일의 핵전력 결속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달 들어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UFS를 앞두고 다시 ‘핵동맹’을 꺼내 든 만큼 한미일 확장억제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둘러싼 신경전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 첨단 원전 기술로 에너지 강국 도약을”[최광숙의 Inside]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 첨단 원전 기술로 에너지 강국 도약을”[최광숙의 Inside]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수명 다한 원전 개량해 사용해야원자력·화력 융합 발전소가 대안지금 에너지 강국 위한 ‘골든타임’독자 기술로 K-SMR 시대 열어야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원전은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반도체 공장 옆에 SMR 건설 가능한미, 글로벌 원전 시장 협력해야원자력협정 개정 ‘패키지 딜’ 주목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원전은 ‘주식’·재생에너지는 ‘간식’상생하는 ‘에너지믹스’ 구축 필요원자력 산업 세계적 경쟁력 갖춰원전정책 통합 위해 에너지부 신설인공지능(AI)시대의 성패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달려있다. 최근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과 맞물려 기존 재생에너지 중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역할을 전향적으로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원전 전문가인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좌담회를 갖고 원전의 경쟁력, 에너지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배순훈 AI는 전기를 먹는 하마다. 이런 AI시대 더구나 이란 전쟁으로 석유 가격이 상승하는 이 시점에 탈원전을 주장하던 정부가 원전으로 전향하겠다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까지 생각하면 급증하는 전기 수요의 해결책은 원자력 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는 안정되고 경제적인 원전에서 발전되는 전기로 생산 공정을 가동해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몇 년전 중국 정부가 시안에 반도체 등 첨단 공장을 유치하면서 약속한 것은 값싼 전기와 안정적인 물 공급이었다. 우리 정부도 호남지역 반도체 공장 유치와 더불어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장순흥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등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가 필수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등에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원전과 SMR이 유일하다. 무탄소 전원의 두 축인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황일순 원전은 ‘주식’, 재생에너지는 ‘간식’이라는 개념으로 같이 가야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근원도 원자력 반응에서 나온다. 재생에너지가 ‘자연산’ 원자력이라면, 땅속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양식’ 기술인 것이다. 두 에너지가 상생하는 에너지믹스를 구축해야 한다. -일각에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장 원전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 당시 31명이 유일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뿐이다. 경제성을 보면 원자력을 통한 전력 공급 단가는 신재생 및 화석에너지의 약 절반이나 3분의 1수준이다. 원자력 발전 단가는 kWh당 약 60원 정도인 반면, 신재생이나 화석에너지는 120~180원 수준이다. -정부는 대형 원전 2기(2037·38년 예정)와 SMR(2035년) 1기를 신설하기로 했다. 가동에 10여년 걸린다. 그 공백기 수요는어떻게 감당하나. 배 경제와 기후 대책으로, 수명을 다한 원전도 개량해서 수명을 늘려야 한다.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을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발전소’ 건설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원전로 출구에 LNG 가열기를 붙여 섭씨 300도 스팀을 500도까지 올릴수 있다. 수명을 다한 한빛 원전 1호기를 이렇게 개조하면 현 95만 kW를 130만 kW로 증가 시킬 수 있다. 수명을 다한 원전을 적은 비용으로 1~2년 개조 보수하면 온실 가스 발생은 대폭 감소하고 원래 원전 용량보다 30~ 40만 kW 전력이 추가로 나온다. 수명을 다한 기존 원자로들도 폐기하지 말고 이렇게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황 우리나라는 원전을 추가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에 불과하다. 미국은 최초 설계수명 40년이 지난 후 20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설비개선이 가능해 최대 8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 최근 100년까지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장 우리나라는 2040년 최대 전력 수요가 138.2GW로 예측돼 이전 전망치보다 무려 8.9GW(대형 원전 37기 분량)나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대형원전의 인허가와 건설 절차(13년 11개월 소요)가 너무 길다.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원전했던 많은 나라들이 다시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황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침체되었던 원자력산업을 빠르게 되살리고 있다. AI시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를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약 400GW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계획을 세웠다. 벨기에, 스위스 등도 원전을 다시 하겠다고 한다. 배 독일은 탈원전으로 제조업 침체 등 큰 타격을 받았다. 독일도 프랑스와 같이 지금 다시 원전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탈원전으로 전직하거나 은퇴한 기술자들 대신 다시 신규 기술자들을 훈련해 현장에 투입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제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어떤가. 황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발목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미 전략투자로 미국에 자국의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원자로 농축과 재처리 체제를 확립해 SMR에 활용되는 핵심 연료인 고함량 저농축우라늄(HALEU) 공급 능력도 갖추고 핵연료 공급 능력이 전무한 한국의 기선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장 일본이 대미 투자로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미국의 전력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29조원 대미 투자 1호로 텍사스주에 가스화력발전소 짓기로 했는데, 미국의 원전 및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소형 원전인 SMR이 왜 중요해졌나. 배 기존 원전의 결점을 보완한 것이 SMR이다. 기존 대형원전 대비 건설 기간이 짧고,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며, 안정성도 강화됐다. 일반 원전보다 열효율도 높다. 4세대 SMR은 사용후핵연료도 다시 재활용하기 때문에 폐기물도 대폭 감소한다. 보통 원자로는 한번 연료를 넣으면 18개월 가동하지만 이 SMR은 재충전 없이 20,30년,60년 돌아간다. 한국은 조선 강국인데 핵추진잠수함, 대형 선박 동력인 디젤 엔진 대신에 SMR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번 설치하면 연료 재충전 없이 60년까지도 갈 수 있다. 황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SMR 열풍이 불었다. 현재 경수형 SMR을 이어 미국·유럽·러시아·중국 등은 비경수형 SMR 개발에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비경수형은 원자로 냉각재로 물(경수) 대신 액체 나트륨(소듐), 헬륨 가스, 용융염 등을 사용하는 차세대 SMR이다. 핵연료 연비를 대폭 높여 자원과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 유럽연합이 지속적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수형 뿐만 아니라 비경수형 SMR 개발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지만 안전한 납냉각고속로(LFR)는 소듐고속로(SFR), 녹인 소금인 용융염고속로(MSR)중심의 국가정책에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장 SMR은 그 자체로 유망한 신산업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긴 송전선로 없이도 AI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바로 옆에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7월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SMR 협력각서(MOC)를 체결한 것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원천 기술력, 한국의 뛰어난 제조·시공력, 일본의 핵심 소재 경쟁력이 결합해 글로벌 원전 표준을 선점하자는 의미와 함께 지정학적 안보 동맹 성격도 있다.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핫이슈로 부상했다. 배 원전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은 NPT 협정으로 한국에 대해 이것도 저것도 인가를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기술자를 스카웃 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규제를 받지 않아 많은 실험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 장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미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원전 10기 동시 건설’ 구상은 한국의 압도적인 건설 시공 역량과 미국의 설계 표준 인증력을 결합하는 강력한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원자력 산업 발전의 족쇄가 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도 패키지 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에너지 강국으로 가기 위한 과제는. 배 에너지 강국이란 에너지 원료 수입을 적게하고 에너지 기기를 수출하는 나라다. 지금이 에너지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면서 K-pop, 반도체 강국이 된 것처럼 전력이 가장 중요한 AI시대 에너지 강국이 된다면 제조업, 건설업의 획기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원전 기술의 국산화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을 뛰어넘는 우리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 SMR 역시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K-SMR시대를 열어야 한다. 장 대형 원전은 검증된 시공능력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 플랜트 수출을 주도해야 한다. 정해진 예산과 기한 내 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 밖에 없다. SMR은 미래 시장 선점 및 산업단지 맞춤형 분산전원을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흔들려 대형 프로젝트가 백지화되거나 표류하지 않도록 정책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황 한국은 에너지 리더 국가가 될 수 있다.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안하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고, 원자력 산업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이 차세대 원전으로 세계 시장 입지를 다지려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부, 과기정통부로 나누어진 원자력 정책을 에너지부로 신설해 통합할 필요가 있다. ■배순훈 전 장관은 MIT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카이스트 설립 멤버로 학계에서 출발해 대우그룹 기술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 후 김대중 정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IT 강국을 이끌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중심추진위원장을 맡아 한국투자공사 설립을 건의했다. 현재 카이스트발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순흥 총장은 MIT 원자력공학 박사 출신으로 원전 및 원자력 안전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부총장을 지낸 뒤 한동대 총장을 거쳐 현재 부산외대 총장으로 있다. ■황일순 명예교수는 MIT 원자력공학 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지낸 원자력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MicroURAN US를 설립해 차세대 소형원자로인 납냉각고속로를 개발중이다. 최광숙 대기자
  • AI시대 전력수요 폭증...첨단 원전기술로 에너지강국 도약을 [최광숙의 Inside]

    AI시대 전력수요 폭증...첨단 원전기술로 에너지강국 도약을 [최광숙의 Inside]

    인공지능(AI)시대의 성패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달려 있다. 최근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과 맞물려 기존 재생에너지 중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역할을 전향적으로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원전 전문가인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좌담회를 갖고 원전의 경쟁력, 에너지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원전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들인지라 질문도 하기 전에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쏟아냈다. 좌담이 끝난 뒤에도 개별적으로 못다한 이야기와 자료들을 이메일 등으로 계속 보내왔다. 배 전 장관과는 별도 추가 인터뷰도 가졌다.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수명 다한 원전 개량해 사용해야원자력.화력 융합 발전소가 대안지금 에너지 강국 위한 ‘골든타임’독자 기술로 K-SMR 시대 열어야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배순훈 AI는 전기를 먹는 하마다. 이런 AI시대 더구나 이란 전쟁으로 석유 가격이 상승하는 이 시점에 탈원전을 주장하던 정부가 원전으로 전향하겠다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까지 생각하면 급증하는 전기 수요의 해결책은 원자력 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는 안정되고 경제적인 원전에서 발전되는 전기로 생산 공정을 가동해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몇 년전 중국 정부가 시안에 반도체 등 첨단 공장을 유치하면서 약속한 것도 값싼 전기와 안정적인 물 공급이었다. 우리 정부도 호남지역 반도체 공장 유치와 더불어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장순흥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등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가 필수다.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태양광은 하루 몇 시간 정도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24시간 연속 가동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단지에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원전과 SMR이 유일하다. 무탄소 전원의 두 축인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황일순 AI시대 에너지의 핵심은 원자력이다. 원전은 ‘주식’, 재생에너지는 ‘간식’이라는 개념으로 같이 가야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근원도 원자력 반응에서 나온다. 재생에너지가 ‘자연산’ 원자력이라면, 땅속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양식’ 기술인 것이다. 두 에너지가 상생하는 에너지믹스를 구축해야 한다.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원전은 재생에너지 ‘변동성’보완반도체 공장 옆에 SMR 건설 가능한미, 글로벌 원전 시장 협력해야원자력협정 개정 ‘패키지 딜’ 주목 -일각에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장 원전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 당시 31명이 유일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뿐이다. 경제성을 보면 원자력을 통한 전력 공급 단가는 신재생 및 화석에너지의 약 절반이나 3분의 1수준이다. 원자력 발전 단가는 kWh당 약 60원 정도인 반면, 신재생이나 화석에너지는 120~180원 수준이다. -정부는 대형 원전 2기(2037·38년 예정)와 SMR(2035년) 1기를 신설하기로 했다. 가동에 10여년 걸린다. 그 공백기 수요은 어떻게 감당하나. 배 경제와 기후 대책으로, 수명을 다한 원전도 개량해서 수명을 늘려야 한다.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을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발전소’ 건설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원전로 출구에 LNG 가열기를 붙여 섭씨 300도 스팀을 500도까지 올릴 수 있다. 수명을 다한 한빛 원전 1호기를 이렇게 개조하면 현 95만 kW를 130만 kW로 증가 시킬 수 있다. 수명을 다한 원전을 적은 비용으로 1~2년 개조 보수하면 온실 가스 발생은 대폭 감소하고 원래 원전 용량보다 30~ 40만 kW 전력이 추가로 나온다. 수명을 다한 기존 원자로들도 폐기하지 말고 이렇게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황 우리나라는 원전을 추가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에 불과하다. 미국은 최초 설계수명 40년이 지난 후 20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설비개선이 가능해 최대 8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 최근 100년까지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장 우리나라는 2040년 최대 전력 수요가 138.2GW로 예측돼 이전 전망치보다 무려 8.9GW(대형 원전 37기 분량)나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대형원전의 인허가와 건설 절차(13년 11개월 소요)가 너무 길다.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원전했던 많은 나라들이 다시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황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침체되었던 원자력산업을 빠르게 되살리고 있다. AI시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를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약 400GW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계획을 세웠다. 벨기에, 스위스 등도 원전을 다시 하겠다고 한다. 배 독일은 탈원전으로 제조업 침체 등 큰 타격을 받았다. 독일도 프랑스와 같이 지금 다시 원전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탈원전으로 전직하거나 은퇴한 기술자들 대신에 다시 신규 기술자들을 훈련해 현장에 투입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제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어떤가. 황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발목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미 전략투자로 미국에 자국의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원자로 농축과 재처리 체제를 확립해 SMR에 활용되는 핵심 연료인 고함량 저농축우라늄(HALEU) 공급 능력도 갖추고 핵연료 공급 능력이 전무한 한국의 기선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장 일본이 대미 투자로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미국의 전력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29조원 대미 투자 1호로 텍사스주에 가스화력발전소 짓기로 했는데, 미국의 원전 및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배 일본이 미국에서 SMR 건설에 나선다는 것은 원전 기술자들을 모아서 향후 원전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다. 일본이나 독일은 과거 우리보다 원전 기술이 앞섰던 나라다. 탈원전으로 원전 기술자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원전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이긴 하나 이렇게 원전 산업에 뛰어들면 향후 우리나라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원전은 ‘주식’ 재생에너지는 ‘간식’상생하는 ‘에너지믹스’ 구축 필요원자력 산업 세계적 경쟁력 갖춰원전정책 통합 위해 에너지부 신설 -소형 원전인 SMR이 왜 중요해졌나. 배 기존 원전의 결점을 보완한 것이 SMR이다. 기존 대형원전 대비 건설 기간이 짧고,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며, 안정성도 강화됐다. 일반 원전보다 열효율도 높다. 4세대 SMR은 사용후핵연료도 다시 재활용하기 때문에 폐기물도 대폭 감소한다. 보통 원자로는 한번 연료를 넣으면 18개월 가동하지만 이 SMR은 재충전 없이 20,30년,60년 돌아간다. 한국은 조선 강국인데 핵추진잠수함, 대형 선박 동력인 디젤 엔진 대신에 SMR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번 설치하면 연료 재충전 없이 60년까지도 갈 수 있다. 황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SMR 열풍이 불었다. 현재 경수형 SMR을 이어 미국·유럽·러시아·중국 등은 비경수형 SMR 개발에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비경수형은 원자로 냉각재로 물(경수) 대신 액체 나트륨(소듐), 헬륨 가스, 용융염 등을 사용하는 차세대 SMR이다. 핵연료 연비를 대폭 높여 자원과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 유럽연합이 지속적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수형 뿐만 아니라 비경수형 SMR 개발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지만 안전한 납냉각고속로(LFR)는 소듐고속로(SFR), 녹인 소금인 용융염고속로(MSR)중심의 국가정책에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비경수형 SMR정책 수립시 LFR을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장 SMR은 그 자체로 유망한 신산업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긴 송전선로 없이도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바로 옆에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7월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SMR 협력각서(MOC)를 체결한 것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원천 기술력, 한국의 뛰어난 제조·시공력, 일본의 핵심 소재 경쟁력이 결합해 글로벌 원전 표준을 선점하자는 의미와 함께 지정학적 안보 동맹 성격도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안도 시급한 과제다. 장 한빛(2030년, 포화율 84.5%)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 고리(2032년) 등 원전 내임시 저장시설의 포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지 선정에만 최대 13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부지 선정 절차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가 주력해온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플루토늄을 순수 분리하지 않고 회수해 재활용하고 폐기물 부피 등을 줄일 수 있다. 황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 현재의 경수형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을 하더라도 재생된 핵연료를 국내 원전에서 태우지 못한다. 반면 비경수형 고속로는 파이로프로세싱후의 재생 핵연료를 잘 태울 뿐 아니라 연료를 더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핫이슈로 부상했다. 배 원전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은 NPT 협정으로 한국에 대해 이것도 저것도 인가를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기술자를 스카웃 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규제를 받지 않아 많은 실험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 장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미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원전 10기 동시 건설’ 구상은 한국의 압도적인 건설 시공 역량과 미국의 설계 표준 인증력을 결합하는 강력한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원자력 산업 발전의 족쇄가 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도 패키지 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황 2035년 한미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필히 성공시켜야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에너지 강국으로 가기 위한 과제는. 배 에너지 강국이란 에너지 원료 수입을 적게하고 에너지 기기를 수출하는 나라다. 지금이 에너지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면서 K-pop, 반도체 강국이 된 것처럼 전력이 가장 중요한 AI시대 에너지 강국이 된다면 제조업, 건설업의 획기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AI기술을 활용해 원전을 짓는다면 건설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건설비도 절반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원전 기술의 국산화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을 뛰어넘는 우리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 SMR 역시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K-SMR시대를 열어야 한다. 장 대형 원전은 검증된 시공능력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 플랜트 수출을 주도해야 한다. 정해진 예산과 기한 내 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 밖에 없다. SMR은 미래 시장 선점 및 산업단지 맞춤형 분산전원을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흔들려 대형 프로젝트가 백지화되거나 표류하지 않도록 정책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황 한국은 에너지 리더 국가가 될 수 있다.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안하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고, 원자력 산업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차세대 원전으로 세계 시장 입지를 다지려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부, 과기정통부로 나누어진 원자력 정책을 에너지부로 신설해 통합할 필요가 있다. ■배순훈 전 장관은 MIT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카이스트 설립 멤버로 학계에서 출발해 대우그룹 기술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 후 김대중 정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IT 강국을 이끌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중심추진위원장을 맡아 한국투자공사 설립을 건의했다. 현재 카이스트발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순흥 총장은 MIT 원자력공학 박사 출신으로 원전 및 원자력 안전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부총장을 지낸 뒤 한동대 총장을 거쳐 현재 부산외대 총장으로 있다. ■황일순 명예교수는 MIT 원자력공학 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지낸 원자력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MicroURAN US를 설립해 차세대 소형원자로인 납냉각고속로를 개발중이다.
  •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 “한미 동맹, 세계에서 가장 강력”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 “한미 동맹, 세계에서 가장 강력”

    1년 6개월간 공석이었던 주한미국대사 자리에 미셸 스틸 신임 대사가 30일 부임했다. 한미 간 통상·안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양국 간 협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계 첫 여성 주한미국대사인 미셸 스틸 대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만나 한국어로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자리에 다시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틸 대사는 “미국과 대한민국은 1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해 왔다”며 “우리의 동맹은 전쟁 속에서 맺어졌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이들의 피로 더욱 굳건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동맹은 흔들림 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거듭 그 가치를 입증해 왔다”며 “오늘날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스틸 대사는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저는 대한민국과 함께 협력해 철통같은 한미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린치핀)으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동맹 비전을 이어가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번영하는 동맹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다시 한국어로 “다시 이 땅에 서게 돼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임기를 마친 이후 주한미국대사는 공석이었다. 공석이 해소되면서 한미 간 현안을 조율할 핵심 외교 채널도 정상화됐다는 평가다. 스틸 대사는 통상 현안부터 우선적으로 다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 행정부와 의회는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가 차별적 조치라는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한미 간 협력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조만간 발표될 3500억 달러(약 503조원) 규모의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 논의도 마무리지어야 한다. 대북 정책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미측과 밀접한 소통을 이어가며 대북 상황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분야도 현안이 많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할 2차 안보협의는 당초 이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쿠팡 사태와 이란 전쟁 장기화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시절 보수 성향이 짙었던 스틸 대사가 미측 요구를 강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대사는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현안을 조율하는 자리”라며 “정치인과 행정부 인사로서의 언행은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 “핵무기 개발 없다”…8000t급 핵잠 3척, 美·IAEA 문턱 넘을까 [밀리터리+]

    “핵무기 개발 없다”…8000t급 핵잠 3척, 美·IAEA 문턱 넘을까 [밀리터리+]

    정부가 8000t급 핵추진잠수함 3척을 확보하고자 국내 사업 절차를 대폭 줄이는 특별법 제정에 나선다. 그러나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연료 확보와 비확산 검증은 국내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국형 핵잠수함이 실제로 바다에 뜨려면 미국과의 핵연료 협상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안전조치 협의라는 두 국제 관문을 넘어야 한다. 2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의 획득·운영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조만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특별법안은 핵잠수함 사업의 첫 번째 기본원칙으로 “핵무기의 개발·제조·보유 또는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핵물질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하거나 국제 비확산 체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정부는 지난 5월 핵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 원칙을 국내법에 담아 국제사회의 우려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지만 핵무기를 반드시 탑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물질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민간 원전과 다른 국제 비확산 문제가 뒤따른다. 법안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IAEA 등 국제기구의 확인 절차에 협조한다는 원칙도 담겼다. 방사성 물질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고 핵잠수함용 원자로의 안전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내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특례도 마련했다. 핵잠수함 사업을 대형 무기체계 획득 전 의무적으로 거치는 사업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기간도 단축하고, 방위사업 계약의 원가 산정 규정도 일반 사업과 다르게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핵추진잠수함전략위원회’도 설치한다. 국방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고 해군참모총장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전략위원회는 관련 시설의 설치 지역과 재원 조달 등 주요 사안을 심의한다. 국내 절차 줄여도 핵연료는 미국과 협의 특별법이 국내 행정 절차를 줄일 수는 있지만 핵연료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한국은 ‘장보고 N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일 한미 양국이 서울에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원자력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당시 협의에서 민간·상업적 목적의 농축과 재처리를 주로 다뤘다. 다만 로이터는 핵잠수함처럼 핵물질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면 미국법에 따라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당국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은 민간 원자력 협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핵잠수함용 연료 문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지난 5월 26일에도 한국이 2030년대 중반 첫 핵잠수함 진수를 추진한다며 이 사업이 북한의 잠수함발사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해저 군비경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핵연료를 확보하는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이 연료를 직접 제공할지, 제3국을 통한 공급 방식을 택할지, 한국에 제한적인 농축 권한을 허용할지에 따라 사업 일정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특별법안에 핵물질 확보나 국제 협상이 늦어질 경우 계약 기간과 금액, 조건을 사후에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선체와 원자로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연료 협상이 늦어지면 건조와 시험 일정은 함께 밀릴 수 있다. 국내 획득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과 별개로 미국과의 협의가 한국형 핵잠수함 사업의 첫 번째 국제 관문인 셈이다. 바닷속 핵물질 어떻게 검증하나 IAEA와의 검증 방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간 원전은 핵물질의 위치와 사용량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핵잠수함은 장기간 바닷속에서 작전한다. 군사 기밀이 적용되는 함정 내부에 국제 사찰단이 자유롭게 접근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핵잠수함에 투입한 핵물질이 핵무기 개발 등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출항 당시와 귀항 이후 핵물질의 양을 확인하면서도 잠수함의 작전과 설계 정보는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핵보유국과 달리 한국은 NPT상 비핵보유국이다. 비핵보유국이 핵잠수함을 도입한 전례가 많지 않아 한국과 IAEA가 마련할 검증 방식은 향후 다른 국가의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법안에 “핵무기의 개발·제조·보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런 비확산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면 고농축우라늄보다 확산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핵물질 관리와 검증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8000t급 핵잠수함 3척을 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선도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국내 연구개발과 계약 절차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핵연료 확보와 IAEA 검증 방식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면 전체 일정도 흔들릴 수 있다. 한국형 핵잠수함의 진수 시점은 국내 조선소의 건조 능력뿐 아니라 미국과 국제기구를 상대로 한 협상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사설] 사우디 우라늄 농축 길 터준 美… 한미 안보협의도 속도를

    [사설] 사우디 우라늄 농축 길 터준 美… 한미 안보협의도 속도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사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잠재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의 원자력협정을 공식 승인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앞으로 건설할 원전에 자체적인 연료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이 같은 협정을 체결하는 데는 사우디 원전시장을 선점하고 사우디에 원전을 제공하려던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핵 비확산’을 강조해 온 미국이 지금까지 원자력 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사례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사우디와의 이번 협정도 중동 내 핵확산과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란 핵무기 저지를 명분으로 이란 전쟁을 일으킨 미국이 사우디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건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번 협정을 통해 사우디를 미국 주도의 안보질서에 묶어 두고, 원자로 설계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원전업체의 사우디 진출을 돕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합의했다. 그 후속 협의를 위한 회의가 지난달 초 서울에서 처음 열렸지만, 아직 2차 회의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원전 기술을 가진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사우디 간 원자력 협정과는 여건상 차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한미 간 원자력 협정 개정이나 별도 협정 체결의 추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절실히 원하고 있는 해군력 강화를 위한 조선업 협력(마스가 프로젝트)과 미국산 무기 추가 구매, LNG 장기구매와 원전·소형모듈원전(SMR) 협력 확대 등을 ‘패키지 딜’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쿠팡 사태와 개정 정보통신망법 등 통상 분야 갈등요인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 “한국에 맡기면 美도 이득입니다”…‘우라늄 농축’ 50년 장벽 흔들리나 [배틀라인]

    “한국에 맡기면 美도 이득입니다”…‘우라늄 농축’ 50년 장벽 흔들리나 [배틀라인]

    김지훈 한미 원자력협력TF 부대표 링크드인 글“美 SMR 핵연료 확보, 韓에 농축권한 주면 해결”정부가 미국과의 우라늄 농축 협상에서 기존 공급망 논리를 한 단계 확장했다. 그동안 러시아·중국 의존을 줄이는 핵연료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한국의 민수용 농축 역량이 미국의 첨단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공급망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김지훈 한미 원자력협력 태스크포스(TF) 부대표는 9일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한미가 핵연료 협력을 강화하면 SMR 도입과 양국의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에 부합하는 우라늄 농축 역량 확대도 협의하고 있다”며 “민수용 농축 역량 확보에 합의하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농축우라늄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이다. HALEU는 우라늄-235 농축도가 5%를 넘고 20%에는 못 미치는 저농축우라늄이다. 작은 노심으로 더 오래 운전할 수 있어 미국에서 개발 중인 여러 첨단 원자로의 핵심 연료로 꼽힌다. 김 부대표는 “HALEU는 더 작은 노심과 긴 연료 교체 주기를 가능하게 하지만 상업적 공급이 제한돼 SMR 도입의 병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원자력협력 TF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 미국과 협상하는 조직이다. 원자력 자립에 필수적인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50년 넘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돼 한국도 원칙적으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이라는 게 정부와 원자력업계의 시각이다. 재처리는 아예 불가능하다. 美 첨단 원자로용 HALEU 공급 부족2030년까지 40t 필요…생산 1t 안팎러시아 의존 낮추려 서방 공급망 확대미국 에너지부(DOE)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미국의 여러 비경수로형 첨단 원자로와 일부 차세대 SMR은 HALEU를 연료로 사용한다. 다만 모든 SMR이 HALEU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수로형 SMR은 5% 이하 일반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한다. HALEU 부족은 SMR 산업 전체보다 이를 채택한 첨단·비경수로형 원자로의 병목에 가깝다. DOE는 첨단 원자로 도입을 위해 2030년까지 40t이 넘는 HALEU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센트러스에너지가 오하이오주 피케턴 시설에서 생산한 물량은 2025년 중반 기준 누적 1t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러시아 의존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 농축역무의 약 44%를 담당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HALEU 공급망에 7억 달러를 투입하고 영국·프랑스·일본·캐나다 등과 농축·변환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상 농축엔 美 사전 동의 필요제3국 SMR 협력 성과가 농축 협상 신뢰 좌우한국은 원전 설계·건설과 운영, 핵연료 가공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민수용 우라늄 농축은 여전히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 아래에서는 미국산 핵물질·장비·기술과 관련된 농축이나 재처리를 추진하려면 미국의 사전 동의와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15년 협정 개정으로 연구개발 목적의 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에 일부 여지가 생겼다. 2025년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자국 법률과 양국 협정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절차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당장 상업적 농축을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협상의 목표가 공식 문서에 명시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는 여기에 미국의 산업적 필요를 결합했다. 한국이 민수용 농축 역량을 확보하면 미국은 첨단 원자로용 연료 공급처를 늘리고, 한국은 원전 수출에서 연료 공급까지 경쟁력을 넓힐 수 있다. “한국에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한국을 공급망에 편입하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제안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 7일 체결된 한미일 SMR 협력각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협력 실적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국은 제3국 SMR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과 금융·기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축 협상과 직접 연계된 합의는 아니지만 한국이 미국·일본과 제3국 SMR 사업에서 성과를 낼수록 공급망 파트너로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한국의 민수용 농축 역량이 미국 SMR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태평양 원전·SMR 시장을 함께 공략할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미국이 이를 비확산 부담보다 동맹 공급망의 자산으로 받아들일지가 한미 원자력협상의 다음 쟁점이다.
  • “핵잠 팔지도 못한다더니”…美상원, 한국과 협력 지지했다 [밀리터리+]

    “핵잠 팔지도 못한다더니”…美상원, 한국과 협력 지지했다 [밀리터리+]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을 두고 미국 안보 전문매체에서 회의론이 제기된 가운데,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한국과의 잠수함 제조 협력 자체에는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고문 차원의 반대론과 달리, 의회 차원에서는 협력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용과 핵확산 위험을 따져보겠다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 핵잠 논의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찬반 논쟁을 넘어, 미국이 어떤 조건으로 어디까지 협력할 것인가의 단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과 관련한 한미 협력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군사위는 보고서에서 “한국과의 잠수함 제조에 관한 양자 협력을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미 국방부 장관에게 국무장관과 협력해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제출 시한은 2027년 2월 1일이다. 앞서 미국 안보 전문매체 워온더록스는 지난 15일 한국 핵잠 사업에 대한 회의론을 담은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핵추진잠수함은 상선, 재래식 잠수함, 수상함과 다른 산업 생태계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핵추진 체계와 원자로 설계, 핵연료 관리, 규제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또 핵잠수함은 수출이 사실상 어려운 전략자산에 가까워 한국 방산의 강점인 빠른 납기와 수출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협력은 지지”…승인은 아니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 나온 신호는 달랐다. 상원 군사위는 한미 잠수함 제조 협력 자체를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한국 핵잠 사업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지지는 곧 승인이나 백지수표를 뜻하지 않는다. 상원 군사위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함께 한국 핵잠 개발에 대한 양국 협력 범위를 정의하라고 요구했다. 또 한국이 핵잠을 획득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과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평가하라고 했다. 보고서에는 비용 문제도 포함됐다. 상원 군사위는 한국이 핵잠 함대를 배치하는 데 들어갈 비용과, 이 비용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노력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라고 지시했다. 한국의 핵잠 획득과 관련한 핵확산 위험 평가도 요구했다. 핵심 쟁점은 연료다. 핵추진잠수함은 핵무기를 싣지 않더라도 원자로와 핵연료를 사용한다. 한국이 미국산 우라늄을 군사 목적 핵잠 연료로 쓰려면 한미 원자력협정 또는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의회가 이 부분을 신중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핵잠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과 신형 잠수함 개발에 대응할 수단이라고 본다. 디젤 잠수함과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을 할 수 있어 적 잠수함을 더 오래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다. 북한 잠수함 전력이 고도화할수록 한국 해군의 수중 감시 능력도 커져야 한다는 논리다. 中 견제까지 얽힌 한미동맹 변수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항목도 특별관심사항으로 포함됐다. 한국 핵잠 협력과 직접 같은 항목은 아니지만, 미 의회가 한반도 안보 현안을 중국 견제와 동맹 역할 조정의 틀에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 핵잠은 단순한 무기 사업이 아니다. 북한 대응뿐 아니라 중국 해군력 확대, 인도·태평양 수중 전력 균형, 한미동맹 역할 분담과도 맞물린다. 그래서 상원 군사위는 협력 자체에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도 비용, 전작권, 핵확산 위험을 동시에 따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방산업계도 핵잠 사업을 단순한 수출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핵잠은 해외 판매보다 국가 전략자산 확보와 첨단기술 축적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때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들어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기술 기반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한국 핵잠 사업의 관건은 “만들 수 있느냐”보다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협력하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미 상원은 협력에 문을 열어뒀지만, 동시에 엄격한 검증표도 내밀었다. 한국 핵잠은 이제 반대론과 기대론을 넘어 미국 의회의 조건부 심사대에 오른 셈이다.
  • 한미, 한국형 핵잠 본격 논의… 국내서 건조하고 핵연료는 수입할 듯

    한미, 한국형 핵잠 본격 논의… 국내서 건조하고 핵연료는 수입할 듯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안보 분야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가 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안보 분야 협력 구상을 발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한미 범정부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외교부 청사에서 후속 협의를 위한 킥오프(발족) 회의를 개최했다. 양측은 3일까지 한국의 핵잠 건조와 핵연료 조달,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를 다룬다. 한국 측에서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을 중심으로 국방부·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범정부 대표단을 구성했다. 미측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아이번 캐너패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수석국장, 데이비드 와일레즐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크리스토퍼 클레인 국무부 군비통제·비확산 부차관보, 매슈 나폴리 국가핵안보청(NNSA) 부청장,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 대사대리 등이 참석했다. 이날에는 핵잠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3일에는 한미 원자력협정 관련 사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핵잠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핵잠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 같은 경우 미국에서 수입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핵잠과 농축·재처리 분야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꾸린 상태다. 하지만 이날 협의는 팀을 나누지 않고 한 자리에서 진행됐다. 미 국가핵안보청이 군사용·민간용 핵연료를 모두 담당하는 등 관련 부처 간 업무가 중첩되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후커 차관은 이날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을 차례로 만나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후커 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 가을 양국 정상들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한미 양자 핵협력 구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한미 실무그룹 논의를 시작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수년간 한미 관계 전반에서 지속적인 진전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트럼프, 한국에 핵무기 배치해야”…美전문가들 섬뜩한 주장, 배경은? [밀리터리+]

    “트럼프, 한국에 핵무기 배치해야”…美전문가들 섬뜩한 주장, 배경은? [밀리터리+]

    미국 안보 전문가들이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안보 전문가인 카일 발저와 로버트 피터스는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미국이 한국 그리고 점진적으로 일본에 핵전력을 재배치함으로써 불안해하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일상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동아시아에 대한 저위력 핵 공격을 위해 설계된 정밀 미사일을 포함한 핵무기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동맹국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미국의 국방 공약에 대한 신뢰성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매우 커서 많은 한국인이 자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해당 칼럼에는 한국 국민의 약 70%가 자국에 자체적인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정부 고위 관리들조차 이러한 의견에 동조해 왔다는 주장이 담겼으나 구체적인 근거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급한 전술핵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토 모델을 한국에 적용, B61 전술 핵폭탄 적합”발저와 피터스는 칼럼에서 “동아시아의 ‘핵댐’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년 안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전구 핵전력을 배치하고 점진적으로 일본에도 배치를 늘려감으로써 불안해하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나토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관리하에 B61 전술 핵폭탄을 자국 영토에 배치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다음 단계로 한국을 핵 공유 체제에 편입시켜 미국이 위기 또는 전시 상황에서 한국의 F-35A 전투기가 B61을 탑재하도록 인증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61은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공중 투하형 핵폭탄으로 전투기나 폭격기가 목표 상공까지 운반한 뒤 투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두 전문가는 미국이 B61 전술 핵폭탄을 한국 기지에 저장하고 미군이 통제권을 유지하는 나토식 핵공유 모델을 한국에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핵무기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핵무기를 한국에 전진 배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들은 한국에 먼저 전술핵을 재배치한 뒤 일본까지 확대해야 중국이 전쟁을 시도할 유인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전쟁 가능성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칼럼에서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의 악화되는 군사적 균형을 안정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해야 한다. 시작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전술핵 재배치는 비핵화 원칙 훼손”현재 우리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비핵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2년 11월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론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강력한 확장억제력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는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에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만약 핵무장을 하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제·국제 제재가 바로 뒤따르는데 우리가 견뎌낼 수가 있겠느냐”며 “국민이 핵무장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제재받고 북한처럼 된다는 것을 왜 모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건조 및 연료 공급을 요청하면서도,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해당 칼럼을 실은 카일 발저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연구원으로, 미국의 핵전략과 핵억제 이론, 전략무기 정책 등이 전문 분야다. 또 다른 저자인 로버트 피터스는 미국 보수 진영의 주요 정책을 연구하는 미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국가안보센터에서 선임연구원 및 부소장으로 활동한다.
  • 내일 ‘핵잠 건조’ 한미 협의체… 변수는 건조 장소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안보 분야 후속 협의체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는 2~3일 서울에서 팩트시트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킥오프(발족) 회의를 연다. 한국은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으로 범정부 대표단을 구성했다. 미국 측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전쟁부 등이 대표단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에 합의했다. 이후 양측은 이란 전쟁과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쿠팡 문제 등으로 논의가 지연됐다. 지난 19일 박 차관이 미 워싱턴DC에서 후커 차관을 만난 것을 계기로 다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지난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대 후반 해군에 1호 핵잠 배치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정부는 한국에서 핵잠을 개발·건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는 핵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민수용에 제한하고 있어 핵잠과 같은 군사용 원자로 운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
  • 한국형 핵잠, 드디어 출발선에… 미국 대표단 수주 내 방문 예고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협의가 본격화된다. 미국이 조만간 범정부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멈춰 있던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나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 자료)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팩트시트를 조속히 이행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 안보 분야 이행을 위한 킥오프(출범)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후커 정무차관은 수주 내 미측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합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양자 실무협의체(워킹그룹)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의 우선순위가 이란 전쟁과 미중 정상회담으로 옮겨가면서 논의가 멈췄다. 한국의 대미투자 지연과 쿠팡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중 최근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예정되면서 안보 협의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협의체가 출범하면 핵잠과 원자력협정 개정 등 분야별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동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핵잠 도입을 위한 내부 준비에도 착수했다. 해군은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핵잠 소요제기서를 제출했다. 또 정부는 구체적인 도입 시간표와 비확한 체제 준수 방안 등을 담은 ‘한국형 핵잠 기본계획’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자 프로젝트 발표가 지연되거나 쿠팡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 미측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와 달리 국무부 설명자료에는 “후커 차관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 보장과 시장 접근 장벽의 신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핵잠 도입 진통 속 외교 1차관 미국행… ‘1호 투자’ 불씨로 안보 협력 총력전

    핵잠 도입 진통 속 외교 1차관 미국행… ‘1호 투자’ 불씨로 안보 협력 총력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한미 안보 현안 협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미국을 찾아 고위급 협의에 들어갔다. 다음 달 발표가 예상되는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계기로 멈춰 있던 안보 협의에 동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차관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미 양자 간 제반 이슈 점검 및 협의 차 왔다”며 “지역 정세에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지역적 문제나 글로벌 문제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19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 20일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다. 특히 핵잠 도입 협의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한미는 앞서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핵잠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지지부진한 대미 투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음 달 중순쯤 1호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발표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차관은 “우리 경제 부서에서도 아주 상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안보 및 외교 부서에서도 힘을 합쳐 서로서로 추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미국 측에 팩트시트 이행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11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조속한 핵잠 논의를 요청했다. 박 차관은 이밖에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중동 정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 한미 안보 협상 교착 속 외교차관 방미…핵잠 논의 속도 붙나

    한미 안보 협상 교착 속 외교차관 방미…핵잠 논의 속도 붙나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안보 분야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고위급 협의를 이어간다. 외교부는 15일 “박윤주 1차관은 오는 18~21일 미국을 방문해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등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팩트시트 후속조치 등 한미 간 현안, 지역 및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합의하고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동 전쟁과 대미 투자 지연 등의 문제로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당초 미측은 범정부 협상단을 꾸려 지난 2월 방한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 날짜가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연이은 고위급 논의로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1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렸던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안규백 장관은 “안보 사안은 경제 문제와 다른 트랙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 등을 감안하더라도 조속히 실무협의를 개최해야 하지 않느냐는 데 미국측과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이번 고위급 협의는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핵잠 도입의 기본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구체적인 핵잠 건조 시간 계획 등을 담은 기본계획안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사설] 선박 피격에 파병 압박… 다자 협력 채널 통해 출구 모색을

    [사설] 선박 피격에 파병 압박… 다자 협력 채널 통해 출구 모색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정박 중인 한국 해운사 HMM의 화물선에 그제 폭발에 이은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은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갇힌 민간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탈출할 수 있도록 군용기와 군함으로 호위하는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개시한 날이다. 맞대응을 천명한 이란의 공격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이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의한 피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한국을 콕 집어 파병을 또 공개 압박한 것이다.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과 160명의 한국인 선원들이 두 달째 갇혀 있다. 한국이 물리적 공격의 피해자가 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대놓고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유럽을 겨냥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자동차 관세 인상이라는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쿠팡 차별 문제 등을 빌미 삼아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의를 지연시켜 왔다. 여기에 군사적 기여와 안보·통상 현안을 연결해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이 성공할 경우 2000여척에 이르는 해협 대기 선박 중에서 우리 선박들이 ‘우선 구출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의 요청대로 직접 파병을 하기에는 이란의 보복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 전력을 파견하는 데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해 제안한 ‘해양자유연합’ 참여 방식을 긴밀히 협의하면서 독자적 우회 항로 등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 전력 투입은 하지 않더라도 정보 공유, 연락장교 파견 등 비전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유럽연합(EU), 호주, 인도, 캐나다 등 중견국들과의 다자 간 협력을 통해 해상수송로 보호의 주체로 참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협 재개방을 위한 다국적 논의에서 실질적 기여 방안을 찾는 것은 의미가 크다. 미군 작전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선박들에 출구가 닫히지 않도록 이란 측과도 적극적인 물밑 소통을 이어 갈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온 일본의 유조선 사례를 적극 참고했으면 한다. 우리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고 전후 중동 지역 재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해 이란을 설득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 “핵잠 한미 합의, 되돌릴 수 없게 트럼프 정부 때 진척시켜야” [김미경의 다른 시선]

    “핵잠 한미 합의, 되돌릴 수 없게 트럼프 정부 때 진척시켜야” [김미경의 다른 시선]

    한미 관세 협상·후속 협의3500억弗 美투자 日보다 좋은 조건우라늄 농축·핵 재처리 물꼬도 성과실무진 TF 통해 조율… 실속 챙겨야한반도 둘러싼 외교·안보트럼프 김정은에 러브콜… 회담 의지韓 북미 만남 공헌하려면 신뢰 필요중일 갈등에 공개 발언은 신중해야“새해에도 관세 등 통상 전쟁은 장기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두 개의 전쟁’도 이어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엄혹한 현실을 잘 돌파해 나가려면 국력과 외교력을 키워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과 미중 갈등, 북러 밀착, 중일 마찰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 수년째 이어지는 두 개의 전쟁은 세계적으로 국방비와 에너지 등 물가를 동시에 올리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교와 경제, 안보가 엮인 복합다층적 위기 앞에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경제외교 전문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역임한 이시형(68) 한국외교협회 신임 회장을 지난 17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만나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새해 전망 등을 들었다. 그는 2일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를 시작한다. ●韓 중재 없이 북미 만나면 위험할 수도 -트럼프의 복귀로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시대로 가는 것인가. “2025년은 트럼프발 큰 파도가 덮친 시기였다. 아직 코만 내놓고 호흡하는 정도지 빠져나온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쪽으로 튈지 불안한 요인이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우리에게는 상수일 수밖에 없는 북한 문제 등 2026년에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한미가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후속 협의가 진행 중인데. “한미 관계는 두 대통령의 회담으로 관세 협상 합의 등 물꼬는 잘 텄는데 지금부터 속을 채워 나가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라는 큰 그림은 나왔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니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식 톱다운 협상으로 기대 난망이던 이슈들도 밖으로 나왔는데 실무진의 추가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속을 챙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미 합의 중 ‘1500억 달러 조선 투자, 2000억 달러 추가 투자’ 평가는. “양측 간 밀고 당기기를 통해 관세율과 투자금액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조선 투자 아이디어가 들어갔고 처음엔 현금 투자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상 현금 투자로 끝났다. 5500억 달러 투자를 합의한 일본보다는 낫다는 평가가 있으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선 협력은 양측이 윈윈할 수 있고 추가 투자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중요 분야에서 수익 배분 등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서 보면 우리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만큼 투자 수익을 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 승인’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지지’도 포함됐는데. “관세로 시작해 안보, 핵잠에 농축·재처리까지 물꼬를 틀 수 있게 미국의 인정을 받아내고 문서화한 것은 상당한 성과다. 그동안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마다 제약이 많았는데 통상과 안보 문제가 결합해 패키지딜이 되니 가능했다. 각각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율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핵잠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때문에 우리가 기회를 잡은 것인 만큼 트럼프 정부 때 상당히 진도를 나가서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미국보다 우리가 급하니 실무 협의를 진척시켜야 한다.” -한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가운데 ‘자주파 vs 동맹파’ 논란이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함께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자주파로 밀어붙이는 원로들이 다시 등장해 현재 여건을 고려하기보다 평양에 가서 사진 찍고 내년 선거도 고려하고 그런 수준으로 보인다. 장관도 했던 분들인데 지금은 나라를 위해 걱정하는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 -새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김정은을 향한 노골적 러브콜을 보면 의지는 있어 보인다. 페이스 메이커는 레토릭으로는 좋지만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우리 편은 물론 상대방과 최소한 같은 경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굳이 용어로 정의하지 말고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도록 뭔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면 우선 양측으로부터 신뢰가 있어야 한다. ‘하노이 노딜’ 후 남북 간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북미가 한국의 중재 없이 만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북러 관계, 미중 관계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니 주시해야 한다.” -미중 간 관세 협상이 휴전 중이다. 이 대통령이 ‘안미경중’은 취할 수 없다는데.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관계는 단기간 끝날 상황이 아니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이라는 용어는 치우자는 건데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대중 수출이 전체의 50%까지 차지하다가 지금은 20%로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 중국 경제 자체의 열기가 식은 데다 대미 투자와 무역이 늘어난 결과다. 기업들도 시장 다변화 필요성을 느꼈고 그러다 보니 미국, 아세안, 인도 등에 수출이 더 늘었다. 미국이 안미경중을 우려하지 않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 -최근 중일 갈등 속 이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언급했는데. “중일은 동북아에서 서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이라 중재는 큰 의미가 없다. 한일 간 신뢰가 중일 관계보다 더 돈독한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중일 관계도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야기된 중일 갈등은 중국이 과잉 반응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의 의도는 대만 문제를 함부로 건드리면 다른 나라들도 그냥 안 둔다는 경고성으로 보인다. 그러니 우리도 중재 입장보다는 국가 지도자가 대중 관계에 있어 공개적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李정부 실용외교 치우침 없어 긍정적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에 대한 평가는. “한미 관계뿐 아니라 일본, 중국과도 우려했던 것만큼 한쪽으로 과도한 밀착 없이 잘 조절하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전 정부의 ‘가치외교’가 단지 싫어서 실용외교인가 싶었는데 그런 걱정이 줄고 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는 대놓고 뭘 할 수 없겠지만 상황 관리를 하는 것 같다. 북러 밀착 등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 관련국인 만큼 더 벌어지지 않고 나중에라도 복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코리아’의 외교 수요는 늘어나는데 외교 인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인력 부족은 외쳐 봤자 공허한 메아리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교부의 사기가 떨어져 황폐화하는 것이다. 이왕 키운 외교 인력을 국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본전을 뽑지 못하고 있다. 공관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20% 이상 비어 있고 주요 지역에 경험 없는 특임공관장이 나간다고 한다. 특임 40%설까지 있는데 박근혜 정부 때까지 15% 이내였고 그 뒤로도 25%를 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외교부 관련 인사가 장관이 관여하지 못한 채 이뤄지니 적재적소 인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손실이다.” -한국외교협회 새 회장으로서 포부와 계획은. “전직 외교관 1200명, 현직 60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대국민 공공외교 및 포럼·출판 등 학술·연구 활동 강화에 힘쓰고자 한다. 은퇴 외교관과 대기업, 스타트업, 지방자치단체 등을 연결해 자문·컨설팅을 제공하고 고등학교 등을 찾아 안보특강, 진로상담 등 교육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회원들의 활동 참여를 독려해 미국외교협회(CFR)처럼 정책 제언 등 전문성을 발휘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시형 외교협회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14회로 입부한 정통 외교관 출신. 지난 11월 회원 투표를 통해 제24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임기는 1일부터 3년이다. 주미대사관·주제네바대표부 등을 거쳐 부처 교류에 따른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폴란드 대사 등을 역임했고 외교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을 역임했다. 김미경 논설위원
  • 美대사대리 “한미 정상, 팩트시트서 ‘北 비핵화’ 의지 확인”

    美대사대리 “한미 정상, 팩트시트서 ‘北 비핵화’ 의지 확인”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8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한반도 비핵화’가 빠진 것에 대해 “한미 정상은 공동 팩트시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대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아 박윤주 1차관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하며 “그것이 우리의 한반도 정책”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대리는 박 차관과의 면담에 대해 “한미가 북한을 포함한 여러 현안에서 어떻게 최선의 공조를 할 수 있을지 논의한 생산적 회의를 했다”며 “여기에는 양국 정상이 합의하고 재확인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주요 안보 목표와 우선순위를 설정한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며 미국의 전략 개념과 지역별 전략을 소개했다. 하지만 여기에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비핵화 문제가 후순위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김 대사대리가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김 대사대리는 지난달 말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도 잇따라 면담했다. 김 대사대리는 당시 정 장관이 한미 간 공조를, 안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각각 강조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이러한 회의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NSS에는 특정 분쟁이나 안보 현안을 세세하게 다루지 않는 방향으로 이전과 기술 방침이 달라졌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계기마다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재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원자력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 관련해, 한미 원자력협정 관련 태스크포스(TF) 논의가 있었는지, 미국은 협정 개정에 열려있는지 등의 물음도 이어졌으나 김 대사대리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팩트시트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 [최석영 칼럼] 한미 무역·투자 합의와 남겨진 과제들

    [최석영 칼럼] 한미 무역·투자 합의와 남겨진 과제들

    지난달 한미 양국은 무역·투자·안보 분야의 합의를 담은 ‘공동 팩트시트’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를 공개했다. 지난 7월 말 구두 합의 발표 후 수개월간 교착됐던 협상의 타결을 선언한 것이다. 무역·투자 분야를 보면 한국은 비관세 장벽 완화와 미국의 전략산업에 대해 3500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약속하고 투자처 선정, 투자자금 조달·운영 및 수익의 배분구조 등 세부 사항에 합의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경쟁국과 같은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동맹 현대화, 한반도·역내 사안 공조와 조선·선박, 공급망과 에너지·원자력 분야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동맹을 불문하고 고관세로 위협하면서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불평등 협상을 주도해 왔다. 소위 ‘트럼프 라운드’의 진면목이다. 한미 간 협상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미국의 압박을 얼마나 감내하고 덜 양보하느냐가 관건인 협상이었다. 한국은 안보 동맹을 재확인하고 미국이 자의적으로 정한 관세 인하를 확보한 반면 미국은 막대한 투자 유치, 한국의 비관세 장벽 제거와 미국 제품의 판매 등 실익을 챙겼다. 우리의 부담 의무가 압도적이지만 간난신고 끝에 합의함으로써 장기간 지배했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투자 MOU는 앞서 체결된 미일 MOU가 모델 협정 역할을 한 만큼 그 구조와 내용에 수정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현금투자 비중을 2000억 달러로 낮추면서 연 200억 달러의 상한을 설정하고 조선 분야는 1500억 달러의 기업투자로 합의함으로써 선방했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그러나 투자처의 최종결정권, 현금투자 비중과 수익의 배분구조 등 원천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점도 시인해야 했다. 기업의 투자만을 명시한 미·EU 합의보다 불리하고 투자자금을 대출·보증 방식으로 충당한다는 미일 합의와도 결이 다르다. 한미 간 합의 이행을 위한 특별법안이 제출되면서 국회의 비준동의 여부와 투자자금의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 영향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관세 부분은 15%의 상호관세 외에 자동차·부품에 대한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의약품과 반도체는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았으나 이행 동향을 감시해야 한다. 유전자변형 제품, 검역 절차와 플랫폼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은 올해 말까지 합의를 위한 힘겨운 협상을 남겨 두고 있다.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한반도 이슈 관련, 확장억지, 전시작전권 이전, 북한 비핵화, 한미일 협력 등은 과거 양측 입장과 유사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3.5%까지의 국방비 인상과 군수장비 구매를 약속하고 미국은 조선 및 유지·정비·보수(MRO)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한편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건조 관련 협력을 지지하면서도 한미 원자력협정과 미 국내법과의 합치를 조건으로 달았다. 엄청난 대가를 치른 합의로 한숨은 돌렸으나 국내외 변수와 후속 문제가 당면과제다. 첫째 미국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상호관세를 부과한 행위의 위법 여부가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위법으로 확정되는 경우에 대비해 그간 상호관세를 납부한 기업은 환급소송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합법 판정이 나면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날개를 달 것이다. 둘째 천문학적 현금투자의 여파와 수익성을 감시해야 하며, 구속력이 없다는 MOU 이행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면서도 국회 비준동의를 생략하는 데 법적·절차적 부족함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셋째 검역 절차, 디지털 서비스, 경쟁정책 등 당면한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는 정당한 규제 권한 확보와 국제기준 수용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조화가 관건이다. 넷째 이번 합의로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의 관세·비관세 분야 일부 조항이 중지·수정되는 효과가 생겼는데 이를 협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선박·군함 건조 관련 협력이 성사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미국의 엄격한 법규제 해소가 선결 요건이다. 후속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유)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 [사설] 세계는 숨가쁘게 달리는데, 우리만 엉거주춤 원전

    [사설] 세계는 숨가쁘게 달리는데, 우리만 엉거주춤 원전

    세계 각국이 원전 속도전을 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이 현금 투자하는 총 7500억 달러 투자처에 대해 “원자력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전력 발전을 위한 원자력 병기고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대만 경제부는 퇴역한 제2·제3 원전의 재가동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28일 심사·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동일본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연이어 원전 재가동 용인을 밝히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그제 신규 원전 2기에 대한 공론화를 언급했다. 올 2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1.4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해 2037~2038년 도입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김 장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연내 부지 공모를 하겠다고 한 만큼 올해를 넘기지 않고 절차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회의 결정 사항을 공론화하는 것이 옳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론화 핑계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원전은 우리 주요 수출품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튀르키예 순방에서 원전 수출은 주요 의제였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기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정작 신규 원전 건설을 보류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내 탈원전, 해외 수출’이라는 모순을 반복하는 일이다. 인공지능(AI)은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가 1GW로 원전 1기 용량이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바람·날씨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증설되는 평택 반도체 캠퍼스 등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AI 3대 강국’은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한 원전 없이는 허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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